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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자의 버튼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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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세진 패션칼럼니스트 (fpost@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6월 22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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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많은 이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직장 폐쇄까지 하는 경우가 드물어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가능한 출근을 줄이고 재택근무를 장려하는 분위기다. 

 

이런 일은 사실 비상 상황에서의 일시적인 변화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등장하면 일시적 변화들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그렇지만 이전과 똑같지 않은 상황들도 있다. 예를 들어 재택근무 시스템은 코로나 시대 이후 크게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서서히 진행돼 오던 재택근무 시스템이 이번 기회로 인해 쌓인 사례들과 함께 불완전한 부분은 수정하고 반드시 필요했던 부분은 찾아냄으로써 발전시킬 계기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마치 재난이나 전쟁 같은 거대한 사건이 지나가고 나면 각종 기술 분야가 대거 보완, 발전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대의 의복도 세계 대전 때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등의 체계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전까지는 많은 의복을 한꺼번에 생산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같은 변화가 이전과는 다른 삶의 양식을 만들어 내고, 문명의 일부를 형성하게 된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필자 역시 코로나 시대를 맞아 변화를 겪었다. 그동안은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정해 놓은 몇 군데 공공장소에서 작업을 해오고 있었다. 그러던 2월의 어느 날 건물 관리자가 들어오더니 당분간 폐쇄한다고 다 나가라고 했고 지금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코로나 관련 뉴스를 보며 나와는 무관할 거라는 생각에 대비책을 마련해 놓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변화를 맞게 된 것이다.

 

재택근무와 업무 복장

사회적 변화는 개인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그중에서도 복장 문제가 새롭게 등장했다. 지금까지는 집에 있을 때와 일할 때의 복장이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 복장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직장을 다니더라도 잠옷을 입고 나갈 수는 없는 실정이었다. 잠잘 때 입는 편한 옷을 입고 바깥에서 일을 하지 않는 이유에는 사회적인 체면도 있고 동시에 눈이나 비, 더위 또는 추위 등 환경 요인에 대비한 생존의 측면에 있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심리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즉 업무의 시작과 끝의 구분을 지어주는 경계가 되기도 한다. 아무렇게나 입고서도 할 일을 잘 해내는, 외부 요인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이 언제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마인드는 아쉽게도 매우 급할 때가 아니면 잘 생겨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집에서 일하게 되자 일과 휴식 사이의 공간 분리는 물론 심리적인 분리도 어려워졌다. 때문에 필자는 아침에 일어나 집에서 해야 할 일을 마치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기에 앞서 출근하던 때처럼 옷을 갈아입게 됐다. 하지만 굳이 바깥에 나갈 정도로 모든 것을 다 착용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너무 편한 것만 찾다보면 일 착장과 집 착장의 경계가 지나치게 모호해져서 옷 갈아입는 효과는 반감된다. 

 

예를 들어 하의의 경우 책상에 앉아서 일을 하는 데 벨트까지 하는 바지는 너무 불편하기 때문에 릴렉스 와이드 핏의 바지나 트레이닝복을 입는 선에서 착용한다. 상의의 경우에는 굳이 재킷까지 갖출 이유는 없지만 바지보다는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된다. 

 

드레스 셔츠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왕이면 단추를 채워야 하는 버튼 셔츠를 입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문제로 나름 고민을 했었는데 기분이 많이 늘어지는 아침에만 입고 있다. 재택근무 시 복장의 선택에는 작업의 편의성과 심리적 효율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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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어떤 기자는 트렁크 속옷 차림에 상의만 갖춰 입고 뉴스에 출연했다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복장을 둘러싼 많은 이견들

위의 예는 재택근무 복장에 대해 개인적으로 규칙을 만들어 내는 정도지만 화상 회의 등을 하면서 타인과 계속 접해야 하는 재택근무자는 의복이라는 사회적 합의 사이에 충돌이 생길 수 있다. 

 

요즘 들어 많은 재택근무자들이 화상 회의를 할 때 상의만 챙겨 입고 있다는 뉴스를 종종 접하곤 한다. 미국의 어떤 기자는 트렁크 속옷 차림에 상의만 갖춰 입고 뉴스에 출연했다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옷에 민감한 상사가 있는 경우 상의뿐만 아니라 바지를 제대로 입고 있는지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카메라 각도를 잘 조정해서 상의만 입어도 단정하게 보이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상사였나 보다. 직장인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비슷한 이슈가 있다. 해외사례지만 온라인 수업을 받으면서 교복을 입고 있어야 하는가를 두고 여러 가지 견해가 나온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화상 회의를 하면서 ‘프로’처럼 보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뉴스도 있었다. 이 기사는 복장뿐만 아니라 조명, 카메라 각도, 배경 통제 등 다양한 팁을 제시했다. 과연 복장이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이왕 같은 능력이라면 화상 카메라에 조명을 잘 넣는 사람을 선호할 수도 있겠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기존 관습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 왕이 전갈을 보내면 신하는 의복을 갖추고 그것을 맞이했다고 하는 데 그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신하처럼 할 필요 없다고 느끼면서도 화상 카메라로 복장 검사를 하는 것은 괜찮다는 생각이 드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사회 변화와 패션 역할

물론 옛 방식이 소중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것을 고수하는 것이 일종의 예의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에너지를 굳이 써서 낭비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관례적인 활동에 패션은 항상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양한 전문 서적과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서 능력 있어 보이는 엄격한 옷차림과 가방, 액세서리 등을 이야기해 왔다. 하지만 이 오래된 패션의 역할과 중요성이 점차 쇠퇴하고 있다.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말은 피부색과 같은 겉모습에 서로 상관할 필요가 없고 상관하지도 말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능력 발휘를 막는 형식을 타파하자는 효율 중심의 현대사회를 대변하기도 하다. 사실 옷을 잘 챙겨 입는 것은 성실함의 표시가 아니라 그저 옷을 좋아한다는 표시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의 시대는 엄격한 비즈니스 의복 예절과 같은 과거의 유산이 급속도로 사라지게 하고 있다. 그리고 과연 복장의 의미가 무엇인지, 패션이라는 사회적 시그널이 무엇인지라는 근본적인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균열이 생기고 있던 관습들은 분명 더욱 빠르게 사라질 것이다. 이제 패션은 변화 이후를 이야기하며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경력사항

  • 패션칼럼니스트
  • 패션붑(fashionboop.com) 운영.
  • 現 한국일보 패션 칼럼니스트
  • 2018년 ‘레플리카’ 저서
  • 2016년 ‘패션 vs 패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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