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아 세인트 클레어’라는 저널리스트가 있습니다. 2년 전에 국내에 소개된 ‘컬러의 말; 모든 색에는 이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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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부의 提言 / 서인각

상상력과 끝없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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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인각 前 삼성물산패션부문 남성복사업부장 (fpost@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4월 27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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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아 세인트 클레어’라는 저널리스트가 있습니다. 2년 전에 국내에 소개된 ‘컬러의 말; 모든 색에는 이름이 있다’라는 책을 쓴 작가인데 얼마 전에 그의 다른 책이 국내에 소개됐습니다. 

 

‘총보다 강한 실’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일종의 직물 역사서라고나 할까요? ‘실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였나’라는 부제로 ‘인류의 시작, 산업의 발전, 불평등과 착취, 과학의 진보, 인간 한계의 도전, 그 모든 자리에 있었던 실의 역사’ 등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직물들이 어떻게 탄생해서 어떤 역사를 가지고 지금까지 움직여 왔는지를 인류의 역사발전과정과 같이 되짚어보는 아주 독특한 인문역사서입니다. 

 

우리는 역사를 배우는 과정에서 이미 직물이 움직였던 역사의 사례들을 배운바 있긴 합니다. 산업혁명의 기본 틀을 이룬 면 방적기와 방직기의 발명은 증기기관의 발명 때문에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 당시를 다룬 책이나 영화에서는 너무나 많이 등장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뿐만 아니라 일종의 공식용어가 되어버린 ‘실크로드’같은 단어도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직물의 발전과 변화가 인류역사의 큰 변화를 일궈냈기 때문에 이 책의 영어 원제도 ‘How Fabric changed History’로 되어 있습니다. 

 

‘정글의 법칙’이라는 TV프로는 최근 방송에서 필리핀의 원시 부족중 하나인 ‘바탁족’마을을 방문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알았을까?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게스트들은 족장인 김병만과 함께 먹을 음식과 잘 곳 등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번 에피소드 역시 물고기를 잡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다른 에피소드에서처럼 처음에는 작살이나 낚싯대 등을 이용하려 하지만 바탁족 부족장의 도움으로 독이 있는 풀을 물에 넣어 물고기를 마취상태로 만들어 사냥에 성공합니다. 그 에피소드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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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법칙에서 독초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바탁족>

  

‘그 풀이 독초라는 것을 처음에는 어떻게 알았을까? 분명 누군가는 실험을 해봤을 텐데…’라는. 대부분의 지식은 누군가 해 본 사람으로부터 배우던가 아니면 책이나 지금의 유튜브 같은 곳을 통해 따라해 보면서 습득하게 돼지요. 하지만 그런 것들이 없는 공간에서는 독초라는 정보를 어떻게 얻었을지 쓸데없이 궁금해지더군요.

 

우리가 별 의심 없이 사용하는 직물의 시작도 마찬가지겠지요. 이 책의 처음부분에는 우리가 역사책에서 배운 동물들이 그려져 있는 벽화가 발견된 고대의 동굴에서 함께 발견된 직물의 조각이야기가 나옵니다. 뿐만 아니라 돌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원시시대의 직기 이야기도 소개됩니다. 

 

한번 생각해봅시다. 각종 짐승들의 털이나 가죽을 얼마든지 이용해도 되는데 한 번도 해본적 없는 재료를 사용해 실을 만들고 또 그걸로 직물을 만들어 내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아니 몸이 힘든 것을 떠나서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더 그들을 힘들게 했을 것 같습니다. 

 

보면서 따라 할 것이 있는 것도 아니었을 테니 더 그렇지 않았을까요? 다행히도 지금까지 남아있는 원시의 재료들은 후손들로 하여금 많은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들고 있습니다. 

 

수많은 시도와 실패

책을 읽으며 여러 생각들을 했습니다. 왜 그런 짓을 했을까? 그냥 가지고 있는 짐승의 가죽들을 이용해도 되는데 한 번도 안 해본 식물을 이용해서 실을 뽑아내고 그걸로 직물을 만들고 마침내는 지금 우리가 의복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들을 만들어내는 힘든 일을 왜 했을까? 이런 궁금증이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물론 여러 가지 역사서에서처럼 예술적인 창의성이었을 수도 있고요, 의복을 이용해서 지위를 나타내는 고대의 개념이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들을 단순히 그런 막연함으로 결론내리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군요. 물론 역사적인 지식으로 해석하고 싶은 생각도 없긴 합니다. 

 

어렸을 적 문익점의 일화를 배운 것을 다들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목숨을 걸고 남의 나라에서 목화씨를 빼내왔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요. 목화를 가지고 면을 생산한다는 것을 고대인들은 어찌 알았을까요? 수많은 시도가 있었을 것이고 또 그 만큼의 실패도 있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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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농가에서는 명주실을 얻기 위해 누에를  많이 길렀다.>

 

지금 우리들은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만약 우리 중 누군가가 그 시대로 돌아간다고 한들 양모에서 울을 만들어 내거나 목화에서 면을 만드는 것, 또는 누에에서 실크를 만들어내는 것 등을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 메커니즘을 정확히 아는 사람도 별로 없거니와 기계장치 없이 오로지 노동력만으로, 그 어떤 필드 매뉴얼도 없이 만들어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입니다. 

 

역사가 시작된 이후 아주 오랫동안 직물 생산은 여자들과 아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일처럼 인식되어 오기도 했으나 가정 경제를 지키는 버팀목 역할을 했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본격적으로 기계 산업이 발달하고 자동화가 시작된 이후 그리고 천연섬유가 인공적인 합성섬유의 발명으로 대체된 후에는 착취가 더욱 심해졌고 인간의 상상력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상상력은 도전의 원동력

이 책에는 마다가스카르 거미에서 나온 거미줄로 만든 직물 이야기도 나옵니다. 우리가 읽은 판타지 소설, 심지어는 해리포터에도 등장하는 거미 아라크네는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직물을 만드는, 베짜기의 명수였다고 합니다. 그녀는 여신 아테나와 베 짜는 시합(길쌈 시합)을 하다가 여신을 이기고 저주를 받아 모든 거미의 원조가 되었다고 하지요. 

 

 <여신 아테네와 베짜기 대결을 펼치는 아라크네>

  

신화에까지 등장할 정도로 직물과 원단을 만드는 일은 인류가 생긴 이후부터 시작된 무척이나 오래된, 인간 고유의 작업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런 인간의 상상력과 끝없는 도전으로 시작됐던 우리에게 익숙한 직물과 의복의 시작은 오히려 과학기술의 발전이후 어쩌면 쇠퇴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제는 인간의 상상력보다는 과학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쉽고 편하게 모든 것들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끝없이 합성섬유로 인한 노동착취나 환경훼손 등이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코로나가 아직도 잠잠해지지 않은 지금 이런 책도 한번쯤 읽어 볼만하지 않나 싶습니다. 직물의 발전과정과 어쩌면 과학을 통한 ‘끝판왕’일지도 모를 우주복에 대한 이야기까지 우리가 모르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지금이 오기까지 어떤 식으로 섬유와 의복이 전개되어 왔는지 그리고 현재 내가 하고 있는 분야는 어떠한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상상력과 끝없는 도전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필요한 인류의 자세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 될 것입니다.​ 

경력사항

  • 前)삼성물산 남성복 사업부 사업부장
  • (前)삼성물산 갤럭시/란스미어 BM
  • (前)삼성물산 엠비오/빨질레리 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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