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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사라진 ‘코치’ 모던 럭셔리 전략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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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경량 기자 (lkr@fpost.co.kr) | 작성일 2021년 02월 10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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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프레스티즈 온라인>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가 속한 명품 그룹으로는 LVMH, 케어링, 리치몬트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LVMH그룹 산하에는 루이비통, 크리스찬 디올, 펜디 등이 있으며 케어링그룹은 구찌, 보테가 베네타, 발렌시아 등을 두고 있다. LVMH, 케어링에 이어 세 번째 규모의 럭셔리 그룹인 리치몬트는 까르띠에, 반클리프 앤 아펠 등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럭셔리 시장은 이들 3개 그룹의 삼파전으로 압축된다.

 

오래된 역사와 명성을 지닌 럭셔리 브랜드들이 3개의 럭셔리 그룹 산하에 인수되거나 매각을 희망하는 현재의 상황은 어찌 보면 당연한 듯 보인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 기업들이 유통, 마케팅, 소싱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미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 ‘코치’가 몇 번의 위기를 겪으면서 과거의 명성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친숙한 이미지의 럭셔리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 합리주의를 우위로 한 미국식 럭셔리 브랜드의 전통만을 고집하고 있는 코치는 글로벌 럭셔리 산업계에서 지위가 실추되고 있다. 

 

럭셔리 패션 브랜드 가운데 코치의 전략처럼 상품 가격 합리화를 추구하는 곳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유럽 기반 럭셔리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상품과 브랜드가 지닌 고부가 가치를 전달하는데 집중한다. 그러다보니 가격도 높다. ‘누구나 가질 수 없는 가격’ 차별화는 가장 좋은 전략이다. 소위 럭셔리 브랜드는 미감과 판타지를 팔며 부와 풍요를 동경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본질을 파고드는 산업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럭셔리 브랜드가 대중적 이미지를 갖고 싸게 많이 팔수 있는 전략을 짜기 어려운 이유다.

 

야구 글러브 소재로 시작한 가죽 가방 

코치가 딱 그렇다. ‘모던 럭셔리’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며 프리미엄 럭셔리 브랜드 아래 위치하고 있다. 사실 럭셔리 브랜드라고 불리는 것도 애매하다. 그럼에도 미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를 꼽으라면 사람들은 코치를 주저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한다. 코치는 1941년 뉴욕 맨하튼 34번가 작은 가죽 공방에서 시작된 브랜드다. 유럽 기반의 럭셔리 브랜드처럼 6명의 장인들이 모여 수작업으로 가죽제품을 만들던 공방 ‘게일 레더(Gail Leather)’에 가죽 사업의 경험이 있는 마일스 칸(Miles Cahn)과 릴리안 칸(Lillian Cahn) 부부가 합세하면서 본격적으로 브랜딩이 시작됐다. 

 

당시 야구 글러브가 질기면서도 부드럽다는 사실에 착안한 마일스 칸은 가죽을 강하고 유연하게 가공하는 방법을 개발했고 지갑을 비롯한 여성용 핸드백 제품을 만들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미국 내수 시장의 버블 붕괴 이후 1990년대에 진입하면서 코치의 기세도 주춤했다. 착장의 패러다임이 캐주얼화로 변화한 미국 사회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상황을 타계한 전환점이 2001년 코치가 내놓은 ‘시그니처 컬렉션’이다. 알파벳 ‘C’를 조합한 그래픽 디자인을 가죽이 아닌 가볍고 튼튼한 캔버스에 포함시킨 오리지널 소재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때 내세운 전략이 ‘접근하기 쉬운 럭셔리(Accessible luxury)’다. 질긴 야구 글로벌 소재를 사용해 유명세를 얻었고, 이후 캐주얼화 열풍에 캔버스 소재와 저렴한 가격으로 유럽 럭셔리 브랜드에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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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 백>

 

 

두 번째로 찾아온 위기…혁신은 진행형

한 때는 코치의 이니셜 ‘C’ 시그니처 패턴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가죽’ 브랜드에서 ‘패션’ 브랜드로 입지를 확대하며 선전하기도 했다. 

단번에 젊은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며 핸드백의 인기를 바탕으로 의류, 슈즈, 시계, 주얼리, 아이웨어 그리고 향수까지 선보이며 코치는 지금의 토털 브랜드로 성장했다. 

 

주춤했던 브랜드 사업의 부활은 대성공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당시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무늬를 비롯해 럭셔리 브랜드 대부분이 유사한 시그니처 상품을 가지고 있었고 각 브랜드의 시그니처 이니셜 디자인을 새겨 넣은 제품 트렌드가 임계점을 넘어 대중화되면서 식상해진 것이다. 그럼에도 코치는 계속 이어갔다. 동시에 소비자들의 코치에 대한 브랜드 충성도도 식어갔다.  

 

반대로 비슷한 시기 프라다는 나일론 직물의 미니 백팩이 대히트를 치고 위조 상품까지 등장하자 병행 수입 제품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생산량도 축소했다. 

에르메스 역시 리조트의 비치 샌들용 가방으로 출시한 저렴한 가격대의 캔버스 토트백이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 데일리 백으로 사용되자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판단, 생산과 판매를 제어하는 대책을 강구하기도 했다. 거리에 에르메스 로고가 붙은 가방이 흔하게 보이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당초 기획과 달리 소비자들의 구매이후 사용용도는 자유지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키겠다는 의도다. 이들 브랜드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미 잘 팔려 나가고 있는 제품의 판매를 제한한 셈이다. 이에 반해 코치는 이니셜 ‘C’ 패턴이 조합된 가방을 가진 사람이 너무 많아지면서 ‘접근하기 쉬운 럭셔리’에서 매스 브랜드로 전락했다. 코치는 또 다시 변화를 시도했다. 이번엔 가죽을 꺼내 들었다. 지난 2010년대 들어 다시 고급 가죽을 사용한 가방 라인을 내는 것과 동시에 의류 컬렉션을 발표한 것이다. 

 

핸드백이라는 국한된 품목에 그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브랜드 철학을 바꾸지 않고 시대에 적응하고 변화한다’는 관점에서 원점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최고급 가죽을 사용한 기능적이고 현대적인 컬렉션을 내놓으며 럭셔리 시장에 정면으로 나섰다. 새로운 시도에도 의욕을 보였다. 스페인 가죽 브랜드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영입하는가 하면 디즈니, 셀레나 고메즈 등과 협업하며 화제를 모은 프로젝트를 잇달아 내놓았다. 코치의 시도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두 번째 혁신 과정 중에 있다. 그럼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대유행했던 2000년대 초반 기세로는 좀처럼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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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코치> 

 

‘접근하기 쉬운 럭셔리’ 콘셉트 포기할까 

서구권 언론들은 코치가 버리지 못한 ‘접근하기 쉬운 럭셔리’ 콘셉트가 소비자들 사이에 이미 오랜 시간 고착화됐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고급이지만 가격이 싸다’는 접근방식은 럭셔리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 전략으로는 효과적이었지만 거기까지였다. 흔하고 값싼 브랜드라는 이미지만 남았다는 것이다. 결국 코치가 담고자 했던 철학이 무색해진 결과를 낳았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내놓아도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오랜 세월 동안 럭셔리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것은 눈에 드러나는 로고를 가지는 것에 대한 욕망이 소비자 의식 속 어딘가에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하지만 최근 럭셔리 산업계도 로고 유무에 집착하는 것 대신 브랜드 철학과 스토리를 발신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 이슈에도 적극 동참하며 새로운 판타지를 주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이 같은 브랜드의 상품 구매를 통해 지지를 표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위기 때마다 새로운 시도에 나서며 긴 세월에 걸쳐 성장과 위기를 반복해온 코치.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자세로 또 한 번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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