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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물만 팔 것인가? 세상을 바꿀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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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유겸 FITI시험연구원 본부장 (youkyum@hotmail.com) | 작성일 2021년 09월 13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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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인생동안 설탕물이나 팔기를 원하나? 아니면 나와 세상을 바꾸기를 원하나?”

Do you want to sell sugar water for the rest of your life, or do you want to come with me and change the world?

 

스티브 잡스가 펩시의 CEO로서 시장 판도를 바꾼 존 스컬리에게 애플의 CEO 자리를 제안하면서 던졌다는 메시지이다. 간결한 메시지가 주는 임팩트로 상대의 마음 샀다고 알려져 있다. 

 

비전을 담고 있어 설득력이 강했다고 설명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가 하고 있던 일의 본질에 대해 가장 짧고 명확하게 설명했기 때문에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지 않았을까? 

 

마음 한편의 불편함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통해 그런 불편함을 없앨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자신의 인생을 통해 더욱 중요한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고 자서전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더 널리 알려진 이 에피소드는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정확하게 꿰뚫었던 그의 비범함을 엿보게 해준다.  

 

그의 메시지는 개인적으로도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일과 대상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기회를 주었다. 

 

하고 있는 일과 하고자 하는 일의 본질에 대해 좀 더 알아보려 했고, 동시에 그 본질에 따라 왜 그것이 필요하고 어떻게 의미를 부여할지에 대해 좀 더 고민하려 했던 것 같다. 

 

그래서 하고 있던 일에 대한 ‘본질 찾기’ 대상이었던 섬유와 패션 산업에 대한 ‘2가지 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본다.

 

왜 섬유 산업은 지금 같은 방식이어야 하나?

인류 역사에서 아마 패션이 섬유보다 먼저 탄생했을 것이다. 동물 가죽이나 다른 식물 잎을 엮어서 몸을 보호하고자 했을 테고 지금과 같은 옷감으로 옷을 만드는 것은 물레가 나타난 다음이라고 추측해 본다. 

 

 그럼 왜 물레가 필요했을까? 길이가 짧은 면섬유나 양모로 실(yarn)을 잣기 위해서 물레(spinning wheel)가 만들어졌고, 그 후에 실을 엮어 직물(woven fabric)을 짜기 위해 베틀(loom)이 발명되었다. 이런 옷감 생산 방식은 증기 기관의 발명으로 강력한 동력을 얻게 된다. 

 

방적과 방직산업은 1차 산업혁명을 이끈 주연이자 가장 큰 수혜자였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품질 좋은 면직물과 모직물이 생산되면서 전 지구적인 글로벌 상품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그 이후 등장한 나일론, 폴리에스터 합성섬유는 짧은 스테이플 화이버로 만들어져 면섬유와 혼방되어 방적사(spun yarn)로 만들어지고 천연섬유 원료 공급의 한계를 해결해주었다. 

 

그리고 합성 화학 염료로 더욱 다양하고 화려한 색상의 옷감을 만들게 되었다. 그러자 더 많은 옷감을 생산해서 더 많은 옷을 만들도록 하는 방식은 섬유 산업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여겨지게 된다. 

 

이런 옷감 생산 방식은 실(yarn)을 기반으로 한다. 섬유 소재를 실로 만들고, 다시 직물이나 편물로 만드는 과정이다. 우리가 익숙한 섬유산업은 실을 통해서 발전했다. 

 

길이가 짧은 면섬유와 양털을 꼬아야 실을 만들 수 있었고, 그것을 가로 세로로 엮으면 옷감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1차 산업혁명 이후 기본 기술과 방식은 변함이 없다. 애초에 실크나 합성섬유와 같은 필라멘트 소재가 핵심 섬유 공급원이었다면, 섬유산업의 모습은 지금과 같지 않았을 수도 있다. 

 

반드시 실을 만들고 이걸로 옷감을 만들어야 하는 방식은 생산 단계별 분업화와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글로벌 섬유 공급망을 만들어 냈고, 패스트 패션 시대에 최적화되어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물론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를 통해서 글로벌 공급망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자동화를 포함해 기술 혁신에 투자하는 데 인색했다. 혁신에 투자해 얻어지는 이익보다 지금의 생산 방식을 통해 더욱 손쉽고 확실하게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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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패션업계는 2050년 Net-Zero를 목표로 제시하고, 상호 협력을 통한 공통의 이행계획과 일정표를 만들고 있다.> 

 

왜 섬유 패션 산업은 혁신이 필요한가?

우리는 ‘설탕물’을 만들어 파는 데 익숙해져 있다. ‘설탕물’이 좋고 나쁜가를 논하는 것과 별개로 ‘설탕물’을 만들다가 내 주변을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게 문제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문제다. 지금까지 해온 방식이 좋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유기농 소재도 써보고 리사이클 소재로 옷을 만들고 버려지는 쓰레기도 줄여보고 유해하다는 화학물질을 쓰지 않고 염색하느라 비싼 염료도 쓰면서 ‘지속가능한 소재’를 생산에 노력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패션 제품을 만드느라 힘들게 노력하고 있는데 돌연 ‘탄소중립’이 던져졌다. 글로벌 섬유·패션업계에서 ‘지속가능성’ 개념은 미래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다루어진 측면이 있다. 

 

미래 패션 산업을 유지를 위해 자원고갈에 대비하고, 지구 환경 보전에 노력하며, 브랜드들이 모여서 세부적인 환경 관리, 노동 환경 부문의 도달 목표를 제시하면서도 구체적인 도달 시점을 제시하지 않았다.

 

ZDHC(Zero Discharge of Haz ardous Chemicals)가 대상 화학물질의 제로 배출 시점을 2020년으로 설정(코로나19 사태로 약간의 상황 변화가 있다)한 경우가 유일하다. 

 

히그 지수(Higg Index)는 ESG(Env 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 지표 중 환경과 사회 부문의 평가 항목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도록 했지만, 언제까지 어떤 수준의 점수를 확보해야 하는지 정하지는 않고 있다(물론 향후 브랜드별로 공급망 기업들에 특정 시점까지 특정 수준의 점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할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된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 억제를 위해 더 이상의 온실가스 배출을 하지 않기로 하는 탄소중립화는 명확한 정량적 목표와 시점이 정해져 있다. 

 

글로벌 패션 업계는 2050년 탄소중립(Net-Zero)을 목표로 제시하고, 상호 협력을 통한 공통의 이행 계획과 일정표를 만들고 있다. 이 기준을 통과하는 공급망 기업과는 함께 비즈니스를 지속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업계에서 퇴출당한다. 

 

물론 브랜드 기업 역시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탄소중립화는 패션산업계만의 목표가 아니라 전 지구적인 현재와 미래 인류의 생존을 위한 공동의 목표이다.

 

‘지속가능성’이라는 상위 개념 안에 기후 위기 해소를 위한 탄소중립화도 가장 핵심적인 과제로 포함된다. 탄소중립은 가까운 미래의 섬유 패션산업을 바꾸는데 가장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산업계의 노력에는 ‘속도’의 개념이 희미하고 현재의 섬유·패션 산업 틀을 바탕으로 점진적인 개선을 시도한다.

 

 반면 탄소중립은 현재의 틀과 그동안의 관행, 방식을 완전히 뒤바꾸는 것도 고려되고 있다. 원료획득, 원사·원단 제조 그리고 염색과 후가공을 이어지는 공정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우선 배제해야 하고, 에너지 절감을 최소화하여 재생에너지의 제한된 사용 조건에도 대응할 수 있는 구조로 변경되어야 한다. 

 

단순히 생산라인의 속도를 높이거나 가공 온도를 낮추는 방식으로는 글로벌 시장이 원하는 탄소중립 달성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세상을 바꿀 때가 됐다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35%(글로벌 패션업계는 45%)를 줄이는 탄소중립기본법이 세계 14번째로 통과됐다. 

 

이제 섬유·패션 산업은 더욱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이미 널리 알려진 초임계 이산화탄소에 의한 물 없는(waterless) 염색은 물을 고온으로 가열하지 않지 않고, 염색 후 건조가공과 폐수 처리가 필요 없어 에너지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초임계 상태 유지를 위한 고압 처리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고, 결국 에너지 절감 효과보다는 물 발자국을 줄이는 효과만 남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인조섬유(man-made fiber)를 방사할 때 색소를 넣어 색을 넣고, 동시에 부직포 제조 기술을 발전시켜 옷감을 만들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은 100% 줄일 수 있고, 에너지 소비는 75%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꿈에서나 나올 만한 실 없는(yarnl ess) 옷감 생산 같은 기술 개발 시도와 소비자들의 인식에 일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누구도 부직포를 옷감으로 개발하지 말라고 정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당연했던 것을 의심하고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1차 산업혁명 이후 변하지 않는 옷감을 만드는 방식으로 버티다가 탄소중립화를 견디지 못하고 섬유생산 스트림이 하나씩 무너져 결국 비닐 필름 같은 소재로 옷을 만들어 입어야 할지도 모른다. 

 

자기잠식을 시도하지 않으면 포장재 산업이나 제지산업, 플라스틱 산업이 우리에게 입을 것을 주게 될지도 모른다. 탄소중립은 우리가 생각을 바꿔 우리의 미래를 구해야 한다는 메시지이다. 동시에 우리와 우리의 산업도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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