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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우파를 히트시킨 마케팅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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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수정 매드해터 대표 (c@madhatter.co.kr) | 작성일 2021년 11월 15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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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릿 우먼 파이터’라는 케이블 프로그램이 얼마 전 끝났다. 여성 스트릿 댄스 크루 여덟 팀을 출연시켜 최종우승팀을 선정하는 전형적인 배틀 프로그램이었는데 끝나고 나서도 대중의 반응이 뜨겁다. 

 

여덟 팀이 전부 출연하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 온 더 스테이지’라는 쇼가 전국 투어를 하는데 모든 쇼가 매진이다.

 

대중적 인기가 이 정도니 후속 연작으로 스트릿 맨 파이터를 언급한 기사가 나오기도 했고 여덟 크루의 리더들이 직접 여고생 크루를 선발하는 스핀 오프 ‘스트릿 걸스 파이터’ 방송이 예정돼 있다고도 한다.

 

이 프로그램의 인기를 가만히 살펴보면 철저하게 마케팅된 면면을 발견하게 된다. 스우파의 인기는 마케팅 차원에서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스우파의 마케팅적 면모 살펴보기

 

1. 단도직입적 포맷의 힘

고려대상군(Consideration Set) 


스우파는 수많은 댄서팀을 일일이 대결시키고 다음 단계로 올리는 방식 대신 화끈하게 시청자 앞에 ‘스트릿 댄스란 이런 것이다’ 하고 에센스만 모아 잘 차린 상차림, 고려대상군(Consideration Set)을 내놓으며 시작한다. 왜 그랬을까? 

 

스트릿 댄스는 대중문화의 춤 전반을 부르는 용어로, 스트릿 컬처에서 발생된 춤이지만, 특정 형식이나 목적, 장소 등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추는 모든 장르의 춤을 뜻한다.

 

하지만 스트릿 댄스라고 하면 아직도 길거리에서 추는 힙합이나 비보잉을 떠올리는 대중이 더 많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대략 무엇인지는 알지만 구체적으로는 잘 모른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트릿 댄스라는 장르를 가지고 전 국민 대상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국 춤꾼이 모여 축제를 벌이는 특징 없는 포맷은 절대 선택하면 안 된다. 

 

보통의 챌린지 프로그램이 채택하는 예선-본선-결선 구조의 긴 호흡의 경쟁은 시청자들이 장르를 충분히 잘 알고 즐길 수 있을 때 효과가 크기 때문에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는 역시 잘 맞지 않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단숨에 접하고 이해해야 한다면 소위 요약정리가 최고다. 즉, 장르를 통틀어 어벤져스를 모아 대결을 시키는 편이 장르에 대한 인지, 이해와 매력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어벤져스 포맷의 장점은 각 크루들이 스트릿 댄스라는 타이틀 아래 모이되 개별 크루의 개성은 확실하게 드러나서 배틀이 단 한 회만 진행되어도 크루의 스타일을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고, 시청자들의 관심과 프로그램의 재미를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참가자들의 나이대가 “샘(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연륜 있는 댄서부터 20대 초반의 댄서까지 넓게 망라되어 있고, 과거 배틀 대회의 숙적이었던 관계나 이탈한 멤버와 리더가 다른 크루로 마주치게 됐다. 

 

이런 다양성은 결국 이어지는 회차마다 선생님과 제자가 배틀을 뜨고, 제자가 스승을 이기며, 앙금이 쌓인 오랜 사이들이 춤으로 풀어지는 극적인 드라마를 자연스럽게 연출하게 만들고, 프로그램의 재미와 주목을 극도로 높이는 역할을 했다. 

 

고려대상군을 잘 짠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예상했던 대로 스우파의 어벤져스 크루들을 본 시청자들은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스트릿 댄스가 무엇인지를 알게 됐고,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됐다. 

 

<스우파 참가자> ​

  

2. 관심을 끌어라! – 인지도 확보하기


스트릿 댄스의 현재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고, 세부 장르에서 손꼽히는 댄서들이 포함된 크루들을 꼼꼼히 선정했다. 

 

인기 걸그룹 안무가로 유명한 리정이 리더인 ‘YGX’, 청하의 안무팀으로 알려진 ‘라치카’, 카이의 댄서로 유명한 노제가 이끄는 ‘웨이비’, 박재범의 안무가인 허니제이의 ‘홀리뱅’, 글로벌 경연 프로그램인 World Of Dance 시즌3에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아이키가 이끄는 ‘훅’, 원밀리언 댄서 효진초이의 ‘원트’, 걸스 힙합의 하드코어함을 자랑하는 ‘코카N버터’, 댄서들의 춤 선생님 모니카와 왁킹의 여제 립제이가 속한 ‘프라우드먼’ 이렇게 여덟 팀은 각 크루마다 특색 있는 스타일에 지향점이 명확하고, 막강한 실력으로 협력하는 다양한 K팝 스타들과 인간적 관계까지 있는 상황이라 이보다 더 잘 구성할 수 없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이렇게 개성이 강한 여덟 팀을 모아놓았으니 인지도는 단번에 확보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아는 사람들은 흥분할 만한 참가 팀들의 면면을 이 장르가 생소한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모른다. 그래서 1회차에 엠넷은 정글을 연출한다. 

 

약자지목 배틀이다. 어디 가서도 꿀리지 않을 춤꾼들이 약자로 지목되어 무대에 오르고, 살기까지 느껴지는 배틀을 펼쳐 승패의 결과를 받아 쥔다. 첫회부터 초강수를 둔 배틀그라운드를 열어서 시청자들에게 자존심과 목숨을 다 걸고 춤추는 댄서들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단숨에 프로그램의 인지도를 높인다.

 

3. 크루별로 다른 춤 - 차별화(Differentiation)

스우파 여덟 팀은 춤의 스타일이나 지향하는 지점이 매우 다르다. 팝핀, 락킹, 비보잉, 왁킹, 프리스타일 힙합댄스, 하우스, 크럼프 등 다양한 장르의 고수들이 각 크루마다 자리잡고 있고, 구성원들의 세대도 다양해서 각 팀의 색깔은 그들의 대기실 색상만큼이나 다채롭다. 

 

수십 명의 개개인의 댄서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크루라는 독특한 아이덴티티로 그들을 보게 되고, 그들의 스토리, 스타일, 배틀이 진행되는 동안 펼쳐질 고난과 감동의 과정 속에서 그들의 마음에 이입하고 공감하게 된다.

 

그들의 춤을 보여주는 방식 역시 각기 다르다. 라치카와 YGX의 스타일은 스트릿씬 안에서 보면 남극과 북극만큼의 거리가 느껴진다.

 

프라우드먼의 우아한 파워풀함, 훅의 재기발랄함, 코카엔버터의 이국적 섹시함 등 모두 다르다. 의상 역시 차별성을 보여준다. 헐렁한 트레이닝복 스타일, 몸에 붙는 셔츠와 짧은 바지에 태닝한 피부, 깔끔한 흰 셔츠와 눈을 어지럽힐 듯한 형광색의 티셔츠는 크루가 보일 퍼포먼스를 예상하게도 하고, 리더의 취향을 짐작하게 한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단 한 회를 보더라도 뭔가 딱 떨어지게 설명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크루는 외적으로 어떤 스타일이고, 춤은 어떻고 하는 식의 인상을 갖게 된다. 

 

차별화(Differentiation) 포인트는 비단 핵심이 되는 춤의 스타일, 느낌 뿐 아니라 리더의 리더십, 크루원의 태도까지 아우른다.

 

예를 들어 훅은 아이키라는 큰 대들보 아래 제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크루인데, 아이키의 춤스타일, 그들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춤의 퍼포먼스적 독특함 등이 다른 크루와 확실히 차별화 되게 만들었다. 

 

이 과정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려고 할 때와 별로 다르지 않다. 일단 고려대상군에 괜찮아 보이는 것들을 담아 놓고 본격 비교를 해 보면 처음에 다 비슷해 보였던 것들이 각각의 강점과 특별함으로 이미지가 달라진다. 

 

원하는 조건에서 탈락하기도 하고, 깨닫지도 못했지만 어필되는 점들이 보이면서 더 친근함을 갖거나 갖고 싶어지는 것들이 생기고 좋고 싫음, 자신에게 더 효용감이 큰 것 등이 생긴다. 이처럼 크루가 차별화 될수록 아이덴티티는 강해지고, 호불호, 지지 여부가 결정되며 팬덤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장 확실하게 차별화되었던 크루가 결승에 올라는데, 결승 배틀은 각 크루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결정판을 보여줬다 할 수 있다. 

 

단 한 크루도 중복되지 않으면서 가장 자신다움을 빛냈는데 결론적으로 홀리뱅이 우승을 했지만 다른 세 크루의 차별점이 약해서가 아니라, 가장 대중적인 크루가 누구였냐에 의해 우승 크루가 결정됐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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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우파 방송 캡쳐>

 

 

4. 파이트 저지의 권위 – 후광 효과


프로그램을 제작한 엠넷 입장에서 어쩌면 저지가 크루만큼 중요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요즈음 한국의 콘텐츠는 한국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스우파도 마찬가지다. 어느 크루의 누구누구가 어떤 배틀을 했다거나 어느 크루가 우승했느냐는 한국 시청자를 포함한 전세계 K팝 팬들의 관심사다. 

 

복면가왕은 한국에서 시작되어 미국으로 수출된 포맷이고, 스우파 역시 프로그램 포맷의 수출을 포함한 글로벌 판매를 당연히 염두에 두고 제작됐을 것이다. 

 

그 결과 글로벌 팬들의 평가점수가 승패에 영향을 줄 정도로 중요도가 높게 설정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K팝 최고의 스타, 디렉터라는 파이트 저지의 권위는 스우파라는 프로그램 자체와 우승한 크루에게 더 큰 신뢰를 심어준다. 

 

그래서인지 크루들을 선정하는 것 이상으로 저지의 선정에 공을 들여 보아, 태용, 황상훈을 저지로 선택했다.

 

‘춤을 평가하는데 왜 댄서가 저지가 아닌가?’ 라고 의아해 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세 사람의 커리어가 어떻게 만들어져 왔는지를 알면 논란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 사람은 공통적으로 K팝의 중심에서 수많은 댄서를 만나고, 스스로 춤을 추며 커리어를 키워왔다. 프로그램의 의의가 노래를 위한 춤이 아니라 완성된 하나의 예술형태로서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대중들의 스트릿 댄스에 대한 인지와 지식수준은 높지 않다. 

 

스트릿 댄스의 다양한 장르를 시청자가, 대중이 다 알고 프로그램을 볼 것이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낯선 스트릿 댄스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들어가도록 해 줄 수 있는 좋은 길잡이가 꼭 필요하고, 스우파에서는 저지가 길잡이 역할을 한다. 

 

보아, 태용은 K팝의 역사이자 현재다. 그들의 이름은 전세계 K팝 팬이라면 모를 수 없다. 보아는 춤과 노래 모두에 능통한 뮤지션으로서 1세대 스트릿 댄서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모델로 삼은 글로벌 댄서나 안무가들과 일찍부터 작업을 하면서 데뷔 이후 이십여 년 이상을 춤을 춰 온 가수로서 보아의 댄스 안무를 해 본 경험이 있는 크루도 참가자 중에 있다.

 

태용은 현재 가장 핫한 그룹인 NCT127의 멤버이자 춤에 있어서는 내로라하는 수준이며 퍼포먼스를 직접 구상하기도 한다. 

 

또한 댄서 출신이자 안무가이며 국내 최고의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를 디렉팅한 황상훈은 댄서의 능력과 가능성을 댄서의 관점에서 판단할 수 있는 동시에, 대중의 취향을 저격하는 포인트가 무엇인지에 대해 날카롭게 꿰뚫어 볼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대중과 함께 하며 취향과 영향력을 순간순간 감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 사람은 저지의 능력, 자격에서 충분하다 할 수 있다.

 

5. 만나게 한다 – 옴니채널 경험


최근의 배틀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프로그램 진행 중 인기를 끌었던 참가자들을 무대 위에 세워 관객이 그들과 같은 공간에서 육성으로, 혹은 실제 눈으로 보고 듣는 찐경험을 하게 해 주는 오프라인 이벤트를 필수 포맷으로 갖고 있다.

 

스우파 역시 동일한 선택을 했다. 차이점은 기존에 이 형식을 채택한 프로그램들은 모두 노래를 하는 콘서트인데 스트릿 우먼 파이터 온 더 스테이지(Street Women Fighter on the Stage)는 출연한 여덟 크루의 무제한 춤대결이라는 점이다. 

 

춤의 현장성은 화면과는 비교도 안 되게 크다. 몇 달 간 화면으로 편집된 모습을 띄엄띄엄 보며 감질났던 대중의 갈증이 얼마나 컸는지 대변이라도 하듯 스우파 온 더 스테이지의 티켓판매는 웬만한 아이돌 콘서트 못지않은 1분 컷으로 매진됐다. 

 

유튜브 영상에서 먼저 공개된 계급 미션, 미션 퍼포먼스, 파이널 퍼포먼스와 저지들의 맛깔스러운 때로는 신랄한 심사평으로 충분히 온라인에서 스우파를 간접 경험한 사람들은 그들이 실제 무대에서 어떨까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카메라가 보여주지 않은 많은 춤과 리액션의 장면들, 댄서들의 분위기 등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낌으로써 스우파는 완전체의 경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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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우파 참가자>

 

마케팅의 조용한 승리

대중이 어떤 포인트에 꽂힐지를 예측이라도 했던 것처럼 엠넷은 이 프로그램에 등장시킨 여덟 팀의 크루들을 철저하게 색깔을 달리하여 상품화했고,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주제의 미션들을 때로는 가혹한 조건으로 내밀면서 가장 보편성이 높은 크루를 우승팀으로 선정했다. 

 

대중들이 스트릿 댄스를 추는 여자 댄서라는 의외성, 여자들의 싸움이라는 설정을 즐긴 것이든, 춤 자체를 즐겼든, 크루들의 스타일과 분위기에서 공감할 포인트를 발견했든 최근 배틀 형식의 프로그램 중 역대급의 인기를 누린 이면에는 엠넷의 영리한 노림수가 있다. 

 

수많은 배틀 프로그램에서 소외되거나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여성들을 파이터라는 이름으로 댄스 배틀을 펼치게 한 것 자체가 의외성 면에서 압도적인 선택이었고, 타 프로그램과의 차별화가 확실했다. 

 

미디어는 무엇을 보여줄지, 보여주지 않을지, 어떻게 보여줄지를 철저하게 자신의 입맛대로 결정하기에 우리가 화면에서 본 것들이 과연 그것 자체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혹자는 심사위원 세 명의 판단, SNS투표, 글로벌 인기투표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한 집계이므로 엠넷이 원하는 결과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댄서들을 심사위원과 대중 앞에 특정한 이미지를 갖도록 만들어 갔다는 점에서 결론적으로 선택을 유도했다고 볼 수 있다. 

 

근래 스트릿씬에서는 각종 배틀이 성황이고,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어마어마한 양의 영상이 넘친다. 댄스 장르를 검색하면 최고라고 불리는 댄서들의 이름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모 대학 공연예술학부 실용댄스전공은 설립된 지 불과 2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실용댄스 부문 전국 최다 지원자 수를 기록하기도 하는 등 댄서들의 층은 두꺼워지고 있다. 

 

스우파의 성공과 세상의 변화 방향을 감안하면 분명 앞으로 스우파의 인기를 능가할 또 다른 댄스 배틀 프로그램이 나올 것이고, 조용히 강력하게 움직이는 마케팅의 매직이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경력사항

  • 現) (주)매드해터 대표
  • 前) 센트비 브랜드 담당
  • 前) 두산인프라코어 글로벌브랜드 담당
  • 前) 현대캐피탈 브랜드 전략 담당
  • 前) 삼성카드 브랜드 마케팅 담당
  • 前) CJ제일제당 브랜드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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