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고애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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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대화 아닌 최적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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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채수한 기자 (saeva@fpost.co.kr) | 작성일 2021년 11월 29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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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고애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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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곧 지속가능과 환경을 위한 것

과잉 생산 보다는 예측을 통한 적정량 생산 필요

실질적 도움이 되는 데이터 있어야​ 

“지금 패션업계는 너무 많은 양의 옷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결국 과잉 생산과 소비로 인해 넘쳐나는 재고와 의류쓰레기가 환경을 해치는 큰 요인이 되고 있지요.”

 

연세대학교 고애란 교수는 패션으로 인해 환경이 크게 오염되고 있음을 우려했다. 이는 비단 고애란 교수만의 걱정은 아니다. 

 

패션이 환경오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산업군이라는 것은 모두가 다 잘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패션 산업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여 많은 패션 기업이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당장의 매출과 실적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생존보다 환경을 우선하는 기업은 얼마 되지 않는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재고를 최소화해야하고 이는 생산량 감축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재고를 줄이는 문제는 패션계가 풀어내기 가장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다. 

 

단순히 재고를 줄이기보다는 좋은 옷을 적정량 생산해 최대의 효율을 내야 하지만 현실화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많이 만들어야 많이 팔고,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패션 비즈니스의 고전적인 사고방식은 아직도 존재한다.

 

호시절을 경험했던 일부 패션 기업인들은 물량을 줄이면, 매출이 줄고, 이익이 줄어든다는 단순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는 곧 환경 보호

연세대학교 고애란 교수는 이 같은 적정량 생산을 위해 데이터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기업들은 생산된 제품을 잘 판매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데이터 활용에 관심을 가지는데 그보다는 기획과 생산 단계부터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패션 비즈니스를  가능케 한다고 봅니다.”

 

패션 기업에서 MD들의 고민은 매 시즌 어떤 아이템을 ‘얼마만큼 만들 것인가’이다. 정확한 수치가 필요한 업무이기 때문에, 대충할 수도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단순히 작년 데이터를 바탕으로, 담당자의 감으로, 아니면 대표자의 결정으로 스타일과 수량이 결정되고 만들어지기도 한다.

 

만들어진 옷이 팔릴지 안 팔릴 지 아무도 모르고, 실패할 경우 고스란히 재고로 남게 된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연세대학교 고애란 교수를 비롯한 교수진들은 패션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나섰다.

 

이론만이 아닌 실무 경험이 있는 인력들도 합류하고, AI 등 기술 분야의 전문가들도 힘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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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애란 교수 photo  모지웅 기자>

 

데이터를 활용한 적정량 생산

데이터를 활용해 각 브랜드 상황에 맞춰 수량을 조절하고, 적정량을 만들어 많이 팔아 판매율을 높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먼저는 트렌드 분석이다.

 

기존에 수많은 트렌드 분석 전문 업체들이 있지만 비용이나 활용도 측면에서 다양한 기업들이 이를 적극 활용하기는 어려웠다.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트렌드를 분석하는 정보실이나, 패션연구소 같은 부서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그도 몇 안 된다. 심지어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폐쇄하는 기업들도 있다.

 

데이터 활용을 잘한다는 에프앤에프 정도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팀을 별도로 구성해 트렌드와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수량을 결정하는 등 적중률을 높이고 있다.

 

매출이 큰 기업은 데이터에 투자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어떨까.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시대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고, 해야 한다고 생각할지라도 자금 상황이 넉넉지 못할 경우 트렌드 분석 같은 자료를, 우리 브랜드만을 위한 자료를 뽑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다.

 

고애란 교수가 대표를 맡고 있는 에스에프랩은 이 같은 중소기업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2년 전부터 빅데이터와 패션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기획을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내고 있다.

 

“트렌드를 분석하고 이를 패션 기업의 MD들과 함께 활용하면 적중률을 높일 수 있고, 이를 통해 재고를 줄이게 되면 재무 건전성이 좋아지고, 국내 브랜드들의 경쟁력을 높이면 국내 패션산업의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되겠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가?

데이터가 패션 비즈니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의문은 모든 패션인들이 품고 있을 것이다. 데이터는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정확한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봐야 한다. 

 

실질적으로 MD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데이터의 정확성을 넘어서기는 어렵다. 따라서 사람의 선택과 수치 분석과 같은 의사 결정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MD가 트렌드 분석까지 해가며 여기에 매달려 있을 수는 없다. 이 같은 복잡하고, 전문 기술을 필요로 하는 영역은 전문가가 대신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번 시즌 스커트가 인기를 끌 예정이라고 하자. 이 같은 정보는 포털 사이트에서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일 것이다. 그러나 스커트의 스타일은 어마어마하다. 

 

이중 어떤 스타일을 만들 것이며, 스타일을 정했다면 몇 장씩 만들지, 지난해 브랜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정한다 하더라도, 시장 상황이 어찌 될 지 브랜드 MD가 모든 데이터를 간파하고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외부의 시장 예측 데이터와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판매 데이터를 함께 분석해 다음 시즌에 어떤 상품을 얼마나 만들지에 대한 정보를 준다면 어떨까.

 

만약 MD가 지난 시즌 판매가 좋지 않았던 한 아이템의 물량을 이번 시즌에 30% 줄이기로  결정했는데, 시장 수요는 40% 이상 줄여야 한다는 시그널 데이터가 나왔다면, 해당 브랜드는 10%의 과잉 생산을 하게 된다. 

 

데이터는 시장과 브랜드의 상황을 동시에 분석해 적정량 생산을 돕는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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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쭐내는 비즈니스

패션기업은 생산을 줄이고 적중률을 높여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패션 기업들만의 노력으로는 어려울 수 있다.

 

고애란 교수는 “패션 산업계를 시작으로 지속가능 소비에 대한 의식을 일깨워서 소비자들도 과잉소비를 하지 않는 소비문화를 만들어야 해요.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움직여야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의 MZ세대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착한 소비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파타고니아, 나우, 프라이탁 등 해외 유명 지속가능 브랜드들을 선호하는 연령대는 대부분 MZ세대들이다. 이들은 이미 브랜드의 방향과 정체성을 알고 있으며 그들과 뜻을 함께 하기 위해 제품을 구매한다.

 

‘돈쭐낸다’는 말이 있다. 어차피 소비할 거면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이나 기업을 도와주자는 뜻이라고 한다. 

 

“소비자 교육도 병행돼야 하지만 젊은 고객들은 이미 어떤 것이 지속가능한 것인가에 대해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과소비 보다는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착한 소비, 비싸지만 환경을 위한 옷을 만드는 기업 문화의 확대 전파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더 중요한 것

이 같은 데이터 협력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브랜드의 과거 판매 데이터이다.

 

브랜드마다 특징적인 이미지나 판매 패턴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데이터가 있어야 해당 브랜드에 맞는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진다.

 

이미 만들어진 알고리즘을 통해 공통적으로 트렌드 자료를 분석하고 이를 활용할 때 정확하게 예측하고, 수량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데이터를 제공하거나 넘기기 어려운 상황의 업체들이 많을 것이다. 

 

자체적으로 수요 예측을 위한 분석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지 않은 이상 이 같은 기능은 패션 사업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에스에프랩은 고애란 교수를 대표로, 연구실 구성원들이 함께 연세대학교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설립한 기업이다. 2020년 1월에 시작해 패션 기업을 돕는 데이터 서비스를 올해 말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회원사 모집을 통해 가입 기업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각 기업별 맞춤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과거 판매 데이터를 알고리즘에 넣어 만든 데이터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내년 초에는 연세대 산업공학과 머신러닝 전공 교수님과도 협업해 본격적인 프로그램 개발을 진행한다. 

 

한국패션산업협회 등 단체들과 협력해 이 같은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과 소통을 시작할 계획이다.

 

“먼저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에요. 대상은 지금 당장은 투자 여력이 안 되는 중소 업체들부터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선 지금 어떻게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 막혀있는 부분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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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애란 교수 photo  모지웅 기자> 

 

데이터 활용의 현실

좋은 의도와 목적으로 데이터를 만들고 생산량을 예측한다 해도, 이를 받아들이는 기업의 마인드가 가장 중요하다

 

‘트렌드 정보 분석은 도움이 안 된다’ ‘현실에 맞지 않는다’ ‘데이터는 우리와 먼 얘기’라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아직도 많다.

 

에스에프랩은 시작의 이유부터 조금 다르다. 트렌드 분석과 데이터 활용을 필요로 하지만 현실적으로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패션 기업들을 돕기 위함이다.

 

“기존에도 데이터를 활용한 패션 테크 기업들은 많이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 테크놀로지에 집중되어 있죠. 하지만 실질적으로 기업에서 MD가 마주하는 현실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도움을 주기 어려웠죠. 기업에 어떤 자료가 정말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아는 것이 먼저입니다.”

 

데이터가 있다고 해도 이를 그대로 브랜드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브랜드에 맞는, 정확히 수치화된 계량화 자료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과거 판매 데이터만으로 수량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 상황의 변화가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이 어려워진다.

 

에스에프랩은 브랜드 데이터와 시장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해 의사 결정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패션 기업들과의 소통 역시 하나 둘 성공사례를 만들어가면서 인식을 바꿔나갈 계획이다.

 

좋은 소재로 좋은 옷 만들자

“옛날 옷들이 소재의 질이 더 좋아요. 20년 전 구매한 옷을 최근 다시 꺼내 입었는데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죠. 하지만 지금은 한 시즌 입고 세탁 몇 번 하고 나면 다음 시즌에 또 입기 어려운 옷들이 많죠. 하나를 사더라도 좋은 옷을 사서 오래 입을 수 있는 착한 소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소비자들이 좋은 옷을 구매하려면 패션 기업이 좋은 옷을 만들어야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돈이 많지 않아 당장 저렴한 옷을 구매한다면 결국 몇 번을 더 사야하고, 그 비용이면 좋은 옷을 구매해 더 오래 입는 것이 효율적이며 궁극적으로 이는 의류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는  착한 소비의 시작이 된다.

 

“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한다고 하면서도 대량 생산된 옷을 구매한다면 그것은 결국 유행을 따라다니는 패션 희생자가 될 뿐이지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 수 없죠”

 

고애란 교수를 비롯한 에스에프랩의 사업 방향은 모든 패션 기업이 가져야할 마인드임에는 틀림이 없다.

 

패션계는 마케팅을 위한 보여주기식 지속가능이 아닌 실질적인 해결 방안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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