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수(細番手) 바로 알기 > 이동현의 스터디카페/이동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이동현의 스터디카페/이동현

세번수(細番手) 바로 알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동현 에프씨엘코리아 대표 (fclkorea01@gmail.com) | 작성일 2020년 09월 14일 URL 복사
카카오톡 URL 복사

본문

462c65fec6b82c8ee6e185ede0f97eb7_1599901809_4412.jpg
 

예년 같았으면 지금은 취업준비로 한창이었을 시기다. 취준생들은 면접 때 입을 옷을 고르기 위해 백화점이나 대리점을 찾아갔겠지만 올해는 COVID-19 때문에 이런 풍경도 사라져 버렸다.

 

순모 150수 원단? 200수 최고급 울?

비록 면접용 정장판매 분위기는 예전만 못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정장을 고르기 위해 남성복 코너에 가면 다음과 같은 POP가 매장 앞에 걸려있는 것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순모 150수 원단 정장이 OO만원’, ‘200수 최고급 울(wool) 소재 정장’

매장 직원들이 손으로 대문짝만하게 직접 쓴 스탠딩 POP는 판매하고 있는 정장이 최고급 원단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옷과 소재에 지식이 있는 사람은 이 POP 문구를 보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순모 150수 원단이라고? 진짜 150수 울 원단의 정장이 그 가격에 나올 수가 있을까?’, ‘200수 울 원단이 실제로 시중에 있다고? 그렇게 얇은 실로 정장을 만들어 팔지는 않을 텐데?’

 

결론부터 말하면 매장에서 POP에 표기한 ‘150수 원단’은 ‘매우 가는 150’s(수) 원사로 제직한 원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털 한 가닥의 평균직경이 16.25 마이크로미터인 양모원료로 만든 원단’이라는 의미다. 이것을 더 정확히 표기하려면 ‘슈퍼 150수(Super 150s) 등급의 양모원료로 만든 원단’이라고 해야 한다.

 

섬유공학에서는 ‘번수(番手, Count)’란 단위를 사용해 실의 굵기를 나타내는데 통상 현업에서는 실의 굵기를 나타내는 단위를 번수 또는 원사번수라 부르고, 원료의 굵기를 나타내는 단위를 원료번수라 불러 구분한다. 

 

내의는 면 100수가 최고

462c65fec6b82c8ee6e185ede0f97eb7_1599901820_6078.jpg
 

번수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자. ‘번수’는 실의 굵기를 표시하는 방법이다. 남성정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소재인 울(wool, 洋毛)을 기준으로 설명하면, (양)모 1g으로 1m의 실을 만들었을 때의 실의 굵기를 1’s(수)라고 한다(미터법인 공통번수법(Meteric Count) 기준). 

 

면, 마, 모는 모두 같은 ’s(수)라는 항장식 번수 단위를 사용하지만 기준은 각기 다르다. 합성섬유와 견은 항장식인 데니어(Denier)라는 번수 단위를 사용한다. 모, 면, 마 같은 소재는 번수가 높을수록 실이 가늘어진다.

 

원사는 동일한 원사일 때 가늘면 가늘수록 비싸고 고급으로 친다. 가는 원사를 만드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가는 원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료 자체가 가늘고 길어야 하는데 가늘고 긴 원료의 생산량이 많지 않다. 그리고 가는 원사로 원단을 만들면 그 원단은 가볍고 터치가 소프트하며 원단이 유연한 특징이 있다. 

 

매장 POP에서 표시한 울(wool) 150’s (수) 원사는 양털 1g을 가지고 150m 길이의 실을 만들었을 때의 실의 굵기를 말한다. 이 실은 매우 가늘어서 실제로는 거의 만들지 않는 굵기의 실이다. 

 

모번수 150’s(수)의 실로 제직된 원단은 옷을 만들었을 때 강력도 약하고 구김도 많이 가서 실용적이지 못하다. ‘150수 원단’으로 만든 옷은 실제로 거의 유통되지 않기 때문에 매장에서 표기한 ‘150수 원단의 정장’은 매장에 있지 않는 옷을 적어놓은 문구일 가능성이 크다.

 

‘원료번수’는 학문적으로 기준이 정립되어 통용되는 단위는 아니다. 이것은 국제양모협회(IWTO)에서 ‘양모 원료의 굵기’를 나타내기 위해 자체적으로 정한 방식이다. 

 

이 방식을 IWTO에서 정한 이유는 실(원사)의 굵기로는 원료의 품질(얼마나 가는 원료를 사용했는지)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원료의 품질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럼 원료번수 표기법인 ‘Super **s (슈퍼 **수)’란 표현의 의미부터 알아보자.

 

원료번수? 원사번수?

IWTO는 실(원사)을 구성하는 양털 가닥(fibre)의 평균 굵기가 19.75 마이크로미터(μm, 1/1,000미터)일 때 그 원료의 등급을 ‘Super 80s’라고 정했다. 그것을 기준으로 원료의 굵기가 0.5 마이크로미터 가늘어질 때마다 ‘Super **s’에서 **의 숫자는 커진다. 양모원료의 평균 굵기가 19.25 마이크로미터이면 ‘Super 90s’ 등급이 되는 것이다. ‘Super 150s’은 fibre의 평균직경이 16.25 마이크로미터일 때의 등급이다. 표현할 수 있는 등급의 최대값은 ‘Super 250s’이고, 이 때 fibre의 평균 굵기는 11.25 마이크로미터 이하이다.

그렇다면 왜 매장에서는 ‘150수 원단’이라고 표시했을까?

원사번수를 의미한 거라면 그런 상품은 출시될 리 없기 때문에 그것은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 원료번수를 표시하려 했다면 ‘150수 원단’이라 아니라 ‘슈퍼 150수 원단’이라고 써야 정확한 표현이다. 

아마도 위와 같이 표시한 이유는 ‘Super 150s 등급의 원료’와 원사번수 ‘150’s(수)’의 차이를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POP의 ‘150수 정장’은 그저 좋은 옷이라는 것을 강조해서 고객들의 관심을 끌고 싶었던 수사적인 표현일 뿐이다. 그래서 매장에서는 판매하는 옷이 원사번수와 원료번수 어느 것도 150수에 해당되지 않아도 ‘150수’, ‘200수’라고 표시해서 POP를 세워놓는 경우도 많다.

 

기준과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

그럼 시중에 ‘Super 150s’ 등급의 원료로 만들어진 정장은 있을까?

실제로 중고가 브랜드에서는 ‘Super 150s’의 고급 원료를 사용한 원단으로도 옷을 만든다. 그 때 원사의 번수는 대략 100’s(수)~120’s(수) 내외가 되고, 원료가 비싸기 때문에 정장가격은 고가로 책정된다. 이처럼 남성정장 브랜드에서는 혼용율과 번수 뿐 아니라 원료도 중요하기 때문에 소재 스펙을 기재할 때 ‘혼용율 W/S=60/40, (원료)번수 150’s, 사종 melange, SPEC 2/100*2/100’와 같이 원료번수와 원사번수를 모두 표시한다.

그럼 이런 혼선은 왜 생겼을까?

아마도 ‘Super **s’을 부르는 방법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Super 100s’를 영어로는 ‘Super One Hundred’라고 읽는다, 그런데 이것을 국내에서는 통상적으로 ‘슈퍼 100수’라고 읽는다. 번수표기에서는 ‘수(’s)’의 s가 방적을 나타내는 spinning을 의미한다. 하지만 ‘Super **s’에서 뒤의 소문자 s는 spinning과 아무런 상관이 없음에도 원사번수인 수(’s)처럼 읽기 때문에 원료번수와 원사번수를 혼동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Super 100s’를 ‘슈퍼 100’이라고 읽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미 ‘슈퍼 100수’라고 읽는 것으로 굳어졌기 때문에 읽는 방법을 바꾸는 것보다 기준과 의미를 정확히 아는 것이 더 필요해 보인다.

 

소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브랜드의 기본 

실의 번수는 섬유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이기 때문이 소재를 다루는 사람들은 당연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원료번수는 남성복 정장 복종의 실무자 외에는 잘 모른다. 타 소재를 다루는 컨버터나 울 소재를 많이 사용하는 여성복 소재디자이너들도 ‘슈퍼 150수’라고 하면 그것이 무엇인지,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 울 소재를 디테일하게 다루지 않는 특성상 그럴 수 있다.

문제는 ‘원료번수와 원사번수를 구분하지 못하는 남성복 정장 실무자들도 많다는 것이다. 적어도 그들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정확한 내용을 알고 상품을 기획해서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거짓 정보나 잘못된 정보를 주어서는 안 된다.

소재는 패션의 기본이다. 소재는 옷의 특징과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패션을 잘하기 위해서는 소재에 대한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소재를 정확히 알고 깊이 있게 공부해야 더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고, 브랜드는 발전할 수 있다.​ 

경력사항

  • 現) ㈜FCL KOREA 대표
  • 現) 호서대/동서울대 패션디자인학과 강의
  • 現) 유통/패션기업/정부기관 교육기획 및 강의
  • 前) 글로컬 대구침장 특화산업 육성사업 자문위원
  • 前) ㈜보그인터내셔날 보그너 CDO
  • 前)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부장

FSP 연재

POST
STAND
(주)다음앤큐큐
매장을 위한 매장

인터뷰

패션포스트 매거진

41호 41호 구독신청 목차 지난호보기

접속자집계

오늘
1,455
어제
2,386
최대
14,381
전체
1,067,148

㈜패션포스트 서울특별시 강서구 공항대로 213 마곡보타닉파크타워 2 1217호
TEL 02-2135-1881    FAX 02-855-5511    대표 이채연    사업자등록번호 866-87-01036    등록번호 서울 다50547
COPYRIGHT © 2019 FASHION POST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