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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오래 입는 일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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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세진 패션칼럼니스트 (macrostars@gmail.com) | 작성일 2020년 11월 16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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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옷을 오래 입는 일’이 주목을 받고 있다. 쉼 없이 다음 유행 타선이 등장하던 작년까지와 다르게 올해는 코로나로 패션 소비가 전반적으로 멈칫하면서 옷을 오래 입는 일이 더욱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옷을 오래 입는 일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이를 둘러싼 의의와 전개 방향은 천차만별이다. 몇 가지로 추려 살펴보았다.

 

폐기물 최소화와 소비패턴의 변화

우선 환경적인 측면이다. 재활용 소재, 환경 친화적 소재 등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지만 사실 옷이 파괴하는 환경 문제의 핵심은 너무나 많은 생산과 소비에 있다. 아무리 친환경적인 옷을 많이 만들더라도 버릴 때는 문제가 생긴다. 그러므로 이왕 가지고 있는 옷을 가능한 오랫동안 입고 제대로 폐기하는 것이 그나마 친환경적일 수 있다. 

 

여기서 조금 더 적극적이라면 애초에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을 구입하는 데로 나아간다. 더 오래갈 수 있는 소재와 완성도를 고려하고 유행에서도 어느 정도 초월하면 가능하다.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이 늘어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패셔너블함의 기준도 변한다. 즉 몸에 핏하게 딱 들어맞거나 혹은 지나친 오버사이즈는 아무래도 시대를 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무난하기만 하면 재미가 없다. 로고나 프린트, 컬러가 이전보다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포츠웨어, 아웃도어 등 얼추 비슷한 느낌이 드는 편하고 기능적인 옷이 유행을 하면서 과연 어디에 포인트를 줘야하는지 고심하다 나온 방식이라 볼 수 있다. 물론 포멀 웨어나 비즈니스 웨어처럼 어느 정도 몸에 맞는 옷도 있어야 하고 이런 옷이 반드시 필요한 자리도 여전히 있다. 하지만 타격을 받고 있는 비즈니스 웨어 브랜드들과 그 브랜드에 소재를 공급하는 관련 업체들의 불황에서 격식 갖춘 옷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무리 편안한 옷이 중심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마구 살이 찌거나 빠져도 괜찮은 것은 아니다. 사실 건강하게 체형을 유지하는 것은 옷을 오래 입는 데 있어서 핵심 사항이다. 

 

코로나 시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도 있겠지만 최근 자전거나 등산과 더불어 하이킹, 트레킹, 캠핑 등 야외에서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가벼운 아웃도어 스포츠 인구가 상당히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패션을 너머 자신의 몸에 더욱 관심을 갖게 한다. 즉 꾸준한 운동, 자신의 몸에 대한 관심, 옷을 오래 입는 경향 등은 서로 상호 연결되어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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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나이키> 

 

세월의 발견

옷을 오래 입는 일은 환경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지만 패션 자체로부터 시작된 변화이기도 하다. 물론 이 두 가지 관점이 완전히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익숙하고 편안한 옷에 완전히 적응하고 나면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심리가 생기는 것처럼 패션 자체에 대한 미적 기준도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즉 패셔너블함이란 반짝거리는 신상 옷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예전 옷이 가져다주는 기쁨을 외면하지는 못한다. 가격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훌륭한 완성도를 가진 제품은 오랜 기간 입어도 매력을 잃지 않으며 유행에서도 훨씬 자유롭기 때문이다. 게다가 빈티지 숍이나 중고숍에서는 이런 제품을 더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지금은 찾기 어려운 소재나 부자재, 제조 방식 등을 볼 수 있는 것도 예전 옷을 통해 얻는 즐거움 중 하나다. 옷과 함께 세월을 보내며 낡아가는 모습에서 옛날 옷이 갖는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브랜드의 역사와 중요한 지점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많은 경험과 지식, 그리고 제대로 된 감식안이 있다면 중고 거래 사이트에 훨씬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새로운 세대들은 중고 매매와 중고 의류를 입는 데 이미 익숙하다. 구찌나 버버리 같은 명품 브랜드가 중고 거래 사이트와 협업을 시작한 목적에는 환경 보호, 지속 가능한 패션의 추구, 헤리티지 전달을 비롯해 지금은 보기 어려운 유니크한 패션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 등이 얽혀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연결고리

새 제품을 사지 않게 되니 브랜드 입장에서는 손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철 장사만 하고 사라질 게 아니라면 시장과 함께 계속 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중고 제품이 높은 가치를 갖는다는 것은 새로운 세대의 문화와 친숙한 동시에 브랜드의 가치가 계속해서 높게 유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컨대 일정하고 꾸준하게 리미티드 에디션을 드롭 방식으로 내놓고 있는 나이키가 감각적인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평범한 제품도 가격대를 다른 브랜드에 비해 높게 책정할 수 있는 것은 활발한 2차 시장 덕분임이 분명하다. 

 

 

  

브랜드가 자신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명품 브랜드뿐만 아니라 티셔츠나 후드 같은 일상적인 옷 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긴 오랜 역사를 가진 챔피언이나 컨버스 등의 브랜드에서도 예전 제품을 특별판으로 다시 내놓는 경우를 꽤 볼 수 있다. 

 

패션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브랜드만이 리미티드 에디션 혹은 특별판을 꾸준히 내놓을 수 있으며, 이러한 사실은 소비자들에게 패셔너블함으로 인식될 수 있다. 

 

사실 특별판이라 해도 대충 레트로의 느낌을 살려 현대적으로 수정한 약간의 핏 차이와 몇 십 주년 기념 로고가 박힌 변화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브랜드는 단지 새로운 핏과 스타일링을 소개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시간의 흐름과 이에 따른 변화를 패션의 영역 안에 스며들게 한다. 

건물이나 가구처럼 긴 수명을 갖는 제품들은 시간의 흐름까지 계산해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아주 먼 미래를 예상하고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새로운 면모를 드러낼 수 있도록 만든다.

 

패션 분야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옷의 수명은 생각보다 길지만 그동안 버려졌을 뿐이다. 다양한 취향과 소비 방식은 패션 디자이너와 패션을 소비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앞으로 더 많은 상상력을 펼칠 기회를 준다. 결국 이런 모든 현상들이 패션에 대한 상상력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 주고 새로운 패션을 등장시키며 사람들을 더욱 즐겁게 해줄 것이다. 오래 전 그 옷을 다시 꺼내보자.​ 

경력사항

  • 패션칼럼니스트
  • 패션붑(fashionboop.com) 운영.
  • 現 한국일보 패션 칼럼니스트
  • 2018년 ‘레플리카’ 저서
  • 2016년 ‘패션 vs 패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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