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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패션 비즈니스의 새 기준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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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채연 기자 (mong@fpost.co.kr) | 작성일 2020년 10월 12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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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7일 진행된 '2020 트렌드페어' 프로그램 중 하나인 라이브 커머스 현장. B2B 수주전시회가 메인 프로그램이었던 트렌드페어는 이번에 B2C 타깃 브랜드 홍보와 라이브 커머스에 초점을 맞췄다. 앞으로는 온, 오프라인 프로그램 비중을 각 절반 씩 가져갈 계획이다.>   

 

디지털 패션쇼 · See Now, Buy Now · 라이브 커머스

정답은? 없다!

지금은 문을 닫은 공장에 바이크를 타고 줄지어 등장하는 모델, 문을 닫은 놀이공원에서는 우아한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이 캣워크를 한다. 모델, 관객이 모두 인형이거나 살아 있는 사람은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 3D 가상 패션쇼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허허벌판이나 활주로, 서킷(circuit) 등 거리 두기가 가능한 공간은 어디든 런웨이가 됐다.

 

9월 말 파리패션위크 기간에 진행된 ‘디올 2021 S/S 디지털 패션쇼’의 경우 12개의 글로벌 플랫폼으로 생중계됐는데, 공식 라이브 채널로만 약 1억 뷰에 도달했다. 中 웨이보를 통해 바이럴된 게시물까지 포함하면 조회 수 3억 6000만 회를 넘어섰다. 

 

코로나19가 재촉한 디지털 비즈니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채 1년이 되지 않은 시간, 세계 4대 패션위크를 비롯해 S/S와 F/W 시즌, 한 해에 두 번 컬렉션을 선보이는 자리는 ‘비대면 진행’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디올’처럼 패션쇼 현장을 생중계한 후 해당 영상을 스트리밍하기도 하고, 패션 필름이나 브랜드 소개 V로그 등도 활용된다. 

 

손꼽히는 인터넷 인프라를 가진 우리도 세계 4대 패션위크 못지않은 속도감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갈피를 잡지 못해 우왕좌왕하기도 했지만, 올 가을에는 서울패션위크부터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모든 패션 디자이너 지원 프로그램이 온택트(Ontact)를 내걸고 진행됐거나 진행 중이다. 

 

행사 자체를 무산시키지 않고 지원 사업을 유지하려는 일사불란함도 한몫을 했다. 디지털 패션쇼는 보편적인 방식이고, 인지도가 높은 유통채널과 온, 오프라인 협업 창구를 열고 여기에 K-pop 등 문화콘텐츠를 연계한 홍보, 패션 셀럽이 참여하는 라이브 커머스, 토크콘서트 등으로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는 아이디어가 보태졌다. 

 

나라 밖도 코로나 상황이 다르지 않기에 예전과 같이 패션위크 기간 중인 뉴욕이나 파리 한복판에서 대규모 프레젠테이션이나 패션쇼는 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온, 오프라인 채널을 모두 공략할 수 있는 세일즈 프로모션에 집중했다. 

 

그중 눈에 띄었던 하나가 독일 베를린의 편집숍 부 스토어(Voo store)와 협업한 텐소울(서울시 지원 글로벌 마케팅 프로그램) 팝업스토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오픈한 텐소울 X 부스토어 팝업은 오프라인에서는 한 달 동안, 온라인에서는 3개월 동안 진행된다. 특히 현지에서 서울의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한글 네온사인 간판과 구조물로 재미 요소를 더했다. 온라인 팝업도 행사 기간 중엔 ‘부스토어’라는 한글 타이틀을 달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K패션오디션을 통해서도 이달에 프랑스 파리의 유명 편집숍 ‘레클레어’의 온, 오프라인 채널에 그리디어스(박윤희), 분더캄머(신혜영), 비뮈에트(서병문, 엄지나), 유저(이무열), 티백(조은애) 등 5개가 입점했다. 온라인에서는 입점과 동시에 오더를 받아 10만 불 어치의 초도물량을 수주, 리오더를 기대하고 있다. 

 

디자이너·소재·봉제 연계, B2C 도전장

지자체 사업의 경우 주로 패션 디자이너와 지역 원부자재 생산기업, 봉제 업체 등을 연계한 프로젝트로 B2C를 시도하고 있다. 

 

니트를 중심으로 한 경기 북부 섬유생산 기업과 패션 디자이너 간 협업을 통해 해외 판로개척에 초점을 맞췄던 ‘양포동 섬유패션위크’는 올핸 국내 마케팅에도 눈을 돌렸다. 지역 프리미엄 섬유를 소개하는 랜선 쇼룸을 열고,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을 통해 패션쇼 방송 직후 의류와 가방 등 협업 상품을 선주문 후제작 방식으로 판매한다.  

 

대구컬렉션도 대구 경북 지역을 기반으로 한 20개 브랜드가 참여하는 온택트 패션쇼로 열렸다. 특히 실내 패션쇼를 할 수 없는 대신 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 안팎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영상을 제작해 오는 26일부터 30일까지 각 브랜드 홈페이지, SNS 채널을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2020 대구컬렉션에 참가한 'PGR골프' 영상 촬영 현장. photo=대구경북패션사업협동조합> 

 

국내 봉제 업체 70% 이상이 몰려 있는 서울 북부와 동부 지역에서도 일감 연결과 비대면 판로개척을 위한 랜선 프로모션이 있었다. 지난달 25일에는 서울 남부권 10개 제조 브랜드(OBM)가 참여한 ‘서울 남부권 온라인 패션 페스티벌’이 그립 채널에서 진행돼 2,600여 명이 시청했다. 

 

또 이달 12일에는 서울 동북권 봉제 업체들의 브랜드화를 추진하는 ‘K-POP 연계 동북 4구 패션봉제산업 활성화 사업’의 1차 쇼케이스가 공개됐다. 지역 패션봉제 업체와 국내 뮤지션을 매칭해 영상을 만든 후 쇼케이스를 진행하고 판매까지 하는 독특한 아이디어다. 1차로는 메인 캐릭터 ‘크렁크’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영상을 공개하고 다음 달 2차 쇼 케이스 오픈을 준비중이다. 29CM에서의 기획전도 쇼케이스와 동시에 오픈된다.    

 

패션쇼, 수주회도 ‘옴니채널’로

사실 국내에서 진행되는 대다수 패션쇼나 수주회가 글로벌 비즈니스까지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담당 기관의 보신주의, 주관사의 무능, 지원 대상자들의 안일함이 여전히 도마에 오른다. 

 

엇비슷한 지원 사업도 많고, 시간과 돈과 인력은 계속 투입되는데, 브랜드들이 자생력을 기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나라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자국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정말로 인풋 대비 아웃풋을 따져서 수출 지원 사업이 사라지고 각자도생의 길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 

 

‘더 스튜디오 케이’를 전개하고 있는 홍혜진 디자이너는 “코로나로 촉발된 지금의 상황이 우리만의 차별화 방법을 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패션 선진국’의 방식을 따라 하기만 하는 것으로는 변방을 벗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만의 경쟁력으로는 비대면 비즈니스에 유리한 인터넷 인프라와 잘 갖춰진 물류망을 바탕으로 한 전자상거래 환경, 그리고 패션에 음악, 영상 등 한류 콘텐츠를 접목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이를 목적에 맞게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급한 과제다. 

 

한국패션산업협회 박영수 부장은 “코로나 팬데믹이 변화를 앞당긴 것일 뿐,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돌아갈 순 없다고 본다”면서 “최종 소비자의 생활방식 변화에 맞춰 온, 오프라인 채널을 병행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시도한 것은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B2B 행사를 치르고 온라인 채널은 사전 사후 홍보에 집중했던 방식을 B2C 콘셉트의 전면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바꾼 것이다.  

 

일례로 산업부가 지원하는 ‘트렌드페어’는 원래 국내외 패션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전시회였지만 이번에는 ‘일반 대중을 타깃으로 한 온라인 홍보와 이커머스’로 콘셉트를 전환했다. 해외 바이어 오더는 실물을 어필하고 꾸준히 상담하는 과정을 수년은 거쳐야 하는데 첫 온택트 행사에서 이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한 것. 때문에 온전히 국내 홍보에 초점을 맞췄는데, 앞으로 온, 오프라인 채널 병행이 상수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5월부터 유통 플랫폼들과 협업을 준비했다.  

 

트렌드페어에는 당초 오프라인 행사 참가가 예정됐던 130개 브랜드 중 일반 소비자 대상 라이브 커머스가 가능한 70여 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9월 21~25일까지 네이버TV와 V라이브를 통해 랜선 패션쇼와 프레젠테이션, 토크콘서트를 진행했고, 10~11월 중에는 네이버N쇼핑을 통해 65개, 롯데100LIVE를 통해 40개 브랜드가 라이브 커머스에 나선다.     

 

지난달 있었던 랜선 패션쇼와 프레젠테이션은 예상외로 호응이 높아 5일 동안 총 20회의 라이브 방송이 진행됐는데, 회당 접속 건수가 평균 4,500건, 1만 건 이상 조회된 브랜드도 3개가 나왔다. 참여 디자이너들도 앞서 진행된 방송을 거울삼아 브랜드 콘셉트에 맞춰 부스를 꾸미고, 멘트도 연습하는 등 열의를 보여준 점도 고무적이라고. 

 

박영수 부장은 “온라인 B2B는 수주 의지가 있는 바이어를 모으는 플랫폼이 없고선 불가능 하다”면서 “궁극적으로 각 기관, 단체들이 바이어 풀을 공유하면서 바이어들이 스스로의 정보를 등록하고 업로드된 브랜드 정보를 찾아보도록 매력적으로 콘텐츠를 구성한 공공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8월 26일 동대문 K패션 쇼룸 ‘르돔’에서 진행된 K패션오디션 비대면 실물심사 현장. photo=한국패션산업협회>

 

플랫폼 권력에의 종속은 경계하자   

취재 중 만난 디자이너, 행사 실무자들은 대부분 처음 해보는 랜선 패션쇼나 라이브 커머스에 긍정적이었다. 메인 컬렉션을 알릴 수 있는 오프라인 창구가 사라졌고 홍보에 투자할 여력도 없었는데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상당수가 이미 더블유컨셉이나 29CM, 무신사 등 패션 전문몰에 입점해 이커머스를 하고 있었지만 새로운 채널을 개척하려는 의지도 강했다. ‘see now buy now’라는 것도 재고가 있는 브랜드나 가능한 일이라서 패션쇼 직후 내년 S/S 컬렉션을 바로 판매하는 사례는 거의 없지만 양포동 섬유패션위크의 경우와 같이 일종의 프리 오더를 시험해 볼 수도 있었다.

 

반면 온택트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수록 정보를 발신하고 판매가 이뤄지는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실제로 제작된 영상의 절대다수, 라이브 커머스는 네이버를 통해 전파되어야만 했고, 기획전 등의 판촉 행사도 몇몇 패션 전문몰에 한정됐다. 각 행사, 각 브랜드마다 공식 사이트, SNS 계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플랫폼의 파급력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한 여성복 브랜드 디자이너는 “플랫폼 쪽에서 노골적으로 ‘이런 스타일이 잘 팔리니까 이런 상품을 올리라’고 한다”면서 “나도 장사가 잘되면 좋지만 플랫폼 요구에 맞춰주지 않을 경우 노출이 되질 않으니까 이제 모든 브랜드가 비슷해졌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디자이너는 “브랜드를 알리려면 본인이 셀럽이 되던가 셀럽에게 돈을 쓰던가 둘 중 하나”라고 했다. 셀럽, 인플루언서의 팬덤에 점점 기대고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홍보, 세일즈 방식이 소규모 브랜드로선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라는 것이다.  

 

아직까진 온택트 비즈니스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보단,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 걱정이 더 크다. 그러나 모두가 처음 겪는 상황, 정답은 없다. 경우의 수도 많아서 혹여 실패라고 생각된 일이 아직 결론에 도달하지 않은 과정일 수 있다. 패션은 멈추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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