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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자의 패션 실험실/김유겸

지속가능한 소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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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유겸 FITI시험연구원 … (youkyum@hotmail.com) | 작성일 2020년 08월 10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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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서둘러 조찬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다른 분야 전문가들의 새로운 관점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지난 모임에서 주최 측이 준비한 한스 로스링의 저서 ‘팩트풀니스(Factfulness)’는 그동안 막연하게 알고 있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사실들을 올바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동안 섬유패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얘기할 때마다 과거와 현재의 많은 문제점에 대해 알아 가면서 동시에 점점 암울해지는 미래에 대한 걱정을 다소 덜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다만 책 시작부분에 있는 문제 풀이에서 침팬지보다 못한 점수를 얻었다는 건 아쉽긴 하다).

 

현재 한국인들이 누리고 있는 일반적인 삶은 레벨1으로 전 세계 78억 명의 인구 중 약 10억 명이 해당된다고 한다. 불과 50년 전에는 레벨3을 갓 벗어난 수준이었는데 매우 빠른 기간에 엄청난 일을 해냈다고 할 수 있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 우리는 단거리 선수와 같은 스피드와 노력이 필요했다. 빠른 시간 내 정해진 목표에 도달하고자 노력을 투자했고, 그리고 많은 성과를 얻게 되었다.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한다

지금 우리는 그 빠른 스피드를 가지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져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누군가로부터 주어진 기준에 따라 움직이면 되었다. 섬유·패션산업은 글로벌 바이어가 요구하는 수준의 품질로 소재를 생산하고, 이를 제품화하여 공급하는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였다. 

 

주문자생산방식(OEM)이라는 틀에 최적화된 생산, 제조, 유통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OEM 주문은 없어지기 시작하고,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글로벌 패션시장은 구조적인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브랜드들과 리테일러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상당수의 오프라인 매장을 닫으며 구조 조정을 하면서 온라인 판매로의 전환을 코로나 사태로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그동안 매장에 기본적으로 공급해야 할 물량이 줄어들면서 주문, 생산량이 줄어들어 급격한 ‘공급망 구조조정’이 시작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전 세계 공급망은 근본적인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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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Casting 에 의한 미래 대응 방안 설계.>

 

 

오늘 문제 해결은 내일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2020년 전반기를 보내고 우리는 앞으로 달라질 패션업계를 그려보고 있다. 모두 이전과는 같지 않다는데 동의하지만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각자의 생각이 다르고,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같지 않다.

 

세미나 등의 발표를 통해 지속가능한 섬유·패션산업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얘기할 때마다, 일부 청중들은 “현재의 문제 해결이 급하기 때문에 미래에 벌어질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는 것은 힘에 부친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사실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똑같이 ‘내일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내일은 오늘보다 나은 상황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런 ‘짧은 해결’이 거듭되면서 우리는 미래로 한발자국씩 나아간다. 그런데 이런 ‘짧은 해결’이 가지는 문제점은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과 그 과정이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주어진 상황에 그날 그날 주어진 숙제를 해결하듯 쫓아가다 보면 힘겨운 상황은 반복된다. 

 

우리의 섬유패션산업이 지나온 과정은 주어진 숙제를 빠르게 풀어가는 방식이었다. 누군가 정해준 품질 기준에 따라 소재와 제품을 생산하기만 하면 역할이 끝나는 것이었기 때문에 벌어진 상황에 재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최상의 방식이었다.

 

누군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 곧바로 시장에 같은 제품을 내놓고 가격 경쟁을 하는 상황을 반복했다(마치 여행을 가서도 누군가의 블로그에 나와 있는 여행기를 그대로 ‘Ctrl C’, ‘Ctrl V’ 하는 것처럼…).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우리가 잘 대응하고 있는 것도 어쩌면 우리에게 익숙해져 있는 방식이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지속가능한 소재는 미래의 준비이자 기회

지금 글로벌 섬유·패션산업은 확실한 변곡점에 서 있다. 품질, 가격, 디자인이 만족되면 수요기업이 패션제품을 받아 주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지속가능한 소재(sustainable material)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수요기업과 시장이 요구하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기능성이 가득한 소재와 제품이 아니라 이산화탄소 발생을 억제하고, 물 사용을 최소화하고, 폐기물이 적으며, 화학물질 사용에 의한 환경오염을 줄이면서, 근로자들에게 적절한 대우와 환경을 제공하면서 생산·유통시킨 소재이고 제품이어야 한다. 

 

패션 비즈니스의 기본 원칙과 방향으로 UN에서 제시하는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가 인용되고 있다. 17가지 세부 목표 실현을 위해 특정 시점의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예측해보고, 이를 근거로 현재로부터 그 시점에 도달하는 기간 동안 무엇을 어떻게 단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계획하고, 실행하는 방법으로 백 캐스팅(back casting) 방식이 적용된다. 

 

마찬가지로 글로벌 브랜드 기업들은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자체 계획의 단계 이행을 위한 시간표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실행 결과를 공표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들의 지속가능성보고서는 공급망 기업들에게는 중장기적인 기준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소재와 제품은 이전에 없던 것들이라서 우리가 익숙한 방식으로 만드는 것은 어렵다. 재빨리 만드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이런 상황은 처음 접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패션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려는 글로벌 브랜드들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기 때문에 무엇부터 시작할지 어떤 정도로 시작할지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이 진짜 기회이다. 공급과잉을 떠받치던 글로벌 공급망은 재편되고 있으며, 그 재편의 기준은 ‘확장된 품질’ 즉, 지속가능성 요소가 포함된 새로운 것이다. 

 

계속 해오던 것만 고집한다면 새롭게 열리는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수 없다. 우리는 지금까지 주어진 기준에 재빠르게 대응하는데 최적화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그 길을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한다. 

 

경쟁자나 우리 모두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남을 보고 쫓아가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내가 먼저 상상할 수 있는 최상의 상태를 결과로 제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시도해야 하는 시기에 들어서고 있다. 왜냐하면 그렇게 만들어진 소재와 제품이 지속가능한 것이고 그것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패션산업의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다면 세미나에서 청중에게 전하는 말로 대신하고자 한다. “글로벌 패션브랜드들의 지속가능성보고서는 정답이 표시되어 있는 참고서입니다.”​ 

경력사항

  • (재) FITI시험연구원 Quality & Audit
  • ISO/TC 38 Textiles, convenor – WG27, WG31 SC24/WG5
  • ISO/PC 308 Chain of Custody, ISO/TC 323 Circular Economy delegate
  • 한중일 섬유산업연합회 협력회의 지속가능성분과 한국간사
  • 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 Fashion Charter Working Group member
  • 경희대학원 섬유공학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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