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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투운동으로 불거진 일본의 펌프스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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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희선 일본 유자베이스 애널리스트 (fpost@fpost.co.kr) | 작성일 2019년 09월 27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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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탄 슈프레모 매장>


 

최근 패션업계의 키워드는 ‘기능성’과 ‘편안함’일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애슬레저(athleisure)룩이 사랑 받고 있다. 기능성을 앞세운 SPA 유니클로도 애슬레저를 지속적으로 내놓으며 계속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워크맨(WORKMAN) 또한 본래 작업복을 만드는 회사였으나 높은 기능성이 소비자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B2B에서 B2C 브랜드로 변신했다.

 

조금이라도 더 가볍고, 편안한 의류, 여기에 기능성까지 개선된 의류를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일본 패션 업계에서 이 같은 흐름을 무시하는 듯한 아이템이 있다면 바로 여성용 하이힐이나 펌프스(끈이나 고리가 없는 뒷굽이 높은 구두)일 것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최소한의 불편함도 참지 못하고 기업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여성 소비자들은 펌프스에 있어서만은 기꺼이 불편함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펌프스 시장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펌프스에도 드디어 기능성을 입히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의 구두 제조사과 유통업체들은 최근 ‘내 발에 꼭 맞는 펌프스, 편한 펌프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전면에 내세우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펌프스 전쟁의 배경을 먼저 살펴보자. 

 

구투(#Ku Too) 운동으로 시작된 변화 

일본은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되지 못한 나라이다. 대신 일본에서는 ‘미투’가 아니라 ‘구투(#Ku Too) 운동’이 화제가 되고 있다. 

 

‘구투(#Ku Too) 운동은 구두를 뜻하는 ‘구츠(靴)’와 고통을 뜻하는 ‘구츠우(苦痛)’에 미투 운동을 합쳐서 만든 용어이다. 

일본의 특정 회사는 여성들에게 펌프스 착용을 강요하고 있고, 특정 장소에서는 펌프스를 신어야 하는 암묵적인 사회적 압력이 존재하고 있다. 

 

여성들은 발의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펌프스를 신어야만 하고, 이러한 불합리에 대항하는 운동이 바로 구투운동이다. 이러한 흐름과 동시에 캐주얼 착장을 허용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면접에도 운동화를 허용하는 등 ‘탈(脫)펌프스’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자연히 펌프스를 신는 여성들이 줄어들면서 팔리지 않기 시작했다. 2016년 이세탄 신주쿠 백화점의 여성신발 매출 중 36%를 차지하던 펌프스가 지난해 기어이 30%로 하락하고 말았다.

반면 스니커즈 매출은 같은 기준 8%에서 12% 증가했다. 일본 내 유력 백화점들 대부분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펌프스 회사들은 비상이다. 시장 축소라는 위기에 직면한 펌프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들은 새로운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편안함’이라는 속성에 착안했다. 

 

日 제화, 데이터 기술 도입해 분위기 반전 

이세탄 백화점의 여성 구두 매장은 3D 계측기를 통해 소비자의 발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발에 딱 맞는 펌프스를 추천해준다. 발 둘레, 발 볼 넓이 등 다양한 부위를 입체적으로 측정 가능한 3D 계측기는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기에 그다지 놀랍지 않을 것이다. 이세탄의 비밀 병기는 그 다음이다. 

 

판매하는 구두의 모형 데이터를 모두 저장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 

소비자의 발 사이즈와 구두의 데이터를 분석 및 매칭해 발에 딱 맞는 구두를 추천해 주고 있다. 

 

구두 제조사에 있어서 모형은 건축물의 설계도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펌프스 시장 축소에 위기감을 느낀 제조사들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세탄과 협업했다. 여성용 구두 메이커인 슈프레모(Shoe Premo)는 하나의 디자인에 무려 50가지의 사이즈를 제공하고 있다. 

 

이 곳의 특징은 지난 30년간 축적된 일본인 여성의 발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했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슈프레모는 일본 여성들의 발 폭이 점점 얇아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시중에서 파는 구두보다 폭이 좁은 사이즈를 중심으로 제공하고 있다. 

 

3D 계측기를 통해 정확한 발 사이즈를 측정해서 소비자에게 딱 맞는 사이즈를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다. 추세는 가격대가 있는 펌프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잘 아는 저가 브랜드 GU또한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하는 마시멜로 펌프스(2,490엔)를 출시했다. 마시멜로 펌프스는 자체 제작한 쿠션을 사용해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하고 있다.

 

홍보 이벤트로 3D 계측기를 점포에 설치해 소비자들이 자신의 발의 다양한 치수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있도록 도왔다. 이렇게 편안한 기능을 강화한 펌프스는 최근 구두 업체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는데 슈프레모의 매출은 매년 50%씩 성장하고 있다. GU의 마시멜로 펌프스는 지난 1년 간 170만 켤레가 팔리는 대히트 상품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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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탄 슈프레모 매장>

 

 

3D 계측과 빅데이터 분석이라는 기술이 여성 펌프스 시장을 한 단계 진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들의 편의로 이어지게 했다. 제조사들이 이렇게 3D 계측기를 설치하는 데에는 정확한 사이즈 측정 외에 또 하나의 숨겨진 이유가 있다. 바로 소비자의 발과 관련한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서다.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질수록 더욱 정확한 분석이 가능해지고, 데이터는 더욱 더 개선된 펌프스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시장 축소라는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기업들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의 구두 제조업자들은 기존의 ‘펌프스는 불편하다’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발이 편한 펌프스’를 전면에 내걸고 시장을 확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움직임이 매우 반갑게 들린다. 편안함을 최고로 여기며 언젠가부터 스니커즈로 가득 채워지기 시작한 필자의 신발장이 펌프스로 채워질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 


경력사항

  • 현) 일본 유자베이스 (UZABSE) 애널리스트
  • 전) LEK 컨설팅 도쿄, 경영 컨설턴트
  • 저서 <사지 않고 삽니다> <라이프스타일 판매 중>
  • 동아비즈니스리뷰 (DBR), 퍼블리 (PUBLY) 등 다수 매체에 트렌드 칼럼 기고 중
  •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 켈리 비즈니스 스쿨 MBA (마케팅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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