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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콘텐츠를 소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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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채수한 기자 (saeva@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8월 03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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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추억의 브랜드 패션에 접목

잊혀진 브랜드 통째로 리론칭 하기도 ​ 

무심코 들어간 무신사에서 잊혀진 브랜드를 만났다.

‘리(LEE)’라는 미국 청바지 브랜드다. 

 

‘리’는 1985년 쌍방울이 라이선스로 들여온 진 브랜드로 2005년 라이선스 계약이 만료되면서 중단됐다.

중단된 지도 15년, 들여 온 지로 치면 30년이 다되어 간다. 15살 이하라면 ‘리’라는 브랜드를 알 길이 없고, 서른 살이 넘었더라도 기억이 날까말까 한 추억의 브랜드다.

 

누가 들여왔나 찾아봤더니 커버낫과 마크곤잘레스를 전개하는 배럴즈였다. 무신사가 투자한 기업이기도 한 배럴즈에서 전개해서인지 ‘리’는 15년 만에 소환되어 무신사 상위권(아이템 기준)에 랭크되어 있었다.

 

거리에서도 심심치 않게 ‘리’ 로고가 크게 박힌 티셔츠를 입은 젊은이들을 보게 된다. 그들은 이 브랜드가 과거에 있었던 브랜드인지 알기는 할까.

 

포털 검색으로 모두 다 안다

옛날에 국내서 전개됐던 브랜드라면 포털에 모든 정보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MZ세대는 모르는 브랜드가 있으면 찾아보고, 정보를 수집한다. 이 브랜드가 내가 구매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본다. 찾아 본 정보에 의하면 추억의 브랜드는 오래 전부터 존재했고 역사와 전통이 있는 브랜드로 인식된다. 

 

그들에게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브랜드가 아닌 원래 있던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브랜드인 것이다. 전개하는 회사들의 스토리텔링도 중요하다.

 

옛 브랜드는 포장만 잘하면, 젊은이들은 의심 없이 구매한다. 별도의 마케팅도 필요 없고 특별히 알릴 필요도 없다. 아저씨들은 알 법한, 젊은이들은 생소하지만 왠지 레트로 감성이 물씬 나는 브랜드로 재탄생하게 된다. 추억의 브랜드가 이미 가지고 있던 인지도와 가치가 고스란히 되살아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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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광고>

 

잠자던 브랜드가 깨어난다

형태와 모양은 다르지만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옛 브랜드들이 속속 튀어나오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잊혀진 필름 브랜드 코닥은 의류로 다시 나왔고, 90년대 좀 논다는 친구들이 즐겨 입었던 안전지대도 부활했다. 시간은 좀 됐지만 케이브랜즈의 닉스도 10년 넘게 쉬고 있다가 수면 위로 끄집어내 다시 전개된 지 10년이 다되어 간다. 스트리트 브랜드 LMC는 마리떼프랑소와저버를 다시 론칭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옛 브랜드를 리론칭하는 것은 전개하는데 여러모로 이점이 있다. 과거 브랜드에 비해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면 이를 알리기 위해 초반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고 더 롱런하려면 막대한 금액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공중파 CF를 즐겨하던 브랜드들의 연간 마케팅 비용은 60억 원에서 100억 원에 달하기도 했다. 지금은 코로나 영향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마케팅을 하기도 어렵고 그만큼 사람들이 알법한 브랜드를 다시 가져오는 것은 효과적인 마케팅일 수 있다.

 

그동안 실패한 리론칭

사실 그동안 오프라인 채널에 리론칭됐던 브랜드는 무수히 많다.

 

90년대 유행했던 청바지 죠다쉬는 2015년 다시 들여왔지만 자리 잡지 못했다. 리론칭 브랜드가 여러 이점은 있지만 다시 성공하기 쉽지 않은 것은 현실이다. 당시의 이미지나 인지도를 고객들이 어떻게 기억하고 추억하고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안 좋은 기억만 남아있다면 다시 돌아온 브랜드와 함께 해당 기억도 소환될 수도 있다.

 

추억의 브랜드를 가져올 때도 인지도에 대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당시 전개 시 별다른 문제는 없었는지, 안 좋게 끝나지는 않았는지, 지금에서의 인지도는 어떠한지 다각도에서 알아봐야 한다. 이마저도 오프라인 유통에 리론칭했던 사례에 해당한다. 온라인 리론칭은 상황이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우선 예전의 인지도나 이미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이유는 리론칭한 브랜드를 누구에게 팔 것이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의 리론칭은 타깃이 MZ세대다.

 

과거의 이미지보다는 지금에 보여지는 이미지, 이미 존재했었다는 사실만 있어도 그들에게는 이미 힙하고, 감도 있는 브랜드로 탈바꿈한다.

또 무신사에 올라오기만 한다면, 브랜드의 히스토리 보다는 플랫폼이 갖고 있는 이미지에 편승되고 랭킹 상위권에 노출된다면, ‘다른 사람들도 이미 많이 입고 있구나, 나도 입어야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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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의 역사>

 

케이브랜즈가 오프라인으로 전개하던 닉스와 흄을 온라인 전용 스트리트 브랜드로 리포지셔닝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콘셉트를 달리해 타깃도 달리 가져간다는 전략인 것이다.

 

아이디룩은 한섬이 전개하던 일레븐티를 다시 리론칭하고, 에센셜도 새롭게 전개한다. 아이디룩은 이미 코오롱에서 실패했던 산드로를 가져와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추억의 콘텐츠 불러내기

추억의 브랜드를 통째로 불러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패션 브랜드들은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다시 살려 브랜드와 접목하는 사례도 많다. 

 

이는 작년까지 유행했던 레트로 무드에 편승해 뉴트로로 변화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또 브랜드들은 예전에 사용했던 로고나 심볼을 다시 선보이는 등 당시의 유명세를 현재로 연결하기도 한다.

 

세정의 웰메이드는 리뉴얼 전 오랫동안 사용했던 인디안 로고를 사용한 헤리티지 라인을 내놓기도 했다. 티그린의 빅사이즈 쇼핑몰 4XR은 추억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를 꺼내 옷을 만들고, 히트를 친데 이어 최근에는 천마표 시멘트를 넣은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수많은 브랜드들의 수많은 협업 내용들을 일일이 늘어놓을 수는 없지만 이들 패션 브랜드들은 새로운 콘텐츠 생산에 한계를 느끼게 되고, 이에 새로운 변화를 주기 위해 과거의 캐릭터나 인지도 있었던 브랜드, 당시 마케팅을 많이 해 유명해진 브랜드들을 가져와 차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브랜드를 알리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된다.

 

새로운 콘텐츠인가, 쉽게 가고자 함인가

서두에 꺼냈던 리 라는 브랜드가 무신사에 처음 등장했을 때, 리를 기억하는 40대 아저씨들에게는 ‘아 뭐지’, 리를 처음 접한 10대들에게는 ‘느낌있네’라는 다른 반응들이 올라왔다.  

 

리는 당시 청바지 브랜드들 중에서는 리바이스에 밀려 크게 빛을 보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Z세대들에게는 아무 상관이 없다. 지금 내가 입었을 때 힙하고, 길거리에서도 눈에 띌 정도라면 이미 다시 유명해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리를 예로 들기는 했지만 소환되는 추억의 브랜드 활용법은 거의 동일하다. Z세대가 태어나기 전 있었던 브랜드를 불러내는 것은 하나의 전략이 될 수도 있다. Z세대들에게 직접적인 추억은 없지만 여러 채널을 통해 수집할 수 있는 정보만 깔려 있으면 되는 것이다.

 

90년대 IMF 이후 대히트를 쳤던 캐주얼 브랜드들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티피코시, 카운트다운, 카스피, 옴파로스 등 젊은 시절 함께 했던 브랜드가 지금 다시 나온다면 또 사고 싶다. 부모 세대는 추억으로, 자녀들은 감성으로 함께 입을 수 있는 힙한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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