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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싸면 최고? 무조건 싸면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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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재상 매드해터 CMO (alex@madhatter.co.kr) | 작성일 2021년 02월 08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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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중 가장 어려운 점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사업, 창업, 장사를 하거나 혹은 상품기획이나 마케팅 업무를 하다 보면 가장 갑갑하고 어려운 일이 바로 프라이싱(Pricing, 가격 결정)이다. 대부분의 경우 새로운 마케팅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만  가격은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당장 눈앞에 있는 일만 해도 혼이 쏙 빠지기 마련이다. 

 

상품이나 서비스 기획, 양산이나 론칭 등에 맞춰 유통채널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계획하고 순차적으로 실행하는 것만 해도 할 일이 태산이다. 더구나 무슨 자신감인지 몰라도 세상에 이렇게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니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환호할 것만 같다. 고객들이 절절히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라 가격표에 얼마를 적어 놓던 지갑을 흔쾌히 열 것이라는 기분 좋은 상상까지 해본다. 

 

반전은 그다음에 있다. 정작 출시일이 다가올수록 처음의 패기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점점 심장이 쫄리기 시작한다. 가격이 너무 비싼 것 같은데 더 낮춰야 하는 게 아닐까? 비싸다고 고객들이 외면하면 어떻게 하지? 하루하루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지고 만약 잘 안 팔리면 모든 것이 가격 때문일 것만 같다. 

 

지금까지 프라이싱은 어떻게 해왔는가?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과거 수십 년 동안 정설처럼 받아들여지던 마케팅 방식이 앞으로도 적용될 수 있을까?

 

프라이싱을 포함해 마케팅 4P(Product, Place, Price, Promotion)의 출발점이자 기준은 시장과 고객에 있다. 작은 차이점이라면 여기에 내부적 기준인 ‘원가’라는 개념이 더해질 뿐이다. 상품, 서비스를 팔아서 수익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업전략 측면에서 어떻게 전략을 펼쳐 나가느냐에 따라 손해를 보는 프라이싱도 가능하다. 하지만 가장 일반적인 상황, 즉 당장 수익을 내야 하는 경우로 가정해 프라이싱 하는 방법을 단순화시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회사 내부적 관점에서 ‘원가+수익’으로 가격 결정

2. 직접적으로 경쟁하거나 유사한 고객 가치를 제공하는 상품, 서비스와 비교해 가격 결정

3. 고객이 상품과 서비스에 부여한 가치를 기준으로 한 고객의 지급 의사에 맞춰 가격 결정

4. 1~3번의 결정 방법을 혼합하여 결정​

현실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4번이다. 1~3번 각각도 의미가 있지만, 개별적으로 사용하면 한계가 명확하다. 1번은 실제 고객이 얼마까지 지불할지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고, 2번과 3번은 1번 방법을 고려하지 않으면 손해 보고 팔게 될 수도 있다. 3번은 말은 쉬운데 실제 하는 방법이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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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실수라 불리우는 제품 중 하나인 샤오미 휴대용 충전기.>

 

가격이 싸면 최고? 고객의 이중성!

마케팅이나 브랜드 관련 조사를 하다 보면 가장 오류가 심한 부분 중 하나가 ‘가격’에 대한 것이다. 어떤 목적으로, 어떤 방법을 써서 리서치를 돌려도 신기하게 ‘가격’ 이야기만 나오면 고객들은 대부분 ‘비싸다’라는 불만을 쏟아놓는다. 더 신기한 것은 가격을 내려도 내려도 고객 중에는 만족하지 않고 여전히 비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고객 관점에서 자기 돈이 나가는 일이다 보니 가격은 언제나 불만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만약에 공짜로 주면 불만이 없을까? 공짜로 주면 상품과 서비스 이외의 부분, 예를 들어 AS(After Service) 비용 등으로 불만을 제기할 것이다. 제로(Zero) 가격도 아니고 이제는 마이너스(Minus) 가격이 되는데도 말이다. 고객은 가격에서는 절대 만족하지 않는다.

 

동시에 고객은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한다. 가격이 싸면 싼 만큼 문제가 있거나 딱 그 정도의 가치만 한다고 생각한다. 바꿔 말하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를 가격만큼 낮춘다. 그래서 지불한 가격보다 훨씬 더 많은 가치를 준다고 느끼면 고객은 완전 감동한다. 

 

몇 년 전부터 ‘대륙의 실수’라 불리며 나오는 상품들은 고객에게 엄청난 가성비를 느끼게 만들며 놀라움을 선사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가격이 싸고, 기대했던 것보다 상품과 서비스가 좋으면 무조건 잘 팔린다. 지금까지 수천 년 지속해온 이 정설은 여전히 유효하다. 문제는 이렇게 만들기가 정말 쉽지 않다는 점이고, 비싼 것들도 잘 팔리는 것들이 아주 많다는 거다. 프라이싱은 단순히 가격이 ‘싸다’ ‘비싸다’로 결론 나지 않는다.

 

프라이싱을 삐딱하게 다시 보자

결국 프라이싱은 ‘고객의 생각과 기대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로 점철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생각해보자. 비싸게 돈을 주고 물건을 샀거나,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서비스를 받았을 때, 애써 좋게 생각하고 포장한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비싼 책을 한 권 샀는데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이해가 잘 안 되면 책을 반품하는 대신 어려워도 틈틈이 억지로라도 읽으면 언젠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결국 책은 장식품으로 책장에서 잠자게 된다. 

 

마음에 드는 옷을 사서 입고 나갔는데 주위 사람들이 옷이 이상하다거나 안 어울린다고 하면 그건 상대방이 패션을 몰라서 그렇다고 치부한다. 특히 가격이 비싸면 비쌀수록 그렇게 자기합리화 시키며 상품과 서비스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한마디로 고객은 돈을 지불한 만큼 스스로 가치를 부여한다. 기존 프라이싱 방법론에 고객의 이중성과 가격에 대한 가치를 함께 부여해야 프라이싱을 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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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내피플 캐치시큐>

 

가격이 너무 싸서 오히려 사지 않는다

몇 년 전 한 스타트업을 멘토링 할 때 있었던 일이다. 고객정보 보호 솔루션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오내피플이라는 곳이었다. 지금도 꾸준히 성장하며 잘 나가고 있다. ‘캐치시큐’라는 서비스를 론칭했는데 예상보다 판매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동일한 서비스를 오프라인으로 제공하던 기존 업체들보다 가격이 불과 1/5~1/4 정도 수준으로, 파격적인 가격을 생각하면 시장 전체 판을 뒤흔들 정도의 파급력이 있어야 했다. 오내피플 역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컨설팅을 받고 싶어 했다.

 

“가격이 너무 싸서 오히려 고객이 사지 않는 것 같습니다”가 내 첫마디였다. 고객들의 머릿속에는 기존 서비스들의 가격이 이미 형성돼 있었고, 그 가격에 비해 말도 안 되는 파격적인 가격은 오히려 이 솔루션 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질까 하는 의심을 들게 만든다고 판단했다. 기존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가져오면 가격이 더 싸질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들지만, 그 기대보다 오히려 더 싸기 때문에 의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온라인이지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밀착 관리해준다는 신뢰감을 주기 위해 역으로 가격을 확 올렸다. 기존 업체들 가격의 1/2에서 조금 더 높은 수준으로 책정하기를 제안했다. 얼마 뒤 대표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연락이 왔다. 실제로 가격을 두 배 이상 올렸더니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한다. 가격도 두 배에 판매량도 급증했으니 매출과 수익은 드라마틱하게 올라갔다.

 

처음 이용하는 서비스인데 이게 싼 거야, 비싼 거야?

요즘 대세 중의 대세인 넷플릭스를 살펴보자. 넷플릭스 프리미엄 이용료는 국내 기준 14,500원이다. 수천 편의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 예능 등을 마음껏 볼 수 있으니 싸다면 싸다고 할 수 있지만, 취향별로 보는 것이 한정돼 있고 실제 시청 시간도 한정돼 있으니 비싸면 비싸다고 할 수도 있다. 

 

만약 최신 영화와 미드를 좋아하는 고객이 넷플릭스 가입을 고민하고 있다면 그 고객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영화 관람료가 편당 8,000원에서 13,000원 사이이기 때문에 넷플릭스에서만 공개하는 신작을 영화관 대신 한 달에 한두 편만 봐도 손해 보는 가격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 한 계정당 등록 인원이 4명이니 이용료를 인당으로 계산하면 4,000원도 안되고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기기로 볼 수 있다.’ 실제로는 한 명이 계산하고 한 명이 주로 하나의 기기로 사용할지라도 말이다. 

 

넷플릭스에서만 제공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업데이트 주기를 보면, 여타의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고객의 생각과 기대를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 프라이싱이 이루어지고 거기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줄줄이 나오고 있는 다른 OTT 서비스들은 넷플릭스 이용료가 프라이싱 기준점 중 하나가 되고 있을 것이다. 고객 머릿속에 넷플릭스 가격이 비교 기준선이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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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직살롱​>

 

과연 가격을 올려도 고객이 지갑을 열까?

일반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오프라인 유료 강연,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실행한 적이 있다. 지금은 다른 사업과 일이 바빠서 못하고 있지만, 패스파인더넷 ‘슬직살롱’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참가자 모집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 오니 가격이 문제였다. 유사한 프로그램들의 가격을 조사하고 우리 측 원가와 비용 그리고 향후 기대되는 효과까지 고려해서 가격을 설정했다. 

 

그 당시 회사, 강사, 진행자의 낮은 인지도를 고려해 기존 유사 서비스보다 가격을 낮게 결정했다. 프로그램 설계 당시만 해도 업계 최고가로 가자는 호기로움은 모집 캠페인 론칭 일이 다가올수록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심장이 쫄리는 만큼 점점 더 가격을 낮추게 됐다. 결국 평일 저녁 강남에서 2시간 동안 진행하는 행사를 업계 중하급 수준인 25,000원으로 오픈했다.

 

결과는 모집 조기마감이었다. 얼핏 대성공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기뻐할 일이 아니었다. 고객이 싸다고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즉 돈을 더 받을 수 있었던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다. 또한 싸기 때문에 고객 스스로 부여한 낮은 가치만큼 행사에 거는 기대가 낮다는 것이었다. 이는 당장 행사일에 많은 노쇼(No-Show, 예약해놓고 불참하는 경우) 발생을 예고했다. 결국 슬픈 예감 그대로였다. 이후 시즌을 나눠서 점점 더 가격을 올렸다. 다음은 30,000원, 마지막은 45,000원까지 올렸는데, 평균 마감 속도는 늦어졌지만, 매출과 수익은 극대화되고 노쇼 역시 급격히 줄어들었다. 

 

가격이 싸다고 고객이 무조건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가격이 싸면 고객들이 환호한다. 그렇다고 고객들이 싼 상품과 서비스를 원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생각하고 기대한 가치보다 조금 더 싸면 좋아한다. 오히려 너무 싸면 의심한다. 프라이싱은 그야말로 고객과 밀고 당기는 심리전이다. 무조건 싸고 좋은 것을 만드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사업을 하거나 마케팅을 하면 (조금 오버해서) 무조건 망한다. 

 

고객이 스스로 지갑을 열고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해주고 거기에 맞는 가치를 제공해줘야 한다. 그렇게 하면 가격을 올리고도 더 많이 팔아서 매출과 수익을 높이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프라이싱을 삐딱한 마케팅 관점으로 접근해본다면 말이다.​ 

경력사항

  • 현) 패스파인더넷 공동대표, 알렉스넷 공동대표, 매드해터 CMO
  • 전) ST 유니타스 스콜레 본부장
  • 전) 브랜드 메이저 전략실장
  • 전) 두산인프라코어 APE 마케팅 파트장
  • 전)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브랜드 매니저, 마케팅 담당
  • 전) 삼성SDI 마켓인텔리전스팀 마케팅 전략 담당
  • 저서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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