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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깅스, 멀고도 가까운 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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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손아영 지앤이헬스케어 마케팅 팀장 (akffjq07@naver.com) | 작성일 2021년 08월 30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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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후반 국내에서 주목받기 시작해 지난해 국내 매출 7,620억 원 규모로 큰 성장을 이룬 아이템, 레깅스. 확실히 자리 잡은 브랜드들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이 레드오션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일 것이다.

 

이런저런 기사들을 보면 레깅스가 ‘거리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상복이 됐다’는 내용이 많은데 동네마다 차이가 있는지 사실 아직까지 뚜렷하게 체감이 되지 않는다. 레깅스를 입고 다니는 사람을 마주치는 것보다 오히려 레깅스 착용을 두고 갑론을박이 더 자주 벌어지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 역시 레깅스를 입게 됐다. 

 

운동은 지옥이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운동에 관심이 없지만, 운이 없게도 운동을 해야만 하는 신체를 타고났다. 성장기 때부터 짝다리라 골반이 틀어져 있었는데 20대 후반 교통사고로 허리와 골반 통증이 심해졌다.

 

결국 도수치료를 받으면서 2년 동안 헬스를 병행했는데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다. 운동이 고통스러운 게 아니라 운동을 하러 나가는 순간부터 집에 들어오는 순간까지 모든 날, 모든 순간이 싫었다.

 

그 후 운동 덕분에 체형도 잡히고 육체의 고통도 잊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운동과 멀어졌다. 그러나 행복의 순간은 찰나의 바람과 같은 것인가. 30대 중반이 되면서 다시 허리의 고통이 시작되더니 업무에 지장을 주는 지경에 이르렀다.

 

견디고 견디다 생각했다. ‘아, 다시 운동해야 하는가.’

 

그때부터 어떤 운동을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스피닝을 하다가 무릎이 나갔었고, 다시 헬스를 하자니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그래서 운동보다는 교정에 효과적인 필라테스나 발레를 해야겠다는 정신승리에 가까운 결심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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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의 레깅스는 베이직 컬러보다는 화려한 무늬들이 더 적합할 것 같다.>

 

레깅스, 꼭 입어야 할까

필자는 물리적으로 ‘라떼’ 사람으로 레깅스가 국내에서 판매된 지 10년이 넘은 시점까지도 레깅스를 입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과거 헬스장에서 운동할 때는 회원 모두가 헬스장에서 유니폼처럼 주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운동을 했었다. 레깅스에 크롭티를 입고 운동하는 회원들을 본 적이 없었다.

 

지금은 시대가 다르지 않은가. 그래서 먼저 직장 동료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아니나 다를까. 운동 좀 한다는 동료 대부분이 레깅스를 즐겨 입고 있었다.

 

특히 필라테스의 경우, 넓지 않은 장소에서 적은 인원이 운동을 하기에 옷차림에 더 신경이 쓰인다며 자주 레깅스를 구매해야 할 것 같은 압박마저 든다고 했다. 오히려 지금껏 레깅스 하나 없는 내가 놀랍다고들 했다.

 

레깅스를 어디서 어떤 걸 사야할 지, 사이즈는 어떻게 구분되는지 전혀 알 수 없었기에 고민과 질문만 한 달 넘게 이어졌다. 운동도 운동이지만 사실 레깅스를 입을 자신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료로부터 레깅스를 받게 됐다. 이제 진짜 시작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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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처음 레깅스를 입다

동네 필라테스 센터들을 물색하기 시작했고, 등록을 했다. 결제를 마치고 센터 대표님께 물었다. 

 

“꼭 레깅스를 입어야 하나요?”

“네. 입으셔야 합니다.”

 

대표님의 대답으로 마음은 천근만근이지만 100만 원이나 하는 등록비를 지불한 이상 무를 수도 없었다. 심지어 떡하니 레깅스까지 있지 않은가. 

 

그렇게 미루고 미뤘던 결전의 날이 왔다. 현관 손잡이를 잡으며 엄마께 여쭤봤다. “괜찮아?”

 

그리고 알았다. 우리 집에서 엄마가 가장 열린 사람이라는 걸. 온갖 민망함, 부끄러움, 걱정을 안고 길거리에 나섰다. 엉덩이까지 가려지는 티셔츠를 입었지만 모든 시선이 신경 쓰였다. 

 

마주치는 사람들이 나를 보지 않을 것이라 속으로 곱씹었다. 센터까지는 10분도 걸리지 않은 짧은 거리였지만, 아무리 걸어도 멀기만 했다.

 

하지만 필라테스 수업이 시작하자마자 알았다. 왜 레깅스를 입어야 하는지.

사지를 찢고 늘리고 버티는 동안 충분히 깨달았다. ‘만약 트레이닝복이었다면 자세를 취하면서 하의가 말리거나 밀려서 자세를 편하게 취할 수 없었겠구나.’ 

운동을 마치고 풀린 다리로 언덕길을 내려오면서 생각했다. ‘지금 내가 뭘 입고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구나. 살아서 집에 도착하는 것이 먼저구나.’

어느새 필라테스를 시작한 지 3개월이 흘렀다. 

 

당연히 다른 레깅스도 추가로 구매했고, 앞으로 사계절용, 겨울용 레깅스에 겨울 양말까지 구매할 것이다. 이 정도로 레깅스 입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레깅스에 대한 오해는 풀렸지만

‘평소에도 이걸 입어야 할까?’

초반에 말한 것처럼 뉴스 기사에서는 종종 ‘레깅스가 일상복으로 정착했다’라거나 ‘골프장, 등산로에서도 심심찮게 레깅스를 볼 수 있게 됐다’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출퇴근하면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레깅스 입은 사람들이 그리 자주 목격되진 않는다. 옷을 선택하는 문제는 순전히 내 자유인데, 왜 레깅스만큼은 입으라고, 입어야만 한다고 강요받는 느낌이 드는 걸까? 

 

입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편했으면

외국에서는 여성들이 레깅스를 많이 입는다고 하는데 아마 맞을 것이다. 필자도 몇 년 전 캐나다로 출장 갔을 때 전시회장에서 화려한 프린트의 레깅스를 입은 여성들을 봤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별로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하체가 발달한 외국 여성들이 떵(티)이나 치키 팬티를 한국보다 더 많이, 편하게 입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레깅스가 하의로 적합할 것도 같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블랙 색상이 제일 많았고 그 외에 프린트가 무척 화려한 레깅스들도 있었는데, 일상생활에서 입는다고 하면 오히려 화려한 무늬들이 더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현재 국내 레깅스 신제품 변화를 살펴보면, 레깅스 같은 텐션을 유지하면서 몸에 붙지 않아 편안하다는 일명 ‘조거 팬츠’가 대세인 듯하다. 그런데 우리는 알고 있다. 

 

이 조거 팬츠라는 것이 내 옷장 어디에 하나쯤 있는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디자인이라는 것을. 그리고 물리적으로도 레깅스와 동일한 선상에서 보기는 어렵다는 것도.

 

운동 인구가 늘고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앞으로 레깅스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민망함이냐, 타인의 몸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냐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듯하다. 

 

왜 레깅스를 만들었는가. 만약 진짜 일상에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레깅스를 꿈꿨다면 입는 사람도, 그 사람을 우연히 만나게 될 사람들도 서로 민망하지 않을 방법을 강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레깅스를 입는 사람이 특이한 시선을 받지 않는, 사람의 몸매가 하나의 평가 대상이 되지 않는 그런 레깅스가 출시되는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경력사항

  • 現) 한나 마케팅컨텐츠팀 팀장
  • 現) 지앤이헬스케어 마케팅컨텐츠팀 팀장
  • 컨텐츠 기획, 영상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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