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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자의 패션 실험실/김유겸

지금 우리에게 머물 곳은 지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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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유겸 FITI시험연구원 … (youkyum@hotmail.com) | 작성일 2020년 07월 13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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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세속적인 쾌락의 동산’>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The Garden of Earthly Delights)’은 1490~1510년쯤 그려진 작품으로 현재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3폭의 패널로 왼쪽부터 아담과 이브로 상징되는 인간의 탄생, 쾌락 속에 빠져 있는 많은 인간들, 그리고 파라다이스의 파멸이라는 주제로 구성돼 있다. 

 

기괴한 느낌이 드는 이 그림의 구석구석을 카메라가 비추면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의 멘트로 다큐멘터리는 시작된다. ‘나는 어릴 적 매일 밤 침대에 누울 때마다 이 그림 포스터를 바라보았다.’ 2016년 개봉된 이 다큐멘터리에는 당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오바마 대통령도 출연한다. 제목은 ‘Before the Flood’.

 

적극적인 환경 보전 활동가로 알려진 디카프리오는 지구촌 곳곳을 찾아다니며 자원의 남용, 생물 다양성의 훼손, 환경오염을 통해 인간이 초래하고 있는 기후변화의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그린랜드의 빙하가 해가 다르게 줄어들며, 미국 토지의 47%가 식량 생산을 위해 사용되지만 그중 70%는 소고기를 얻는 작물을 키우며, 이로 인해 온실 효과를 초래하는 다량의 메탄가스가 발생한다고 전한다. 

 

당시 촬영 중이던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마무리를 위해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눈이 없는 캐나다에서 아르헨티나로 촬영지를 옮겨야 했던 상황을 얘기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기후변화에 의해 해수면이 상승하면 해안가에서 집중해 있는 사람들이 내륙으로 이동해 한정된 자원을 놓고 경쟁하게 되고 이는 곧 단순 ‘환경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한다. 

 

지구의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NASA의 우주 조종사는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줄어드는 북극의 빙하를 보여 주며, 자신에게는 췌장암 4기 투병으로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지구를 살리는데 대한 진심어린 당부를 전한다. 

 

경제학자와 생물학자간 기후변화, 환경문제에 대한 대표적인 논쟁으로 1980년 경제학자인 줄리언 사이먼(Julian Simon)과 생물학자인 폴 에를리히(Pa ul Erlich) 사이에 있었던 내기를 꼽는다. 5가지 천연자원을 골라 10년 후 가격이 오르면 에를리히가, 내려가면 사이먼이 이기는 내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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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와 생물학자의 이상한 내기

에를리히는 공급은 제한되어 있는 반면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구리, 크롬, 니켈, 주석, 텅스텐 5가지 광물을 골랐다. 10년 뒤 가격은 평균 60%까지 하락했고, 사이먼에게 약속한 576.80달러를 주면서 생물학자의 패배로 결론이 났다. 자원은 이론적으로 제한되어 있어 수요가 증가할수록 가격이 오르지만, 이를 대비해 새로운 자원과 채취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입증한 결과로 자주 인용되는 에피소드이다.

 

그러나 이 내기에는 애초에 에를리히가 패배할 수밖에 없는 잘못 설정된 기준이 있다. 내기 대상이 된 자원의 ‘가격’ 변동은 과학적 원리에 근거하지 않고 경제적 논리로 결정된다. 경제학자는 내기의 대상이 된 5가지 광물을 지구로부터 무한히 얻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기술 발전이 가격을 낮춰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생태학자는 지구라는 한계 내에서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에 내기의 대상이 된 5가지 자원의 절대적인 가치는 상승한다고 믿는다. 실제로 생산 기술의 발달로 구리 가격은 2000년 초반까지 감소한다. 그 이후 정보통신산업 등의 영향으로 오르다가 내려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측에서는 위험성을 제기하는 과학자들을 ‘환경론자’라고 칭한다. 단순히 경제학에서 존재하는 것과 같은 여러 주장 중의 하나라는 의미로 축소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경제학자들은 미래에 대해 늘 낙관적이다. 

 

인류가 당면한 문제는 과학, 기술이 해결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식량문제도, 환경오염도, 기후변화도 모두 과학 기술의 발전을 통해 해결될 것이며, 경제성장은 모두에게 좋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제학자는 단기간에 걸친 현상을 설명하는데 집중하고, 생태학자는 장기간에 걸친 궁극적인 결과에 집중한다. 기후변화와 같이 오랜 기간 동안 걸쳐 나타나는 변화의 양상을 측정한 데이터를 통한 추세의 변화에 따라 판단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 단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에 근거한 경제성의 결과로 판단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오류를 범하도록 만든다. 

 

지금의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기후문제는 근본적으로 폭발적 인구 증가에서 기인한다. 1800년대 초 10억이던 인구가 2020년 현재 78억에 이르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본격적인 경제 시스템의 작동은 지속적으로 인구 증가를 바탕으로 성장하면서, 인류에 의한 인위적 온실가스 배출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지구상에서 이전에는 없던 이산화탄소 발생원을 인류가 만들어냈다. 에너지를 얻기 위한 석탄발전,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 항공기, 육류를 얻기 위한 대량 목축 등을 통해 인구 증가와 동시에 폭발적인 온실가스 발생을 이루어냈다. 따라서 지구가 그동안 유지해온 시스템을 통해 지구 대기 내의 온실가스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고 있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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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에 전 세계 패션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들이 참여해 패션 팩트 7(Fashion Pact 7)을 결성했다.>

 

미래를 대비하는 패션 비지니스

전 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맞아 집안에만 머물게 하고 서로 접촉하는 것을 자제하면서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막으려 했지만, 6월 중순까지 46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계속되는 위협에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2020년 이전과 같은 생활로 되돌리기 위해 모두 애쓰고 있다.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된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혹시 완벽히 가능하지 않더라고 적응하면서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집에 머문다고, 에어컨을 켠다고 해결될 수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패션업계의 움직임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9년 8월에 전 세계 패션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들이 참여해 패션 팩트 7(Fashion Pact 7)을 결성했다. 이는 과학적 기반 목표(Science-Based Targ ets)를 기반으로, 지구 온도 상승 수준을 산업화 시대 대비 1.5℃ 이하로 유지하기 위한 2050년까지 온실 가스 배출 제로화,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고 종을 보호, 해양 보전을 위한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점진적으로 제거하는 등의 패션 산업 전반에서의 환경 부담을 줄여 기후변화 대응에 노력하겠다는 합의된 실행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당장의 경제적 이익과 양적 성장을 위한 기업 활동이 아니라 보다 거시적이며 장기적 관점에서 패션 비즈니스를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온라인 시장의 급속한 확대와 오프라인 매장의 대규모 축소는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패션 비즈니스를 구조 조정하는 과정이며, 이는 패션 기업의 역할 변화와 사회적 요구에 대한 대응의 일례이다. 

 

경제학자의 판단처럼 어떤 특정 시점이나 기간 동안  자원이나, 상품의 가격은 내릴 수도, 오를 수도 있다. 그런데 경제성은 언제나 상대적이다. 1980년대 중반 검은색 화면에 노란색, 초록색 글자가 표시되던 진공관 모니터가 포함된 286 컴퓨터는 당시 200만 원 정도였다. 

 

오늘날 화려한 컬러 화면과 더 성능 좋은 컴퓨터도 200만 원이다. 경제적 성장이 이루어낸 결과가 아니라 과학 기술의 발전이다. 우리는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마이너스 유가 시대를 경험하기도 했다. 맹목적으로 경제적 성장 지표에 집착하는 것은 지구와 인류에게 기후변화 위기, 환경오염, 생물 다양성의 훼손, 자원고갈 등을 가져다 줄 뿐이다. 

 

패션 비즈니스를 포함한 경제활동의 목적은 경제적 지표 달성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인류의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글로벌 패션 업계는 변하고 있다.

 

경력사항

  • (재) FITI시험연구원 Quality & Audit
  • ISO/TC 38 Textiles, convenor – WG27, WG31 SC24/WG5
  • ISO/PC 308 Chain of Custody, ISO/TC 323 Circular Economy delegate
  • 한중일 섬유산업연합회 협력회의 지속가능성분과 한국간사
  • 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 Fashion Charter Working Group member
  • 경희대학원 섬유공학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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