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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世紀少年의 울트라리스크/이학림

왜 양키스는 항상 이기는지 알아 프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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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학림 스트리트캐주얼 ‘FL… (fpost@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5월 25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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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영화 ‘Catch me if you can’에는 아주 인상적인-동시에 어쩌면 이 영화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조차 하지 못할-장면 하나가 있다. 

 

사기로 성공한 사업가인 프랭크의 아버지는 영화 초반에 크게 사업에 실패하고 이혼까지 당하게 되는데, 어느 날 그는 아들 프랭크를 깨워 급히 가야할 곳이 있다면서 “검정색 정장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정장을 구하기 위해 아직 문을 열지도 않은 옷가게에 들러 정장을 구해 아들에게 입히고, 고급 승용차를 빌려 아들에게 기사역할을 시키면서 은행 앞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한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 프랭크는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죠?”라고 묻자 프랭크의 아버지는 이렇게 되묻는다. 

 

“프랭크, 너는 양키스가 왜 항상 이기는지 알아?” 뜬금없는 질문에 프랭크는 잠시 생각하다가, “미키 맨틀(당시 양키스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이 있어서요?”라고 대답하지만,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한다. “아니. 그건 바로 다른 팀 선수들이 양키스의 너무 멋진 줄무늬 유니폼에서 눈을 뗄 수 없기 때문이야. 저기 체이스 은행장이 나를 모시러 나오는 거 보이지?”

 

물론 이 장면 직후의 장면은 체이스 은행에 들어선 아버지가 은행장으로부터 신용문제로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는 다소 냉소적이고 현실적인 장면으로 연결되니, 프랭크 아버지 말대로 양키스가 언제나 이기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드레스 코드

우리가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반복적으로 보아온 익숙한 장면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미국의 파티 장면인데, 미국인들은 파티의 종류나 규모와 관계없이 여성들은 이브닝드레스를, 남성들은 턱시도 차림을 하는 것이 ‘당연한’ 룰이다. 그리고 이 불문율은  공식적인 성인들의 파티에서 뿐 아니라 고등학생들의 졸업 행사인 PROM(Promenade Dance의 약어), 나아가 초등학생들의 졸업파티에서도 여전히 지켜지고 있다. 

 

실제로 타임스퀘어나 소호같이 금요일 밤에 많은 파티가 열리는 뉴욕 이곳저곳을 다니다보면, 마치 레드카펫 행사를 보는 것처럼 과하고 거추장스러운 차림의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여성들과 다소 과할 정도의 모자와 턱시도까지 차려입은 남성들이 잔뜩 모여 파티를 즐기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은 대단히 보수적인 나라

흔히 우리는 미국을 자유롭고 개방적인, 그래서 대단히 진보적인 사람들이 사는 나라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동시에 한국을 대단히 보수적인 사람들이 사는 나라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꽉 막힌 ‘참꼰대’ 80%와 누구보다 진보적인 15%, 그리고 이 세상을 뒤집어 엎어버리겠다는 미치광이 5%로 이루어진 국가다.

 

한 예를 들어보자. 

한국에도 어느덧 파티문화가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리고 한국의 파티들은 절대적으로 미국의 영향을 받은 문화이다. 그런데 한국의 파티가 미국과 다른 것은, 한국의 파티에 이브닝드레스와 턱시도는 ‘절대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청바지를 입어도 좋고, 칵테일 드레스가 아니어도 상관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엔 회사에서 입고 있던 옷차림 그대로 오기도 하고, 반바지를 입거나 샌들을 신고 파티에 참가하기도 한다. 드레스코드를 전혀 지키지 않는 본인도 어색하게 느끼지 않을뿐더러, 다른 이들도 대부분은 그것을 매너 없음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미국인들은 구태의연할 정도로 ‘룰’을 지키고, 한국인들은 그 룰을 벗어나는데 아무런 거리낌을 느끼지 않는 것일까? 

또 한 가지의 예를 들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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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이 가장 놀라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반찬 문화’다. 메뉴 하나를 시키면 적게는 한두 가지부터 많게는 열 개 가까운 반찬이 나온다는 것에 놀라는 장면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미국 친구들에게 한식을 대접하면서 대화하던 중, 우리에겐 너무 익숙하지만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는, 미국인들이 한식에 대해 느끼는 한 가지는, 바로 ‘변주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한국의 음식은 밥+국+김치라는 기본 매뉴얼은 주어지지만, 그 다음부터는 함께 주어진 반찬들과 요리를 자기만의 방식과 개성에 따라 조합해서 맛있게 먹는 것 외에는 아무런 규칙이 없다. 

 

밥에 김을 싸먹어도 좋고, 그 밥에 나물이나 김치를 올려서 싸먹어도 괜찮으며, 삼겹살을 깻잎 위에 놓고 그 위에 마늘을 올려서 고추장을 넣어 먹어도 좋고, 그 다음번엔 상추에 밥을 올리고 구운 김치를 올린 후 그 위에 쌈장을 올려 먹어도 좋다. 

 

즉, 한식의 가장 큰 매력은, 먹을 때마다 자기가 방식을 정하고, 그 방식과 순서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텍스쳐가 달라지고 감성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즉, 매 숟가락마다 변주가 가능하다는 이 독특함은 어느 나라 음식문화에도 존재하지 않는 메커니즘이다. 

 

그래서 한식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은 필연적으로 “어떻게 먹는지 알려 달라”라고 묻게 된다. 그게 그들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것들을 적당히 알아서 함께 먹든 따로 먹든 네 맘대로 먹으면 된다”는 공식을 알려준 후에 필자의 한 친구는, 한식을 “레고 같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예를 더 들어보자. 

 

서양인들은 1962년 이후로 과연 피자에 파인애플을 올리는 것이 올바른 행위인가에 대한 논쟁을 아직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답이 제대로 나오기도 전에, 한국인들은 그들에게 묻지도 않고 겁도 없이 피자에 옥수수와 감자를 올리고 고기 덩어리나 치킨을 올리기도 하고, 도우 사이에 고구마를 넣거나 치즈를 넣는 무지막지한 시도를 마구 해대고 있다. 또 피자를 피클과 먹거나 갈릭소스에 찍어먹는 등, 피자의 본고장 사람들은 꿈에서도 생각해본 적 없는 무시무시한 짓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심지어는 그걸 상품화까지 하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피자 위에 엔초비까지 올려 먹는 사람들이 옥수수나 감자를 올려 먹는 것이 도대체 뭐가 놀라운 일인지 모를 법도 하지만, 그들로서는 놀라 뒤로 자빠질 법 한, ‘상식을 뛰어 넘는 시도’인 셈이다. 차라리 파인애플을 올리는 것은 상식적이라고 할 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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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마스크를 절대 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심지어는 마스크 공장을 방문하면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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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진보적인 국가라는 사실

물론 위에 언급한 단적인 몇 가지만을 가지고 한국인들의 성향을 이야기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외에도 수많은 경우에서 사실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달리, 대단히 진보적이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대표적으로 한국어는 글자를 조합해서 사용하는 언어이며, 단어를 어떻게 조합하거나 왜곡하느냐에 따라 단어에 감정이 들어가고, 같은 단어라 해도 뉘앙스를 다르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며, 영어권 언어에 비해 훨씬 풍부한 변주가 가능하다. 또 어느 나라에도 없는 ‘비빔밥’이라는, 재료를 뒤죽박죽 섞어 만드는 요리가 있다. 

 

비교하면 할수록 한국은 ‘보수적’이라면 결코 넘을 수 없는 선을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대단히 익숙하고 능숙하다. 즉, ‘비빔밥 문화’는 어쩌면 한국의 모든 문화를 관통하는, 가장 한국적이고 개성적인 한국의 진보적 성향을 보여주는 문화 코드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세계가 바라보는 ‘한국 문화’는 한복이나 판소리같이 우리가 ‘전통 문화’라고 부르는 것들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우리 입맛에 맞게 이것저것 맛있어 보이는 것들을 뒤섞는 과정에서 태어난 새로운 어떤 것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치 K-Pop이 미국 음악을 따라한 일본 음악을 따라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고유의 영역을 만들고 있고,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와 유럽 영화를 뒤섞어 분명히 양분되어 있던 상업영화와 예술영화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기생충’같은 독특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거나, ‘좀비’라는 대표적인 미국 B급 콘텐츠를 조선시대로 끌고 들어와 이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독특한 분위기의-동시에 대단히 한국적인-드라마로 재생산 해버린다던지, 혹은 전혀 한국적이지 않은 치킨과 맥주를 누구나 ‘대단히 한국적인 문화’로 만들어버린 이 모든 것들이 말이다.

 

우리는 이런 과정이 너무 익숙하고 낯설지 않지만, 사실 미국에서 이런 큰 변화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극소수의 괴짜들이 미국 문화를 이끌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미국 사회 자체는 보면 볼수록, 겪으면 겪을수록 변하는 것을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보수적인 사회라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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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World Order 

미국인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이 절대 다수이다. 

 

마스크가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스크가 충분해진다 해도 미국인들이 우리나라처럼 마스크를 쓸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들은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써서 얻을 수 있는 이점들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마스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고정관념이다. 

 

미국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마스크를 절대 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심지어는 마스크 공장을 방문하면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유치할 정도로 마초적인 인물이며, 미국의 마초맨이 마스크를 쓰는 일 따위는 있을 수 없다. 

 

물론 고집스러울 만큼 보수적인 서양권의 사고방식이 부러울 때가 있다. 오래된 도시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오랫동안 비슷한 환경이 유지되고,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유지되고 그렇게 차곡차곡 물건 하나에, 벽돌 하나에 스며들어 있는 역사와 시간들은 부럽기 그지없다. 불과 70여년 만에 폐허에서 시작해 끊임없이 부딪히고 싸우고 맞아가면서 여기까지 억척스럽게 온 우리가 보기엔 부러운 것들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세상은 다시 한 번 뒤집혔고, 새로운 역사가 2020년을 기점으로 다시 써질 수밖에 없는, 세계가 초기화가 되어버린 이 시점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뚝딱뚝딱 새로운 것을 만들기 좋아하며 변덕스럽기까지 한 한국인들의 진보적이고 도전적인 성향은 모두가 똑같이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주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일 수 있다. 

 

만약에 아직도 당신이 인터넷을 뒤져 믹스커피와 설탕과 물을 1:1:1로 맞춰 넣고 한쪽 방향으로 한 시간씩 저어 ‘달고나 커피’를 만들면서 스스로를 보수적이라고 생각한다거나, 아무렇지도 않게 5G망을 사용해 이 글을 읽고 있으면서 스스로를 보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착각하지 마시라. 당신은 이 세상 어느 나라 사람보다도 진보적인 나라에 살고 있고 누구보다 진보적으로 사고하는, 신인류에 가까운 사람이니까. ​ 

경력사항

  • 現 ) 스트리트캐주얼 ‘FLUX’ director
  • 前 ) 서울패션위크 Generation Next Seoul 참가
  • 前 ) 20th Century Forgotten Boy Band 디자이너
  • 前 ) Parsons the New School For Design, Men's wear B.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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