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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도 경기를 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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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명광 비루트웍스 대표 (mkcho7@gmail.com) | 작성일 2020년 07월 13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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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흥미로운 뉴스가 커머스 업계를 들썩이게 했다.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대표가 한 트렌드 컨퍼런스에서 국내 온라인 커머스 시장의 최종 승자는 네이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후였다. 

 

우선 이 분석을 요약하자면 한국의 온라인 커머스 시장은 참여기업이 많고 경쟁이 치열한데다 검색기반의 편의성을 갖춘 곳은 네이버 뿐이라 결국 네이버가 차지할거라는 예상이었다. 물론 이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업계 관계자들은 그 주장에 대해 갑론을박하면서도 네이버가 커머스의 공룡이 됐다는 사실은 모두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지난 5월 머니투데이에 네이버와 관련한 새로운 기사가 하나 올라왔다. 새로운 뉴스는 아니지만 제목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제목은 ‘심판이 왜 경기를 뛰나, 네이버쇼핑 ‘공공의적’된 이유’였다. 

 

내용은 네이버가 국내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독점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데 자신들의 비즈니스모델로 마켓플레이스를 열어놓는 것은 불공정한 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커머스 업계의 볼멘소리다. 

 

물론 일부의 시선에서는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네이버가 왜 심판이냐는 대목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네이버의 영향력이 크다고 해서 심판을 하라고 한 사람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답할 수 없다. 이는 꼭 e커머스 시장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오프라인 최대 유통업체인 롯데나 신세계는 그럼 심판일까? 롯데나 신세계 그룹 내에서 최근에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활동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제조업과 제조업이라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점점 유사해지는 PB(Private Brand)중심의 비즈니스 확장이다. 이마트에서 시작된 PB인 노브랜드는 전국 각지에 매장을 내고 성업 중이다. 노브랜드는 제조업일까? 유통업일까?

 

2015년 9개 제품으로 시작한 노브랜드는 출시 첫 달 매출이 약 1억9천만 원이었지만 2020년 현재 천여 개 제품을 내놓고 25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흑자 전환을 이루었다. 이마트가 만들어내는 많은 PB브랜드들의 확장과 성장을 두고 왜 심판이 경기를 뛰냐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PB의 성장은 오프라인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홈쇼핑과 e커머스 업체들도 앞다퉈 PB 시장 확장을 위해 고민 중이다. 화장품 브랜드를 이미 오래전부터 운영해 오고 있고, 유통에서 파생된 여러 비즈니스를 확장하기도 하고, 새로 편입시키기기도 한다. 이는 비단 유통업계만의 현상은 아니다. 

 

제조업체들도 생존을 위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패션기업들도 새로운 사업에 발을 들이고 있다. LF는 LF몰을 만들어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몰을 지향하고 있고 2019년 엘티엠푸드와 네이처푸드 등을 인수하며 식품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단순하게 심판이 경기장에서 같이 뛰고 있다고 하기엔 시장 환경이 매우 복합적이다. 

 

시장에서 심판이 사라졌다

과거 패러다임에서 유통업계는 시장의 심판이라 불렸을 만하다. 제조사가 소비자를 만나는 장을 만들고 거기에서 유통경로 최소화라는 편익을 제공했다. 구색을 갖춰서 선택에 도움을 주고 가까운 곳에서 소비자와 만나게 해주는 전통적 유통의 역할을 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제조사-도매-소매-소비자로 연결되는 전통적인 경로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태의 커머스 형태와 유통의 경로가 생기면서 유통 비즈니스를 하는 업체들도 살아남기 위해서 새로운 영역을 넘봐야 하는 환경이 도래했다. 

 

거기다 제조사 중심의 유통경로가 대형 유통업체 중심으로 바뀌면서 시장의 힘도 유통업체로 급격히 옮겨갔다. 이는 공급과잉의 자연스러운 결과이기도 하다. 

 

마케팅이 격화되고 시장에서 선택받기 위해서는 유통의 힘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유통 비즈니스도 기존 오프라인에 더해 온라인의 다양한 업태가 등장하고 제조사가 직접 고객과 만나는 것도 어려워지지 않음에 따라 서로 각자도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기존 유통이 주로 심판의 역할을 하다가 유통업체도 경기를 뛰어야 살아남게 된 것이다. 

 

새로운 유통 플랫폼들은 새로운 심판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O2O 비즈니스가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판을 깔고 힘을 얻은 사업자들이 등장했다. 소비자가 이용하고 싶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거쳐 가야 하는 플랫폼들이 늘어나면서 점점 심판이 더 경기를 잘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룰을 만드는 선수라면 과연 기존의 선수들이 이길 수 있을까?

 

거기다 기존에는 이 경기를 중계만 하던 미디어들도 시장에 뛰어들어 돈을 벌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미디어와 미디어의 콘텐츠가 상품이 되고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디어도 유통을 하고 제조도 하는 업의 경계가 사라져가고 있다. 이런 현상을 블러(Blur) 이코노미라고 하는데 기존에 영위하던 업의 정의나 본질로만 생존하기 어려워지면서 산업간·업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사실 지금은 힘이 있는 곳에서 경기장을 만들고 경기 룰을 만드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모든 룰이 힘있는 곳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다행이다. 소비자라는 선수이자 심판이 새롭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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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라는 심판이자 선수의 등장

과거 소비자는 매우 수동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제조사가 정해주는 스펙에 맞춰 소비하는 것이 전부였다면 공급이 늘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장되면서 시장에서 힘의 우위가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이동했다. 

 

거기다 네트워크와 기술의 발달로 완전정보의 시대가 열리면서 소비자들의 한마디가 제조사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승승장구하던 기업들도 리스크 관리가 안 되고 소비자들이 이에 대한 응징을 하면 시장에서 판도가 바뀌는 일도 이제 자주 나타난다. 

 

과거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사태로 매출이 곤두박질했다. 이후에도 또 다른 구설수에 오르내리길 반복하면서 라이벌 회사인 매일유업과 전혀 다른 위치에 서게 됐다. 일본의 무역규제로 촉발된 노재팬 불패운동을 통해서 많은 일본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있고 이미 철수하는 브랜드도 있다. 

 

물론 소비자의 힘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나 이제 기업의 생존권은 그들의 기업 경영능력에도 달려있지만 소비자의 기준에 어긋나는 것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소비자가 시장원리를 만들어가는 시대가 됐다. 공정이나 환경문제, 가치 소비 등에 관심을 갖지 않는 기업이라면 점점 소비자의 심판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가 심판의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직접 시장에 선수로 등장하는 경우가 다양해졌다. 제조사의 상품을 소개하던 인플루언서들이 직접 화장품 브랜드나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 나오는 경우는 너무나 흔하고 과거에는 제조사의 이해관계자 역할을 하던 디자인회사나 기술회사들도 제조와 유통에 나서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국내 화장품 OEM, ODM의 대표주자인 하나인 한국콜마는 화장품을 매개로 개인도 브랜드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고 선포했다. 이는 소비자도 이제 제조가 어렵지 않은 환경이 조성됐다는 뜻이다. 

 

이미 시장은 선수와 심판의 옷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심판의 역할은 사실 기업보다는 정부의 몫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시장논리가 관의 논리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크다. 이런 현실에서 기업들은 어떤 전략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할까.

 

신유통 환경에서 생존하기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제조업이었던 업의 본질을 모빌리티로 재정의해 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론칭한 모빌리티 전문기업 모션은 차량관리 플랫폼을 만들어 렌터카 업체들과 협업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자동차 유통환경도 소유에서 렌트나 리스 혹은 공유로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제조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소비자들의 자동차 소비환경이 바뀌는 상황에서 제조업으로서 정의된 업의 본질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나 생존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담겨있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이 플랫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새로운 모빌리티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최근에 롯데쇼핑은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비즈니스 형태에서 벗어나 온라인에 초점을 맞추고자 지난 2년간 3조원을 투자해 롯데온을 론칭했다. 하지만 론칭 이후 평가는 가혹했다. 접속불가는 기본이고 오배송, 반품불가 등으로 인해서 대대적인 론칭 행사들이 빛이 바랬다. 여전히 오프라인의 사고방식에서 온라인을 바라보고 있다는 평도 있었다. 

 

기업들에게는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것처럼 어려운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환경이 그렇다. 트렌드의 속도는 좇아가기도 버겁고 업의 경계들을 넘나들어야 하고 기존의 경쟁자들만 있던 환경에서 새로운 신흥강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어쩌면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하지 않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푸념하기도 한다. 그런데 잠시는 안전할지 모르나 곧 생존을 걱정하게 될 것이 뻔하다. 

 

지금 시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필요한 룰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기존 방식으로 생존이 힘들다는 것은 룰이 없는 경기장에 올랐다는 말과 같다. 생각하는 시간에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가지고 시장의 반응을 빠르게 흡수하고 계속해서 소비자의 의견을 담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힘이 센 심판으로 등장한 소비자들이 어떤 가치로 시장을 평가하고 있는지 꾸준히 지켜보고 그에 부응하는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만들고 이미지도 구축해야 한다. 

 

어려운 시장이라는 말로만 수렴되는 것 같지만 이런 시장에서 생존하는 기업들은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도 현실이다.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한 룰을 만들어내는 기업이 앞으로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래서 심판을 탓하기보다는 이제 선수들이 심판과 같은 역할도 하면서 시장이 요구하는 룰을 만들며 소비자를 이해시키는 경기를 펼쳐야 하는 때가 됐다. 이래저래 힘든 시장 환경이다. 

 

경력사항

  • 현 씨엘앤코 대표컨설턴트/ 비루트웍스 코파운더/ 한양대사이버대학원 마케팅MBA 겸임교수
  • 전 신세계 백화점 CRM팀 과장
  • 현대캐피탈 고객전략팀 과장
  • 타이드스퀘어 상품팀 부장
  • 삼성카드 브랜드팀 차장
  • 인스테리어 CMO
  • 저서 : <마케팅무작정따라하기>, <호모마케터스>,<21일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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