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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고 먹고 쓰는 것들에 대하여/강원식

숨고 싶어도 숨을 수 없는 숨은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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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원식 코넥스솔루션 대표 (kws@cnxsol.com) | 작성일 2020년 07월 27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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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에 오픈한다는 삼각지에 있는 유명한 소갈비집에 딱 4시 5분에 도착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대단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지라, 그 정도는 부지런을 떨어야 입장할 수 있겠지 싶었다. 그런데 웬걸, 이미 웨이팅 리스트는 두 장이 넘어가 있는 상태였고, 카운터에 있는 직원은 지금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면 4시간 정도 후에 입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럼 도대체 지금 들어가서 먹고 있는 저 사람들과 2장의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몇 시부터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인가? 망연자실. 그러면 그렇지. 인스타그램 맛집의 위상을 너무 과소평가한 자신을 탓할 수밖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다른 곳에서 식사를 하고 2차로 넘어갈 즈음 전화가 왔다. 그 때가 밤 10시. 다음에 가겠다는 대답을 남기면서 다음엔 몇 시에 가야 그나마 저녁 시간에 입장이 가능할까 생각해 봤다. 

 

마포구 구석진 주택가 안쪽에 있는 오픈한지 몇 달이 채 되지 않은 오코노미야키 집에 갔다.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여느 신상 맛집들처럼 생뚱맞은 위치에 있다. 가면서도 이런 데서 장사가 되나 싶을 정도로 후미진 동네 골목골목을 한참 들어간다. 가게는 당연히 이미 만석. 앞에는 웨이팅을 하는 팀이 두서너 팀. ‘음, 한 턴 정도 도는 것을 기다리면 들어갈 수는 있겠구나’ 하고 가게 안에 문의를 하니 기다리는 팀 말고 벌써 한 10팀은 더 앞에 있다고 한다. 

 

가게 안 좌석 수와 웨이팅하는 사람 숫자를 대략 계산해 보니 이 집도 오늘 안에 들어가기는 틀렸다 싶었다. 혹시나 하고 갔지만 역시나 이 집도 엄청 부지런을 떨거나, 아니면 마음과 배를 비우고 아예 늦은 시간대를 공략하거나 해야 들어갈 수 있는 초인기 맛집이었던 것이다.  

 

맛집 자리 잡는 것이 능력인 시대

2020년 현재 대한민국의 외식 씬은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노포면 노포, 신상이면 신상, 고객들로부터 인정을 받은 맛집들은 요즘 자리를 잡기가 쉽지가 않다. 한 달에 단 하루 예약을 받는데 그나마도 단 몇 분 만에 자리가 다 차버려서 도저히 가기가 쉽지 않은 곳도 많고, 이미 몇 달치 예약이 다 끝나버린 곳도 수두룩하다.

 

만약에 맛집 사장님과 상당한 친분이 있어서 어느 때라도 전화 한통에 자리를 빼주는 곳을 알고 있다면 그 사람은 능력자요, 주변 지인들로부터 리스펙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영화 ‘미스터 히치’를 보면, 주인공이 뉴욕에 있는 노부 레스토랑에 전화 한 통으로 당일 자리를 예약하면서 은근슬쩍 능력을 과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제는 우리나라도 충분히 그런 일이 벌어지는 환경이 된 것이다. 

 

그런데 나도 맛집이란 맛집은 예전부터 꽤나 찾아다니던 편이고, 꼭 먹고 싶은 메뉴는 웨이팅도 마다하지 않는 편인데, 요즘 불어 닥친 맛집 탐방 열풍은 참 대단하다 싶다. 불과 10여년  전에는 어마무시하게 맛있는 집이 아니라면 식당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먹는다는 일은 참 생소한 일이었다. 어딘가를 갔는데 자리가 다 찼으면 그냥 주변에 있는 자리가 있는 곳을 찾아서 먹는 것이 보통이었다. 

 

“뭘 기다리면서까지 먹어”가 동행한 사람들의 반응이었기 때문에, 그래도 좀 기다렸다가 맛있는 걸 먹자고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맛집 앞에 줄을 서는 것은 예삿일이고, 초인기 맛집에 자리를 잡는 기술(?)을 갖는 것이 매우 패셔너블한 일이 되었다. 

 

미식 붐을 불러온 인스타그램

아마 전국적으로 미식 붐을 불러일으킨 것은 케이블 티비의 몇몇 맛집 소개 방송의 덕이 크다고 생각한다. 2010년경에 시작한 ‘테이스티 로드’가 맛집을 소개하기 시작하면서 당시의 20~30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다가 2015년경을 기점으로 ‘수요미식회’ ‘3대천왕’ 등 맛집 소개 프로그램이 최고의 인기를 끌면서 맛집을 찾아다니는 문화에 불이 붙었다. 

 

미식을 즐기는 문화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지만, 티비와 지면이 미디어의 거의 전부이던 시절에 이 문화는 극히 소수 사람들만이 즐기던 것이었다. 포털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맛집 파워 블로거들이 이 문화를 퍼뜨리는 선도에 섰다. 그리고 케이블 티비가 그것을 이어받아 확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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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은밀한 도락이 진짜로 대중들의 놀이가 되고 메인 스트림 문화로 등극한 것은 SNS, 그 중에서도 인스타그램의 공이 매우 컸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서 블로그에서 정보를 수집하던 행태가 인스타그램에서 검색해서 즉각적인 이미지를 검색하는 행태로 변화하면서, 맛집 찾기 놀이는 불이 붙었다. 해시태그와 위치 태그로 검색을 해보면 요즘 핫한 식당이며 카페를 찾기는 훨씬 수월해졌다. 평판이며 분위기며 메뉴도 인스타그램의 피드 몇 개만 넘겨보면 금방 파악이 된다.  

 

지금의 미식 붐은 인스타그램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이제는 신상 맛집은 장소를 물색하고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시점부터 인스타그램으로 팔로워들과 소통을 시작한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은 이미 그 식당이 열기도 전부터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어디어디 맛집에서 일하던 쉐프가, 혹은 어떤 인기 맛집을 하던 사장님이 또 신상 레스토랑을 차린다는 소식이 인스타그램에 뜨면, 그 집은 준비 시점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정식으로 오픈하기도 전인 가오픈 시기에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의 방문이 줄을 잇는다. 결과는 오픈하자마자 자리잡기가 하늘에 별따기인 초인기 맛집이 된다. 예약 자체를 오로지 인스타그램으로 받는 집도 많다. 

 

한 달에 단 하루 예약을 받는 인기 맛집의 자리를 예약하는 것은 삼대가 공을 쌓아야 가능할 정도의 운이 필요하거나, 엄청난 눈치게임 전략의 소유자여야만 한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워크인으로 들어왔다가 영문도 모르고 자리가 없어서 돌아간다. 여기가 어떤 맛집인데 지나가다 들어올 생각을 하나. 분명 저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서 맛집 정보를 잘 찾아보지 않는 사람들이 분명하다.

 

나만 알고 싶은 숨은 맛집이 사라지다

인스타그램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서 인기 맛집에 등극하지 않아도, 순전히 손님들의 팬덤으로 맛집이 되기도 한다. 

조용히 맛있는 식당을 열어서 소박하게 장사를 한다고 해도 그 집이 분위기가 좋고 맛이 있다면 인스타그래머들이 기어코 그곳을 발굴해서 인스타그램에 띄우고 만다. 숨고 싶어도 숨을 수가 없는 것이다. 불이 한 번만 붙으면 포스팅이 방문객을 부르고 방문객은 또 인스타그램에 포스팅을 올리는 순환고리가 생긴다. 

 

오랜 단골로 꾸준히 장사를 하던 노포가 인스타그램의 수혜(?)를 받아 긴 웨이팅 행렬이 생기기도 하고, 원래 오던 손님들과는 확연히 다른 젊은 손님들 때문에 어리둥절해하는 노포도 생긴다. 장사가 잘되는 것을 마다할 사장님이 계실까 만은, 지나치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요식업의 특성상 쉽지만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래서 요즘엔 나만 아는 아지트 같은 ‘숨은 맛집’이라는 것은 참 존재하기가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이상적인 ‘숨은 맛집’이란 나만 알고 있지만 또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알고, 내가 정말 아끼는 사람들만 데리고 가고, 또 그들이 아끼는 사람들을 데리고 오면서 단골이 늘어나는, 꾸준히 잘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잘 몰라서 언제든 가고 싶을 때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곳이 아닐까. 또는 저녁을 거른 채 야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생각이 나서 훌쩍 들러서 가벼운 저녁과 술 한 잔을 할 수 있는 곳. 대단하지는 않지만 평범하지도 않은 그런 곳. 그런데 그런 곳이 점점 더 사라져 간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에 삼성동 오크우드 호텔 지하에 ‘니꾸자가’라는 이름의 밥집 겸 이자카야를 겸하는 일식당이 나에게는 그런 곳이었다. 주인장은 일본인 아저씨였는데, 니꾸자가(감자조림)라는 이름과 달리 텐푸라를 중심으로 내는 조금 엉뚱한 집이었다(물론 니꾸자가도 메뉴에 있기는 했지만). 일식을 좋아하는 나는 일본 가정식의 맛을 내는 주인아저씨의 담백한 솜씨와, 당시에는 마시기 힘들던 니혼슈 리스트가 좋아서 한동안 다니던 집이었다. 

 

초창기에는 손님이 적어서 안타까운 마음에 주인아저씨에게 무언가 홍보를 하시는 게 어떠냐고 주제 넘게 여쭈어보니, 너무 바빠지는 것도 바라지 않고 적당하게 자리를 다 채울 정도만 장사가 되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당시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지금은 참으로 이해가 간다. 내게는 이 집이 ‘숨은 맛집’의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블로그도 방송도 SNS도 안하고 오로지 찾아오는 손님들과의 소통만으로 영업을 이어가던 곳. 5년 정도 전인가, 코엑스 부근에서 일과가 끝나서 문득 그 곳을 떠올리고 찾아간 자리에는 이미 다른 프랜차이즈 식당이 들어와 있었다. 인터넷으로 아무리 뒤져봐도 폐업했다는 정보 외에는 찾을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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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심야식당’의 한 장면.>

 

드라마 ‘심야식당’에 나오는 식당이 그런 숨은 맛집의 전형이라고 한다면, 이 식당이 현재 대한민국에 남아 있을 경우 벌어질 일들을 상상을 해본다. #밤새영업 #먹고싶은거만들어줌 #존맛탱 #사장님츤데레. 이런 해시태그가 붙으며 맛집 인스타그래머들이 포스팅을 시작하고, 어느새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해져 한 두 시간 웨이팅은 기본인 맛집으로 등극한다. 밤새 영업하던 방침이 재료 소진 시 종료하는 것으로 바뀐다. 

 

그래서 손님은 더 몰리고 웨이팅은 더 심해진다. 원래 오던 단골손님들은 가게가 잘되는 것이 기쁘긴 하지만 언제든 들러서 한 끼를 먹고 주인장과 담소를 나눌 수 없게 되어 섭섭하다. 식당이 잘되자 사장님은 세컨드 브랜드를 기획해서 또 다른 콘셉트와 이름으로 2호점을 낸다. 이미 팔로워가 많은 이 식당은 2호점도 열자마자 대박이 난다. 엉뚱하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닐까요?  ​ 

경력사항

  • 現 (주)코넥스솔루션 대표이사
  • 現 (주)유니페어 이사
  • 現 (주)링크인터내셔널 이사
  • youtube=풋티지브라더스(Footage Br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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