해방(解放) > 마감을 하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마감을 하며

해방(解放)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아람 기자 (lar@fpost.co.kr) | 작성일 2019년 05월 30일 프린트
카카오톡 URL 복사

본문

c310bc99f8456330348b93d3276a7490_1559180535_3643.jpg


저는 유년 시절부터 지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학교 등교 시간도 그랬고 20여 년이 다 되어가는 직장 생활에서도 남보다 먼저 출근했습니다. 친구들과의 약속도, 업체들과의 미팅 시간도 철저하게 지키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젊은 친구들에게 잔소리도 많이 합니다. 제 아이들에겐 더욱 그러하고요. 회사 동료들에게도 그러합니다. 시간을 무조건 엄수하라고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에서 당연한 이치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선배들로부터 아버지, 어머니 등 나이가 지긋하신 기성세대들에게 그렇게 배워왔습니다.


한번은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납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약속 시간의 개념을 모르는 것 같다”고 말입니다.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너도 ‘꼰대’이자 기성세대여서 그렇지”라고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최근의 우리 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고 변화의 과정 속에서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서로 다른 가치관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이룩해 놓은 업적과 논리를 젊은 세대에게 강요하고 싶어 합니다. 당연히 젊은 세대들은 이러한 기성세대의 강요를 ‘고리타분’ 하게 여깁니다. 

기성세대(旣成世代)는 현재 사회를 이끌어 가는 나이 든 세대를 일컫는 말입니다. 


만 40세가 되면 기성세대에 속한다고 합니다. 연령대로는 40~50대가 주축이 된다고 합니다. 물론 저도 기성세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기성세대들이 지금의 신세대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이렇게 잘 살게 된 것이 우리들의 노력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기존 세대들의 피나는 노력과 희생이 없었다면 분명 지금보다 더 어려운 삶 속에서 허덕이고 있을 것이라는데 동감합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인 ‘봉제 산업 살리는 스몰 브랜드’ 기사를 쓰기 위해 다양한 협력업체 대표들을 만나면서 패션 업계에서 만큼은 이 생각을 조금 달리 해 보았습니다.

취재 도중 한 공장 사장님이 한 말이 문득 생각납니다. “일감은 줄었고 회사 규모도 축소됐지만 몸과 마음은 오히려 예전보다 편하다”고 말입니다.


지난 30년간 국내 제도권 브랜드의 하청 공장으로 일한 이 회사는 브랜드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며 현재는 대부분의 생산 물량을 온라인 스몰 브랜드에 납품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협력업체 사장님은 브랜드들과 일할 때 보다 온라인 브랜드와의 일이 재미있다고 합니다. 소위 ‘갑질’에서 해방(解放)되었기 때문이랍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샘플을 제작해 브랜드를 오며가며 했고, 을 입장의 영업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정당한 가격을 받고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했습니다.


30년 넘게 봉제 공장에서 일했지만 제도권 브랜드들이 협력회사를 대하는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20~30대 젊은 세대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스몰 브랜드들은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린다 합니다. 임가공비를 무턱대고 깎아 달라 하지도 않는다 합니다.


현재 국내에 생산 기반을 둔 중소형 협력 업체들의 오더는 젊은 온라인 브랜드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제도권 브랜드들이 기성세대라 한다면 온라인 스몰 브랜드는 신세대들입니다. 


무너진 현재 국내 섬유 봉제 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 기성세대의 빅 브랜드들이 아닌 젊은이들의 스몰 브랜드들이라는 사실에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지는 오늘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FSP 연재

POST
STAND
(주)다음앤큐큐

인터뷰

패션포스트 매거진

67호 67호 구독신청 목차 지난호보기

접속자집계

오늘
2,576
어제
5,361
최대
14,381
전체
2,189,778

㈜패션포스트 서울시 강서구 마곡중앙로 59-11 엠비즈타워 713호
TEL 02-2135-1881    FAX 02-855-5511    대표 이채연    사업자등록번호 866-87-01036    등록번호 서울 다50547
COPYRIGHT © 2019 FASHION POST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