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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그리고 코로나19 시대의 사이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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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승재 트루헤이븐 대표 (fpost@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6월 22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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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코로나19 여파는 예전의 메르스 또는 사스가 퍼졌을 때와는 너무나 다른 양상이다.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가 의미하는 것처럼 이젠 과거의 삶으로 되돌아 갈 수 없다는 다소 무시무시한 변화들을 마주하고 있다. 

 

의도한 바는 아니더라도 삶의 크고 작은 변화들은 이미 시작됐다. 거대한 시장경제부터 우리네 소소한 일상까지 바뀌어 가는 것을 보고 있자니 신기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변화에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변화의 시대에 새롭게 조명되는 자전거

이미 여름에 접어들었지만 지난 춘삼월 봄 얘기를 해보겠다.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기에 좋은 3월이 시작되면서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한강 길을 따라 나섰는데 무언가 다른 느낌들을 받았다. 예전에 비해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 보였던 것. 당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작되어 시내 곳곳에 캠페인 현수막이 걸리던 때였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사람들이 조금 늘었구나 정도로만 여겼다. 그 후 초중고생의 입학식이 모두 연기됐고 신학기 특수도 함께 사라져 버렸다. 대구의 신천지 사태가 터진 이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사람들은 남녀노소 한강변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십 년이 넘도록 자전거 길을 달려봤지만 3월에 한강이 이처럼 붐비는 모습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그 무렵 후배의 페이스북에는 아이의 자전거를 사 주려는데 재고가 없어 구매 자체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올라왔다. ‘무슨 소리야, 동네 자전거 가게에는 여전히 자전거들이 그득한데’라고 했으나 그 이후 궁금해서 알아 본 상황은 놀라웠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아동용 자전거는 후배 이야기처럼 품귀현상이 일어났고 성인용 중고 자전거를 파는 매장들도 재고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자전거 가게들은 때 아닌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 후 오랜만에 다시 나간 한강의 자전거 길은 서울시 공유 자전거인 ‘따릉이’가 점령해 있었다. 그야말로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자전거 인구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태였다. 

 

자전거 렌탈은 전년대비 약 30% 이상 증가했고, 자전거 매출은 1분기에 지난해 대비 45% 증가했다. 남산과 북악산을 오르는 전문 자전거 인구 역시 작년과는 다르게 대규모 인원들이 형성되고 있었다. 새로운 라이더들이 대거 유입되다보니 기존의 라이더들 입에서 ‘도대체 다들 언제부터 이렇게 자전거를 좋아하고 있었냐!’ 하는 우스개 섞인 볼 멘 소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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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링을 둘러싼 전세계적인 움직임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영국과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많은 도시 자전거 네트워크에서 트래픽이 급증했다. 미국의 필라델피아는 처음 코로나19가 발생한 뒤로 사이클링이 150% 증가했고 일부 주 정부에서는 긴급 자전거 차선을 열고 주요 작업자들의 이동을 위해 개인의 자전거를 공유하게 함으로써 수요급증에 대응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필수적이지 않은 상점 폐쇄를 명령했으나 자전거 상점만은 제외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자전거는 현실적으로 이동수단의 대체가 되기에는 아직 무리가 많아 보인다. 특히나 대도시에서는 이동 거리가 긴 편이라 개인 간의 운동 능력과 전용도로 등의 각종 교통 상황에 따른 제약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라이딩 인구가 늘어난 이유는 자전거가 자연스레 주변과의 거리를 두면서도 빠른 속도로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일종의 탈출구라고 판단한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그리고 이동 자제 또는 금지로 집에만 있게 된 사람들이 답답함을 느끼자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또 피트니스 센터 같은 실내 운동의 감염 위험성 역시 이런 움직임에 크게 일조를 하여, 코로나19 상황에 아주 적합하고도 유일한 운동 수단이 됐다. 아마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시에서는 라이딩의 장점들이 복합적으로 이어져 결국 이동성을 넘어서는 혜택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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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접근 필요

미국의 세계 자원 연구소(WRI: World Resources Institute)에서는 코로나19 이후에 벌어질 조금 더 긍정적인 방향에 대한 의견들을 내놓았다.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심각하고 앞으로도 더 나빠질 것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따라서 많은 정부들이 일자리와 경제 활동을 창출할 수 있는 대규모 ‘기반시설’ 프로젝트를 고려하고 있다. 

 

즉 라이딩을 위한 기반 시설에 투자하는 것은 화석연료를 더 많이 태우는 프로젝트와 인프라를 피해 기후 변화를 억제하고 대기오염을 줄이며 인간 건강을 보호하는 동시에 경제의 회복에 도움을 주는 윈윈 투자 유형으로 보고 있다. 환경적인 측면이야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WRI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전거 이용자들은 지역 사업체를 운영하는 자동차 운전자들보다 평균 3배나 더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어서 자전거 타기 인프라는 소매 판매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물론 넘어야 할 많은 과제들이 많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 찾아보던 중, 얼마 전 김포시의회의 최명진 의원의 발의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자전거 정책 제안’이 있어 간단히 소개한다. 

 

첫째, 자전거 도로를 온전한 교통수단으로 인식하고 인정해야 한다. 둘째, 자전거 도로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자전거 도로 전담 부서 구성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코로나 기본소득과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자전거 구매 규모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언론 보도는 자전거 이용의 잠재적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본의 아니었던 계기로 갑자기 라이프스타일을 바꾸어 간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어차피 미래에 변화될 일들이라면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변화를 두려워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라파(Rapha) 창립자 사이먼 모트람(Simon Mottram)대표가 사이클링 클럽 회원들에게 하던 인사말이 이젠 어색하지 않게 들릴 것 같다. 

“길 위에서 만납시다!”

 

경력사항

  • 現) 트루헤이븐 대표 / 프리랜스 디자이너
  • 前) LF 버튼 스노우보드 디자인실장
  • 前) 프로스펙스 디자인실장
  • 前) MCM 디자이너
  • 前) 인터메조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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