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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랜 경험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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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인각 전 삼성물산패션부문 남성복사업부장 (fpost@fpost.co.kr) | 작성일 2019년 04월 08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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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25일 한 일간지에는 ‘올 여름 비키니, 래쉬가드 가고 모노키니 온다’라는 제목으로 기사하나가 실렸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급속도로 신장한 래쉬가드의 판매가 전년대비 약 20%정도 감소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역신장의 가장 큰 이유가 바캉스의 트렌드가 바뀌었고 그에 따라 착장하는 방식도 변했다고 그 신문은 보도했습니다. 한국패션협회의 전문가 리포트는 이 현상을 이미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야기한바 있습니다. 매 시즌 마다 래쉬가드의 검색량이 떨어지고 있으며 심지어 올해는 그 검색량이 전년대비 50% 이상 떨어졌다는 설명도 덧붙이고 있습니다.


래쉬가드 업체는 통상적인 상품기획 방법으로 전년도 판매 데이터를 참조하고 날씨가 더워진다는 예보를 바탕으로 기획량을 늘렸는데 실제 사회적인 움직임은 우리가 알던 것과 반대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2019년 봄제품 판매가 이제 막 시작되고 아직 충분한 매출 데이터가 나오지 않았을 시점이지만 선기획까지 생각하면 이미 몇 개월 전 2020년 춘하 시즌 준비는 시작되었다고 봐야겠지요. 이렇게 각종 연구기관이나 전시회를 통해 얻어진 지식으로 시즌 준비와 동시에 상품기획자들은 경영계획에 맞추어 각 복종별 생산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이 때 가장 큰 베이스가 되는 것들은 과년도 판매 데이터들과 그들의 경험입니다. 본격적으로 시즌 준비에 들어가면서 매장 점주들이 참석하는 품평회를 거칠 때에도 각 점주들이 상품을 판단하는 근거는 본인들의 매장에서 팔렸던 예전의 실적들이나 과거의 경험이 바탕이 됩니다. 


모든 프로세스가 끝나고 경영진에게 보고하는 시점이 왔을 때에도 그들이 제품이나 계획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과거의 데이터는 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그리고 그 지점부터 미래의 예측이나 전략적판단과 과거의 데이터와 경험은 충돌하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의 관행을 보면 과년도 데이터나 오랜 기간 상품기획을 하신 분들의 경험이 차년도 상품기획의 바탕이 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은 아직도 틀렸다고 하기가 어렵습니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 한다는 게 너무 어렵고 그것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어려울 때는 당연히 눈에 보이는 것들이 중요하게 여겨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은 과거에 변화하던 속도로 변화하지 않습니다. 선형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계속 점프를 하고 그 양상도 너무나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익숙하게 들어왔던 “내가 아는데 말이야”라거나 “내가 기획을 할 때는 이랬어” 라는 말을 하고 있다면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없습니다.


‘츠타야’를 세운 ‘마쓰다 무네야키’ 는 그의 저서 ‘지적 자본론’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기업활동의 본질은 창조다’, ‘기업은 모두 디자이너 집단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기업은 앞으로의 비즈니스에서 성공을 거둘 수 없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일본의 옛詩를 이야기합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아스카 강도 어제의 연못이 오늘은 여울이거늘”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왔던 지식이나 경험이 과연 일 년 후의 또는 한 달 후의 우리의 미래에 또는 우리의 비즈니스에 아직도 유용할까요? 


그것들의 지분이 과거의 우리가 늘 하던 기획 방식 처럼 미래를 예측하는데 충분한 숫자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2018년 겨울 롱패딩의 기록적인 실패가 말해주듯이 <물론 기후의 영향도 없지는 않았겠지만> 과거의 데이터나 경험이 최근의 불확실한 미래에서 성공을 담보 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미 우리는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 어려운 중에도 새로운 경량 롱패딩을 선보여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인 성공을 이룬 ‘노스페이스’처럼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은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특정 분야에서 지식을 쌓으면 이미 존재하는 지식의 포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쌓아 놓은 지식이나 경험이 부정당하다는 건 어쩌면 지금까지의 내 인생이 부정당하는 것과 같기에 오랜 경험을 가지신 분들이 변화에 적응하고 자신의 경험을 부정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부터의 세상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세상이 아닙니다. 이제는 과거의 경험이나 숫자로 예측 가능한 범주를 오래전에 벗어나 버렸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나 지겹도록 들었던 창의성, 그리고 목표를 위한 전략적 판단이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버렸습니다.


문제는 경영진들을 포함한 각 업체의 의사결정자들이 이미 과거 데이터 분석이 단지 참고자료가 되어 버린 지 오래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정성적이고 불확실한 예측보다는 지금까지의 나의 경험과 과년도 데이터 분석이 훨씬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애덤 그랜트’는 그의 저서 ‘오리지널스’에서 라이스대학교의 에릭데인 교수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되면 우리는 가장 먼저 직관적으로 새로운 것을 거부하게 되고 생소한 개념이 실패할 이유를 찾게 된다. 전문성과 경험이 깊어질수록 세상을 보는 특정한 방식에 매몰된다”


그가 말한 ‘오리지널스’, ’독창성’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경험을 얘기하기보다는 변화하는 미래에 대한 열린 도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IMF나 금융위기를 헤쳐 나온 나의 경험은 더 이상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 유효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특정분야에 대해 보통정도의 전문성이 있을 때 과감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가장 열린 사고를 지니게 된다는 ‘애덤 그랜트’의 말은 과거의 경험과 그를 통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경험 많은 전문가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슬프게도 나의 오랜 경험은 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시대에 와버렸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새로운 미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할 거라는 걸 부인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또 다른 롱패딩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기업 활동의 본질이 과거의 영광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걸 알고 새로운 것을 거부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깨닫고 나면 그때서야 만능 해결사처럼 여겨졌던 과거의 영광스런 경험에 매몰되는 걸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경험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경력사항

  • 前)삼성물산 남성복 사업부 사업부장
  • (前)삼성물산 갤럭시/란스미어 BM
  • (前)삼성물산 엠비오/빨질레리 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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