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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파는 시대의 商道<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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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명광 비루트웍스 Co-Founder / CMO (fpost@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4월 13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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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입은 늑대’라는 동화책이 있다. 숲 속에 사는 많은 동물들이 산꼭대기에 사는 늑대를 두려워하면서  그의 출현에 대비해 온갖 비즈니스를 영위한다. 카나리아는 늑대가 나타나면 쓸 올가미를 팔고 멧돼지는 울타리를 팔고, 사슴은 공포증을 이겨내는 강연을 하고, 여우는 그에 대한 소식을 전하는 신문을 판다. 

 

곰은 늑대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태권도 수업을 하고, 다람쥐는 무서움에 좋다는 견과류를 판다. 온 마을이 늑대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 가득하다. 심지어 세금을 모아 늑대 잡는 용감한 부대도 만들었다. 

 

어느 날 늑대가 마을에 나타났다. 동물들은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그런데 늑대의 모습은 동물들이 상상하던 모습이 아니었다. 흐리멍덩한 눈빛과 빗자루 같은 털 그리고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줄무늬 팬티까지…. 이런 늑대 때문에 공포에 떨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동물들은 이 늑대는 그 늑대가 아니라 부정했고, 반대로 늑대는 자신이 산꼭대기 늑대가 맞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 이 엄청난 사건은 사소한 오해가 점점 부풀어 공포를 만든 것이다.

 

늑대의 실체를 확인한 동물들은 이제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동안 늑대와 관련된 일만 하던 동물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걱정이 늘어갔다. 늑대가 사라진 숲에는 또 다른 공포가 나타났다.

 

불안과 공포의 비즈니스 시대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는 지금 우리나라는 마스크를 제외하곤 사재기 등의 혼란은 없지만 다른 나라 사정은 그렇지 않다. 혼란에 빠진 많은 나라에서 사재기로 인해 텅 빈 마트의 매대 사진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으며, 영국의 한 간호사는 사재기를 멈춰 달라는 호소를 영상에 담아 올리기도 했다. 불안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시장 경제에는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런 불안 속에서 대부분의 비즈니스는 앞길이 보이지 않는 공포에 휩싸여 있지만 일부 비즈니스들은 반대의 경험을 하고 있다. 

 

과거 경험들을 살펴보면 전쟁이나 기근, 전염병 등이 왔을 때 사람들은 불안과 공포 속에서 생존을 위해 사재기를 하는 반면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그 틈을 노려 더 많은 이익을 노린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킹덤’에서도 그런 장면이 나온다. 

 

역병이 올라온다는 소문이 돌자 장터에서 굿을 하고 귀신이 물러간다는 부적을 파는 장면이다. 이런 전쟁이나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패닉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언젠가부터 시장은 불안과 공포를 자연스럽게 비즈니스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불안’과 ‘공포’는 다루기 좋은 판매 포인트가 되었다. 이 불안과 공포는 어디에서부터 왔을까?

 

산업화의 역설

생활 속 많은 상품들은 기저에 불안과 공포가 깔려 있다. 생활을 편리하게 바꾸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판매 메시지는 불안을 먼저 이야기한다. 

 

1994년 3월 우리나라는 생수 판매를 허가했다. 이미 75년부터 생수개발은 시작되었고 외국인에게 판매가 되었지만 시장에 나온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왜 물을 사 먹게 됐을까? 산업화로 인해 하천의 수질을 믿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수돗물에서는 잇따라 중금속이 검출되어 수돗물에 대한 신뢰가 금이 갔고 급기야 ‘낙동강 페놀사건’이 발생해 이런 흐름에 불을 지폈다. 

 

산업화로 인해 새롭게 나타난 상품은 생수만이 아니다. 공기 청정기, 정수기 등은 기본이 됐으며 이제는 산업화를 통해 등장한 많은 상품들이 친환경을 표방하는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상품들의 가장 대표적인 메시지는 ‘지금 사용하는 상품의 해로움’이다. 산업화로 인해 많은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풍요로운 삶을 이뤄 준 것은 사실이나, 그 풍요가 새로운 불안과 공포도 가져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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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들어가기 위해 줄선 사람들>

 

공급과잉과 불안소비 유도

현재 시장은 포화상태이다 보니 사소한 것까지 불안과 공포를 바탕으로 한 상품들이 많아지고 있다. 수많은 상품들이 매일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메시지를 쏟아낸다. 

 

건강식품회사들은 몸이 보내는 신호에 따라 반드시 우리 상품을 먹어야 좋아진다고 하며, 세제업체들은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을 강조하며 우리 제품은 이제 미세플라스틱을 넣지 않는다고 말한다. 가구업체들은 우리 가구는 비싼 대신 몸에 해롭지 않은 접착제를 사용하는데 저가의 가구는 싸지만 화학 접착제가 사용돼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처럼 친환경 제품이자 몸에 해롭지 않은 상품들은 시장에서 기존 제품들을 밀어내고 있다. 소비자들이 원하기 때문에 판매를 시작했는지, 반대로 판매를 위해 친환경을 내세우는 것인지, 무엇이 먼저인지는 모를 일이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비즈니스들은 그 불안과 공포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비교의 함정

남과 비교하는 삶의 태도는 한국인이 가진 좋지 않은 습성이지만 비즈니스에서는 좋은 먹잇감이다. 남의 자식들은 다 다니는 학원, 학습지는 내 자식도 해야 하며,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는 “뾱뾱” 그랜저로 대답도 해야 한다. 

 

꼭 한국인만 비교를 하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유독 심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10여 년 전에 루이비통의 스피디백이 국내에서는 일명 ‘3초백’이라 불렸다. 지나다니다 보면 3초 만에 한 번씩 마주친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불렸다. 

 

명품백을 온 나라 사람들이 들고 다니게 하려면 ‘누구는 이걸 샀다’라며 부러워해야 하고 ‘어느 집은 좋은 차를 샀다’고 옆구리를 찔러야 한다. 남들보다 뒤쳐지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운 나라에서 불안과 공포는 매우 좋은 소재다. 

 

저 사람보다는 내가 있어 보이도록 만들어주는 비즈니스의 현란한 말솜씨는 소비자의 불안을 가중시킨다. 너도나도 동참하도록 밀어준다. 

 

물론 불안과 공포의 메시지가 역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미래 세대를 위한 준비도 하며, 서로 나쁜 짓을 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역할도 한다. 다만 이런 불안과 공포 역시 과하면 모자람만 못하다. 

 

SNS를 들여다보면 온갖 불안요소가 다 있다. 세탁기의 뒷면엔 보이지 않는 묵은 때들이 가득하고, 기존의 쓰던 베개들은 사람의 목을 아프게 하며, 침대에는 진드기가 가득하고, 수돗물로 샤워하면 큰일 날 것 같기도 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을 많이 보게 되니 불안과 공포는 매일 새로 태어난다. 

 

어려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연히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기능과 메시지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그럼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들이 시장에는 존재한다. 그것을 옛사람들은 ‘상도(商道)’라고 했다. 불안과 공포를 파는 시대, 비즈니스에서는 어떤 상도가 필요할까?

 

다른 상품 약점은 내 상품의 강점이 아니다

시장은 전쟁과 다름없다. 이기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모든 수를 고민하는 곳이다. 오죽하면 마케팅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올까? 하지만 진짜 전쟁에서는 적이 죽어야 내가 살지만 마케팅 전쟁에서는 적도 살고 나도 살아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시장에서 독점은 매우 좋을 것 같지만 많은 사례에서 보여주듯이 독점이 소비자에게 주는 혜택은 크지 않다. 같이 경쟁하며 성장하는 경우 소비자들도 좋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기업의 입장에서도 시장이 확대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SM6와 말리부가 시장에 처음 나왔을 때 소나타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현대차는 그들의 약점을 팔지는 않았다. 더 좋은 소나타를 시장에 내놓았고 결과는 다시 예전 강자의 모습이 되었다.

가끔 시장에서 다른 회사의 약점을 노출시키며 자사의 상품을 돋보이게 하는 경우들이 있다. 하지만 차별화의 메시지는 자사의 강점만으로도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숫자에 약하다. 그리고 권위 있는 기관의 발표에도 약하다. 많은 상품들이 권위 있는 혹은 있어 보이는 기관의 숫자들을 활용하는데 숫자들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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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한 식료품 점에서 쇼핑객이 힘없이 빈 선반을 바라보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데이터는 독

의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을 팔아야 하는 의약품 업체나 건강보조식품 업체들은 이런 데이터의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업체는 수많은 데이터로 소비자에게 소구하고 소비자들도 혹해서 구매하지만 유행처럼 지나가는 상품들이 허다하다. 

 

자동차 회사들은 연비나 배기가스의 숫자를 조작해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최근까지도 속도를 내세워 1등을 자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생활 속에서 느끼는 체감속도와 서비스는 이전 세대 규격보다 나아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체감되지 않는 데이터들은 불신을 키울 뿐이다. 정확한 정보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공급자의 기본원칙이다. 검증하기 쉬운 시대이니 팩트에 기반해 소비자와 소통해야 한다. 

 

얼마 전 길 가던 여성을 쫓아가서 집을 침입하려는 사건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어느 택배대리 수령회사는 이를 흉내내 피에로 도둑이라는 영상을 올려 원성을 샀다. 많은 기업들이 불안을 야기하는 장면이나 메시지를 통해 소비자에게 자극을 주고 유입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메시지를 잘못 보냈다간 부메랑이 되어 기업으로 돌아온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모든 부모가 같다. 그런데 어떤 교육업체들은 이런 부모의 마음을 이용해 ‘지금 하지 않으면 당신의 아이는 뒤쳐질 것’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과도한 불안과 공포의 조성은 비즈니스 전반에 대한 불신을 쌓게 한다. 

 

몇 년 전 커피에 들어가는 카제인나트륨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카제인나트륨이 나쁜 것처럼 광고한 회사는 시장에 어느 정도 안착하게 되었다. 하지만 논란을 야기한 것에 대한 반감도 늘었다. MSG 논란이나 소포제 논란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검증 없이 치고 빠지는 식의 마케팅은 소비자를 혼란스럽게만 한다. 

불안에 매우 민감한 사회다. 점점 그 강도는 세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이 불안을 조장하고 자사 상품에 투영하는 것은 상도의 선을 넘는 것이다.

 

불안 말고 안심을 팔아라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비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 기저에 불안과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불안과 공포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상황을 이용하여 비즈니스를 확장한다면 분명 다시 일상이 안정되었을 때 소비자들은 그 기업을 재평가할 것이다. 

 

유사이래 불안과 공포는 항상 비즈니스에서 활용하기 좋은 메시지이자 소재였다. 하지만 불안과 공포가 비즈니스 영역을 과도하게 침범한다면, 역으로 불안과 공포를 기업들이 되돌려 받을 것은 자명하다. 

 

드라마 ‘상도’를 보면 임상옥이 가지고 다닌다는 계영배(戒盈杯)가 나온다. 이 술잔은 과욕을 경계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잔의 7할 이상을 채우면 쏟아진다. 

불안과 공포가 비즈니스를 영위하는데 좋은 소재이기는 하나, 과하면 그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불안과 공포를 부추기기 보다는 계영배의 의미를 되새기며 다독여주는 비즈니스가 필요한 시기다. ​ 

경력사항

  • 현 비루트웍스 CEO/ 씨엘앤코 대표컨설턴트/ 한양대사이버대학원 마케팅MBA 겸임교수
  • 전 신세계 백화점 CRM팀 과장
  • 현대캐피탈 고객전략팀 과장
  • 타이드스퀘어 상품팀 부장
  • 삼성카드 브랜드팀 차장
  • 인스테리어 CMO
  • 저서 : <마케팅무작정따라하기>, <호모마케터스>,<21일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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