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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커머스가 콘텐츠를 다루는 방법/엄혜린

“인스타그램은 하나의 가상 쇼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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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엄혜린 패션칼럼니스트 (eomering90@gmail.com) | 작성일 2020년 10월 12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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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브랜드 문리(Moon Lee)가 말하는 온라인 커머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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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검색창 아래에 지금 진행하고 있는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바로 연결되는 아이콘이 뜬다. 아이콘을 클릭하니 디자이너와 유명 스타일리스트가 모델이 입은 신상품을 실시간으로 리뷰한다. 14,000명이 넘는 시청자는 궁금한 질문들을 댓글로 쏟아낸다. 

최근 실제로 시청했던 라이브 커머스 이야기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디자이너 브랜드, 문리(Moon Lee)다. 2015년 런던에서 론칭해 2018년부터는 한국에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문리의 이인주 디자이너 는 예술가인 부모와 한복 디자인을 가업으로 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자라는 동안 한복에 대한 애정이 자연스럽게 깊어져 한국적인 텍스타일과 현대적인 컬러를 통해 문리만의 디자인을 전개하고 있다. 

 

런던에서 활동했던 문리의 초창기 컬렉션을 아는 사람이라면, 지금의 문리가 조금은 낯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리는 브랜드의 뿌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조금씩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중이다. 온라인 커머스에 대응하는 자세도 남다르다. 유행을 쉽게 따르기보다는 자신들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신중하게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Q. ‘아트웨어(artwear)’라는 단어를 부제처럼 쓰고 있다. 어떤 의미인가?

런던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브랜드를 막 론칭했을 때 후세인 샬라얀이나 알렉산더 맥퀸 같은 영국의 쟁쟁한 디자이너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나도 그들처럼 예술이 담긴 옷에 심취해 있었다. 

 

처음에는 오로지 내가 표현하고 싶은 디자인에 집중했다. 그런데 런던 패션위크에 참여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패션은 예술보다는 상업에 가까웠고, 옷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해야하는 매개체인데, 내가 그 경계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아트웨어라는 단어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지금 시대의 흐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패션 브랜드라고 해서 옷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다양한 예술과 매체와 협업해 브랜드를 표현하는 시대이지 않은가. 우리는 단순히 옷만 디자인하는 게 아니라 그 옷이 보여지는 방법과 콘텐츠를 생산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예술 분야의 아티스트와 협업하고 있다. 결국 이 모든 게 하나의 종합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Q. 아트와 패션의 경계에서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한국에 와서 진행한 첫 시즌을 나는 굉장히 웨어러블하다고 생각했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추구하는 예술적인 감성을 넣을수록 소비자와의 거리가 멀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 고민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내가 가진 예술성을 콘텐츠로 담아내면 어떨까 생각했다. 문리가 소비자와의 접점을 찾기 위해 옷장에 넣기 쉬운 옷을 제안하지만, 디자이너가 갖고 있는 철학과 예술성은 콘텐츠를 통해 더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원래 문리가 갖고 있던 초심은 잃지 않으려고 한다. 문리의 디자인 철학 자체가 그런 예술적인 감성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이전에 혼자 브랜드를 꾸렸을 때는 내가 원하는 것을 보여줬다면, 이제는 문리 안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함께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다만 다양한 의견이 모아졌을 때 자칫 브랜드의 정체성이 중구난방으로 보일 수 있으니, 하나의 무드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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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모지웅 기자>

 

Q. 한복 디자이너인 어머니와 조각가 아버지, 그리고 한복을 가업으로 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이러한 환경이 문리의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전시하는 갤러리에 함께 가고, 엄마가 만든 한복을 입어보고, 노리개도 꽂아보며 놀았다. 그때는 그저 일상이어서 잘 몰랐지만, 나중에서야 내가 남들보다 문화적 혜택을 많이 받고 자랐다는 걸 알았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재되어 있던 것 같다. 내가 패션 디자이너로서 디자인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어떤 주제를 다루던지 한국적인 무언가가 자연스럽게 묻어 나왔다. 런던에서 공부했을 때도 나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한국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피드백을 자주 들었다. 

 

그래서 2016 A/W 시즌에는 대놓고 한복 소재를 주제로 컬렉션을 펼치기도 했다. 그 시즌은 해외에서 반응이 특히 좋았다. 패션이 아닌 다른 작업을 할 때도 한국적인 요소가 어딘가에는 표현되는 걸 보면 역시 뿌리는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Q. 문리는 국내보다 유럽에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주무대였던 영국을 떠나 한국에서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도 그 뿌리와 연관이 있는가?

그렇다.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내 뿌리를 정확히 이해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한국에 와서 남편과 함께 브랜드를 재정립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건 ‘문리를 한 단어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 주제에 대한 회의를 정말 오랫동안 했다. 브랜드를 한 단어로 정의하는 순간 그게 브랜드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고 문리를 만드는 구성원뿐만 아니라 소비자들까지도 문리라는 브랜드를 인식하는 이름표가 될 테니까. 

 

고민 끝에 정한 건 ‘현대적인 한국 미감’이다. 문리의 뿌리는 한국적인 미감에서 출발했고, 그 뿌리를 담은 작업을 지금까지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걸 현대적으로 해석해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가고자 한다. 또 ‘옷을 입는 즐거움을 표현할 수 있는 브랜드’로 정의했다. 소비자가 문리의 옷을 즐기고 거기에 담긴 문화를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두 가지 기준점이 문리의 모든 행보에 있어 중심을 단단하게 잡아주고 있다. 

 

Q. 언택트 소비 양상에 따라 라이브 커머스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문리 역시 최근 ‘2020 코카 디지털 패션위크(KDFW)’를 통해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했다고 들었다.

라이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제품을 판매하는 소비 행태가 늘면서, 문리도 그에 맞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2020 코카 디지털 패션위크(KDFW)’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프로젝트로, 총 9개의 디자이너 브랜드가 참여했다. 

 

런웨이 무대를 카메라에 생생하게 담은 디지털 패션쇼는 물론이고, 네이버 N쇼핑 라이브를 통해 스타일리스트 채한석과 함께 문리의 20F/W 신상품 리뷰를 실시간으로 진행했다. 처음에는 디자이너 입장에서 대외적으로 보이는 콘텐츠 전면에 나서는 게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앞으로 라이브 커머스가 점점 더 확산될 테니 이걸 해보고 안 해보고는 큰 차이가 있을 거란 생각에 참여를 결심했다.

 

Q. 실시간 시청자만 14,000명. 대중에게 브랜드를 많이 알리는 계기가 됐을 것 같다. 체감하는 변화가 있는가?

아직 뚜렷한 변화를 실감하진 못했다. 하지만 네이버가 온 국민이 사용하는 대중적인 플랫폼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문리라는 브랜드에 대해 직접적으로든 간적접으로든 알리는 계기가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확실히 라이브 이후에 네이버 디자이너 윈도의 스토어찜 수치가 2.5배 이상 늘기도 했다.

 

Q. 문리의 20FW 컬렉션은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나?

‘Grandma Workwear’를 테마로 전개했다. 런던에서 활동할 때 잠깐 한국에 와서 통영으로 가족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봤던 할머니들의 작업복 패션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과감한 프린트와 컬러 매치에서 영감을 얻어 문리만의 색으로 재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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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Flower Collar Long Sleeve Dress​, Wide Sleeve Quilted Jacket​ photo 문리>

 

Q. 디자이너의 이번 시즌 추천 아이템은?

1. Wide Sleeve Quilted Jacket

겨울에 밭일을 가는 할머니의 모습을 상상하며 디자인했다. 서로 다른 패턴을 레이어드한 할머니들의 작업복에서 영감 받아 제작했으며, 그린 체크 원단에 베이지 울로 배색을 넣어 너무 향토적인 느낌이 나지 않게 밸런스를 맞춘 누빔 재킷이다. 넓게 퍼지는 소맷부리가 특징이다. 

 

2. Flower Collar Long Sleeve Dress

지난 20S/S 시즌에 방송인 오영주, 배우 신다은이 착용해 많은 사랑을 받은 플라워 칼라 원피스를 A/W 시즌에 맞춰 원단과 디자인을 디벨롭한 원피스다. 이번 시즌 테마에 맞게 복고풍의 커다란 체크무늬와 이중 칼라가 돋보이는 아이템이다.

 

Q.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디지털 유통 시대다. 온라인 커머스에서 살아남기 위해 문리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지금은 인스타그램이 가장 중요한 채널이라고 생각한다. 전처럼 해외 쇼룸에 나가는 것도 어려워진 요즘, 인스타그램은 한마디로 ‘가상 세계의 쇼룸’이다. 

사람들은 이제 인스타그램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브랜드에 흥미를 느끼고, 더 구체적인 정보를 이메일이나 다이렉트 메시지로 요청한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문리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브랜드의 결을 지키면서 소비자의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려 노력하는 중이다. 

 

그래서 요즘 기획 중인 대부분의 콘텐츠는 인스타그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콘텐츠만으로는 구매 전환까지 이어지기 어렵다. 판매를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보다 직관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온라인 커머스 시장이 확대되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걸 매순간 느낀다. 사실 온라인은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는 것에 비하면 소비자와의 소통이 원활하지는 않다. 그런 제약적인 부분들을 보완하기 위해 소비자들과 더 가까이, 쉽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들을 구상 중이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은 문리의 정체성과 분위기를 정제된 비주얼을 통해 보여주지만 소비자에게 친절하지는 않다. 그래서 서브 계정을 통해 문리만의 스타일링부터 영상이나 이미지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같은 옷이지만 다른 관점의 작품을 보여주고 소비자들과 소통하면서 보다 쉽고 친절하게 다가가려고 한다. 

 

Q. 문리의 다음 스텝이 궁금하다.

요즘 회사에 있는 동안 대부분을 온라인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 논의, 계획, 실행하는 시간으로 보낸다. 앞으로는 이커머스에서 물건을 바잉하고 판매하는 방식이 지금보다 더 다양하게 변화하고 발전할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흐름을 따라가기 급급하기보다는 당분간은 국내 마켓에 집중하면서 브랜드의 입지를 더 확고히 다지고자 한다. 

 

아직 해외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재개하지는 않았지만, 그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자사몰이나 인스타그램 등의 온라인 채널도 재정비하고 있다. 해외 비즈니스를 중단한 대신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으니, 앞으로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꾸준히 문리만의 색깔을 보여줄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소비자와의 보다 직접적인 소통을 위해 문리의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경력사항

  • 現 29CM 커머스 에디터
  • 前 <노블레스 미디어 인터내셔날> 디지털 에디터
  • 前 <J LOOK> 에디터

FSP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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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다음앤큐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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