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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부의 提言 / 서인각

명분과 스토리가 있는 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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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인각 전 삼성물산패션부문 남성복사업부장 (fpost@fpost.co.kr) | 작성일 2019년 11월 11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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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이마트와 SSG닷컴 등 그룹 내 18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대형 할인행사를 선보인다고 합니다. 18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그룹 차원의 할인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고 행사 상품을 포함한 전체 물량만 도합 5천억 원 어치에 달한다고 합니다.

 

신세계가 온라인 쇼핑몰의 할인행사와 해외 쇼핑몰들의 행사에 대응하기 위해 맞불작전을 펴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성공할지는 모르지만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 사항 중 하나였던 해외 쇼핑몰들의 가격공세에는 대응하겠다는 내용이어서 고객들의 입장에서야 환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직구에 익숙하지 않은 나이든 고객들이 이 소식을 알기만 한다면 신세계의 정책을 두 팔을 벌려 환영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뚜껑을 열어봐야 알게 될 것 같긴 합니다. 

 

몇 년 전 정부에서 블랙프라이데이에 대응한다고 각 기업체를 모두 모아  할인행사를 진행했었는데 가격할인 수준도 약해 실패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에 참여한 업체들과 소비자들에게 불만만 듣고 흐지부지 되었었죠. 남의 것을 베끼는 것도 쉬운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많이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광고에도 직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반적인 단어가 되어 버렸는데, 우리나라는 대응이 너무 늦었지요. 

 

준비되지 않으면 안된다


올해 2019년 블랙프라이데이는 시차를 감안하면 한국시간은 대략 11월 29일 오후 2시 이후부터 일거라고들 합니다. 물론 그 전날부터 하는 사전 세일도 있어요. 젊은 친구들은 이미 사전에 리스트업을 다 해 놓았을 것 같습니다. 

 

직구도 많이 하지만 구매대행 사이트를 많이 통하지요. 특히 부피가 큰 가전제품의 경우 더 그렇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 블랙프라이데이가 알려진지도 오래되었고 온라인 쇼핑의 성장세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닌데, 국내 업체들은 거의 대응이 없다시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업의 가장 큰 이유야 돈 버는 것 아니겠습니까. 코리아 세일 페스타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강제적으로 추진할 때도 업체에서 가장 걱정했던 것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했을 때 벌어질 원가 보존 문제였지요.

 

국내 제조기반이 무너지다시피 한 상태여서 가격할인을 따져보지 못한 상태로 하다보면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였던 것이지요. 그런데 올해는 각종 온라인몰에서 저마다 한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위메프, 쿠팡 같은 오픈 마켓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홈플러스, 하이마트 같은 오프라인 마켓도 뛰어들었어요. 광군절로 유명한 11일은 11번가가 11절로 이름붙이고 맞불을 놓을 모양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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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있는 중국의 광군절

 

생긴 지 얼마 안 된 광군절이나 좀 알아볼까요. 광군(光棍)이라는 말은 중국어로 나무작대기나 몽둥이를 뜻하는 말로 숫자 1이 혼자인 사람처럼 외로워보여서 1993년 난징대학교 남학생들이 애인이 없는 남학생들끼리 모여서 술을 마시면서 외로움을 달래보자고 시작한 날이 11월 11일 인데 현재 알리바바의 회장(마윈의 계승자)인 장융이 솔로들은 쇼핑을 통해 솔로의 외로움을 뛰어넘자고 한 마케팅이 광군절의 시작입니다. 

 

온라인 쇼핑몰인 알리바바의 티몰로부터 시작된 광군절은 엄청난 중국인구와 맞물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의 매출을 오래전에 넘어섰고 현재는 오프라인도 온라인처럼 대규모 할인행사를 하곤 합니다. 전체매출의 70%가량은 모바일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어서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행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어떤 행사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모이도록 만드는 명분을 주는 것(마케팅)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광군제의 명분-스토리-(솔로들은 쇼핑으로 솔로의 외로움을 풀자)는 훌륭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현재 벌어지는 우리나라의 각종 할인 행사들이 조금 아쉽습니다.

 

사람들이 기억할까요? 현재 그 행사들에 대한 홍보 마케팅은 대부분 코리안 블랙프라이데이(우리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따라서 할인 많이 할거야)가 끝입니다. 마케팅의 핵심은 우리가 타깃으로 삼는 사람들을 모으는 것 아니겠습니까? 

 

세일의 명분과 스토리

이 관점에서 보면 알리바바의 광군절 마케팅은 너무나 훌륭했습니다. 싱글이라서 11월 11일날 쇼핑을 하면서 어쨌든 외로움을 잊어보자라고 생각한 사람도 정말 많았을 것 같고, 그것을 이용한 브랜드들도 너무나 많아서 굳이 쇼핑몰이 따로 광고나 홍보를 하지 않아도 매출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거지요.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블랙프라이데이 짝퉁 행사들이 성공하지 못한것은 이 이유가 가장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준비가 부족해서 할인을 많이 할 수 없는 구조를 벗어나지도 못했지만 각자의 타깃들이 그 행사에 모일 명분(스토리)을 만들어주지 못해서 사람들 각자가 기억하지도 못했구요. 사람들 마음속에 남아있는 소비를 많이 하면 죄가 된다는 낭비에 대한 죄책감을 없애주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스토리 없이 설계한 우리나라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들이 성공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물론 할인율 문제도 있겠지요. 한 90%할인하면 팔리기는 하겠지만 각 제조업체들이 손해를 보면서 할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제조 마인드 버려야


2019년은 예전과는 좀 다르긴 합니다. SSG닷컴의 쓱데이부터 11번가의 11절이나 오프라인에서도 진행 중인 롯데의 할인행사, 각 대형 마트(홈플러스,이마트 등)의 페스타들은 할인율부터 진행하는 시점까지 보면 업체들이 준비를 많이 한 것처럼 보이긴 합니다. 

 

그래도 역시 아쉬운 것은 통합해서 시너지를 만들기 위한 스토리 메이킹이 없다는 것이지요. 이점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라 다른 면에서도 약하긴 합니다. 우리는 마케팅을 우리가 인위적으로 알리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니까 비용도 많이 들고, 효과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스토리를 만들어야 시작할 때도 쉽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서 이야기를 연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

 

어쨌든 올해를 계기로 명분을 만들어 주는 일에 더 힘을 쏟다보면 내년이나 그 후년은 이전까지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제 그만 제조 마인드를 던져 버려야 합니다. 

 

우리도 스토리 있는 행사를 만들어 우리의 모든 고객들이 모일 수 있었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고객은 더 이상 우리나라 사람들만은 아니니까요. 이 세상에 K패션을 사랑하는 전세계 사람들이 모두 우리의 고객이니까요. ​ 

경력사항

  • 前)삼성물산 남성복 사업부 사업부장
  • (前)삼성물산 갤럭시/란스미어 BM
  • (前)삼성물산 엠비오/빨질레리 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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