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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률 높이는 이커머스 브랜드 모델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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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채연 기자 (mong@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2월 27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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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데이터 · AI는 해결책 아닌 의사결정 참고자료다

진정한 디지털 전략은 ‘혁신의 이유’를 스스로 찾는 것​ 

지난 호 기사(패션포스트 제25호 ‘승률 높이는 이커머스 브랜드 모델 上’)에서 전통적 제조 기반 패션기업이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출시할 때,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다뤘다. 

 

요약하자면, 먼저 ‘우리 회사 사정’을 고려한 운영솔루션을 찾고, ‘최선’이 아니라 ‘개선’에 초점을 맞춰 가볍게 시작하자는 것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조직과 시스템을 만든다며 무리하게 투자하면, 본전 생각에 당장의 매출을 쫓게 되기 마련이다. 그러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할 능력이 있더라도 처방에 앞서 책임소재부터 따지게 되는 것이 조직의 생리이기 때문이다. 

 

기획과 판매는 오프라인 대비 압축적 MD, 브랜드 색을 드러내는 원 포인트 디자인을 통해 재고부담을 줄이면서 ‘제 값을 받고 파는’데 집중한다. ‘제 값에 팔린다’는 것은 공급자가 가진 디자인, 소재 품질, 브랜드 파워에 대한 자신감이자 소비자의 호응이다. 온라인에선 사람과 공간이 브랜드 가치를 설명하는 매장이 없으므로 제 값에 팔리게 하는 일련의 과정이 곧 ‘브랜딩’이다.  

 

물론 기사에서 언급한 내용이 필승전략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기술 발전, 변화 속도가 빠른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어제의 혁신이 오늘 당장 낡은 것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시점으로 시작, 성장 단계에서 살아남거나 살아남을 확률이 높은 브랜드의 운영 방식일 뿐이다. 

 

이번 기사는 패션기업들이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디지털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다뤘다.

 

국내외에서 도입부터 활용까지 안착시켰다고 할 만한 사례 이상으로 하나마나한 사례 또한 넘쳐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동일한 기술 수준에 동일한 목적과 기능을 가진 디지털 도구가 어떤 기업에게는 ‘매우 유효한 의사결정 참고자료’로 쓰이지만 어떤 기업에게는 ‘무모한 투자’라는 점이다.

 

왜 그럴까.   

“MD업무에 첨단기술을 활용하더라도 당신의 회사에서는 무의미하다. 시장엔 옷이 넘쳐나고, 트렌드 변화가 극심한 지금 ‘트렌드를 읽는다’는 것은 도박에 가깝다. 비슷한 상품이 쏟아지니 소비자는 더 싼값, 더 세련된 상품을 따라 경쟁사로 쉽게 가버린다. AI기술로 수요 예측을 해봐야 쓸데없는 짓이 될 뿐이다.” 

 

사업 모델에 맞지 않는 첨단기술은 무의미

 

카와이 타쿠(河合 拓) FRI&Company 대표(기업회생 컨설턴트/턴어라운드 매니저)가 일본매체 DCS에 기고한 칼럼에서 한 이야기다.

 

글로벌 SPA브랜드인 ‘자라’를 경쟁상대 또는 학습표본으로 설정한 일본 패션기업을 대상으로 한 글이지만 우리 기업들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2~3년 전쯤부터 다수 패션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최우선 경영전략이며 디자인, MD, 마케팅에 빅 데이터 분석, AI기술을 접목하겠다고 나섰다. 생존하려면 디지털 환경에 적응해 밀레니얼 세대를 잡고, 이커머스 사업을 키워야하기 때문이다.  

 

AI 딥 러닝의 핵심은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작업, 분류를 통한 ‘예측’이다.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색 어떤 디자인의 상품이 언제 누구에게 얼마나 팔리겠느냐는 것까지 미래의 트렌드를 알 수 있다는 것인데, 말 그대로 ‘예측’이다. 한 예를 보자. 

 

2017년, 우리가 잘 아는 두 패션기업이 IBM이 개발한 AI솔루션 ‘왓슨’을 도입한다. 왓슨은 농업부터 자동차 산업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는데, 두 회사는 가격책정에 초점을 맞췄다.

 

각 품목별로 소비자 구매를 끌어내는 최적의 가격을 찾아내 경쟁력을 높인다는 목표였다. 결과는? 두 기업 중 한곳은 얼마 전 파산한 포에버21, 또 한곳은 실적 악화로 흔들리는 슈퍼드라이다. 스스로에 대한 과학적 진단 없이 자라 같은, 유니클로 같은, 한섬 같은, 휠라 같은, ‘1등의 시스템을 도입하면 2, 3등이라도 할 수 있다’는 발상의 종착지인 셈이다. 첨단기술로 소비자를 분석하고 트렌드 예측을 못한 것이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카와이 타쿠 대표는 기고에서 기획 원가율, 정상판매 소진율, 할인판매 소진율, 재고 회전율, 이 4개의 핵심성과지표부터 제대로 관리할 것을 조언했다.

 

구체적으로 기본물 위주 브랜드는 제품 가치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재고관리 기술에 투자하고, 유행 아이템 중심의 브랜드는 충성고객 비율을 높이라는 것이다. 가격경쟁을 하겠다면 첨단기술 수요 예측은 아예 필요가 없다. 그냥 5000원 할인쿠폰을 붙이면 그만이다.

 

‘체질개선’과 ‘고객 요구’ 사이에서 우리의 위치를 잡고 그에 맞는 디지털 도구를 선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빅 데이터 분석 자료와 인공지능 기술을 디자인, MD, 마케팅 업무에 단 한 번도 활용하지 않았다거나 앞으로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기업은 이제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다만 정도의 차이다. 물적 인적 자원을 가진 종합패션기업과 유통사들은 축적된 고객 데이터(방문 및 결제 자료)를 가지고 진작부터 고도화를 추진 중이고 ‘제조’를 하는 중소기업 다수는 학습 초기 단계다(디지털 네이티브는 제외). 상대적으로 대형 자사몰을 가진 종합패션기업은 훨씬 유리한 출발점에서 시작했다. 자사몰 회원 소비자DB, 기본 트래픽 분석 자료를 가지고 온라인 전용 브랜드 전개가 유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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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플러스>

 

첨단기술, ‘적중률 높은 의사결정’ 위한 도구 

 

대표적으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여성복 ‘구호플러스’를 꼽을 수 있다. ‘구호플러스’는 전략기획부서의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브랜드. 패션연구팀(前 삼성패션연구소)과 함께 수집된 내외부 데이터 분석 자료를 가지고 시장의 흐름에 맞는 새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곧바로 전담 그룹(팀 단위 보다 작은 소규모 프로젝트 인력이다)이 만들어졌고 포트폴리오 생산에 참여한 배윤신 그룹장이 론칭을 맡았다. 그리고 디지털, 유통 관련 업무 경력자가 아니라 타깃 고객으로 잡은 밀레니얼 세대, 88~90년대 생이 실무자들로 배치됐다. 첨단기술에 대한 이해보다 타깃 소비자군에 대한 이해를 우선순위에 두었기 때문이다.  

 

배 그룹장은 “빅 데이터를 얼마나 인사이트있게 분석해서 활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필요하다, 아니다를 넘어 모든 사업의 필수 역량이 됐다”고 설명한다. 

“리테일에 있어 유통채널과 소비자 분석은 반드시 필요하고, 소비재라면 반드시 옷이 아니더라도 분석결과를 반영하는 것이 당연하다. 온라인만 필요한 것도 아니다. 다만 온라인은 고객데이터를 수집하고 성향을 파악하기가 수월해 유리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내외부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연구할 수 있는 장비와 프로그램, 인력풀을 가지고 있다.

 

‘구호플러스’의 경우 소비자의 니치한 취향을 파악하고, 아이템을 세분화 하는데 이를 필수적으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은 판매 타이밍 적중률이 중요한 만큼 수집 자료를 바탕으로 세밀하게 출시 주기를 연구하는 것이다. 졸업, 입학 시즌에 맞춰 아이템을 출시한다고 하자. 자사 AI프로그램에 모집단의 소스 데이터를 넣으면 타깃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아이템은 트렌치코트와 재킷이고 2월 11일이 출시 적기라는 분석 결과가 도출돼는 방식이다. 배 그룹장은 이것이 적은 SKU로도 신선도를 유지하는 비결 중 하나라고 했다.    

 

온라인 커머스 사업에 전사적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는 LF는 자사몰 ‘LF몰’을 기반으로 브랜드 론칭과 전용 상품을 개발해 성과를 내고 있다. 온라인 채널 판매 브랜드 ‘일꼬르소’는 아예 4명으로 갖춰진 올인원(AII in one)조직체를 갖추고 기획, 디자인 판매까지 담당하고 있다. 불필요한 인력 자원을 줄이고 소수 인력으로 제품 기획과 디자인에 집중하는 구조다.  

 

제품은 ‘인시즌’ 기획 방식으로 빠른 속도와 즉각적인 트렌드를 반영해 한 달간 판매할 상품을 미리 선정해 판매하는 전략을 취한다. 이는 LF몰의 구매자 행동 데이터를 비롯한 방대한 자원을 활용해 가능했다. 원·부자재 및 봉제 등 협력사와 시즌 준비 단계부터 기획, 디자인 그리고 생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공유하고 있어 속도도 빠르다. 

 

작년 2월 온라인 기반의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던스트’의 론칭 배경도 재밌다. ‘던스트’는 LF 정보실에서 직접 론칭한 브랜드.

 

정보실은 국내외 패션 트렌드를 수집, 파악해 각 사업부에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는 부서다. 정보실은 패션업계 추세가 ‘온라인’ ‘스트리트’ ‘유니섹스’로 흘러간다는 국내외 데이터를 분석해 리포트를 만들었고, 리포트를 확인한 오규식 부회장이 직접 ‘던스트’ 론칭을 지시했다. 현재 ‘던스트’는 정보실 산하 사내 벤처 조직에서 운영 중이며, 추가 브랜드 론칭 계획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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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결합되어야 힘을 발휘한다 

 

일상적으로 빅 데이터 분석, AI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는 이들도 “첨단기술은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결국 최종 의사결정은 사람이 하기 때문에 ‘인간의 감도’가 결합해야 데이터가 파워풀해진다는 것이다. 

 

배 그룹장은 “우리에겐 난립된 데이터를 정렬하고 가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고 이를 고도화하면 의사결정도 더 쉽고 빠르게 될 것”이라면서 “데이터 분석 자료는 의사결정 적중률을 높여주는 도구”라고 강조한다. 툴의 완성도가 브랜드 경쟁력과 정비례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스템 고도화를 진행 중인 종합패션기업 외에 중소 전문기업은 어떤 디지털 혁신 모델을 세울 수 있을까.

 

사실 ‘디지털 혁신=온라인판매’라는 편협한 시각에 갇혀있는 기업을 종종 보게 된다. 인플루언서 마켓과 무신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그 대열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뭐라도 디지털스러운 시스템을 도입하고 보자’는 강박이 일어난 탓이다. 승산이 있는 것인지 따져보지도 않는(잘 모르기 때문에 따져볼 수도 없다) 접근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디지털 시대를 이해하고,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며, 그들의 의사소통 방식에 따라 디지털 마케팅부서 중심인 조직혁신을 이루어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고 하는 A사. 오랜 기간 의류 브랜드 사업을 했지만 액세서리 품목으로 눈을 돌려 자체 브랜드를 론칭했다.

 

이 브랜드는 가성비 좋은 핸드백(단일 모델)을 인스타그램에 띄우고 불어 홍보, 해외 셀럽, 인플루언서 PPL을 더해 입소문을 타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금방 인기를 얻었다. 초기 디지털 마케팅의 성공에 한창 고무되었지만 거의 1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뾰족한 후속 아이템 없이 정체 상태다. 이 브랜드의 사업모델이 된 B브랜드도 같은 전철을 밟았다.   

 

기술과 전문용어로 포장했다고 전략이 아니다. 진정한 디지털 전략은 패션기업의 기본 경쟁전략과 다르지 않다. 지금의 시장, 우리 회사의 경영환경을 바르게 분석해 타깃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내놓는, 당연한 일부터 점검하자. 그리고 스스로에게 ‘우리가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해본다. 

 

디자인 가치를 서비스하는지, 싼 가격을 서비스하는지, 최신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서비스하는지 등. 카와이 타쿠 대표의 말처럼 ‘우리 회사에 반드시 필요한 이유’부터 찾은 후에야 디지털 혁신을 외칠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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