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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외면한 코닥과 노키아, 혁신을 받아들인 츠타야와 오와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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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유겸 FITI시험연구원 … (youkyum@hotmail.com) | 작성일 2020년 10월 12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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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구나 손에 쥐고 있는 휴대전화는 사진을 종이에 인화하는 번거로움을 줄여 주었다. 행사 후에 인화된 사진을 앨범에 꽂아 사진이 필요한 사람들이 이름을 적어서 필요한 매수만큼 다시 인화하던 시절은 옛 이야기가 되었다. 이제는 휴대전화로 촬영한 사진을 즉석에서 SNS를 통해 나눈다.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하면서부터 사진관을 찾은 일이 없어지고 카메라 필름을 사지도 않는다. 그렇게 디지털 카메라를 산 이후에 사진 인화를 위해 10여년 넘게 단골이었던 사진관과도 작별을 고했다.

 

코닥, 노키아

지금은 일상화된 디지털 카메라는 이미 1975년 개발되었다. 그렇게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하고도 다른 경쟁자들에게 밀려나 파산한 회사가 바로 카메라 필름의 대명사였던 코닥이다.

 

코닥은 카메라 필름 최고의 제조사로서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지만 정작 자신들이 열어 놓은 디지털 카메라 시대를 외면했다. 회사 자체를 의미하는 필름사업에 매달리다가 2011년 파산한 뒤 이제는 디지털 이미징 회사로서 업계 후발 주자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아마도 자신들의 서비스를 카메라 메이커들을 지원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기술면에서 부족한 디지털 카메라는 절대로 필름카메라가 보여주는 화질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부적으로 필름 카메라 메이커들도 상당 기간 디지털 카메라로 전환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들이 최초로 만들어 낸 혁신적인 상품인 디지털 카메라의 잠재적 가능성을 외면하고, 자신들이 가장 잘 해왔고, 익숙한 것에 매달리다가 스스로 새로운 시장을 포기하였다. 과거 성공적이었던 전략에 너무 오랫동안 집착하는 몰입의 상승(escalation of commitment)의 전형이다.

 

2007년 세계 휴대폰 시장의 50% 가까이 점유하고 핀란드 국내총생산의 약 25%를 차지하던 노키아는 이제 휴대폰 사업에서 밀려나면서 변화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서 계속 언급되고 있다. 스마트폰이 나오는 순간에도 변하는 시장을 쫓아갈 수 없었다. 스스로도 스마트폰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늘 해오던 방식을 답습했고, 방대하고 관료화된 조직 때문에 기기와 소프트웨어가 긴밀하게 결합되는 방식의 스마트폰을 만들어 낼 수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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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탈 카메라 발명자 스티븐 새슨.photo vimeo>

 

 

츠타야, 오와리야

일본 출장길에 자주 찾게 되는 곳이 있다. 천장까지 닿은 높다란 책꽂이와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는 츠타야 서점이다. 오사카 인근 히라카타에서 음반 대여점으로부터 시작한 츠타야는 이제 서점을 넘어 자신들을 문화를 기획하는 회사로서 정의하고, 회사명을 ‘Culture Convenience Club’으로 정했다. 츠타야를 만든 마스다 무네야키(增田宗昭)는 고객이 말하는 것을 듣지 말고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라면서 적극적으로 먼저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낼 것을 강조한다. 

 

동시에 눈여겨 볼 것은 조직이 성장하면 50명 단위로 묶어 분사를 거듭하여 70여개의 회사로 이루어진 그룹형태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회사의 양적 성장으로 덩치가 커지면서 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을 스스로 경계해 방법을 찾아냈다. 가벼운 몸집으로 해야 할 것을 찾아내고 신속하게 실행하는 전형을 보여준다.

 

다시 츠타야가 시작했던 히라카타에서 교토로 장소를 옮겨 보자. 출장을 마치고 늦은 점심을 위해 찾는 교토 시내의 소바집이 있다. 1465년 과자점으로 창업한 혼케오와리야(本家尾張屋)는 교토에서만 555년간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교토 내에만 몇 군데 지점이 있을 뿐이다.

 고유의 맛을 유지하고자 스스로 성장을 멈추고, 16대에 걸친 점주들에게 전해져 온 자신들의 전통을 제공한다. 오랜 시간의 흐름에서 적절한 수준의 사업을 유지하면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얼마나 실질적이며 효과적인지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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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와리야 쿄토 본점.photo-김유겸>

 

 

동굴 밖 세상으로 

몇 해 전 한중일 3국의 섬유산업을 대표하는 모임에서 섬유업계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패션 브랜드기업들이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접한 적이 있다. 아마도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생산 공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기본적인 가동률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낮추고 대량소비를 하도록 하는 것이 패스트 패션업계의 기본이었다. 대량생산을 위한 체계를 갖추고 바이어의 대량 주문에 대응하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이 늘 정답이었다. 

 

그런데 규모의 경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양적인 성장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시 조직의 비대화를 초래한다. 조직의 비대화는 외부의 변화에 대해 재빠르게 움직이는 의사 결정을 가로 막고 좀처럼 생각하지 않게 만든다. 

 

아마도 코닥이나 노키아의 내부에서는 과거로부터 현재로 이어진 상황이 그대로 내일도 계속될 것으로 믿고 싶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성공 경험과 익숙한 방식에 젖어 세상 변하는 줄 모르고 비대해진 몸집으로 서로에게 그릇된 확신을 공유하면서 착각했을 것이다.

 

불확실하고 작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설사 성공의 가능성이 있어도 몸집이 무거워 쉽게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커다란 몸집이 움직이려니 필연적으로 소모되는 에너지도 많아 큰 먹잇감이 아니면 선뜻 나서려 하지 않는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해도 그때까지의 성공을 뛰어 넘을 정도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동시에 세상의 변화를 말하는 사람들은 침묵하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점점 깊은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동굴 안에서 지내는 이들에게는 동굴 입구를 통해 보이는 하늘이 전부이다. 그러나 동굴에서 벗어나 마주하는 세상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아마도 코닥 직원으로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를 발명했던 스티브 새슨(Steven Sasson)은 동굴 밖의 하늘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동굴 안에 있던 동료들에게 알렸지만 결국 그들은 동굴에 남기로 했다. 혹시 우리도 동굴 안에 갇혀 있으면서 세상은 여기가 전부라고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우리 곁에 있는 또 다른 ‘스티븐 새슨’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경력사항

  • (재) FITI시험연구원 Quality & Audit
  • ISO/TC 38 Textiles, convenor – WG27, WG31 SC24/WG5
  • ISO/PC 308 Chain of Custody, ISO/TC 323 Circular Economy delegate
  • 한중일 섬유산업연합회 협력회의 지속가능성분과 한국간사
  • 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 Fashion Charter Working Group member
  • 경희대학원 섬유공학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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