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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소싱 전략이 발목을 잡고 있지는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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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인각 전 삼성물산패션부문 남성복사업부장 (fpost@fpost.co.kr) | 작성일 2019년 07월 22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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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 날 없다’라는 말이 참으로 맞는 말 같습니다. 계속되던 美中 무역 갈등이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어 우리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던 변수가 사라지나 했는데, 이제는 일본이 직접적으로 무역보복을 가해오고 있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 핵심 원재료 3개 아이템을 수출규제하겠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양국 정부 관계가 경색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다양한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타격은 분명 있을 겁니다. 

 

혹자는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韓日 관계가 안 좋아진 것이 이미 몇 년이 넘었고 무역 보복도 예상되던 것이라서 대안을 세우고 있었을 거라고. 맞습니다. 아마 대안을 찾고, 세우고 있었겠죠. 

 

그렇지만 우리 모두 알다시피 기술력이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닌데, 지금까지 부족했던 핵심기술이 단기간에 대응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몇 년 전처럼 기술의 차이가 손에 닿지 못할 만큼의 차이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지나가면 위기는 해결될 수 있겠지요. 물론 그 시간을 얼마나 당길 수 있느냐라는 문제도 있겠습니다. 

 

패션, 해외 의존도 훨씬 높아

이 와중에도 긍정적 효과가 하나 생겼습니다. 그건 바로 핵심 재료에 대해 한 쪽에서만 조달하는 의존도의 위험성을 직접적으로 체험했다는 겁니다. 

 

그 전에도 머리로야 알았겠지만 설마 설마 해왔던 것을 이제는 자체개발, 구입처 다변화, 대체제의 필요성 등을 너무나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는 것이죠.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예방주사를 맞은 격입니다. 

 

패션은 어떨까요? 사실 패션은 해외 의존도가 훨씬 높은 산업군입니다. 소재의 원료도 대부분 수입품이고 고급 소재들은 소재 자체가 대부분 수입, 완제품을 만드는 공장 역시도 다수가 해외에 있습니다. 

 

반도체의 경우 삼성이 독보적 세계 1위이기 때문에 대체제 개발이나 구입처 다변화가 비교적 어렵지 않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패션은 우리라나에서 거의 나지 않는 원료들을 사용하고, 창의가 필요하면서도 대단히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라 대안이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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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원료가 되는 것들이 전자의 예처럼 금수 조치, 수출 제한이 된다거나 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오히려 그런 것보다는 원료 수급의 불안정성이나 환율 변화로 인한 단가의 상승이 더 큰 문제겠죠. 

 

특히 캐시미어를 비롯한 특수모의 경우 환경문제까지 걸려있어 많은 도전을 받긴 하지만 대체 수단이 없어 지금의 원부자재 수입 구조를 바꿀 수는 없을 겁니다.

 

또 다른 문제는 완제품 생산입니다. 일부 고가 브랜드의 슈트나 특종상품 등을 제외하면 국내생산을 하는 브랜드는 이제는 거의 없습니다. 

 

가격 경쟁력이 높았던 개성공단도 없어져버렸고 중국생산은 중국과의 관계를 떠나서 원가경쟁력이 계속 떨어지고, 그래서 대부분 동남아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동남아에 처음 진출했을 때는 기술수준이 떨어져 수준을 올리느라 고생했는데, 이제는 수준과 함께 공임도 올라가고 무엇보다도 중국을 벗어난 대단위 물량이 몰려들면서 양으로 치이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 한국 업체들이 처음 해외 생산에 나설 때 가장 기준이 된 것은 역시 생산원가였습니다. 즉, 공임이 판단의 기준이었지요. 모든 원부자재를 한국에서 실어가도 워낙 공임차이가 많이 나서 충분한 경쟁력이 확보가 되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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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세월을 20여년 가까이 보내는 중에 환경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은 인건비 상승과 동시에 당국의 갖가지 규제로 매력도가 현저히 떨어져 생산기지로서의 이점을 모두 상실했습니다. 

 

한국 봉제업체들은 동남아에 직접 공장을 만들거나 큰 공장의 라인을 임차해서 위기를 탈출하려는 노력을 지속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은 한동안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개성공단이 갑자기 문을 닫으면서 동남아 의존도가 커지기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 중국에서 철수한 세계 유수의 기업들 역시 동남아로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그들과 자본과 물량으로 싸우게 된 겁니다.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면 당초에 공장과 약속한 물량을 경기와 상관없이 지킬 수 있는 국내 패션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공장을 소유하지 않은 기업들은 라인을 빌려 생산을 하기에도 점점 어려운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해외생산이 모든 걸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던 모습이 짧은 시간 내에 완전히 변해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조금 과장하자면 당분간은 돈으로 메울 수 있습니다. 사실 더 심각한 건 이런 게 아닙니다. 패션의 패러다임이 변해버렸다는 것이 더 심각한 겁니다.

 

오프라인 유통, 대량생산 중심이던 패션산업은 온라인(모바일) 쇼핑 중심, 트렌드의 변화가 대단히 빠른 스트리트 패션, SNS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받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변화된 패러다임, 생산 속도가 관건

2018년 12월 DDP에서 열린 ‘WHAT WE WEAR’라는 패션마켓은 영하의 날씨에도 새벽부터 줄을 선 초, 중, 고등학생들로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습니다. 

 

소위 ‘제도권’ 패션기업들은 이런 행사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겠지만 미래고객인 학생들에게는 굉장히 핫 한 행사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기성 기업들이 따라가고 있지를 못하는 것이죠.

 

아직도 대다수의 패션기업들은 원가가 판단의 중심입니다. 그래서 좀 더 싸게 만들기 위해 오늘도 생산기지를 찾아 발품을 팔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판단기준에 ‘속도’가 추가 되어야 합니다. 

 

원가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빠른 속도가 또 하나의 기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선적해서 출고하는데 두 달이 걸리는 동남아는 아무래도 속도감에 있어 약점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전자산업의 현실은 패션의 미래

우리나라가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전자산업은 리더의 위치라서 산업전반을 유리하게 만들어 나갈 수가 있고 내가 설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의 위기도 시간이 지나면 능동적으로 해결 가능할 것 같은 막연한 믿음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패션은 우리가 선진국도 아니고 해외 의존도가 너무 심합니다. 그리고 우리 업계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기에는 힘이 부칩니다.

 

최근의 경제 위기상황 때문에 과도한 걱정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닥칠지도 모르는 미래입니다. 

 

힘이 들겠지만 전자산업에 닥친 일을 반면교사 삼아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지금의 소싱 전략은 너무 오래된 것들입니다. ​ 

경력사항

  • 前)삼성물산 남성복 사업부 사업부장
  • (前)삼성물산 갤럭시/란스미어 BM
  • (前)삼성물산 엠비오/빨질레리 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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