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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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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지훈 동인인터내셔날 ‘2XU’ 본부… (fpost@fpost.co.kr) | 작성일 2019년 10월 28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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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목표, 공동의 선을 실현하고자 하는 조직에 팀이라는 소규모 집단이 꼭 필요할까?

 

가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전형적인 관료형 시스템을 따르는 조직은 직급이 올라갈수록 책임은 막중해집니다. 

 

하지만 권태로워지기 쉽고 기업의 미래를 바꿔 놓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최종 의사 결정권자에게 올라갈 기회조차 박탈당하기도 합니다. 혹은 기획자의 의도가 중간 관리자의 입맛대로 바뀌어 버리는 폐단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과연 팀 단위 편제의 장점은 무엇일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지요.

 

월드인베이젼


소규모의 팀은 큰 단위 조직을 체계적으로 움직이게 만들고 작은 집단간의 이해와 동료애를 만들어 내지만 반대로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하고 의사결정을 지지부진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팀 간의 화합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 저는 팀장들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심지어 바티칸의 스위스 근위병마저도 한마음 한뜻이 되게 만들 방법은 뭘까?”

 

대답은 “월드 인베이젼”입니다.

 

만약 타노스가 군단을 이끌고 지구에 쳐들어와 지구를 초토화 시키겠다고 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지구의 모든 방위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모든 국가와 인류가 서로 화합해 유사이래(有史以來) 인류 대단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화합과 갈등의 이해


집단 간 갈등과 해소에 관한 대규모 현장 실험을 했던 미국 심리학자 무자퍼 셰리프(Muzafer Sherif)가 있습니다.

 

무자퍼 셰리프는 ‘우리와 그들, 갈등과 협력에 관하여’라는 책으로 유명한데 집필 과정에서 집단 내에서 관계 형성과 집단 간 갈등이 일어나는 현상을 다루는 실험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실험 이름은 로버스 동굴 실험(Robb ers Cave Experiment)입니다.

 

로버스 동굴은 오클라호마 주립공원에 실제 존재합니다. 일단 실험은 무작위로 구성된 12명의 소년을 두 개의 팀으로 나누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실험 참가자는 모두 11세 또는 12세 소년이며 실험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백인 중산층의 청교도 가정에서 평범하게 자란 소년들만 뽑았다고 합니다.

 

또 만약 참가자 중 친한 친구가 있다면 의도적으로 서로 다른 팀에 속하도록 했습니다. 실험은 총 3단계로 진행될 계획이었는데 1단계는 집단 내 유대감 형성, 2단계는 다른 집단과의 경쟁, 3단계는 협동을 통한 집단 간 갈등 해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로버스 동굴 근처에 차려진 각각의 캠프는 1.6km 떨어져 있었고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소년들은 집단 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유대감을 형성해 갔습니다. 

 

어느 정도 유대감이 형성될 무렵 다른 집단의 존재에 대해 알리고 두 집단에 야구 경기를 시키거나 식사 배급과 같은 행위를 통해 서로를 경쟁시켰습니다. 

 

그러자 두 집단 사이에는 긴장감이 돌고 예전에 친하게 지냈던 아이들도 서로 미워하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셰리프는 두 집단 간의 갈등을 조장한 뒤 집단이 화합하고 융화되는 과정을 연구할 목적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의 의도와는 달리 집단 간의 분열은 가속화되었고 물리적 충돌까지 가는 등 통제 불능에 이르렀습니다. 

 

화합을 위한 ‘공동의 적’


셰리프는 실험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 생각보다 빨리 실험의 3단계로 돌입했습니다. 교육과 각종 대화, 갈등을 줄이기 위한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집단 간 갈등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유일하게 효과가 있는 방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공동의 적’을 만들어 두 집단이 서로 힘을 합쳐야만 해결할 수 있는 숙제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캠프의 수도관을 고치게 한다든지 진흙탕에 빠진 트럭을 끌어내도록 하는 것이었죠. 공동의 적을 맞게 된 아이들은 서로 힘을 합치고 화합하고 같이 캠프 관리자를 욕하면서 다시 친한 사이가 됐다고 합니다.

 

사업을 총괄하는 부서장을 오랫동안 경험한 실무자들은 의도적으로 팀이 공동으로 할 수밖에 없는 주제를 주거나 자기 스스로 팀장 직책자들의 적이 돼 화합을 도모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공동의 선’을 위한 자발적 화합


상품기획 팀장과 디자인 팀장이 서로 옥신각신 하다가 사업부 품평 앞에서 화합하는 모습, 마케팅팀장과 디자인 팀장이 서로 티격대격 하다가도 이번 달 단기 매출 신장을 위한 프로모션 제안이라는 숙제 앞에서는 공동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노력을 보일 때 ‘로버스 케이브 실험’이 생각나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경쟁을 통해 만들어지는 집단 규범이 내집단의 결속과 외집단의 적대감을 포함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집단 간의 경쟁을 조장하거나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이용해 성과를 내게 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러한 화합은 지속성도 보장되지 않습니다. 공동의 적으로 만들어진 화합이나 융화는 공동의 적이 사라지는 순간 바로 와해되기 때문입니다. 

 

개인, 팀 또는 사업부 무엇을 막론하고 우리가 회사라는 집단에 속해 있다면 ‘공동의 적’이 아니라 ‘공동의 선’을 위해서 일할 때 자발적인 화합과 융화, 여기에서 오는 아치형 에너지를 경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적의 적은 친구가 아니라 그냥 적의 적일 뿐입니다.  ​ 

경력사항

  • 現) 동인인터내셔날 2XU 사업부장
  • 前) 더네이처홀딩스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CD
  • 前) 네파 상품기획 팀장/유럽프로젝트장
  • 前) 인디에프 ‘프레디’ 상품기획 팀장
  • 前) 데상트 ‘르꼬끄 스포르티브’ 상품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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