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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경제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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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인호 비즈니스인사이트 부회… (fpost@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3월 23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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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대란’이라는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상품 유통의 붕괴를 보면서 심경이 참담했다. 유통업에 종사한 30년 동안, 수요 공급 메커니즘에서 벗어나 있는 상품은 일부 농수산물인줄 알았다. 이마저도 수입이라는 백업 시스템으로 인해 큰 피해 없이 가격 구조의 안정화를 가져왔기 때문에 다시는 ‘배추 파동’ 과 같은 단어는 못 볼 줄 알았다. 

 

쌀, 배추 그리고 마스크

유통업에 있으면서 필자가 경험한 가장 최악의 수급 불균형은 ‘쌀’이었다. 1994년, 당시 우리 보다 훨씬 선진 사회였던 도쿄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던 시절이었다. 

 

1993년 일본은 전후 최대의 냉해를 겪었다. 벼 품종으로 재배 면적이 1위인 ‘코시히카리’에 이어, 2위였던 ‘사사니시키’가 추위에 약한 품종이었던 탓에, 전년비 작황이 62%나 줄어들며 94년 ‘쌀파동’으로 이어졌다. 

 

일본 정부는 수급을 맞추기 위해 호주, 중국, 미국, 태국 등에서 엄청난 양의 쌀을 수입했다. 그러나 쌀은 지역에 따라 찰기가 달라서 주식을 쌀로 하는 일본인에게 입에 맞는 쌀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코시히카리 쟁탈전이 벌어지고, 사재기가 빈번했다.  

 

두 번째 수급불균형은 2010년 ‘배추 파동’이었다. 2009년 배추 재배면적이 확대되고, 유래 없는 풍작으로 배추 1포기당 500원에 팔리자, 배추밭을 갈아엎어 버리는 농가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2010년에는 배추 재배면적이 급격히 축소되고, 날씨마저 좋지 않아 최악의 흉작이 되면서 배추 1포기에 1만5천원까지 오르는 ‘미친’ 배추 값으로 인해 ‘금치’가 되었다. 당시 이 난국은 발 빠르게 움직인 대형마트의 중국산 수입 배추로 안정화됐던 경험이 있다. 

 

이번 마스크 파동은 앞선 사례들과 비교할 수 없는 미증유의 사건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해외 수입뿐만 아니라 해외 교류가 모두 정지되었다. WHO가 팬데믹(Pandemic, 전염병의 대유행)을 선언하자 전 세계가 빗장을 잠그면서 인적, 물적 공간 이동이 어렵게 되었다. 

 

이전의 경험으로는 판단할 수 없고,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방어의 최일선인 마스크 사재기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최소 극대화의 원리

기존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경제학자 하이에크가 설파한 ‘지식의 분업’ 이라는 시스템이 작동되었다. 그러나 불확실성을 앞에 두고는 그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코로나19 사태처럼 실제 시장의 움직임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시장을 보고 우왕좌왕하는 인간의 모습만 보인다. 신고전파 경제학의 핵심은 간단히 말해 ‘인간이 합리적으로 판단해서 행동한다면, 그 집합체인 시장과 경제 전체도 제대로 작동한다’는 동의반복이다.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누구도 다음 상황의 전개에 대해 예상하기 어려운 불확실성 하에서는, 인간은 합리적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이에 따라 시장도 합리적으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된다. 이런 경우, 불확실성 하에서 인간이 아예 각자 다른 불합리한 행위를 한다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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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상으로 모든 사람이 일제히 똑같이 불합리한 행동을 취하면 시장에 대참사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불확실성 하에서 인간이 일제히 취하는 행동은 Maximin 원리(최소 극대화의 원리)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잃을 수 있는 손실을 상정하고 그 피해를 최소화 하려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해 트럼프를 비롯한 전 세계 지도자들이 최악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서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도 이러한 행위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이 경제적으로 맞는 최악의 상태는 ‘결제불능’ 사태이다. 이런 사태를 만나면 그동안 축적한 생활기반이나 지위를 잃게 될 수 있다. 

 

결제불능(채무불이행)이라는 최대의 공포를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어쨌든 현금, 예금 등 안전자산을 확대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일제히 소비를 억제하고, 투자도 주식처럼 리스크가 따르는 자산보다는 현금, 예금, 국채로 자금을 이동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전자는 불황, 후자는 자산가격 급락 혹은 금융위기를 초래하기도 한다. 

 

‘一物一價’에서 ‘一物多價’로

문제는 시장에서 유언비어가 확대되면서 생필품의 사재기가 급속히 행해져 일시적인 상품 부족 현상이 전개된다는 점이다. 헛소문을 믿고 사재기를 한사람은 우둔하지만, 그것이 거짓임을 알고도 다른 사람들이 사재기를 하면 시장에 상품 부족이 올 것을 예측해서 사재기를 하는 것은 합리적인 행동이 된다. 

 

결과적으로 사재기의 양은 폭증한다. 이것이 금번 마스크 사태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휴지 사재기의 실상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마스크 이외에는 사재기가 그리 심하지 않았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 프랑스에 이르기까지 휴지며 생필품 사재기 전쟁이 일어났던 것을 보면 상대적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매우 침착했다. 왜 그랬을까?  

 

필자는 한국의 디지털화 진전에 그 이유가 있다고 본다. 2018년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발표한 글로벌 하이테크 도시 랭킹을 보면, 1위 샌프란시스코, 2위 뉴욕, 3위 런던, 4위 로스앤젤레스, 5위 서울이었다. 경쟁 도시인 타이페이 6위, 도쿄는 12위, 베이징은 16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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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불안감이 고조된 가운데 주민들이 한 마트에 들어가기 위해서 줄을 서 있다. >

  

서울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하이테크 도시이다. 유통 부문에서 하이테크, 디지털화의 진전은 ‘일물일가(一物一價)’를 붕괴시키고, 시시각각 가격이 변하는 다이나믹 프라이싱을 보급시켰다. 수급의 매칭이라는 관점에서 이 가격 체제는 매우 진보적이다. 

 

같은 물건을 2개 사면 가격은 2배라는 전제가 붕괴되는 비선형 가격 특히, ‘1+1 가격’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사재기가 비효율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다. 

 

극히 복잡한 비선형가격인 휴대전화 요금 체계나 포인트제도가 생활화 되어 있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는 사재기가 합리적 소비가 아닌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디지털화에 의해 고객 구매기록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기업이 ‘일물다가(一物多價)’를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것도 한 몫 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적 소비 행동을 하고 있음이 다시 확인되고 있다. 

 

경력사항

  • 現) 성균관대학교 소비자가족학과 겸임교수
  • 現) 비즈니스인사이트그룹 부회장
  • 現) 대한상공회의소 유통산업위원회 위원
  • 現) 연세대학교 생활과학대학원 패션연구과정 초빙교수
  • 前) ㈜코엑스 자문위원 (코엑스몰리뉴얼 프로젝트)
  • 前) 산업자원부 유통산업 마스터플랜 수립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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