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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의 완벽한 회귀 'IONIQ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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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학림 스트리트캐주얼 ‘FLUX’ 디렉터 (haklim.lee77@gmail.com) | 작성일 2021년 04월 26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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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3일. 현대 자동차는 새로운 전기차인 ‘IONIQ 5’를 공개했다.  어느 누가 봐도 그 옛날의 ‘포니’가 떠오르는 은빛의 디자인은, 거짓말을 조금 보태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다. 

 

물론 디자인 자체는 이미 201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적이 있지만, 우리는 이미 ‘포니 쿠페’나 ‘HCD-1’의 경우처럼 콘셉트카가 양산형으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경험했었기에, 거의 변경되지 않고 출시된 아이오닉 5의 디자인은 놀라울 수밖에 없다. 

 

완벽에 가까울 만큼 포니의 디자인 철학을 계승했으면서도 구태의연하지 않고 미래지향적이기까지 한 아름다운 디자인은 테슬라의 사이버 트럭이 구질구질하다고 느껴질 정도였으니, 지금껏 현대자동차를 철학은 없고 허세만 가득한 차를 만드는 회사라고 생각해 온 자신의 미적 감각을 의심하게 되었을 정도로 아이오닉 5의 디자인은 훌륭하다. 

 

EVA6가 왜 거기서 나와?

아이오닉 5는 등장과 함께 사전예약 돌풍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만 단 하루 만에 23,760대의 사전예약을 기록했고, 유럽에서도 예상을 웃도는 성적을 거두며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2021년 3월 15일, 기아는 새로운 전기차인 EV6를 공개한다. 

 

물론 자동차 회사가 새로운 자동차를 내놓는 시점이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잘 알려진 대로 현대와 기아는 사실상 같은 회사인 데다, 거의 한 달 정도의 간격을 두고 공개한 두 자동차는 거의 비슷한 세그먼트에 기술적으로도 별로 다를 바가 없다는 측면에서, 결국은 시장을 같은 회사의 두 자동차가 나눠 먹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때문에 어떻게 생각해도 현대기아자동차로서는 이득 볼 것이 없어 보였고 실제로 많은 전기차 동호회를 비롯한 커뮤니티에서는 ‘아니 굳이 왜 지금?’이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예를 들자면 입소문을 타고 갈비탕 맛집으로 소문이 나서 갈비탕을 먹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뜬금없이 갈비찜을 신메뉴로 내놓은 꼴이랄까? 어떻게 봐도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에서, 이 모든 의문을 ‘아하!’로 바꿔놓은 한 칼럼을 읽게 됐다. 

 

칼럼에 따르면, 다분히 무리수를 둔 것 같은 현대기아자동차의 이런 행보를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서 해석한다. 요약하자면 현대의 아이오닉 5는 시장을 창조하기 위해 만든 자동차이며, 기아의 EV6는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 만든 자동차라는 것이다. 

 

창조 혹은 지배 

아이오닉 5는 디자인부터 내부의 작은 디테일까지 기존 자동차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바꾸는데 주력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즉, ‘새로운 경험’을 전제하고 설계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이오닉 5의 V2L 기능은 전기차 내부 배터리 전력을 외부로 끌어다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데, 이에 따라 원한다면 자동차 배터리로 인버터를 작동시켜 라면을 끓여 먹을 수도 있고, 헤어 드라이너나 전기포트를 연결해 커피를 내려 마실 수도 있는 등 전원을 사용해야 하는 모든 종류의 전자기기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가능해진다면 자동차 내부는 더 이상 자동차가 아니라 어떻게든 사용이 가능한 ‘공간’으로 활용이 가능해진다. 물론 이런 다양한 액티비티를 위해 아이오닉 5는 내부 공간 역시 실용성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설계됐다. 

 

마치 애플이 ‘앱스토어’라는 생태계를 만들어 놓음으로 인해 엄청나게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듯이, 현대 자동차는 아이오닉 5를 단순히 자동차가 아닌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설계했음이 명확하다. 

 

이런 다양한 도전이 담긴 아이오닉 5와는 달리, EV6는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라는 목적에 충실하다. EV6가 내세우고 있는 장점들은 한결같이 더 편안하고, 더 실용적이며, 더 멋진 ‘전기 자동차’의 요소들이며 결론적으로 EV6는 기존에 존재하고 있는 전기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겠다는데 모든 초점을 맞추고 만들어진 자동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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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6​>

 

패션을 만드는 디자이너, 패션을 따라가는 디자이너

2015년, 구찌는 2004년 탐 포드와의 결별 이후 곤두박질치던 하우스를 살리기 위해 마르코 비자리(Marco Bizzarri)를 CEO로 취임시킨다. 2015년 당시는 ‘Vetement’으로 대표되는 과격하고 과장된 실루엣의 스트리트 무드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르코 비자리는 새로운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액세서리를 담당하고 있던 무명의 디자이너를 선임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더군다나 이 무명의 디렉터(알레산드로 미켈레라는 이름의)는 망해가던 구찌를 생매장이라도 하려고 작정한 듯, 당시의 트렌드와 완벽하게 대치되는 엉뚱한 것들을 선보였다. 그리고 그 무모해 보였던 선택에 대한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만약 구찌가 리카르도 티쉬나 뎀나 바잘리아가 쌓아 올리던 흐름에 편승해 안정만을 추구하려 했다면 구찌는 지금의 위치는커녕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패션 디자이너가 있다. 패션을 만드는 디자이너, 그리고 패션을 따라가는 디자이너. 

 

패션을 만드는 디자이너들은 세상을 바꿔왔다. 샤넬이 그랬고 크리스티앙 디오르가 그랬으며, 이브 생로랑이, 에디 슬리먼이 그랬다. 그들은 늘 어떤 고정관념을 벗어나려 노력했으며, 그 결과로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왔다. 그런 면에서 그들은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라 할 수 있다. 

 

안타까운 점은, 한국에는 이런 패션 디자이너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좋은 디자이너들이 있지만, 그들 대다수는 매우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이유로 시장을 개척하기보다는 흐름을 따라가는데 충실할 뿐이다. 

 

물론 시장은 좁아터졌고, 디자인에 대한 지적 재산권조차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척박한 현실을 고려할 때, 이 바닥에서 구찌 같은 브랜드가 나올 턱도 없고 알레산드로 미켈레나 에디 슬리먼 같은 디자이너가 태어나길 바라는 것은 어쩌면, 김연아 같은 천재 운동선수가 ‘뿅!’하고 등장할 확률보다도 낮을 것이다. 

 

결국은 돌고 돌아 ‘꾸준하고 지속적인 투자’만이 정답이다. 현대자동차는 1975년, 첫 양산형 고유모델이었던 포니를 만들어 낸 이후로 줄곧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는데 집중했던 브랜드이다. 

 

현대자동차 역사의 대부분은 조롱과 비아냥의 연속이었고, 그들은 50여 년이 지난 이제야 시장을 창조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 셈이니, 아직도 갈 길은 멀고도 험한 것 같다.  

 

하지만 그 옛날, 필자의 삼촌이 몰고 다니시던 그 은빛 찬란하던 ‘포니’를 처음 타보던 날에는 45년이 지나서 저렇게 ‘쌈빡한’ 새로운 포니가 이 세상에 등장할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이 바닥이 다 그런 거지 뭐. ​ 

경력사항

  • 現 ) 스트리트캐주얼 ‘FLUX’ director
  • 前 ) 서울패션위크 Generation Next Seoul 참가
  • 前 ) 20th Century Forgotten Boy Band 디자이너
  • 前 ) Parsons the New School For Design, Men's wear B.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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