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탓에 곳간 구멍 난 패션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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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안에 현금 바닥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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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경량 기자 (lkr@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3월 23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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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탓에 곳간 구멍 난 패션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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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맥경화' 빠진 시장…자금 조달 어려워 위기 

코로나19 쇼크 본질은 ‘머니’ 

종식 후 기저효과로 ‘무늬만 성장’ 우려 

비상대책이 기업 일상 돼버려 ​ 

“하루하루가 다르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예측이 불가능한 데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되면서 최악의 경영 환경이 됐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가능했던 회사채 발행도 쉽지 않아 현금 유동성이 최악이다.” 

 

“부채 상환도 힘들고 경영권 확보도 취약해졌다. 경비 절감만으로 버틸 수 없다. 다음 달 직원 급여도 부족할 지경이다. 이러다 골든타임을 놓쳐 제조에서부터 유통까지 산업 전체가 정상화가 되지 못할까 겁난다.”

 

“신종코로나가 끝나도 쉽게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나아질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지금 상황에 익숙해지면 가라앉은 소비 심리가 곧장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 패션 기업들이 위기에 처했다.

 

국내 패션 기업들의 현금 유동성이 떨어져 부채 비율이 높은 곳들은 자금난을 겪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에서 기업들이 한꺼번에 급박하게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야하는 상황인데, 정부의 코로나 지원 자금과 정책 대출이 소상공인에 쏠리면서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유행에 민감하지만 어찌 보면 변화에는 둔감한 시장. 데이터보다 감에 의존하는 전통 영역에 뿌리를 둔 산업. 패션 업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시즌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예다. 말 그대로 한 달 벌어 한 달을 사는 구조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소매 경기가 급감, 기업들의  재무 유연성이 불안해지고 있다. 

 

김석주 지엔코 대표는 “평균적으로 5~6%의 영업이익으로 부채를 돌려막는 기업들이 대부분인 곳이 패션 산업이다. 지금 중소기업들은 한 달 내 보유 현금이 바닥날 곳이 수두룩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자칫 지금 상황이 장기화되면 중소기업은 도산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국외환은행 출신의 김석주 대표는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 미국계 투자은행 및 기업경영 컨설팅 기업과 기업금융 및 경영자문 등 금융계에서 재직해오다 2007년 지엔코의 전문 경영으로 합류했다. 

 

외환위기 상황을 경험했던 그는 적어도 지금 상황이 97년 당시 못지않은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의 후폭풍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지난 16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을 포함한 한국 딜로이트그룹은 ‘코로나19에 따른 기업의 대응 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기업들에 대응책을 소개했다. 

먼저 유동성을 확보하고 현금흐름을 개선할 것을 권했다. 동시에 투자 유치와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라고 조언했다. 

 

이 밖에 ▲공급망 재점검 ▲부실 사업 매각 등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디지털 전환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 구축 ▲위기대응체계 점검 등도 제안했다. 

지금의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 이번 보고서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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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쌓자” 사업 매각·회사채 발행 늘어 

패션기업들도 이달 초부터 공격적으로 현금을 끌어 모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더딘 소매 경기 회복을 예상한 움직임이다. 자칫 시장만 바라보다 유동성이 떨어지면 올 한해 기업 운영 전반에 걸쳐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발표 이후 국내도 ‘제로 금리’로 전환 됐다. 주식 시장까지 요동치고 있어 상장 기업들은 더욱 분주해졌다. 신용 등급 하락으로 긴급 자금으로 회사채 발행까지 막히면 뾰족한 방법이 없다. 

 

상장사 가운데 가장 선제적 대응에 나선 곳은 한세실업 계열사인 한세엠케이다.

한세엠케이는 지난달 20일 계약 종료일을 8개월가량 남긴 5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해지했다. 신탁재산의 반환방법은 현금 및 실물(자사주) 반환이다.

 

이번 계약 해지로 약 5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것이다. 해지전 취득한 자기주식 198만1657주도 증권계좌에 입고된다. 

 

한세엠케이 측은 “효율적인 자금운용을 통한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당초 올해 11월 30일까지였던 신탁 계약 기간을 해지한다”고 설명했다.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커지자 ‘곳간’을 채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쌍방울이 인수한 남영비비안도 지난 3일 총 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전환사채 발행으로 조달된 자금은 거래처 대금 지급 및 수입제품 대금 지급에 사용된다. 급한 협력업체 및 제품 구매 비용에 쓰인 것으로 보인다. 현금흐름이 예상보다 좋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아동 신발 유통 사업을 하고 있는 토박스코리아도 지난 11일 삼성증권에 자사주 75만7,576주를 담보로 대출을 신청했다. 만기는 오는 9월이다. 최악의 경우 반대매매가 나오면 경영권 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현금 유동성 확보가 최선이다. 일각에서는 증권사에서 받은 대출은 만기 전이라도 담보비율이 부족하면 반대매매가 나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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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그룹형지의 관계사인 형지아이앤씨는 지난 12일과 16일 양일간에 걸쳐 전환사채(CB)를 만기 전에 취득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형지아이앤씨의 전환사태 만기 전 취득은 패션그룹형지의 위기와 맞물렸다.

 

일단 패션그룹형지 재무구조 악화가 지속되면서 상장사인 형지아이앤씨 유상증자로 자금조달을 최근까지 추진했다. 형지아이앤씨와 까스텔바작 등 상장 계열사 유상증자로 1,5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특정 사모투자펀드(PEF)측과 자금 조달 규모를 놓고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유동성 압박을 벗어날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그룹의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최근 업계에는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진 패션그룹형지가 자금 유치를 제때 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워크아웃이나 회생절차 돌입 가능성에 대한 소문도 돌고 있다. 

 

잦은 최대주주 변경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토종 속옷 기업 좋은 사람들도 최근 지난 19일 또 다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코로나19 직격탄으로 경영위기에 빠진 좋은 사람들이 최근 경영상황이 녹록지 않아 긴급 자금 조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 그동안 최대주주의 잦은 손바뀜이 경영실적과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긴축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손실을 줄이기에는 현금 유동성이 더욱 나빠지면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어 증자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담보물이 마땅치 않아 업력을 토대로 자금 조달에 한계를 보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좋은사람들은 유상증자 최종 발행가액이 1740원으로 확정됐다고 19일 공시했다. 유상 증자로 총 35억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조달된 자금은 기업 운영과 시설 투자 목적으로 사용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경기 침체에 따른 기존 대출의 건전성이 떨어질 우려도 더해지면서 자사주 매입에 나선 곳도 있다. 경기 침체 우려에 대출 만기 연장, 상환유예, 금리 감면 등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가 부양를 시작한 것이다. 

 

신원이 지난 25일에 3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이어 이 달 8일 추가로 2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태평양물산도 지난 17일 1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내부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주요 국가의 코로나 확산과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수출 전선도 빨간불”이라며 “투자자들의 색안경을 벗기기에는 최소 2개 분기 이상의 실적 확인이 필요하지만 당장 주가 관리가 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에 말라죽는 기분”

급여 줄이고 빚내 버티기 한계

이마저도 어려운 곳이 많다. 채권 발행과 비영업 부동산자산 처분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기업수가 더 많다.

 

말 그대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 소매 경기가 지금 추세로 계속되거나 반등하지 않으면 유동성 위기를 넘어 기업 운영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분위기다. 정상적인 영업으로 자금을 끌어 내지 못하면 결국 매달 발생하는 고정 비용을 줄이고 사업 운영에 소요될 자금을 틀어막아 지금의 위기를 견디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지금의 상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 비상경영 체제로 돌입했다.  

 

급여 축소 및 협력업체 결제 대금 지연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데다 무급 휴가까지 등장했다. 

 

여성복 전문 기업 바바패션은 이달 임직원을 상대로 임금 삭감 및 무급 휴가에 돌입하는 고강도 대책을 내놨다.  

 

무급 휴가일은 직원 당 매월 5일이며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의무적으로 휴가를 쓰도록 했다.  백화점과 아웃렛 등 대형 유통점에 의존한 오프라인 유통 채널 운영 방식으로 소매 경기가 바닥을 치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아이올리도 필수 근무 인원을 제외한 직원들을 상대로 5일간 무급 휴가를 내렸다. 

 

대형사인 LF도 이달 임원 급여 30% 삭감을 통보했다. 연말까지 급여 삭감은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섬도 마케팅 활동비를 전액 회수한 상태다. 

 

업황 불황에 따른 경영 악화를 투자 형태의 마케팅 비용 축소로 극복하자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 된다. 신원도 한시적으로 임원 급여 삭감, 근무 형태 전환,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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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마트​ 그랜드스테이지>

 

ABC마트코리아는 사내 복리비용을 축소했다. 오는 4월부터 동호회 활동 등 지원비를 한시적으로 제한한다. 동시에 무급휴가제를 도입했다. 

 

ABC마트는 통상 다른 기업과 달리 일요일 대신 금요일과 토요일을 휴무일로 지정해 근무하며 일요일은 본사 직원도 매장 근무다. 코로나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인건비 절감을 위해 일요일 전원 무급 휴가를 권고한 상태다.

일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유아동 전문기업 A사의 경우 직원들 상대로 연차휴가 계획서 제출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인 당 이 달과 다음 달에 걸쳐 2~3일씩 각각 연차휴가를 사용을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현재 현금 유동성 악화로 다음 달 임금 삭감 및 무급 휴가 시행을 앞두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 곳도 계속 추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직장인 익명게시판 앱 ‘블라인드’에도 국내 패션기업들의 임금 삭감 조치와 비용 절감에 따른 직원들의 다양한 반응의 글들이 게시되고 있다. 임금 삭감을 포함한 무급 휴가를 종용하지만 사실상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는 의견부터 각종 불만까지 직장인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제 주변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지금도 힘들지만 한두 달 후까지 지속되면 그때부터는 아마 기업들의 고용 문제가 떠오르게 될 것”이라며 “일부 현금을 보유한 대기업 계열사 외에는 많이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도 걱정

소비위축, 공급·유통망 문제 고착 우려

코로나 종식 이후도 문제다. 

전염병이 어느 정도 종식되고 나면 패션 산업도 재편이 뒤따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온라인 쇼핑 등 소비문화 전환 등이 주로 꼽힌다. 

 

분산, 다변화, 언택트(비대면) 등이 산업 전반에 걸쳐 새롭게 제시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지금의 시장 상황에 익숙해지면 유통 채널의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복합적인 관점과 여러 측면에서 지금의 사태를 꼼꼼히 분석해봐야겠지만 당장 예측되는 우려는 ‘소비위축’이다. 

 

주저앉은 소비 심리까지도 끌어 올려야 하는데 시장에서 민간 영역의 기업과 금융, 정부가 연대해 다각도의 부양책이 필요해졌다는 의견이 크다.   

이미 기업들은 이번 춘하시즌 상품 생산을 마치고 판매 적기를 놓치면서 현금 유동성이 최악으로 치닫은 상태다. 

 

추동시즌에도 제품 공급을 평년 수준에 맞춰 두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다. 제품 수급에 소요되는 자금 조달 문제도 크지만 기업들이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비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백정흠 인디에프 대표는 “사람들이 코로나 확산 기간 동안 여행, 외식, 패션 및 장신구 소비가 크게 줄었다. 종식 이후 소비위축이 V자형으로 살아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가장 먼저 지갑을 열 산업이 패션이 될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가장 우려되는 것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다. 가뜩이나 온라인 채널로 급격하게 이동 중이던 소비 흐름이 코로나19로 더욱 거세졌다. 

 

반면 서민 경제의 ‘근간’으로 불리는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오프라인 중심으로 경제 활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비자들은 외출을 삼가는 대신 온라인몰로 이동해 지갑을 열었고 코로나19 이후에도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 당장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유통점의 판매 구조가 ‘1인 1매장’ 형태로 바뀔 수 있다. 

 

실제 주요 백화점과 아웃렛에서 비공식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중간 관리 판매 직원 즉 매장 점주 및 관리자가 유통사측의 계약 조건에 맺어진 필수 고용 인원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지금부터 일어날 수 있다. 

 

김석주 지엔코 대표는 “현재 백화점 매장에서 필수 근무 인원을 유지하기 힘든 곳이 너무 많다. 만약 오프라인 유통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판매직원 고용 문제까지도 터져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딜로이트그룹은 ‘코로나19에 따른 기업의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가 올해 2분기 이후에도 지속되면 자동차와 오프라인 유통·백화점, 항공·여행·숙박 업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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