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전 보이콧과 지금의 보이콧 > 서사부의 提言 / 서인각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서사부의 提言 / 서인각

200년 전 보이콧과 지금의 보이콧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서인각 전 삼성물산패션부문 남성복사업부장 (fpost@fpost.co.kr) | 작성일 2019년 08월 12일 URL 복사
카카오톡 URL 복사

본문

99f6b02e172ff4efb8a2f35b2a3d8597_1564978667_362.jpg

최근의 핫이슈는 역시 일본제품 불매운동 인 것 같습니다. 매스컴뿐만 아니라 각종 인터넷 유명 사이트, 포털의 카페, SNS에 의견들이 표출되고 있고 심지어 일본 상품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알려주는 사이트까지 생겼습니다. 그리고 점점 반향이 커지고 있습니다. 매일 매일 인증샷이 올라오고 대안상품이 올라오며 유투브에는 각종 스토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찰스 보이콧(chareles Boycott) 이라는 영국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일랜드에서 언(Earl Erne) 이라는 백작의 관리인으로 일하는 그는 평소에도 지역 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해서 악명이 높았었고 모든 사람들이 보이콧을 싫어했다고 합니다. 

 

1879년, 아일랜드에 기록적인 대기근이 발생했고 그에 따라 농부들이 소작료를 내기가 점점 어려워지자 소작료를 내려달라는 요구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땅 주인인 언 백작은 농부들의 그런 요청을 묵살했고 오히려 관리인인 보이콧에게 철저하게 소작료를 받아내라고 하게 되죠. 

 

분노한 농민들은 보이콧이 관리하는 농장에서 일하는 걸 거부했고 그 지역사회는 보이콧의 가족들에게 물건도 팔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우편물도 배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마침내 보이콧은 그 땅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그 이름이 오늘날에도 남아서 소비자운동의 일환으로 사회적으로 특정상품을 불매하는 운동을 통칭해서 부릅니다.

 

어느 기업이든지 소비자 목소리를 체크하고 반영하는 부서가 있습니다. 모바일과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은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도록 창구를 열어놓은 기업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고생을 하는 기업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생각나는 대표적인 불매운동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남양유업 사례입니다. 2013년 대리점 갑질부터 시작된 남양유업 불매운동은 ‘불매가 성공하기 힘들다’고 평가되어 온 소비자운동의 역사를 바꾼 첫 사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끈질기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99f6b02e172ff4efb8a2f35b2a3d8597_1564978701_736.jpg 

<인천에서는 일본 차량을 일부러 부순 뒤 길거리에 전시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photo 구글>

 

 

그 결과 2018년 남양유업은 1위 자리도 매일유업에 내주었고 주가도 2013년 대비 반토막 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포털사이트에 남양유업을 검색해보면 나쁜 기사가 별로 없습니다. 심지어는 대리점들과의 상생이 너무 좋다는 기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숱한 문제들이 불거져서 소비자들의 인식과 매출, 이익 등 숫자가 안 좋아져도 꿈쩍 않던 남양유업의 회장은 외손녀인 황 모양이 여러 가지 좋지 못한 사건에 연루되어 기업 이미지가 끝까지 떨어지자 그제 서야 사과문을 냅니다. 

 

아마 모든 반응이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고 모든 소통이 공중파나 신문 등을 통해야 했던 3~40년 전이면 이런 대응이 성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발달된 통신과 미디어, SNS를 통해 즉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자신의 손해는 좀 참아도 사회적 문제에는 모두 한 목소리를 내는 소비자 시대에 와 있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여론을 만들어내고 그걸 통해 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너무나 오래 전 방식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기업들은 그 당시에 머물러 있습니다.

 

‘한국에서 불매운동이 성공하기는 어렵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성공사례는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다고 앞으로도 성공하기 어려울 테니 지금 이순간만 지나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 기업들이 있다면 시대가 바뀐 걸 모르고 하는 소리일겁니다. 

 

즉석 밥의 대표격인 CJ 의 ‘햇반’도 오직 0.1% 만 들어가는 미강추출물의 원산지 문제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기업의 발표를 소비자들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각종 매스컴에서 이런 발표들을 정당화 시켰겠지만 지금은 소비자들이 팩트를 체크하고 그 내용을 SNS를 통해 공유하고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당초 CJ의 발표가 사실과 다르다고 의문을 제기했고 이에 대한 CJ의 답이 원론적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자 불매운동까지 거론하고 있습니다.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알 수 없지만 초기대응을 잘못한 탓에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양국 간의 정치적인 문제로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에서 대표적으로 타깃이 된 브랜드는 유니클로입니다. 그리고 불매운동이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유니클로 본사의 CFO는 공식 회의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불매운동이 실적에 일정한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영향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계속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실적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이 말이 알려지자 불매에 관심 없던 일반 소비자들까지 분노하기 시작합니다. 이 와중에 일본 본사는 어떤 대응도 없고 국내 합작사인 FRL코리아 임원만이 사과를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마치 본사에서 사과를 한 것처럼 보도가 되었으나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고 이 사실은 국내 소비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결국 사태발생 10일 만에 일본 본사와 국내 합작사 공동명의로 사과문이 올라왔지만 사태를 진정시키기에는 너무 늦어 버렸습니다.

 

CSR의 기본은 사고를 친 당사자에 대한 징계와 처벌, 당사자의 사과, 재발방지대책 이런 순서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번 유니클로 사태는 이런 과정이 모두 무시되어 버렸습니다. 

 

아마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추후 정치적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유니클로는 이미 소비자들의 마음속 리스트에서 지워지거나 저기 어디 마지막 순위에 있을 것만 같습니다.

 

99f6b02e172ff4efb8a2f35b2a3d8597_1564978727_6777.jpg

 

<찰스보이콧>

 

보이콧이라는 사람이 살았던 19세기는 시간이 지나가면 사람들이 잊어버리고 기록이 남아있질 않던 시대였습니다. 먹고 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던 시대, 그래서 우선순위도 누구나 짐작 가능하던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무려 200여년이 지난 지금 당시 보이콧이 소작인들을 대했던 자세나 지금 기업이 소비자들을 대하는 자세는 별반 달라진 것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소비자들은 무지몽매(無知蒙昧) 하지 않습니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사람이 하는 일인데 그게 어디 쉽겠습니까. 다만 그 이후 얼마나 빨리 수습하고 회복하느냐는 솔직히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인종차별을 비롯한 모든 나쁜 이슈가 총망라되어 불매운동의 교과서처럼 언급되는 아베크롬비처럼 큰 예는 아니더라도 아주 사소한 사건에서도 결과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지 말고 우리 주변을 한 번 더 되돌아 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들이 가진 정보가 훨씬 많고 다양하다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어야합니다. 그래야 어떤 불의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확률이 훨씬 올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 

경력사항

  • 前)삼성물산 남성복 사업부 사업부장
  • (前)삼성물산 갤럭시/란스미어 BM
  • (前)삼성물산 엠비오/빨질레리 BM

FSP 연재

POST
STAND
(주)다음앤큐큐

인터뷰

패션포스트 매거진

64호 64호 구독신청 목차 지난호보기

접속자집계

오늘
3,728
어제
3,895
최대
14,381
전체
1,993,941

㈜패션포스트 서울시 강서구 마곡중앙로 59-11 엠비즈타워 713호
TEL 02-2135-1881    FAX 02-855-5511    대표 이채연    사업자등록번호 866-87-01036    등록번호 서울 다50547
COPYRIGHT © 2019 FASHION POST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