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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잗바바’는 왜 지금 ‘혁명’을 선언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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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채연 기자 (mong@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5월 26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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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백화점 3층(대형 점포는 4층), 국내 여성복 브랜드들이 모인 그 곳은 ‘고인 물’ 취급을 받았다. 한때 봄가을 정기적으로 진행되던 MD개편 과정에서는 백화점 담당자들로부터 ‘브랜드나 고객이나 늙고만 있다’는 지적을 받기 일쑤였다.

 

대개 가격대가 높아서 고객 취향도 까다로웠는지, 새로운 회사나 브랜드가 자리를 잡는 것이 어렵기도 했다. 실제로 현재 롯데백화점 본점 4층 해당 구역에 입점해 있는 47개 브랜드 가운데 론칭 10년이 안된 브랜드는 올 봄 진입한 이랜드월드의 ‘더블유나인’을 포함 네 개 뿐이다. 

 

백화점 유통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한데 코로나까지 직격탄을 날린다. 이달 들어 롯데백화점을 비롯해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매 주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해 역신장 폭을 줄여가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3주차까지 -20~30%대로 여성복 전체 매출신장률 평균을 밑돌았다. 

 

한때 멋을 아는 여성들의 대표 쇼핑지로 꼽히던 ‘커리어캐주얼’ 존(매출신장률은 동일 PC인 엘레강스, 디자이너 부틱 브랜드들과 합산한 수치임). 이젠 트렌드와 주류시장에서 정녕 멀어진 것일까 서글픈 생각까지 드는 이때, 동 업계 1등 브랜드의 선언이 나왔다. 

 

커리어를 혁명하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다시 더 오랜 기간 살아가기 위해 변하겠다는 거다. 우리에게 맞는, 그러면서 고객이 보기에도 명확한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바바패션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채널 다각화에 맞춰 설계되어 있다. 이미 백화점, 40대 커리어우먼, 중고가대 이상 시장을 대상으로 20년 넘게 운영해 온 브랜드가 갑자기 온라인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 옳은가. 지금 오프라인은 ‘잘’ 버티는 시기다. 소비 트렌드, 매출 기여도가 큰 유통사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온라인은 젊은 소비자를 위한 감성과 콘텐츠를 가진 브랜드로 적응하고 있다. 우리에겐 10대를 위한 힙합퍼, 20대를 위한 JJ지고트와 더틸버리가 있고 30대 이상 고객에겐 본인이 추구하는 스타일에 맞춰 아이잗바바. 아이잗컬렉션, 지고트, 더아이잗 등 다양한 선택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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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잗바바’가 그리는 여성상,‘모던 우먼’의 라이프스타일을 함축한 김용호 작가의 작품.>
 

심준호 바바패션 전무의 이야기다. 심 전무는 바바패션의 ‘아이잗바바’는 자타공인 백화점 여성 커리어캐주얼 PC의 터줏대감이자 론칭 이래 쭉 인지도, 선호도, 매출파워 수위를 지켜왔다. 오랜 기간 별다른 경쟁자도 없던 1등 브랜드가 ‘싹 다 바꾼다’고 했다. 

 

1년 넘게 물적, 인적 투자가 만만치 않게 들어갔다고도 했다. ‘아이잗바바’는 론칭 22년을 맞는 올 가을 ‘아이덴티티의 변화’, ‘상품의 변화’, ‘소통의 변화’를 목표로 리뉴얼 결과물을 보여 줄 것이다. 종전보다 젊고 모던한 상품, 새로운 로고와 심볼, 그리고 리뉴얼 결과를 집약한 매장 인테리어에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디지털 마케팅까지. 

 

이번 리뉴얼 프로젝트의 총괄 디렉터인 백명랑 바바패션 부사장은 “변화가 필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다”라고 말한다.   

 

옷이 아니라 ‘입는 사람’을 연구 한다

변화의 시작은 자기객관화다. 현재 상태를 진단해야 무엇을 고치고 무엇을 유지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아이잗바바’는 충성고객층의 젊은 감성에 대한 니즈, 실구매고객과 잠재고객의 간극을 좁히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봤다. 자사몰인 바바더닷컴 고객의 로그기록 분석과 함께 숙련된 매니저들이 각 매장을 통해 고객 니즈를 더했다.  

 

결론은? 브랜드에 다시금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아이잗바바의 옷’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아이잗바바를 입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모습의 ‘아이잗바바’ 콘셉트는 'The Modern Woman'. 자신의 의사와 자신의 스타일이 분명한 자신감 있는 여성, 그들의 품격을 완성하는 패션을 지향한다는 의미다. 간결하고 명확한 실루엣, 정제된 테일러링과 본연의 텍스쳐로 구조감을 살린 최상의 소재,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컬러 팔레트가 컬렉션의 전반적인 분위기. 

 

하이엔드 퀄리티를 추구하는 새로운 라인업, 브랜드명의 첫 글자이자 ‘나’라는 아이덴티티를 함축한 ‘아이 더 레이블(I The Label)’도 준비했다. 시그니처 라인 슈트, 믹스 앤 매치를 강화한 데일리, 온오프타임 착용이 자유로운 멀티플 컨템포러리, 세 가지 디자인 콘셉트로 전개한다. 컬러와 소재 다양화, 그리고 ‘texture가 곧 fit이다'라는 기본 전략을 가지고 단정함 속 의외의 실루엣을 담는 것이 핵심이다. 중심 가격대 역시 종전 대비 15% 가량 높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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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에는 일부 바잉해 구성했던 잡화 품목도 전담팀을 꾸려 주얼리, 신발, 가방, 벨트, 섬유잡화 등을 직접 기획해 제작했다. 의류 브랜드가 전개하는 잡화 품목은 생산량이 많지 않고 소재 수배부터 공정도 까다로운 디자인이 많아 마크업이 좋지 않다. 다수 패션기업이 원가절감과 재고감축에 사활을 거는데 ‘아이잗바바’의 리뉴얼 계획서엔 빠져있었던 걸까.

 

심준호 전무는 “당연히 숫자를 무시할 수 없다. 수익률 유지도 고민을 많이 했고 이젠 고객을 위한 이정도, 완성도 높은 액세서리는 서비스를 할 때도 됐다”고 했다.  

 

심 전무는 ‘아이잗바바’와 ‘더아이잗’ 두 개 브랜드 총괄 사업본부장이다(가을부턴 박연희 상무가 바통을 받아 ‘아이잗바바’ 사업본부장으로, 심 전무는 ‘더아이잗’에만 집중하겠다고).

 

‘코로나’ ‘온라인’ 그리고 선택

코로나19는 영업만이 아니라 ‘아이잗바바’의 리뉴얼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좋지 않은 분위기에 ‘투자를 하느냐 마느냐’, ‘그래서 매출을 메울 수 있느냐 없느냐’ 같은 지엽말단의 문제는 아니었다. 도시가 막히고 하늘길이 막히면서 바바패션에게도 ‘생산’이 고민이 됐다. 봉제는 국내 우량 거래선을 잡고 있어 그다지 생각할 거리가 안됐지만 우븐 원단을 비롯해 니트 아이템의 경우 이탈리아산 원사를 직접 발주, 편직해서 써왔는데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공급망이 탄탄해 주력 아이템에 쓰일 원부자재 대부분은 일찌감치 픽스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일부 아이템은 원단이 묶여 샘플 제작부터 원활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곧바로 대체할 국산 소재를 찾았고, 샘플이 나와도 러닝이 담보될 정도로 원단이 확보되지 않은 모델은 제외해 컬렉션을 정리했다. 앞으로도 고품질의 국산 소재를 차아 사용하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언택트 소비시대. 화려한 매장에서 매니저의 코디 제안을 받으며 사지 않을 지도 모를 멋진 옷을 입어보는 쇼핑은 어색해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백화점을 주력 유통으로, 앞으로도 그럴 ‘아이잗바바’는 지금의 이커머스 물결에 어떻게 몸을 실으려는 걸까. 다시 심 전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디지털 네이티브에 비하면 한참 늦었지만) 우리는 만 3년 전 온라인 사업부를 신설하고, 자사몰 바바더닷컴을 오픈했다. 온라인 전용 브랜드 ‘바이울’도 론칭해 전개하고 있다. 온라인은 아직 적응기다. 그렇기에 자사몰을 온라인 단일 채널로 가져가지 않는다. 더한섬닷컴과 같은 운영 방식은 아직 더 지켜보고 실험을 계속해봐야 최종적으로 옳은 선택일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도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역시 ‘아이잗바바’가 대표 브랜드인 바바더닷컴은 2016년 가을 오픈됐다. 운영사업부 인력은 30여명, 작년에 약 5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통합 멤버십에 프리미엄 멤버십, 커스텀, ‘JJ로’와 같은 전용상품 개발 등 회원고객 서비스를 빠르고 공격적으로 내놓으면서 자사 브랜드로만 내년까지 1,000억 원대로 거래액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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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시즌 선보이게 될 ‘아이잗바바’의 뉴 컬렉션.>

 

餘談_다 안다고 생각했던 뒷 이야기

사실 ‘아이잗바바’가 BI부터 상품까지 대대적 보수를 진행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1998년에도 모든 것을 다 바꾸는 변화가 있었다. ‘그때는 론칭한 해가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많을 것도 같다. ‘아이잗바바’는 바바패션이 처음부터 만들어 세상에 내놓은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이다. 

 

바바패션의 오너 문인식 회장은 1993년에 패션사업을 하기위해 법인을 만들고 이미 영업 중이던 ‘바바’라는 시니어 타깃 브랜드를 인수했다(인수 당시 ‘바바’ 사무실이 2016년 논현 사옥을 마련하기 전까지 오랫동안 사용했던 신사동 청구쇼핑 빌딩에 있었다). 

 

인수한 브랜드는 4년 정도 별 탈 없이 운영이 잘 되었다고. 그런 와중 여성의 학력수준은 높아지고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며 경제력 또한 커지는데 디자이너 부띠끄 외에 기성복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것을 캐치하게 된다. 커리어 우먼을 위한 룩의 성장 가능성을 본 것. 

 

‘아이잗바바’는 그렇게 ‘바바’라는 브랜드를 이름부터 전부 쇄신한 결과물이다. 론칭 첫 해, IMF 금융 위기로 내수시장에서의 소비양극화가 시작되자 백화점 유통은 오히려 급성장했고 ‘아이잗바바’는 커리어 우먼 룩의 롤 모델로 승승장구 했다. 

 

또 한 가지. 바바패션은 십 여 년 전까진 업계 불문율과도 같았던 ‘영업부장=사업부장’ 공식을 깬 선구자이기도 하다(워낙 오프라인 유통의 권력이 막강했던지라). 2008년 당시 숙녀복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기획MD출신에게 ‘아이잗바바’ 사업부장을 맡겨 이슈가 크게 됐는데, 그때 사업부장에 발탁된 이가 심준호 전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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