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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숨기기와 드러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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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지후 한성대학교 교양학부 … (songjihoo@hansung.ac.kr) | 작성일 2020년 08월 10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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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의‘연소답청’ 일부.>

 

신윤복의 그림 ‘연소답청’이나 ‘문종심사’ 속 여인은 풍성한 치마의 허리를 잘록하게 여미고, 긴 장옷 혹은 쓰개치마를 머리 위로 둘러쓰고 있다. 철저히 가린 채 설핏 보이는 여인의 얼굴이 고혹적이다. 감추는 것은 노골적으로 알몸을 드러내는 것보다 때로는 훨씬 섹슈얼하다. 

 

마스크를 씁시다

‘마스크(mask)’의 원래 뜻은 ‘얼굴에 쓰는 탈’이다. 넓게는 한국의 전통적인 탈, 영화 ‘마스크’에 나왔던 초록색 가면, 맑고 고운 피부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마스크 팩, 군의 화생방 훈련에서 사용하는 가스 마스크 등이 다 포함된다. 요즘 우리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는 것은 외부의 먼지나 병균 등이 호흡기 내로 흡입되는 것을 방지하고, 대화나 기침 시 자신의 비말이 밖으로 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보건용 마스크이다. 

 

마스크를 장기간 착용하게 되면서 일부 사람들에게는 오해 아닌 오해가 생겨난 것 같다. 마스크만 쓰면 아무 문제가 없다와 같은…. 하지만 마스크 착용은 차선이지 최선이 아니다. 마스크는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이다. 더 좋은 것은 유해환경에 애초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다. 외출을 가급적 삼가고, 인구가 밀집된 곳은 방문하지 말고, 피로가 쌓이면 충분히 쉬어야 한다.  마치 감기에 걸렸을 때 내과의가 환자에게 해주는, 매우 올바르지만 특별할 거 하나 없는 처방과 같다. 

 

하늘에는 무수한 인공위성이 떠 있고 인간의 능력을 훨씬 능가하는 AI가 만들어지고 있는 이 시대. 심각한 전염병에 맞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대응이 너무나 전근대적인, 손을 깨끗이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보건적인 목적 이외에 마스크는 신분을 가리기 위해서도 종종 사용된다. 연예인들은 자신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자나 머플러, 커다란 마스크로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가리는 일이 많다.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그들이 일반적인 흰 색 마스크가 아닌 검정색 마스크를 사용하면서 이른바 ‘연예인 마스크’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마스크 뒤에 숨다

연예인 말고도 마스크로 자신을 숨기려 하는 예는 또 있다. 안 좋은 이유로 9시 뉴스에 등장하는 이들이다. 파워풀한 네티즌들에 의해 대부분의 신상정보가 사실상 다 공개된 거나 마찬가지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기를 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다. 범죄자의 인격을 어디까지 존중해야 하느냐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니, 마스크를 쓰는 것은 아직까지 그들의 권리인가 보다. 

 

마스크 착용으로 덕 보는 사람은, 더운 날 화장을 생략해도 큰 무리를 빚지 않게 된 우리 여인네들인 듯하다. 아, 물론 깔맞춤, 토털 코디를 부르짖는 패션인들에겐 예외다. 그들은 자신의 콘셉트에 맞는 마스크를 구하느라 온라인쇼핑몰을 뒤지고, 심지어 마스크 디자인에 자신의 의상코디를 맞추기까지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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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태연. 출처=태연 인스타그램>

 

마스크 패션 vs 마스크 패션 극혐

사람들은 누구나 두 가지의 상반된 욕구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 보이고 싶은 욕구, 그와는 반대로 대중 속에 적당히 묻히려는 욕구. 남들과 다르게 보이고 싶은 것을 개성이라고 말하고, 남들과 비슷하게 보이려고 하는 것을 동조성이라 부른다. 

 

남달라 보이고 싶어 하는 이들이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하고 그것을 세상에 소개하며, 동조함으로써 마음의 평안을 얻는 이들이 그들을 따르며 유행이 확산된다. 남들과 다르게 보이고 싶은 욕구와 남들과 비슷하게 보이고 싶은 욕구, 이 두 가지가 공존하기에 패션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탓인지 마스크와 패션의 관계도 극과 극이다. 인터넷 검색엔진에 ‘마스크’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마스크 패션’과 ‘마스크 패션 극혐’이라는 두 용어가 자동으로 완성된다. 

 

‘마스크 패션’은 마스크를 새롭게 주목받는 패션 아이템으로 인정하여 업그레이드된 디자인의 마스크를 추구하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하는 말이다. ‘마스크 패션 극혐’은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친 패션감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는데, 그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해서 비하적으로 만들어진 말이다. 

 

‘마스크 패션 극혐’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스타일은 비슷비슷하다. 자기 몸집보다 한참 큰 후드 티를 입고, 긴 옷소매를 늘어뜨리고, 유행하는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끼고 있고, 투블럭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마스크는 반드시 끼고 있다. 스스로는 핫한 트렌드를 추구하는 패션피플이라 생각하지만, 올바른 스트리트 패션이라고 하기엔 겉멋과 허세만 있을 뿐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홍대 앞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다고 해서 ‘홍대충’이라는 닉네임까지 붙어 있다.  

 

코로나19가 우리 삶에 파고든 이후, 마스크는 신분증보다 더한 필수 소지품이 되었고, 패션의 완성 아이템이 되었다.  얼마 전 우연히 자리에 함께 했던 한 젊은 여성, 모자와 마스크에 가려져 눈만 보이는데, 메이크업을 과하게 하지 않은 그 눈이 무척 매력적으로 보였다. 눈이 예쁘다는 필자의 칭찬에 그녀는 매우 기뻐하며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어야겠다고 농담했다. 하지만 마스크를 벗은 그녀는 여전히 예뻤다. 

마스크로는 본질을 가릴 수도, 포장할 수도 없다. ​ 

경력사항

  • 한성대학교 상상력교양대학 교수
  • 맞춤형 인하우스 기업교육 전문, 디자인씽킹 퍼실리테이터
  •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산업진흥원, 서울시청, 한국패션협회, 롯데백화점 자문
  • 디자인학 박사, 교육학 박사수료, 평생교육사
  • 前 연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겸임교수
  • 前 연세 패션&라이프 최고위과정 책임교수
  • 前 장안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교수
  • 前 유림, 동일레나운, 나산실업, 코오롱상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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