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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메이드 인 이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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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경량 기자 (lkr@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6월 12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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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스트림 지원 뒷전…대형 브랜드, 소매부문 지원 

대를 이어온 이탈리아 직물 공방 사라질 위기 ​

글로벌 패션 업계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 매장 문을 다시 열고 있지만 소규모 공급 업체는 물론 럭셔리 하우스와 리테일 기업에 이르기까지 코로나 확산기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조르지오 알마니’ ‘발렌티노’ ‘에트로’ ‘프라다’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자수와 원단을 활용한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들 브랜드에게 주로 고급 원단을 납품했던 이탈리아 밀라노 장인들의 작업량이 80%나 감소해 위기에 처했다고 뉴욕타임즈가 지난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수십 년간 경험을 쌓은 숙련된 장인들이 최근 일터로 돌아왔지만 일감이 없어 기술과 일터 모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탈리아는 크고 작은 제조업체, 리테일과 바잉 시스템과 디자이너들까지 패션 산업에 필요한 거대한 네트워크를 갖춘 세계에서 유일한 곳으로 패션산업 규모는 약 223조원(1,800억 달러)에 달한다.

 

이탈리아, 제조 네트워크 붕괴 위기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으로 대형 글로벌 패션 리테일 기업과 럭셔리 브랜드까지 제품 생산이 지연되거나 폐기되고 있다.

 

파리의 7월 컬렉션은 취소됐고 9월 패션위크의 개최 여부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탈리아의 장인들이 운영하고 있는 직물과 자수, 봉제 전문 기업들이 존립 역시 불안한 상태에 놓였다.  

 

베인 앤드 컴퍼니의 소매 전문 컨설턴트 클라우디아 다피지오(Claudia D’Ar pizio)는 보고서를 통해 이탈리아 패션 제조부문이 올해 최대 전년대비 40%의 수준의 납품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작업부터 금속 장식, 고무 신발 밑창까지 수출 중심의 광대한 생태계에 걸쳐 절반가량 작업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소식이다. 

 

다피지오 관계자는 “대형 브랜드가 어려움을 보이면서 이탈리아 전역에 퍼져있는 소규모 공급업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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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에 있는 상점에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는 쇼핑객. 맥킨지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세계 명품 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정부는 대기업, 기업은 협력업체 지원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럭셔리 제품 생산의 40% 이상이 이탈리아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메이드 인 이태리’라는 레이블은 이탈리아의 자부심이다. 

이탈리아 정부가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과 보조금 등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행정절차상 까다로운 것도 문제지만 업스트림 기반의 패션 산업 기반을 대형 리테일 기업과 럭셔리 브랜드 육성에 맞춰져왔던 그동안의 행보에 따른 결과다. 

 

프랑스처럼 자국 기반의 제조 생산이 아닌 브랜딩을 통한 ‘메이드 바이 이태리’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대기업이 소규모 공급 업체를 지원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이들 역시 매출 감소로 기업 운영에도 어려움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형 럭셔리 기업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 사회를 돕기 위한 실천에 나서면서 이미 적지 않은 경영난과 손해를 본 상태다. 

 

프라다의 최고 경영자 패트리지오 베르텔리는 “수십 년간 우리를 지탱해온 장인들의 공방들을 지원하고 싶지만 우리 역시 역사상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다는 전 세계 대부분의 매장을 폐쇄했으며 일부 공장에서는 마스크를 제작을 위해 가동하면서 유례없는 경영난을 겪고 있다. 

 

살바토레 페레가모 역시 현재 매출 감소로 점포 운영의 손실이 커 주요 매장에서 임대료를 낮추기 위한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판매되지 않는 재고를 처리하는 동안 가을 컬렉션으로 매장을 단계적으로 전환해 소규모 공급 업체에게 생산 대급을 지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살바토레 페레가모는 전세계 매장 문을 닫고 영업에 나서지 못한 지난 1분기에는 전년대비 30%에 당하는 매출 감소를 경험했으며, 피렌체에 있는 병원 재정비를 지원했고 손 소독제 5만개를 기증하는 등 지역 사회에 공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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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또는 공장을 위생 처리하고 작업자에게 마스크와 장갑을 제공하고 출입 시간을 통제했다. photo 가바 소 마르>

 

업스트림, 정상화될 때까지 적자보며 투자 

이탈리아 현지 소규모 제조 기업들은 숙련된 장인과 노동자들이 돌아와 일감이 정상화될 때까지 버텨야하는 상황이다. 또 코로나 위기 속 노동자를 위한 생산 환경 시설에도 투자해야 한다. 2차 코로나 확산을 막지 못하면 산업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샤넬, 구찌, 루이비통 등과 같은 거래처에 매년 2백만 미터에 달하는 원단을 공급해 온 이탈리아 유명한 직물회사 보노또(Bonotto)社는 최근, 공장으로 200명의 노동자가 돌아 왔을 때 위생 마스크와 장갑 제공, 출입 시간 통제와 같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생산 환경 등에 투자했다. 이 회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지오바니 보노토는 “최근 몇 주 동안 주문 취소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회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현지 직물과 봉제 기업들도 비슷하다. 3대째 가업으로 이어오고 있는 여성 신발 브랜드 ‘AGL’은 대부분 이번 춘하시즌 주문은 코로나 영향으로 셧다운, 전 소매점으로 배송됐다. 하지만 납품 대급 지연과 가을 제품 주문 축소 등으로 어려움을 보이고 있음에도 AGL은 110명에 달하는 직원의 안전에 투자하고 있다.

 

AGL측은 “직원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두려움은 우리 스스로 코로나바이러스의 위기로부터 예방하지 않으면 두 번째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또 다시 지금과 같은 대유행이 초래하면 우리 사업은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 패션 소매업체들도 이번 봄 시즌 판매량이 전년대비 70%나 떨어졌으며 현재 전 세계 여행 산업이 축소되면서 매장 방문객수가 줄자 파격적인 할인 판매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소비자들의 매장 방문과 구매 심리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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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 공장의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메이드 바이 이태리’ 전환

밀라노 편집숍 ‘10꼬르소 꼬모’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용하기 위해 코로나 확산 기간 동안 매장 레이아웃을 바꾸는데 집중했다. 여름 제품 판매 시기도 오는 8월 1일, 즉 정가에 팔 수 있는 시기로 미뤘다. 

 

하지만 고객들이 다시 돌아오더라도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모른다는 것이 이들의 결론이다. 10꼬르소꼬모 창립자 까를라 소짜니(Carla Sozzani)는 “사람들이 너무 오랫동안 집에서 격리된 생활을 하면서 소비의 우선순위가 바뀌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이미 업계에서 경쟁적으로 앞당겨왔던 계절성과 제품 출시 주기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패션 산업은 이미 코로나 팬데믹 전부터 지속가능성 패션에 대한 관심과 변화의 목소리가 계속적으로 나왔다. 그럼에도 이탈리아는 ‘메인드 인 이태리’의 명성을 쌓은 중소형 독립 럭셔리 브랜드에서 벗어나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걸쳐 더 나은 재정적 자원과 유연성을 가진 Kering 및 LVMH와 같은 프랑스 대기업에 대한 경쟁에 치우쳐 왔다. 그 사이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장인들의 공방과 제조 기업들의 미래는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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