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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世紀少年의 울트라리스크/이학림

마스크는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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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학림 스트리트캐주얼 ‘FLUX’ … (fpost@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3월 09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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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스크' 한 장면>

 

 오래 전에 재미있게 봤던 영화 ‘마스크’의 주인공 스탠리는 단조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은행원이다. 그는 우연히(라고 쓰고 필연으로 읽는다) 고대의 유물인 마스크를 손에 넣게 된다. 

 

영화와 신화 속, 힘의 원천이자 매개체

이 마스크에는 신비로운 힘이 있어서, 마스크를 쓴 사람은 초인적인 힘을 가진 불사의 몸이 된다. 이후 스탠리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며, 그 힘을 이용해서 악당들과도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지금 보기엔 너무 뻔하고 유치한 내용이지만, 1994년 개봉 당시에는 짐 캐리의 열연에 힘입어 북미에서만 1억 2천만 달러, 전세계적으로는 2억 3천만 달러의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모치즈키 미네타로의 1995년작 ‘드래곤 헤드’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드래곤 헤드는 멸망해버린 일본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생존기를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만화다. 

 

초반 생존자 중 한 명인 노부오는 매우 소심하고 약한 학생으로 묘사되지만,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과 터널 속 어둠의 공포로 인해 정신이 붕괴되면서 완전히 다른 성격으로 바뀐다. 그가 달라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얼굴과 몸을 뒤덮은 기괴한 분장이었다. 

 

이처럼, 마스크를 쓰거나 분장 등을 통해 원래 자기 모습과는 다른 초자아를 갖게 된다는 주술적인 의미에서의 자기 방어적 콘셉트는 인류 문화권에서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공통적으로 흔히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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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한 장면​>

 

 

장난의 신이자 불의 신인 로키가 계속 말썽을 피우자 오딘과 토르가 벌을 내려 그를 가면 속에 가두었다는 북유럽 신화, 선조들의 영혼이 깃든 가면을 쓴 자는 선조들의 보호를 받게 된다는 아프리카의 미신, 영화 ‘브레이브 하트’ 속 스코틀랜드 전사들의 페이스 페인팅이나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의 워보이들이 용기를 갖기 위해 입 주위를 크롬으로 떡칠하는 장면 등. 인류 문화에서 마스크는 언제나 원래의 모습이 갖지 못한 강한 자아를 현실화해주는 매개체로 존재해왔다. 

 

강하면서도 예뻐야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마스크는 앞서 언급한 주술적 성격과는 별개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수단으로도 역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우리에게 익숙한 슈퍼 히어로들의 복장들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저 유명한 루이스 설리반의 ‘Forms follow function(형태는 기능을 따른다)’이라는 철학에 철저하게 역행하는 수많은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대체 배트맨의 마스크에 귀가 봉긋 솟아 있어야 할 이유는 무엇이며, 구태의연한 망토는 왜 두르고 다니는지, 온 몸을 방탄 갑옷으로 둘러놓고 눈과 입은 뚫어 놓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아이언맨의 수트가 도대체 왜 붉은색과 금색이어야 하는지, 또 아크 원자로 모양이 왜 원형에서 세모 형태로 바뀌는지, 또 하필 그것이 가장 공격당하기 좋은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가면 역시 실질적인 기능과는 전혀 관계없이 때로는 오히려 기능에 방해가 됨에도 불구하고, 시각적으로 멋있으니까 그것으로 충분한 듯 보인다. 인류 역사 속의 가면들은 보기에 아름다워야 한다는 암묵적인 공식을 항상 따른다는 점에서 ‘강함’과 ‘아름다움’간의 묘한 상관관계를 음미해볼 수 있다.  

 

코로나 판데믹 

2019년 1월 19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불과 한 달 반이 지나는 동안 대한민국은 정치적인 갈등부터 인종차별에 종교문제까지 뒤섞이면서 혼란 그 자체를 경험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확진자 수를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정체 모를 바이러스가 언제 어떻게 내 몸에 들어올지 아무도 모른다는 무지의 공포가 주는 압박감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른바 ‘마스크 대란’은 사람들이 단순히 어디서 날아들지 알 수 없는 타액을 막기 위한 수단 이외에도 앞서 언급한 ‘마스크’가 갖고 있는 역사 속의 의미들과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섣부른 판단일지 모르지만, 마치 매일 청바지만 입던 사람이 수트를 입고 나면 평소와 행동이 달라지듯이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쓰지 않은 사람들과는 다른 눈빛을 한다는 것을 최근 깨달았다.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그리고 최선의 대비책은 준비됐다는 듯한 표정이랄까? 

 

심지어 가장 필터링이 강력하다는 KF94(이런 용어까지 기억하게 되다니 코로나가 대단하긴 하다)급의 마스크를 쓴 이들에게는 영화 배트맨에 등장하는 빌런인 베인(Bane)이라도 된 것 같은 알 수 없는 강력한 전투력마저 느껴진다. 

 

“올테면 와봐”라고 말하는 듯한, 그리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마스크 특성 때문에 더더욱 도드라져져 보이는 일그러진 표정은 그들의 결연한 태도를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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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불편한 진실

얼마 전 본사에서 우연히 마스크를 얻었다. 일반적인 흰색과 검정색의 마스크와는 달리 회색 기능성 원단으로 만들어진 이 마스크는 보건용이 아닌 빨아서 재사용이 가능한 미세먼지용 마스크이다. 물론 키트에는 필터가 들어있어서 KF80급의 필터링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필자가 받은 것은 생산 중에 살짝 문제가 있어서 납품이 되지 못한 것들로 필터는 없었다.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던 얼마 전, 어머니께 이 마스크를 드렸다. 어머니는 마침 회색 옷에 쓸 마스크를 찾고 있었는데 원단이 회색이라 너무 고급스럽다고 하시면서 무척 만족스러워 하셨다. 

 

또 부직포로 된 마스크는 바이러스가 차단이 된다고는 하지만 오래 착용하면 피부 트러블이 생기기도 한다면서, 이렇게 디자인에도 신경 써서 만든 마스크는 당연히 기능적으로도 훨씬 좋지 않겠냐고 하셨다. 자랑스러운 아들이 없어서 못 구하는 고급 마스크를 선물해서 코로나 걱정은 없겠다는 자랑까지 덧붙이셨다. 

 

물론 어머니께 사실은 그 마스크엔 필터가 꼭 붙어야 기능을 제대로 하는데 필터는 구할 수가 없었고, 결과적으로 그 마스크는 그냥 천 쪼가리를 걸고 다니는 것과 하등 다르지 않다는 진실을 말씀드리지는 않았다. 

 

어머니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차단해주는 고급 마스크를 착용해서 오늘도 아무 문제없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자신 있게 현관을 나가셨다. 어쩌면 모두가 힘든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백신이 아니라 곧 모든 것은 되돌아갈 것이며 우리는 그때까지 아무 일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지 않을까.​ 

경력사항

  • 現 ) 스트리트캐주얼 ‘FLUX’ director
  • 前 ) 서울패션위크 Generation Next Seoul 참가
  • 前 ) 20th Century Forgotten Boy Band 디자이너
  • 前 ) Parsons the New School For Design, Men's wear B.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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