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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검 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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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동현 에프씨엘코리아 대표 (fclkorea01@gmail.com) | 작성일 2020년 11월 12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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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브랜드 인수합병 건으로 어느 중견기업의 브랜드를 점검할 기회가 있었다. 브랜드의 재무실사보고서를 검토하고 브랜드에 대한 시장의 평가와 전망, 향후 전개 전략을 수립하는 일을 담당했다.

 

브랜드의 재무제표와 실사보고서를 살펴보던 중 깜짝 놀랐다. 국내에서 꽤 인지도가 있고 고정고객에게 충성도도 높은 브랜드였음에도 불구하고 회계상으로 재고자산이 제대로 관리가 안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려 10년치의 재고가 자산으로 잡혀있었고, 매년 당연히 이루어졌어야 할 재고자산평가는 이루지지 않았다. 10년치 재고의 가치는 생산되었을 당시 원가로 평가되어 있었다. 이 브랜드의 자산가치는 재고로 인해 과대평가되어 있었다.

 

실사보고서는 이런 문제점을 지적한 뒤 장기체화 재고에 대해 평가충당금을 설정했고, 최근 재고도 순실현가능가치에 대한 평가충당금을 설정했다. 재고의 가치를 다시 산정해서 재고금액을 감액해 자산을 새로 평가한 것이다.

 

국내 굴지의 중견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재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것은 국내 패션기업들의 미흡한 재고관리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반면 패션 대기업은 재고관리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재고를 실물뿐 아니라 회계상으로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IMF가 가져다준 교훈

패션 대기업이 이렇게 엄격한 재고관리를 하게 된 계기는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IMF) 덕분이다. IMF가 발생하자 대우그룹을 비롯한 굴지의 회사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소비는 급격히 위축되었고, 금융권은 채권회수에 들어갔다. 

 

국내 패션 브랜드들은 현금흐름이 막히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브랜드들은 보유하고 있는 재고를 팔아 현금을 마련하려고 했다. 하지만 재고를 사려는 소비자도 회사도 없었다. 손익계산서상 흑자임에도 불구하고 현금이 없어 도산하는 흑자도산 회사가 속출했다.

 

패션 대기업들은 모기업의 자금력과 재고의 헐값 처분을 통해 그나마 어렵게 버텼지만, 중견기업과 중소브랜드들은 방도가 없었다. 쌓여있었던 재고는 언제라도 원가이상으로 현금화가 가능한 든든한 자산이었지만, IMF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재고의 가치는 급격히 떨어졌고 재고가 많은 회사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캐쉬플로우 중심경영’이라는 원칙 아래 필자가 근무하던 대기업 여성복 브랜드에도 재고처분을 최우선으로 하라는 회사의 지침이 내려왔다. 영업팀에서는 과년도 재고를 처분하기 위한 대형 특판행사에 진행했고, 영업에서 기획으로 발령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초자MD였던 필자는 창고에 쌓여있는 원단재고를 팔러 다녀야 했다. 야드당 1만원짜리 새 원단을 500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되팔기도 했다.

 

재고는 돈이 아닌 ‘비용’이다

IMF를 벗어나자 패션 대기업들은 재고에 대한 개념을 다시 정립하게 된다. 패션산업에서 재고상품은 시즌성과 트렌드성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하락된 가치가 반영되지 않은 이익은 실제 이익이 아니며 매년 재고를 평가해 그 하락분을 비용으로 손익계산서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손익계산서에 재고의 가치하락분이 반영되지 않았다. 해가 바뀌고 시간이 흘러도 재고의 가치는 변하지 않은 채 자산으로 잡혀있었다. 하지만 IMF를 겪으며 재고의 무서움과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재고를 바라보는 시각이 IMF 전에는 ‘재고=돈’이었지만 IMF를 겪은 후에는 ‘재고=비용’으로 바뀌었다.

 

회계 시스템도 바꾸어 매년 재고자산을 평가하고 가치 하락분을 평가충당금이란 계정으로 손익계산서에 반영했다. 3년차 재고*는 더 이상 ‘땡처리’하지 않고 소각해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했다. 소각된 제품은 소각비용으로 처리했다.

 

(*생산된 지 4년차가 되는 제품을 말한다. 2020년을 기준으로 보면 2020년 생산제품은 당해년도, 2019년은 1년차, 2018년은 2년차 제품이 되고, 2017년도 생산제품은 3년차 재고가 된다.)

 

재고의 양면성을 이해하고 적절히 운용해야

IMF는 패션기업에 많은 어려움을 주었지만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진일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IMF 이후 패션 대기업은 재고에 대한 시스템을 정립하고 관리를 강화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중견기업 이하의 패션 브랜드들은 재고관리가 미흡한 상황이다. 재고는 돈이며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대표나 오너가 여전히 많고 체계적인 관리시스템도 부재하다.

 

패션기업에서 적정 재고는 필요하다. 판매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물량생산과 운영에 비효율이 있었다는 것이기 때문에 적정량의 재고를 남길 정도로 생산하는 것은 당연하다.

 

과년도 재고 역시 브랜드 운영에 꼭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브랜드가 당해년도 제품만으로는 영업을 할 수 없다. 유통에서 이월상품 행사를 요청하기도 하고, 브랜드에서 이월상품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입부과금(mark-up)이 높은 브랜드는 재고 판매에서도 이익이 많이 나기 때문에 당연히 재고를 가져간다. 어떤 브랜드는 정상판매로는 이익이 나지 않지만 재고판매에서 이익을 많이 거두기도 한다. 이렇듯 다양한 이유로 재고는 브랜드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

 

브랜드의 상황과 처지, 손익구조에 따라 재고전략은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관리와 운용은 정교해야 한다. 예전과 같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거나 감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재고의 역할과 가치를 정확히 이해하고 비용으로써의 재고도 인식해야 한다. 회계적인 관리 또한 뒷받침되어야 한다.

 

브랜드 운영자는 재고의 양면성을 이해하고 적절한 운용을 통해 브랜드의 매출과 손익을 높이고 브랜드의 실제적인 자산가치가 상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고는 잘 운영하면 브랜드에 큰 이익을 가져오지만 잘못 운영하면 브랜드를 무너뜨리는 양날의 검이다.​ 

 

경력사항

  • 現) ㈜FCL KOREA 대표
  • 現) 호서대/동서울대 패션디자인학과 강의
  • 現) 유통/패션기업/정부기관 교육기획 및 강의
  • 前) 글로컬 대구침장 특화산업 육성사업 자문위원
  • 前) ㈜보그인터내셔날 보그너 CDO
  • 前)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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