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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와 편견] 당신의 팬티는 어떤 모양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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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손아영 한나 마케팅 팀장 (akffjq07@naver.com) | 작성일 2021년 04월 26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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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이런 남자가 이웃이 되면 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을 거의 모른다고 해도, 이 진리가 동네 사람들의 마음속에 너무나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그를 자기네 딸들 가운데 하나가 차지해야 할 재산으로 여기기 마련이다. 

 

 편견과 선입견 사이의 진실은?

제인 오스틴의 유명한 소설 ‘오만과 편견’의 시작 부분이다. ‘오만과 편견’은 1813년도에 쓰인, 벌써 200년도 넘은 소설이지만, 그때의 사람들이나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회가 만들어 놓은 ‘어떠한 진리’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음속에 깊게 품고 살아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흔히 우리는 ‘편견’ 혹은 ‘선입관’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편견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옳았던 것이었다가 옳지 않은 것이 되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사실 지금 우리가 가진 일명 ’상식’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정답이 아닐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시대의 사회 구성원들이 암묵적으로 옳고 그름을 정하고 무의식적으로 따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 글을 통해 우리 시대의 ‘어떠한 진리’가 틀렸다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나조차도 이런 사회적 편견과 잘 뭉쳐있는 평범한 일반인이기 때문이다(이야기하고자 부분도 소비재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는 가끔 예상치 못한 계기를 통해 평생 잘 가지고 있던 어떤 생각에 균열이 생기기도 한다. 이것이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이며, 그 아이템이 공교롭게도 ‘팬티’이다.

 

이 얘기를 꺼내기 전에 팬티보다 먼저 깨진 편견 하나를 말해보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생리대’에 대한 편견이다. 지금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다회용 유기농 면 생리대’를 주력으로 유통, 판매하고 있다. 

 

면 생리대의 존재 자체는 입사 전에도 알고 있었으나, 내가 쓰게 될 것이라고는 단 1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하랴. 회사에 들어왔으니 반강제적으로 면 생리대를 사용하게 됐으니….

 

편견과 진실은 다를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생각했던 것보다(생각을 아주 좋지 않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생리대가 꽤 쓸 만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그리고 나서야 무조건 일회용 생리대를 써야 한다는 ‘어떠한 진리’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이런 하나의 변화가 생기고 나니 생리용품이 생리대, 탐폰만 있는 게 아니라 생리컵, 생리팬티 등 수많은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를 너머 생리용품과 환경의 관계에 대한 생각까지 확장하게 됐다.

 

그런데 이런 경험을 한 번 했다고 해서 편견의 올무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며, 이로 인해 생긴 인생의 변화량을 책정해 보자면 쿠키를 부러뜨리면 떨어지는 과자 가루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것을 알게 된 것도 문제의 ‘팬티’ 덕분이다.

 

생각해보자. 지금껏 살면서 ‘내 서랍장에 어떤 모양의 팬티들이 들어있는지’를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나 역시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가진 팬티들에 어떠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이슈를 다루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한데, 직장에서 ‘삼각이 아닌 다른 모양의 팬티’를 개발하게 됐기 때문이다. 바로 ‘여성용 트렁크’다.

 

어느덧 점점 의무적으로 해야만 하는 채널이 돼버린, 그러나 앞으로도 열기가 뜨거울 라이브커머스를 모르는 분들은 없을 것이다. 트렁크 크라우드 펀딩을 한창 준비하던 차에 드로즈를 출시하게 됐고 그 와중에 라이브 방송을 하게 됐다.

 

‘라방’의 가장 좋은 장점 중 하나가 고객의 직접적인 의견들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인데, 방송 중에 ‘여태까지 남편 팬티를 빼앗아 입었는데 이제 내 팬티를 사야겠다’라는 의견을 접하게 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트렁크는 남성만을 위한 팬티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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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험에 작은 변화가 생기고 나니 생리용품에 수많은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환경의 관계에 대한 생각까지 바뀌었다.>

 

트렁크는 남자만 입는다?

위에 언급한 고객처럼 결혼하고 나서 남편의 드로즈나 트렁크를 입어본 여성들이 꽤 있다고 한다. 그리고 10명이면 10명 다 무척 편하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직접 드로즈나 트렁크를 사서 입어보지는 못했다. 무의식중 ‘트렁크 팬티는 아빠 팬티’, 내가 입는 팬티가 아닌 팬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걸 알고 나서야 내 팬티가 삼각 모양이 아니더라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 만약 회사 덕분에(?) 내가 직접 트렁크 팬티 출시를 준비하지 않았다면, 여성이 트렁크 팬티를 입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다’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마 드로즈 역시 먼저 시장을 열어주고 확장한 업체들이 없었다면 여성이 입는 팬티라는 생각을 못 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여성용 드로즈나 트렁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을 수도 있다.

 

전체 소비 시장 중 극히 일부일 뿐인 여성용 팬티 시장조차 이렇게 사회의 암묵적인 진리로 가득하다. 여성의 팬티는 삼각이어야 하고, 남성의 팬티는 사각이어야 한다는 것은 누가 정해준 기준점이었을까? 

 

여성의 삼각팬티가 림프선을 눌러서 다리가 붓는다거나, 혹은 착색을 일으켜서 좋지 않다는 이유 말고 삼각 모양 자체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어떤 결정권자가 여성의 팬티는 삼각 모양이어야만 한다고 공식적으로 판결봉을 두드린 적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자가 사각을 입고, 남자가 삼각을 입는다고 해서 사회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떵(Thong), 일명 티팬티를 입는 것도 본인의 선택이다.

 

티팬티만 입은 채 나다니는 어떤 사람들이 뉴스에 종종 등장하는 바람에 티팬티 입는 것 자체가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은 사람의 문제이지 팬티의 문제가 아니다. 

 

다양한 옷을 입어야 하는 모델들에게는 떵이 일반적인 팬티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서구 여성들에게는 떵이나 치키가 대중적인 팬티가 아닌가. 

 

 

 

 

편견을 깨면 새로운 것이 보인다

이처럼 사람이나 조건, 환경에 따라 ‘일반적’이라는 것이 달라짐에도 불구하고, 편견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타인뿐 아니라 나 자신조차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혹은 이조차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게 ‘일반적’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편견들이 깨지지 않으면 어떤 분야라도 발전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명품 브랜드들과 골프웨어 브랜드들이 기존의 보수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젊은 고객층을 위해 과감히 제품 디자인과 브랜딩 방식을 바꿔 나간 것을 보면, 그 결과물들은 훨씬 가벼워지고 감각적으로 보이는 데다 오히려 이제는 기존 고객들이 구매하고 싶어 하는 대세가 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명품이나 골프웨어는 중년층의 전유물이 아니고, 그것이 일반 상식이 된 것이다. 언더웨어 시장 역시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삼각, 드로즈, 트렁크 상관없이 당연히 모두 남녀가 입을 수 있는 팬티라고 여기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이런 연유로 지금 진행 중인 트렁크 크라우드 펀딩을 정말 간절한 마음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이 프로젝트가 ‘여성들도 트렁크 팬티를 입는다’가 아닌, 여성들이 트렁크 팬티를 입는 것을 당연하게 만드는 일에 일조하는 계단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우리가 만드는 수많은 상품이 돈벌이의 수단만이 아니라 어느 시점, 어느 누군가의 편견을 깨뜨릴 수도 있기에 그만큼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라는 것을 글을 쓰면서 또다시 새기게 된다.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자신의 아집과 편견을 깨닫고 서로를 인정할 때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었다. 그것처럼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붙잡지 않아도 될 것들을 두 손에 꽉 쥐고 있는지 돌아본다면 인생의 유의미한 변화들이 일어나지 않을까. 지금 당신의 서랍장을 생각해보자. 서랍장 속 당신의 팬티는 어떤 모양인가.​ 

 

경력사항

  • 現) 한나 마케팅컨텐츠팀 팀장
  • 現) 지앤이헬스케어 마케팅컨텐츠팀 팀장
  • 컨텐츠 기획, 영상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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