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들려주는 패션기업의 AI 활용법 - 이원섭 씨앤솔루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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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어떻게 자산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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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채연 기자 (mong@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9월 15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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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가 들려주는 패션기업의 AI 활용법 - 이원섭 씨앤솔루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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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의 속도는 높이고 위험은 낮추는 것이 AI 기술”

“개발 콘셉트 불분명한 결과물은 무용지물”​ 

코로나19 사태를 그저 견뎌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모두가 다시 한 번 자각하게 된 사실, ‘온라인에서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도 온라인 비즈니스에 많은 시간과 돈을 쓰고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어떤 기업이 부족했는지, 어떤 기업이 헛힘을 쓰고 있었는지 가려주는 역할도 했다. 

 

사실 패션기업의 핵심 역량은 상품력과 마케팅을 포함한 서비스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나 빅데이터 분석, AI 활용 전문가 집단이 아니어도 매출은 올릴 수 있다. 그런데 여전히 불안하고, 더 이상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곳에 투자할 여력도 없다. 

 

이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데이터 경영의 첫 걸음을 떼는 기업과, 그동안 ‘옷을 잘 만드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던 중소기업들에게 팁이 될 수 있는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분석과 예측의 대상인 ‘데이터’는 패션기업에게 어떤 이득이 있고, 자산으로써 가치도 갖게 될까. 

 

#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국내 코로나19 1차 대유행이던 3월에 자사몰 전용 여성복 ‘텐먼스’를 론칭했다. 출시 일주일 만에 판매율은 90%에 두 달 분량 물량을 팔아치웠고 최악의 여름 비수기에도 목표 매출의 2배 이상을 달성했다. 그에 힘입어 이달 초에 추가로 여성복 ‘브플먼트’를 내놨다. ‘텐먼스’와 마찬가지로 자사몰(에스아이빌리지)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20대 여성 고객의 취향과 수요, 소비 특성을 분석하고 상품기획에 반영했다. 

# tv홈쇼핑 채널인 CJ오쇼핑은 이달 8일 ‘엠트웰브(M12)’라는 PB를 출시했는데, 유명 디자이너나 스타일리스트와 협업해 매 달 테마를 정하고 신상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1년을 4개로 나누는 기존 시즌기획으로는 유행에 뒤처지고 재고만 양산한다는 판단에서다. 월별 테마는 고객 수요 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한다. 1차 목표는 MZ세대도 관심을 가질만한 테마와 아이템을 선보이는 것이다. 

데이터 자산은 출발을 유리하게 해준다 

위의 예에서 보듯이 최근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온라인 전용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물론 자사몰을 통해 고객의 구매이력 데이터를 방대하게 확보한 대형사와 유통사들이 주를 이룬다. 정보를 더 많이 가진 기업이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자사몰이 없는 중소기업은 데이터 자산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인가 하면 그건 아니다. 출발선이 좀 불리한 위치에 놓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까. 전문가들은 “데이터를 자금이나 상품처럼 하나의 자산으로 인식하자”고 조언한다.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는 과학수사의 명제처럼, 소비자와 접점을 찾는 모든 과정과 활동이 가치 있는 데이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데이터 활용방법을 찾는 쉼 없는 고민, 결정권자와 조직원의 통일된 목표, 끊임없는 시도가 합쳐진 것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과정이다. 

 

활용 첫 단계 ‘최소한의 데이터 수집’

AI 솔루션 개발사 씨앤솔루션의 이원섭 대표는 “첫 발을 떼려면 기본적으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하드웨어 개발자이자 AI 개발자, 때로 데이터 분석자이기도 한 IT 엔지니어다. 미국 인디아나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기술경영 석사학위를 받은 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SW개발팀 SW엔지니어 선임연구원으로 SSD(반도체를 이용한 데이터 저장 장치)를 개발했다. 

 

직접적으로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에 집중한 계기는 사내창업 프로그램인 씨랩(C.Lab)에 참여하면서다. 1년 동안 원하는 아이템으로 사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인공지능’을 과제로 선택했다. 당시 진행한 프로젝트 결과물은 삼성의 관련 사업부로 기술이관이 됐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고. 

 

“ERP가 구축되어 있다는 전제로 일별· 월별 판매량, 옷의 종류나 컬러, 현재 재고량 등이 최소한의 데이터다. AI 기술은 쉽게 설명하자면 그런 최소한의 데이터를 가지고 앞으로의 영업상황, 실적을 예측해 보는 것이다. 최소한의 데이터도 정리하지 않았다면 직전 시즌 데이터에 의존하거나 지금 옆 매장이나 경쟁사의 실물이 매장에 나와서 잘 팔리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카피를 하게 된다. 글로벌 SPA 브랜드가 유행을 선도하는 속도감과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반도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안에서 유의미한 값을 추출해 낼 수 있는 역량을 가졌기 때문이다.” 

 

결국 기획방향을 설정할 근거(데이터)가 없거나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수요 대응이 늦고, 재고 리스크는 크다는 이야기다.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이 재고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전통 제조 기업에게도 데이터는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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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이 재고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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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앤솔루션의 고객사 중 한 곳인 C섬유기업과의 개발 사례를 보자. 씨앤솔루션은 C섬유기업의 생산, 판매, 재고량 등 5년 치 3만여 개 데이터를 기준으로 RNN기법의 LSTN이라고 하는 시계열 분석 AI 모델을 가지고 섬유 원단에 특화된 솔루션을 개발했다. 

 

판매량을 예측해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 AI 모델에 예측을 원하는 기간을 입력하면 해당 기간 판매량 예측치와 함께 에러 값은 어느 정도이고, 정확도는 어느 정도인지를 한 눈에 보여준다. 5년 동안의 실적 데이터와 재고 보유량을 알고 있다고 해서 다음달 판매량을 어떻게 알 수 있다는 것인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AI가 데이터 분석 결과를 내놓는 방식은 이렇다. AI는 기본적으로 문제지와 정답지를 가지고 학습을 한다. 여기에서 정답지는 실 매출(판매량), 문제지는 다음 달 판매량이 된다. 5년 치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AI에게 아직 마감이 되지 않은 9월 매출을 예측하라고 하면 쉽지 않겠지만 8월 매출은 이미 실 매출, 즉 정답이 이미 나와 있으니까 AI가 내놓은 답과 실제 매출 사이의 유사도를 판별하는 것이다. 유사도를 높여주는 학습(커스터마이징)을 계속 시켜서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고도화시키는 것이다.” 

 

- AI모델은 기업 마다 특성에 맞춰 별도로 개발을 해야 하나?

“보통 AI모델 오픈 소스가 있고, 그 오픈소스를 활용해 사용자가 원하는 바에 맞춰 커스터마이징한다. 소스 개발, 커스터마이징을 하는 설계자가 AI개발자이고, 추출한 데이터를 유의미한 자료로 쓸 수 있도록 라벨링하고 가공하고 분석하는 이들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다.”

 

요즘 AI개발 트렌드 ‘이미지 처리’

이 대표의 이야기에 따르면 최근에 가장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고, 의뢰 수요도 많은 기능은 비주얼 추출, 이미지처리다. 사진을 보고 ‘이 부분은 사람의 얼굴, 이 부분은 사람의 팔, 이 부분이 옷이다’를 집어내는 것이 인공지능이다. 

 

예를 들어 길을 가다가 마음에 드는 스타일이 눈에 띄어서 어떤 이의 착용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고 치자. 이 사진 안에서 옷이나 가방, 신발, 액세서리 등을 구분해서 추출해내는 기술이 ‘핫’하다는 이야기. 

 

이 대표는 “그렇게 추출한 옷이 어떤 브랜드의 것이고, 판매처는 어디이고 가격은 얼마인지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시도가 활발하다. 네이버 음악검색처럼 옷을 찍으면 정보가 쭉 나오는 거다. 실제로 캐글에 패션 아이템을 분석하는 솔루션이 많이 나오고 있고, 많은 이들이 캐글 오픈 소스를 커스터마이징해서 쓰고 있다.” 

 

2010년부터 시작돼 2017년 구글에 인수된 캐글(Kaggle)은 된 AI 예측모델, 분석 경진대회. 기업이나 NGO 등에서 기본 데이터를 등록하고 풀어야 할 과제를 올리면, AI개발자와 데이터 분석가들이 이를 해결하는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지금 단계의 기술은 AI가 디자인을 하고 옷을 만들어내는 수준 까지는 아니라니 어쩐지 안심이 되기도 했다. 이 기술이 요즘 트렌드가 된 이유는 역시 언택스 비즈니스, 온라인 판매에 있다. 

 

“처음에는 소비자에게 옷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 그 다음 단계가 이 옷을 어디서 판매하고 어떻게 구매할 수 있는지 정보를 주는 것이니까 최종적으로 B2C로 연결될 것 같다. 옷만 아니라 액세서리 등으로 확장성도 크다. 왜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하느냐면 소비자가 능동적이고 합리적으로 쇼핑을 하기 때문이다. 본인의 취향이 확실한 소비자가 사진 한 장만으로 일치하거나 가장 유사한 아이템을 선택하게 해주는 것이다.”

 

- AI개발사의 수익은 어디에서 발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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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모지웅 기자> 

 

“우리 이미지 솔루션을 타고 들어와서 구매가 이뤄졌을 경우 판매금액 대비 일정 수수료를 받는 것이 되지 않을까. 기본 데이터 수집은 패션기업과 개별 계약을 맺을 수도 있고 플랫폼과 통째로 데이터를 연동하는 방법도 있다. 구매 이력 추적이 되려면 반드시 연동되는 결제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일단 1단계로 올해 안에 검색과 정보제공까지를 완성할 것이다. 구매 이력 추적 시스템은 기술적으로 힘든 건 전혀 없고 비즈니스의 영역일 뿐이다. 이미지 데이터와 고객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이 쉽게 협력할 수 있는 이슈는 아니지만 결국 ‘판매’라는 목표는 같지 않나.”    

 

판매를 잘 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되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옷을 만드는 이들보다 판매자의 플랫폼 권력을 더 강화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패션기업이나 소호 사업자가 열심히 창작해 이미지를 제공하고 나면 판매가 되었다, 안 되었다 말고는 다음 단계의 비즈니스 과정에 파고들할 여지가 없다. 구매 이력을 추적하는 일도, 데이터를 재가공한 결과도 옷을 만든 이는 알 수가 없다. 거기에 데이터 자산의 외부 유출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플랫폼 권력은 비단 우리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경고가 나오는 문제이기도 하다. 재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쪽이 시장권력을 장악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만 남는다. 개발자가 모든 산업의 특성을 감안하고 고려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민감한 문제이긴 하다. 경쟁사에 정보가 노출될 수도 있다는 염려도 이해한다. AI 활용 측면에서만 본다면 축적된 데이터의 양에 따라 고도화 정도가 달라진다. 몇 천개 대비 수 백 만개의 학습량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실상 패션산업, 우리 패션기업들에게 (데이터 유출을 우려할 정도로) 가치 있는 데이터는 많지 않다고 본다. 서로 오픈해서 최대한 많이 모아도 모자를 판이다. 서구에서는 기술을 개방, 공유해서 집단지성으로 함께 발전하고 있다.”  

 

생각보다 적은 비용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느끼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난점 중 하나는 비용이다. 만약 10년의 ERP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패션기업이 AI 솔루션을 활용해 보겠다고 한다면 얼마나 투자해야 할까.  

 

“예를 들어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배달의 민족, 무신사와 기술적으로 똑같은 기능을 가진 앱을 개발하는 데는 1억도 들지 않는다. 하지만 앱이라는 껍데기가 우리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전부가 아니다. 같은 기술을 적용해도 그를 뒷받침하는 인력, 숙련도, 물류 인프라 등에서 수준과 정도의 차이가 큰 것이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첫 걸음에 얼마의 투자가 필요한지 정액을 매길 순 없다는 설명이다. 미지의 여역에 도전하는 작은 기업에게 비용 문제는 중요하다. 최소의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했다.  

  

“많은 스타트업의 경우 첫 단계로 비용이 적게 드는 최소한의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 본다. 그 후에 회사 내부와 고객의 반응을 보고 수정,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시스템으로 시작한다는 것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기술 발전 속도, 환경이 급변하는데 단 몇 개월만에도 옛날 기술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수정, 보수, 유지를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 프로토 타입이 긍정적 결과를 냈다고 판단했을 때 재투자하면 된다. 물론 처음부터 설계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완벽은 없다.” 

 

정부지원 사업에 참여해 두려움과 위험을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최근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중소기업 데이터 바우처 사업을 들 수 있다.

 

씨앤솔루션의 경우 정부의 AI 바우처 위탁사업자로 십여 개 기업을 컨설팅하고 있다. 지원 대상 기업은 4~6개월 동안 기업 당 7000만 원 상당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컨설팅을 받는데, 컨설팅에는 ‘결과물이 있는 개발’이 포함된다. 개발된 소프트웨어는 감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컨설팅 과제가 흐지부지 되는 일은 없다고 한다. 

 

콘셉트 없는 개발은 표류 한다

데이터 자산을 활용하는 사업으로 체질개선을 준비하는 중소 패션기업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발 콘셉트가 명확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통계적으로나 사업적으로 모두 유의미한 값을 얻어낼 수 있어야 가치 있는 솔루션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것은 독립변수(입력 값 또는 원인)가 종속변수(결과나 효과)의 변화를 올바르게 설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가 오는 날의 우산 판매량 데이터에서 독립변수는 ‘비’, 종속변수는 ‘우산 판매량’이다. 사업적 의미는 당연히 데이터로 추출된 어떤 패턴이 수익으로 연결되는가이다.  

 

이 대표는 “우리 회사에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최종 소비자가 개발 결과물을 받아들일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유저 테스트의 중요성’이다. 그런데 패션을 비롯해 전통적 제조 기업과 상담을 하다보면 4차산업혁명에 맞는 뭐라도 개발해내라는 조바심만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서 솔루션을 개발해도 소비자(직원일 수도 있고 제품 구매자일 수도 있다)가 외면하면 쓰레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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