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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世紀少年의 울트라리스크/이학림

당신은 모나리자를 직접 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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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학림 스트리트캐주얼 ‘FLUX’ 디렉터 (haklim.lee77@gmail.com) | 작성일 2021년 03월 22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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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 속의 모나리자는 정확히 이런 느낌>

 

#1. 모나리자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놀라게 되는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우선 루브르 박물관을 빼곡하게 채운 어마어마한 양의 ‘도적질’. 한때 세상을 호령했다는 그들의 자랑은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모조리 털어왔다는 의미임을 깨닫게 된다.

 

또 다른 한 가지는, 그 유명한 ‘모나리자’의 실물 크기가 생각보다 훨씬 아담하다는 것이고, 그 아담한 그림을 바로 앞에서는 볼 수도 없으며, 무엇보다도 365일 내내 수백 명은 족히 될 법한 사람들이 단 1초도 내주지 않고 그림 앞을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10분 정도가 지난 시점이 되면 모나리자를 감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터넷과 해상도 높은 모니터’라는 아주 간단하고도 과학적인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모나리자를 보기는 봤냐고? 물론 보기는 봤다. 대략 20m 밖에서. 

 

#2. 별이 빛나는 밤

루브르 박물관의 주인공이 모나리자라면, 뉴욕 MoMA(The Museum of Modern Art)의 록스타는 어쩌면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일지도 모르겠다. 

 

눈썹이 진짜 없는지는 둘째 치고 눈이 하나인지 두 개인지도 보이지 않는 머나먼 모나리자와 비교해서 정말 가까이에서 그림을 감상할 수도 있고, 사람은 많지만 비교적 빨리 맨 앞줄까지 갈 수도 있어서 그림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전부터 좋아했던 작가의 그림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어떤 고화질의 디스플레이로도 구현할 수 없는 고흐 특유의 힘이 넘치는 강렬한 붓놀림과 오묘한 색감, 그리고 유화 특유의 묘한 냄새까지 처음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직접 봤던 순간의 강렬한 인상은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그런데 모마를 거닐다 보면 발견하게 되는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가 있다. 교과서에서만 접했던, 인류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작가들의 작품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그 많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핸드폰을 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눈으로 직접 보고 느끼기 위해 미술관을 찾아놓고는 눈과 코, 귀가 아닌 핸드폰 화면을 통해서 그것들을 보고 있다니 말이다. 

 

마치 십몇 년 후에 자식이나 친구에게 자랑스레 사진을 보여줄 순간을 위해 이 순간은 포기해도 좋다는 듯이 너도나도 핸드폰으로 작품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문득 실존은 본질에 우선한다던 사르트르의 말이 떠올랐다면 그건 ‘중2병적인 발상’에 불과한 것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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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전시 photo 뉴욕 현대 미술관>

 

#3. 매트릭스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 초등학생들의 운동회에서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경기를 보지 않고 핸드폰에 담는다고. 

 

마치 사람들이 고흐의 그림을 눈앞에서 카메라를 통해 바라보고 사진을 남기는 데 몰두하듯이, 부모들은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그 순간을 즐기는 대신 핸드폰으로 녹화하는 데 전념한다는 말이다. 

 

하긴, 생각해보면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직접 먹는 대신 연예인들이나 유튜버들이 맛있게 먹는 영상을 보면서 만족하거나 직접 시간과 노력을 들여 게임을 즐기는 대신 게임 스트리머들의 동영상을 보는 것으로 경험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밥을 주고 똥을 치우고 훈련을 시키는 수고를 할 필요 없이 ‘랜선집사’가 되어 마음껏 예뻐하고 싶을 때마다 화면을 통해 수많은 종류의 동물들과 맘 편한 교감을 선택하기도 하고, 비 오는 날이면 창문을 열어 놓고 빗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창문을 닫은 채로 빗소리 ASMR을 틀어 놓고 비 오는 날을 즐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는 항상 직접경험이 간접경험보다 우선하며 간접경험은 직접경험이 불가능한 경우에 한해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는 보조 기능을 하는 것으로 여겨왔으나,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오히려 간접경험이 직접경험에 우선하는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이쯤 되면 이미 요즘 사람들은 매트릭스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 모르겠다. 

 

#4. 예술의 힘

물론 어떤 면에서 생각해보면 이 모든 최근의 변화들은 기술의 발달에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일종의 진화라고 할 수 있겠다. 

 

뭐랄까, 감각의 대리(代理)가 가능해진 일종의 신인류라고 해야 할까? 

 

먹을 것을 집어넣어야만 가능했던 포만감을 시각과 청각만으로도 채울 수가 있다거나 기억에 의존해왔던 ‘추억’이 시각만으로도 재생이 가능한 세상에 살고 있으니, 이쯤 되면 공각기동대에 등장하는 ‘의체’가 부럽지 않을 정도이다. 

 

그런데 한 가지. 사람들이 찍은 ‘별이 빛나는 밤’ 사진에는, 부모가 열심히 찍어놓은 아이의 운동회 동영상에는, 유튜버가 맛깔나게 먹었던 먹방 동영상에는 공통적으로 빠져있는 것이 있다. 

 

냄새. 똑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것을 보았지만 필자가 고흐의 그림을 보고 느꼈던 것과 내 옆의 미국인이, 또 그 옆에 중국인이 느낀 것들은 모두 달랐을 것이다. 

 

똑같은 가게의 똑같은 떡볶이를 먹어도 누구와 함께 먹는지, 또 언제 어떤 상황에서 먹는지에 따라 떡볶이의 맛도 느낌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아무리 맛있게 먹는 유튜브의 동영상이라 해도 좋아하는 사람과 먹는 떡볶이의 맛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제각각의 감성들이 제각각의 방식으로 표현된 것을 우리는 ‘예술’이라 부른다. 

 

#5. 우리는 인간이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세상 모든 일이 예전보다 쉬워졌다. 

 

몇십년 동안 제목을 몰라 우연히 길거리에서 들려올 때만 들었던 음악을 단 3초면 제목과 가수, 가사까지 알아낼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열 번도 넘게 데이트를 할 수 있는 세상이니 그만큼 사랑도 쉬워졌다. 하지만 뭐든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게 마련. 

 

카메라로 고흐의 그림을 보는 대신 남들보다 몇 초라도 더 내 눈 안에 좋아하는 그림을 담아보는 것은 어떨까? 

 

부모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이기고 싶어서 누구보다 열심히 달리는 아이의 땀 한 방울을 직접 보면서 응원하는 것은 또 어떨까? 비록 수없이 실패한다 해도 나만 알고 있는 이 세상 둘도 없는 맛있는 식당을 찾아 다녀보는 것은 또 어떨까? 

 

물론 조금 더 귀찮고, 조금 더 느려지고, 조금 더 번거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하나하나가 모두 예술이고, 인간이 동물과 유일하게 다른 한 가지이지 않은가. ​ 

경력사항

  • 現 ) 스트리트캐주얼 ‘FLUX’ director
  • 前 ) 서울패션위크 Generation Next Seoul 참가
  • 前 ) 20th Century Forgotten Boy Band 디자이너
  • 前 ) Parsons the New School For Design, Men's wear B.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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