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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회사는 어떤 모습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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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인각 前 삼성물산패션부문 남성복사업부장 (morgen22@naver.com) | 작성일 2020년 10월 12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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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겨울, 그러니까 2019년이지요. 막 코로나가 중국에서 시작되었을 즈음,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가 있었습니다. ‘포드 V 페라리’라는 영화가 바로 그것인데요. 아마 지금도 많은 분들이 기억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자동차가 소재가 되어 나온 영화는 꽤나 많았었지요. 두 라이벌의 대결을 그린 ‘러쉬’, 그리고 어렸을 적 만화로 처음 접했던 그 유명한 ‘이니셜 D’, 자동차가 소재는 아니었지만 액션의 주요 소재로 사용된 ‘FAST & FURIOUS’나 ‘데스 레이싱’ 등이 최근에 나온 유명한 영화들입니다. 

 

물론 ‘포드 V 페라리’에서도 자동차 경주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거기서 누가 우승하느냐가 주된 내용은 아니었지요. 포드라는 자동차회사는 어렸을 적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자동화라는 것을 처음 시작한 곳입니다. 페라리는 음, 뭐랄까,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언젠가는 한번 몰아보고 싶은, 우리가 몸담고 있는 패션으로 치면 명품이라 불리는 그런 종류라고 할까요. 포드와 페라리는 너무나 극과 극인 브랜드인 것이지요. 그래서 영화를 보기 전에는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포드 V 페라리

잘 알다시피 포드는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이고 페라리는 이태리의 자동차입니다. 미국 자동차하면 우리에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요. 좀 덩치가 크고 무겁고…. 뭐 그런 거 아닌가요? 픽업이 대세인 미국땅에서는 모르겠지만 ‘내가 돈 벌어서 저걸 꼭 사야지’와 같은 느낌은 아닌 거 같습니다. 포드의 경영진들도 이런 분위기를 알고 있었는지 젊은이들에게서 자꾸 멀어지는 자사 판매를 올리기 위해 페라리를 인수하려고 하죠. 이 즈음에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익숙한 인물이 영화에 등장합니다. 마케팅 담당으로 나오는 ‘리 아이아코카’가 바로 그 인물입니다. 

 

페라리의 주인이었던 엔조 페라리와의 의견충돌로 인수를 실패하고 포드는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유명했던 르망 24라는 자동차경주에 출전해서 페라리를 눌러버리려고 합니다. 포드사의 오너인 헨리포드 2세는 미국인 최초로 1959년에 르망을 제패한 캐롤 셸비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셸비는 심장질환으로 레이싱을 은퇴하고 셰비 아메리칸이라는 튜닝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레이싱을 하지 않고 켄 마일즈라는 레이서를 포드사에 소개합니다. 

 

이때부터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들이 계속 등장합니다. 포드의 경영진은 페라리를 이기려 하기보다는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인 캔 마일즈를 대회에 출전시키지 않으려고 합니다. 더 이상 자세하게 영화이야기를 하면 스포가 될 수 있어서 영화줄거리는 이정도로 끝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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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후 지금의 그들은?

이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입니다. 그 후로 50년이 훨씬 더 지났지만 지금의 포드와 페라리는 어떨까요. 포드는 페라리를 넘어섰나요? 아니면 유사한 이미지에라도 도달했나요? 

 

남자들이 집안을 말아먹는 3대 취미가 있다고들 합니다. 자동차, 시계, 오디오가 바로 그것인데요. 이 중에서 오디오는 말 그대로 취미라 할 수 있지만 자동차나 시계는 취미라기보다는 생활필수품이 되어버린 지 오래지요. 물론 지금은 휴대폰으로 시간을 보기 때문에 시계도 안차는 사람이 많긴 하지요. 하지만 자동차는 점점 더 남자만이 아닌 가족들의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충분한 여유가 주어진다면 차를 바꿀 때 ‘포드’나 ‘미국차’로 선택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국내 대부분의 운전자들이라면 머리속에 들어있는 브랜드는 독일차 또는 유럽의 차들이 아닐까요. 

 

영화는 영화일 뿐 사실과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흔히 말하는 ‘포디즘’ 그리고 컨베이어벨트로 대표되는 대량생산 시스템의 대명사인 ‘포드’와 장인정신으로 승부하는 ‘페라리’를 마치 적군처럼 등장시킨 이 영화는, 누가 레이싱에서 우승했느냐 보다는 등장하는 사람들의 드라마가 더욱 극적으로 표현된 영화였습니다. 

 

결승선에 도착했지만 우승을 뺏긴 켄 마일즈를 보며 경의를 표하는 ‘엔초 페라리’의 모습은 자기편임에도 불구하고 온갖 방해를 하는 포드의 경영진과 극명한 대비를 이룹니다. 지금의 포드와 페라리의 명성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느 지점에서 달라졌는가를 극적으로 표현하는 장치입니다. 

 

실제로 1966년 르망에 엔초 페라리는 직접 참관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영화적인 허구인 셈이죠. 헨리포드 2세 역시 영화에서처럼 멍청하고 무능한 경영자는 아니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의 자동차회사들이 휘청거리고 파산하거나 타 회사에 합병당할 때에도 포드사는 마치 기다렸듯이 브랜드를 정리하고 위기를 기회삼아 금융위기가 끝나가던 2010년에는 최대의 이익을 거두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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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느 길을 가고 있습니까?

두 회사는 가는 길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른 회사라서 영화적으로 해석된 이야기만 가지고 누가 옳다 그르다를 논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포드가 1966년부터 르망에서 우승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니까 그 후 두 브랜드의 이미지가 어떠한가를 생각해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케이블에서 방영하는 CSI 같은 미드를 보면 포드는 미국의 경찰들이 타는 차량으로 많이 등장합니다. 그에 반해 페라리는 미드나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아주 돈이 많은, 또는 주인공들의 로망이 되는 차량으로 등장을 하곤 합니다. 지금은 옷이나 가방을 자신의 형편에 맞춰 사고 있지만 언젠가는 꼭 사고 싶은 것이 ‘에르메스’나 ‘샤넬’인 것과 다른 점이 있나요.

 

모든 브랜드가 ‘에르메스’가 가는 길을 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회사에 하나정도는 일반 소비자들의 로망이 되는 브랜드가 있다면 정상적인 상황 뿐 아니라 올해 같은 경영위기가 닥쳤을 때에도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명 블로거 H씨는 이 영화를 보고 이런 글을 썼습니다. ‘드라이버의 명예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헨리포드 2세와 자신의 팀을 박살내버린 켄 마일즈에게 경의를 표한는 엔초 페라리. 이런 경영진의 차이가 지금의 포드와 페라리를 만들었다. 이 영화의 진정한 승자는 엔초 페라리가 아닐까?’ 그러면서 또 이렇게 얘기합니다. ‘헤리티지는 프라이드와 그 프라이드에 대한 리스펙트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들의 회사는 어떤 모습입니까? 아마 대부분의 회사는 페라리처럼 되고 싶긴 하지만 지금 포드의 길을 가려고 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포드가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게 한  정책을 알고는 있을까요? 옳다 그르다 이전에 가야할 길을 정확히 정해놓고 그 길로 명확히 가고 있나요? 자존심 때문에 켄 마일즈를 뭉개버린 영화의 포드 부회장 같은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집콕으로 나가지 못하는 요즘, 이제 영화관에서도 내려왔고 블루레이도 발매가 되었으니 집에서 조용히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 회사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보는 시간들을 가지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영화적으로도 매우 재미있습니다).​ 

경력사항

  • 前)삼성물산 남성복 사업부 사업부장
  • (前)삼성물산 갤럭시/란스미어 BM
  • (前)삼성물산 엠비오/빨질레리 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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