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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사탕 사장님에게 배우는 가격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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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동현 에프씨엘코리아 대표 (fpost@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6월 22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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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전라남도 여수를 방문했을 때 최고의 가격전략을 보았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포장마차가 즐비한 여수 밤바다에서 어느 사장님이 판매하는 솜사탕의 사례였다.

 

바닷가를 걷다가 초등학생인 둘째에게 이끌려 솜사탕을 판매하는 곳으로 가게 됐다. 거기에는 다양한 동물모양의 솜사탕이 있었다. 핑크색 문어모양 솜사탕, 노랑오리 솜사탕, 하얀 토끼 솜사탕, 이 외에도 다양한 예쁜 솜사탕들.

 

빨리 사달라고 졸라대는 둘째 앞에서 사장님에게 얼마인지 물었다. 가격은 무려 5천원! 몇 스푼의 설탕을 백배쯤 부풀려 만들었을 솜사탕 하나가 5천원이었다. 순간 멈칫하며 망설이다 다시 물었다. “혹시 아무런 디자인이 없는 하얀 동그란 솜사탕은 얼마인가요?” 흰색 솔리드 솜사탕은 3천원이었다.

 

판매를 하면서도 연신 솜사탕을 만들고 있는 사장님의 손놀림을 보았다. 흰색 솔리드 솜사탕과 다양한 동물모양의 솜사탕을 만드는 속도는 같았다. 사장님은 능숙한 솜씨로 준비된 다양한 색상의 설탕을 일정한 속도로 투입했다. 

 

그리고 마치 누에고치에서 실크가 나오듯 설탕은 실 모양으로 바뀌어 끊임없이 나무막대기에 감겼다. 하얀 설탕을 투입하면 흰 솔리드 솜사탕이 됐고, 여러 색상의 설탕을 투입하면서 나무막대기의 움직임을 조금씩 바꿔주면 다양한 모양과 색상의 솜사탕이 됐다.

 

투입되는 설탕의 양은 차이가 없었고, 만들어지는 시간도 거의 차이가 없었다. 차이라고는 동물 모양의 솜사탕에 들어가는 눈·코·입 스티커 정도였다.

이 얘기는 둘 사이의 원가가 거의 같다는 뜻이었다. 

 

원가를 구성하는 원자재(설탕)와 부자재(나무막대기), 공임은 같은데 몇 십 원도 되지 않을 스티커로 디테일만 약간 차이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디자인은 가격이 3천원, 다른 디자인은 가격이 5천원이다. 사장님의 입장에서는 5천원 짜리 솜사탕을 파는 게 이익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솜사탕을 더 많이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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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만족도가 상품의 가치

상품의 가치는 고객의 만족을 가격으로 나눈 것이다(가치 = 만족 ÷ 가격).

 

그동안 많은 브랜드가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취해 왔다. 고객이 느끼는 만족을 올리는 것보다 가격을 낮추는 것이 쉬운 선택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고객의 만족을 올리는 것은 머리 아픈 일이다.

 

브랜드들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몰랐고, 어떻게 해야 만족이 올라가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가격을 낮추는 것은 브랜드가 노력하면 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원가를 낮추고, 가성비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것이 먹혔다.

 

이 전략의 문제는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오직 한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이다. 그 하나가 되기 위해 모두가 가격을 낮추기 시작했고 치킨게임은 시작되었다.

 

가격을 낮추는 전략에 한계를 느낀 브랜드들을 이제 소비자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비자를 중심에 두고 그들의 만족을 높이는데 집중하는 브랜드나 기업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가격을 낮추기보다 고객의 만족을 높여서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사례는 오히려 식품 쪽에서 더 많이 접할 수 있다.

 

집에 있는 냉장고에서 달걀을 보자. 예전에 달걀을 구매하는 기본 단위는 달걀 30개가 들어있는 한 판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한 판 짜리 달걀을 구매하는 가정집을 보기 어렵다. 10구나 15구 짜리 유정란을 기본으로 구매하는 가정이 많아졌다. 

 

가격은 마트 기준 15구 유정란이 대략 6,000원, 30구 한 판이 8,000원 정도 하니 유정란이 1.5배 정도 비싸다. 그럼에도 달걀을 공급하는 기업들은 유정란으로 차별화해서 가격보다 고객의 만족을 더 높여서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쓴다.

 

우유도 마찬가지다. 서울우유, 매일우유가 아닌 자연드림 우유, 파스퇴르 우유 같은 차별화된 우유를 만들어 가치를 높였다. 이런 우유들은 가격은 높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만족도는 더 높아서 선호하는 가정이 많다.

 

그 동안 많은 브랜드와 패션기업들이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고민해왔다. 하지만 가격을 낮추는 손쉬운 방법을 써왔고, 소비자의 만족을 높이는 상품을 만드는데 소홀히 해온 것이 사실이다. 

 

최저가 타이틀은 오직 한 브랜드만이 가져갈 수 있다. 낮은 가격은 더 이상 브랜드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없다. 이제는 전략을 바꿔야 한다. 소비자의 만족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 중심으로 사고하고 소비자의 시각에서 상품을 기획해야 한다. 가격이 올라가도 소비자가 느끼는 만족이 더 올라가면 가치는 올라간다. 소비자는 그런 브랜드를 충분히 구매할 자세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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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주는 윈윈전략

이제 아까 했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사람들은 어떤 솜사탕을 더 많이 살까?

 

한참을 관찰했지만 흰색 둥근 솜사탕을 사가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젊은 남녀커플,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모두 동물모양의 솜사탕을 샀다.

그들이 솜사탕을 사는 이유는 먹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솜사탕을 들고 사진을 찍기 위해서이고,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위해서이며, 솜사탕의 달콤함으로 야외에 놀러 나온 기분을 배가시키기 위해서이다.

 

솜사탕은 행복을 맛보게 해준다. 그래서 행복을 느끼고 만족감이 커진다면 가격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 역시 어떤 솜사탕을 살지 결정해야 했다. 간절한 눈빛으로 솜사탕을 쳐다보는 둘째에게 “맛도 차이가 없고, 원가도 같으니 가격이 싼 흰 둥근 솜사탕을 사주겠다”라고 얘기했다면 아마 그 여행은 지옥이 됐을 것이다.

 

0.1초의 고민 끝에 솔로몬과 같은 지혜를 발휘했다. 원하는 디자인을 고르라 했고, 둘째는 5천원 짜리 키티 모양의 솜사탕을 선택했다. 키티를 받아 든 둘째는 그 누구보다 행복했다. 돈을 받은 솜사탕 사장님도 행복했다. 비록 3천원에 살 수 있는 솜사탕을 1.67배나 더 지불하고 샀지만 나 역시 즐거운 여행이 계속될 수 있다는 안도감에 행복했다.

 

솜사탕을 파는 사장님의 가격전략은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윈윈전략이었다.​ 

경력사항

  • 現) ㈜FCL KOREA 대표
  • 現) 호서대/동서울대 패션디자인학과 강의
  • 現) 유통/패션기업/정부기관 교육기획 및 강의
  • 前) 글로컬 대구침장 특화산업 육성사업 자문위원
  • 前) ㈜보그인터내셔날 보그너 CDO
  • 前)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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