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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겟팅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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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수정 매드해터 대표 (c@madhatter.co.kr) | 작성일 2021년 06월 14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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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겟팅의 딜레마는 명품 브랜드에서도 일어난다. 고객을 지키기 위해서는 타겟팅에 맞춰 브랜드 전반을 꼼꼼하고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모든 비즈니스에는 고객이 있다. 내 제품서비스를 구매하기 전의 소비자들은 가망 고객으로 분류되는데, 어떤 소비자를 내 제품서비스 구매자 혹은 충성사용자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정리한 것이 타겟팅(Targeting)이다. 

 

타겟팅은 대부분의 비즈니스 모델링과 브랜드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이야기되고는 있지만, 그만큼 심각하고 꼼꼼하게 기획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가장 대표적으로 꼽히는 이유는 세 가지 정도라고 생각한다. 첫째, 유사 제품서비스 사용자에 대한 자료 부재 혹은 가망고객 조사 미실행, 둘째, 제품서비스 관련한 니즈 미파악, 셋째, 개발자의 아주 개인적 경험과 니즈에 기반한 상품화. 

 

브랜드를 개발할 때 신이 아닌 이상 아무리 열심히 정보를 찾고 탐색해도 고객의 니즈를 남김없이 샅샅이 알고 타겟팅을 할 수는 없다. 오히려 대부분의 경우 강력한 니즈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프로파일의 고객들이 하나의 솔루션을 중심으로 타겟팅이 된다. 

 

개별적 고객들의 정보는 각기 다르고, 파악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나, 제품서비스의 본질과 관련된 니즈를 중심으로 고객이 형성되면 그들이 누구인지를 파악해 보는 일을 해야 한다.

 

내 경우 제품 브랜드를 담당할 때, 제품을 사용해 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프로파일을 어느 정도 설정해 두고 찾을 수 있는 정보로 조각을 맞춰 나갔다. 100%의 데이터와 자료, 증거들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의 통계 자료와 마케터의 상상력이 합쳐져 정리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요즘처럼 고객 데이터가 많은 상황에선 왜 상상력이 필요한가 싶겠지만, 직접 찾아가거나 이메일을 통한 조사 외엔 구체적인 고객 관련된 정보를 확인할 방법이 없거나 한정됐던 시절에는 비어 있는 부분을 경험치 혹은 가설로 채울 수밖에 없었다. 

 

즉 알고 있던 정보와 갖고 있는 조각조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략적인 설계를 해 놓고, 흐릿한 부분이나 구멍 난 부분은 기존 브랜드의 고객들을 벤치마킹하거나 경쟁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과 매장을 조사해 구체화 시켜 나가고,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부분은 이럴 것이라는 가설로 메꿔 넣었다. 

 

그 결과 타겟팅을 했지만, 실제 고객은 다른 상황이 종종 발생하곤 했다. 실제 고객들이 다름을 발견했을 때 브랜드 메시지를 수정할 것인지, 밀고 나갈 것인지, 제품의 유형이나 사용 상황을 바꾸어 주어야 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만약 브랜드 메시지가 문제라면 메시지의 변경은 상대적으로 덜 까다롭다. 

 

고객들이 귀를 기울일 만한 내용, 표현으로 소위 메시지 튜닝을 하면서 브랜드가 자리를 잡기도 한다. 

 

제가 원한 고객이 아닙니다. 네?

가장 문제인 상황은 타겟팅을 해놓은 고객이 완벽히 허구의 존재일 때다. 얼마 전 멘토링을 했던 기업의 경우, 20~30대 유행에 민감한 서울 및 대도시 사무직 여성으로 타겟팅을 해 놓았는데, 실제 고객은 40~50대의 농어촌 지역의 육체노동을 하는 여성이었다.

 

지역, 연령, 직업 유형, 라이프스타일, 그 어느 것도 맞지 않았다. 전형적인 타겟팅 실패 사례였다. 처음 상황을 설명할 때, 해당 기업 대표는 제품이 전혀 팔리지 않고, 재고만 쌓여서 부도를 내야 하나 고민이라고 했다.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보니 팔리기는 하는데 원했던 서울 강남, 신촌의 패션 매장이 아니라 지방 중소도시 혹은 그보다 더 작은 군이나 읍 단위 정도 지역 매장들에서 꾸준히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제품이 안 팔려 잠도 못 잘 만큼 고민이 많다고 했던 터라, 팔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너무 반가워서 그 고객들을 잘 연구해서 확대해 보라고 했지만, 본인은 본인의 제품을 사 주는 고객들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연구원 출신인 본인이 손수 디자인한 제품이 유행에 민감한 젊은 여성 고객군을 잡을 수 없다는 상황을 이성적으로는 이해하나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원했던 고객이 아닌 아주 다른 고객이 생겼을 때 딜레마에 빠진다. 원하는 고객을 얻기 위해 새로운 투자를 할 것인가? 기존의 고객들을 지키고 그들을 키울 것인가? 이성적이고 상식적인 비즈니스의 판단은 기존 고객을 키워야 한다는 쪽으로 내리는 것이 맞다. 하지만 비즈니스를 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고객이 자신의 제품서비스를 사는 것이 너무 싫다면 제품서비스를 바꾸거나 철수하겠다는 충격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 

 

일단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고객이 생겼고 매출이 증가하고 있으니 그 고객에 맞출 것을 권유했지만, 대표는 이미 기존 고객에게 팔아서는 안 된다고 정해놓은 상태였다. 

 

그렇다면 새로운 제품서비스로 원했던 고객을 잡는 것이 맞는데 기존 투자금과 현재 재고 규모 때문에 새로운 투자는 엄두도 못 내고, 주문이 들어오니 팔긴 하면서도 마음만 상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브랜드가 안 팔려서가 아니라 내 제품이 가야 할 곳이 아닌 다른 곳에 가는 상황이 싫어서 열심히 비즈니스를 할 마음이 나지 않는다는 하소연을 길게 한 것이었다. 더 이야기해봤자 소용이 없을 듯해 잘 판단하라고 마무리하고 헤어졌다. 

 

타겟팅은 아무리 어렵고 데이터가 부족하다 해도 절대로 상상력이나 자기 과신만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영역이고 비즈니스의 주춧돌이란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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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난다는 10여 년간은 자신감 있고 화려하며 개성 있게 부각되는 패션과 메이크업이 대세였다. 그 트렌드를 살아 낸 스타일난다의 고객들은 이제 40대가 됐다. 물론 여전히 세련되고 멋진 스타일을 추구하겠지만 패션과 뷰티 브랜드의 타겟은 그들이 아니라 시대의 중심 세대에 있어야 한다. >

 

타겟 프로파일은 지켜야 한다

타겟팅의 딜레마는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에서도 일어난다. 

 

2000년대 초반 승승장구하던 버버리가 차브(Chav)들의 타겟이 되면서 브랜드의 명성과 매출이 급락했던 적이 있다. 당시 차브라 불린 이들은 영국 중산층 이하의 계층에 속하며 축구 훌리건들로 대표됐다. 

 

버버리의 명성이 높아지고 많은 축구 스타들의 아내, 애인들이 버버리를 착용하는 일이 빈번해지자 그들에게 버버리는 아주 친숙하고 호감 가는 브랜드가 됐다. 

 

때마침 버버리에서 출시된 50파운드(약 8만 원)짜리 모자는 수백~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의류나 가방 같은 액세서리류에 비해 아주 쉽게 획득 가능했고, 버버리 체크를 모방한 짝퉁 제품까지 가세하면서 버버리의 위상은 영국 내에서 형편없이 추락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버버리는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이자 최상류층의 브랜드로 자존심이 어마어마했는데 이 사태로 버버리의 기존 고객들은 브랜드를 거의 버리다시피 했다.

 

결국 당시 새로 부임했던 버버리의 수장은 발단이 된 버버리 체크 사용 비율을 20%에서 5%까지 줄였고 거의 20여 년에 가까운 시간을 체크가 아닌 디자인에 역점을 두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버버리 정품 체크 아이템들은 자취를 감추고, 차브라 불렸던 일군의 원치 않는 고객들도 사라지면서 2017년 버버리는 체크를 다시 브랜드의 전면에 내세운다. 물론 2017년 체크 부활 시즌에 이르는 시간 동안 버버리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도 선진적으로 투자를 하면서 젊고 핫한 브랜드 이미지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핫하게 떠오른 스트릿패션과 애슬레저웨어 트렌드까지 수용하면서 영국의 자존심, 전통의 심볼인 버버리의 체크는 부활했고 원치 않는 고객들에게 브랜드가 놀잇감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철저히 초고가 전략을 쓴다. 

 

2017년 체크 부활을 알린 런던 패션위크에 나온 소위 잇백(It-bag)은 전 세계에 20개 밖에 없는 15,000파운드짜리였다. 한화로 거의 2천5백만 원에 달하는 가격은 버버리의 리포지셔닝을 공고히 해주었다. 이 사태를 겪으면서 버버리는 한 가지 큰 깨달음을 얻었다. 

 

브랜드가 승승장구한다고 모두에게 문을 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명품으로서 갖고 있어야 하는 브랜드의 신뢰도, 그에 맞는 사회적 지위의 유지,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결국 브랜드의 고객이다. 고객을 지킨다는 것은 타겟팅에 충실하게 브랜드 전반을 꼼꼼하고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타겟팅은 고정적이지 않다

타겟팅에 문제가 있는 브랜드로 스타일난다가 있다. 이 브랜드는 2016년 로레알에 팔리면서 큰 화제가 됐고, 창업자의 라이프스타일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기도 했다. 최근 살펴본 스타일난다의 실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코로나 때문이라기보다는 이 브랜드의 타겟이 너무 올드해졌다는 데 있다.

 

스타일난다는 2006년에 만들어졌다. 그로부터 한 10여 년간은 자신감 있고 화려하며 개성 있게 부각되는 패션과 메이크업이 대세였다. 개성의 표출과 라이프스타일의 과시, 다이어트와 몸매 가꾸기 열풍은 모바일 기술 발전과 함께 전 세계를 휩쓸었다. 

 

K뷰티를 만들어 낸 온갖 메이크업 트렌드와 해외 유명 셀럽들의 스타일을 모방하거나 응용한 난해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의 옷들이 스타일난다의 주력 제품이고 그 옷과 화장을 한 쎈 언니 이미지가 스타일난다였다.

 

그 트렌드를 살아 낸 스타일난다의 고객들은 이제 40대가 됐다. 물론 여전히 세련되고 멋진 스타일을 추구하겠지만 패션과 뷰티 브랜드의 타겟은 그들이 아니라 시대의 중심 세대에 있어야 한다. 

 

지금 브랜드의 중심 세대는 MZ세대다. 그들을 한 통에 넣고 일반화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지만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 패션과 뷰티 트렌드를 고려해 보면 MZ세대들은 자연스러움과 지속가능함을 기반으로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가 원하는 규격화된 몸매, 스타일, 머스트해브 아이템 같은 것이 예전보다 훨씬 적거나 느슨하다. 

 

특히 최근 몇 년 전부터 불고 있는 이지웨어, 스트릿웨어 브랜드들의 열풍은 코로나와 더불어 더더욱 패션과 뷰티의 강제성을 낮춰 주고 있다. 헐렁한 스포츠웨어, 기능적인 소재, 앤드로지너스 룩과 젠더리스 룩의 보편화는 기존 스타일난다의 브랜드 이미지, 브랜드 타겟 이미지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물론 쇼핑몰에 들어가 보면 요새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들도 더러 발견할 수 있고 의외로 예전만큼 쎈 이미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15년 이상 쌓여 온 브랜드 이미지는 요지부동이다.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 세대로 타겟팅을 다시 해야 할 필요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타겟팅은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타겟팅을 새롭게 한다는 것은 없던 어떤 가공의 존재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보통 브랜드는 시작할 때 함께 했던 고객의 나이가 들어 취향과 생활 형태, 경제적 환경의 변화에 맞춰 변화해 간다. 그래서 어느새 나이 든 브랜드가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처음 타겟팅이 자신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가진 20~30대 전문직 여성이라면, 10년 후에도 브랜드의 타겟은 그 시점에서 20~30대여야 한다. 10년 후의 자기 긍정 이미지는 10년 전의 자기 긍정 이미지와 다를 것이고 전문직으로 분류하는 직업의 종류도 직업군의 대종을 차지하는 유형도 다를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우리 브랜드는 어떠한 사람들을 타겟으로 삼았으니 그들과 끝까지 함께 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브랜드는 그 고객들이 이탈하거나 구매력을 상실하는 시점부터 쇠락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브랜드는 고객과 함께 간다’ ‘브랜드의 타겟은 영원하다’는 표현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브랜드는 그 시대의 정신을 갖춘 에피톰(Epitome)이어야 진정으로 많은 고객과 오래 갈 수 있다.

 

경력사항

  • 現) (주)매드해터 대표
  • 前) 센트비 브랜드 담당
  • 前) 두산인프라코어 글로벌브랜드 담당
  • 前) 현대캐피탈 브랜드 전략 담당
  • 前) 삼성카드 브랜드 마케팅 담당
  • 前) CJ제일제당 브랜드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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