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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 기업의 책임과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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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인호 비즈니스인사이트 부회장 (inokim0@gmail.com) | 작성일 2020년 11월 30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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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SPA의 성장 이후 어패럴 업계는 대량생산, 대량폐기의 문제를 안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각국의 패션업계는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 지난 10여 년 동안 지구 환경을 중시하는 지속경영을 표방하고 있다. 

 

지속 가능 리포트를 통해 매년 자사의 친환경 방침, 기후변화 대응, 사회적 보장 등에 대한 실천 노력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30년이나 남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다 보니, 실질적인 노력이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적어도 유니클로가 지난 6월 19일 긴자에 ‘유니클로 도쿄’ 라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다운재킷

유니클로 도쿄는 Recycle, Reuse, Reduce를 강조한 점포다. 과장하면 점포 자체를 친환경적인 요소로 가득 표현했다. 15개국의 빈민 캠프로 보낼 Recycle 제품을 전시하고, 폐기 페트병을 소재로 만든 옷도 전시 판매한다. 낡은 옷을 폐기해서 만든 자동차 보닛 방음제도 전시한다. 무엇보다도 ‘의류에서 의류를 만들어낸다’는 세계 최초의 발상을 통해 재가공한 다운재킷을 보는 순간, 최근 유니클로가 주장하고 있는 지속가능 경영에 대해 새로운 이해력이 높아진다.  

 

전 세계적으로 의류를 만들기 위해서는 1년에 5,300만 톤의 생지가 소비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재활용되는 소재는 0.9%다. 소재의 재활용은 기술적으로나 비용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유니클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특히 조류에서 추출하는 다운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해 고민하였다. 

 

히트텍이나 에어리즘처럼 늘 소재 혁신을 가치로 내놓은 기업으로서, 언제까지 오리나 거위의 다운을 사용해야 하는가의 고뇌였다. 그래서 소재 협력을 하고 있는 토레이와 함께 고민하면서 재생산한 것이 다운재킷이다. 낡은 의류 재료로 새로운 의류를 만드는 작업의 포인트는 고객으로부터 정성껏 수집한 재킷의 다운을 낭비하지 않고, 로스없이 회수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섬유에 대한 기술이 많은 토레이와 협력하게 되었다. 

 

초년도에 고객으로부터 모은 다운재킷은 62만 장이었다. 이 가운데 80%의 다운을 회수해야 종래 제품의 가격에 맞출 수 있었다. 20%의 회수 로스와 재활용을 하는데 드는 품삯을 가격에 전가시키지 않도록 비용의 낭비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었다. 

 

각 점포에서 수집한 재킷을 공장으로 보내는 수송비, 대량으로 모아 관리하는 보관비, 기계에 투입하기 전에 검품하는 작업에도 비용이 소요된다. 이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지구 환경에 부하를 주지 않고, 비용도 들지 않는 방법을 추구한다’는 모토를 실천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개발 사업부는 5년동안 반복적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개선해서, 지난 11월 2일에 세상에 없던 새로운 다운재킷을 발매할 수 있었다. 

 

파리에서 디자인한 신형 다운재킷은 남녀공용의 유니섹스 스타일로 7,990엔의 가격이 설정되었다. 종래의 다운재킷과 동등한 가격의 제품을 완성했다. 야나이 사장의 표현에 의하면, 마진이 거의 제로 상태라고 한다. 그럼에도 이런 제품을 만들어 출시하는 것은 책임감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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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유니클로>

빈티지 청바지의 새로운 프로세스

유니클로의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또 하나의 유사 사례를 들어본다. 필자가 1년 전쯤 필자가 기고했던 청바지 제조 사례이다. 유니클로가 이 정도로 지구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다시 정리해 보았다.    

 

청바지 하나를 만드는데 드는 물이 50리터(ℓ)라고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청바지 최종 가공 공정의 세정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의 양이 그만큼이다. 가정용 식수 페트병 2리터가 25개나 사용되는 것이다. 이것은 90년대부터 색 바랜 빈티지 청바지가 인기를 끌면서 불가피하게 나타난 현상이다.

 

빈티지 진을 만들기 위해서는 데미지 가공을 하는데, 여기에서 엄청난 먼지가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세정 작업을 위해 1착에 평균 50리터의 물이 사용되는 구조다.

전 세계에서 1년에 약 24억 장의 청바지가 생산되는데, 산술적으로 약 1,200억 리터의 물이 청바지 세정에 사용되는 것이다. 이 수치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보면, 국제규격의 수영장(50m X25mX2m) 4만8천개에 채워야 하는 양이다. 

 

“지구 환경은 임계점에 달했다. 그래서 LA에 JIC(Jeans Innovation Center)를 만들고, 환경을 고려한 의류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유니클로 야나이 회장이 방송에 나와서 한 말이다. 

 

그가 지적한 것처럼 많은 기업들이 청바지를 만드는데, 인간적인 고뇌를 했다. 

 

2009년 데미지 가공을 위해 샌드 블러스트를 사용하던 터키 노동자가 진폐증으로 사망하면서, 모래 먼지의 실리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샌드 블러스트 방식은 모래를 압축 살포해서 데님의 색 바랜 느낌을 만들고, 데님 원단을 부드럽게 하는 장점이 있어서 오랫동안 사용되었다. 하지만 진폐증 문제로 2011년부터 리바이스, H&M, 타깃 등이 샌드 블러스트 방식을 규제하였다.

 

최근에는 경석을 사용한 스톤워싱 방식이나 샌드페이퍼를 써서 데미지 가공을 하는데, 상당한 인력이 동원되면서, 이들 역시 섬유에서 발생하는 먼지를 피할 수는 없는 현실에 직면해있다.

 

유니클로는 이런 문제 인식을 공유하고, 빈티지 청바지의 새로운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우선 스톤워싱 데미지 가공을 레이저로 바꿨다. 레이저 열로 데미지 가공을 하면서 모든 청바지에 균질한 톤이 생겼다. 

 

문제는 레이저 열을 투과하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었다. 최초에 1착 3분이 소요되던 것을 1착 60초 이내로 개선해서 대량생산의 기반을 확보했다. 아울러 레이저로 데미지 가공을 바꾸면서 세정에 사용되는 물을 줄임은 물론, 세정 방식을 제트분사 시스템으로 개선해 최초 물 사용량의 9%(약 4.5리터)로 1착에 45리터의 물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유니클로의 사례는 환경 배려도 있지만, 방글라데시 공장 다음의 수순을 고려한 혁신적 측면도 있다. 3,990엔의 양질의 청바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건비가 싼 방글라데시 공장을 대체할 만한 곳이 현재는 없다. 중국, 베트남에서 그랬던 것처럼 방글라데시의 인건비도 조만간 앙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1994년에 1,980엔의 ‘프리스’를 선보이며, 야마구치 변방 기업이 전국구 기업으로 도약하면서 이름을 알린 것이 유니클로다. 2003년에는 토레이와 협력으로 ‘히트텍’을 발매하여, 일본 최대 기업으로 우뚝 섰다. 

 

히트텍을 수차례 개량해서 글로벌 기업으로 확장을 했고, 2009년에는 ‘울트라 다운’으로, 그리고 2016년에는 ‘와이어레스 브라’를 통해 혁신성을 계속 증명해 왔다. 와이어레스 브라는 소재 혁신은 물론 상품군의 축소라는 관점에서 혁명적인 상품이었다.

 

이렇게 매번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상품 활동을 하던 기업이 사회, 환경을 배려하는 선도적인 시도를 행할 때, 시장은 항상 긍정적인 화답을 한다. 야나이 회장이 늘 강조하듯이 “시대에 따라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어패럴 브랜드의 책임을 강조하면 더 그렇다. 

 

2020년에 고객이 원하는 대표적인 상품은 코로나19 대응 마스크였다. 유니클로는 당초에는 마스크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고객의 마스크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면서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면서 마스크를 만들어 빅히트 상품으로 만들었다.

 

기왕에 만드는 것, ‘에어리즘’ 이라는 좋은 소재로 잘 만들자는 책임감이 작동했다. 결과적으로 통기성이 높고, 비말이 통과하지 못하지만, 워셔블이 가능한 가성비 높은 상품을 만들어서 고객에게 큰 지지를 받은 것이다. 그 이면에는 유니클로가 만들면, 품질 면에서나 가격 면에서 좋은 상품일 것이라는 고객의 지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속가능한 기업이 품고 있는 책임과 역할에 대한 고객의 상상력이며 기대치인 것이다. ​ 

경력사항

  • 現) 성균관대학교 소비자가족학과 겸임교수
  • 現) 비즈니스인사이트그룹 부회장
  • 現) 대한상공회의소 유통산업위원회 위원
  • 現) 연세대학교 생활과학대학원 패션연구과정 초빙교수
  • 前) ㈜코엑스 자문위원 (코엑스몰리뉴얼 프로젝트)
  • 前) 산업자원부 유통산업 마스터플랜 수립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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