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에프, 다시 속도전(速度戰) > SPECIAL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SPECIAL

인디에프, 다시 속도전(速度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채연 기자 (mong@fpost.co.kr) | 작성일 2021년 03월 17일 프린트
카카오톡 URL 복사

본문

 1a32f829411c5754407760ee00efaff1_1615091423_8187.jpg

<인디에프 본사 1층 '아위'쇼룸>

 

여성복 업계에서 온라인 패션 브랜드 ‘아위(ahwe)’의 성장세가 화제다. 작년 8월 25일 론칭한 신생 브랜드가 만 3개월 만에 매출액 10억 원을 넘어서더니 올해 연간 매출액 100억 원을 바라볼 정도로 불쑥 컸기 때문이다. 

 

코트를 주력 아이템으로 했던 지난 연말연초엔 일평균 7,000~8,000만원 씩 매출이 올라왔다고 한다. 최근 추세로는 오프라인 제도권 브랜드라면 3년, 디자이너 개인 브랜드라면 5년 이상 운영해야 나오는 매출액을 1년 안에 올린 것이다. 

 

업계가 ‘아위’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지 매출만이 아니다. 그 매출이 얼마나 건강하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그래서 롱런이 가능한 구조인지를 따져본 결과다. ‘아위’는 현재 여성패션 전문몰 중 가장 영향력이 큰 더블유컨셉을 비롯해 29CM, 쿠팡 C에비뉴, 우신사, 하고에 입점해 있는데, 자체 브랜드몰(ahwe.co.kr)에서 올리는 실적이 전체 매출의 30%나 차지한다.

 

‘겨우 30%야?’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30%의 비중은 입점사 수수료를 따져보면 결코 적지 않다. 시즌 기획을 하다보면 처지는 기간이 있기 마련이라 그상 비중을 의도적으로 유지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인지도를 막 쌓고 있는 신규 브랜드가 대형 플랫폼에 올라타 있으면서도 자체 브랜드몰로 소비자를 끌어들일 힘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아위’의 전개사가 인디에프(대표 백정흠)라는 점이 놀랍다. 그렇다. 여성복 업계에서 10년 이상 일한 이들이라면 대부분 알아듣는 ‘조꼼예(매출 집계 등을 할 때 조이너스, 꼼빠니아, 예츠 세 개 브랜드를 한데 묶어 불렀던 것인데, 예츠는 2018년 경 정리됐다)’의 바로 그 회사가 ‘아위’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인디에프는 옛 나산 시절부터 신원, 대현과 함께 가두점을 중심으로 한 볼륨 여성복 시장 3대 기업으로 꼽혔다. 지난 십 수 년 동안 백화점, 쇼핑몰 등 오프라인 채널 다각화는 성공했지만 여러 노력에도 온라인, 디지털세상은 아득한 이야기였던 것이 사실이다. 

 

인디에프가 시대의 흐름을 따르는 투자에 외면했던 것도 아니다. 새 브랜드를 내놓거나 기존 브랜드 리뉴얼에 돈을 왕창 쓰고도 온라인 시장 진입이나 2030 신수요 창출은커녕 번번이 ‘제조 기업의 한계’라는 소리만 나왔다. 수년째 암울한 재무제표, 누적 손실액도 크게 불어났다. 

 

그런 와중에 처음으로 내놓은 온라인 전용 여성복 브랜드로 이커머스 비즈니스에 희망을 보고 있다. 2014년 론칭 당시 ‘인디에프와 어울리지 않는 사업’이라는 수군거림도 있었지만 이젠 잘 자리 잡은 편집숍 ‘바인드’로 MZ세대를 공략하는 방법을 학습한 덕분일까. 겨우 두 계절을 지난 실적을 가지고 ‘아위는 성공한 이커머스 사업 모델’이라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아위’의 론칭 스토리는 인디에프와 비슷한 역사를 가진 패션산업의 레거시(legacy) 기업들에게 인사이트를 줄 만하다. 특히나 백화점, 아웃렛, 몰에서 남들에게 빠지지 않는 영업을 해왔다고 자부하지만 온라인 사업부는 한 해를 못 버티고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고, ‘연예인’이 디지털 마케팅 전략의 만능 치트 키라고 생각하는 경우라면 들여다보시길.  

 

b2f00ea01986af8dce8487a19b77aea5_1615945511_373.jpg
 

 

기존 시스템에 지배되지 않는 조직

백정흠 인디에프 대표는 작년 여름 팀원 3명 짜리 작은 별동부대를 직접 꾸렸다. ‘성공하는 온라인 브랜드를 만들어 달라’며 CJ오쇼핑에서 근무하던 고태경 이사를 삼고초려해 모셔왔다고. 정말로 고 이사는 디자인실장, 마케터와 함께 석 달여 만에 ‘아위’를 만들어 냈다. 지금은 디자이너와 마케터가 각각 1명 씩 늘었고, 사무보조직원도 생겨 총 팀원 6명이 됐다.

 

 ‘아위’는 운영 프로세스도 인디에프와는 다른 DNA를 가진 팀이다. 백 대표가 직접 챙기는 사업이고 실제로 적극적인 지원 노력이 뒷받침됐지만 재무, 전산, 물류 등 모든 관리 체계와 시스템이 온라인 비즈니스와 유기적으로 결합하긴 힘들었다. 그래서 론칭 초기에는 외부 솔루션을 위탁 사용했고, 지금은 시스템을 직접 구축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온라인 상시 입출고를 위한 풀필먼트 물류 프로세스다. 

 

‘아위’는 인디에프의 기존 브랜드들과 유통도 전혀 별개의 것으로 가져간다. 인디에프도 자사몰인 제이코를 운영하지만 ‘아위’는 독립해 자체 브랜드몰을 오픈했고, 타깃 소비자가 주로 이용하는 더블유컨셉을 1차 공략지로 설정했다. 

 

보통 여성복을 오랜 기간 전개해 온 패션기업은 회사 성장의 기틀이 된 원천 브랜드에 무한한 애착을 가지고 ‘후속작’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아 커 온 브랜드이니 나름의 강점이 있고 아이덴티티가 만들어졌으므로 그걸 이어 받아 리스크를 줄여보겠다는 의도도 있다. 하지만 모 브랜드의 디퓨전 라인으로 온라인에서 성공한 사례는 오프라인에서 다진 파워를 온라인까지 이은 ‘구호 플러스’ 정도 밖에 꼽을 사례가 없다.

 

1a32f829411c5754407760ee00efaff1_1615091447_3925.jpg

<인디에프 본사 1층 '아위'쇼룸>​ 

대형플랫폼에서 홍보, 판매는 자사몰에서  

‘아위’는 현재 더블유컨셉 매출 비중이 가장 크지만 자사몰 매출 비중도 30% 안팎을 차지한다. 보통 신규 브랜드는 실수요자를 확보하고 홍보 지원도 뒷받침을 해주는 플랫폼의 영향력에 기댈 수 밖에 없다. 노출할 기회가 없다면 모든 것이 무의미한 법이니까. 하지만 대형 플랫폼이 언제나 내 편일 수는 없다. 그래서 대형플랫폼에 입점해 브랜드를 알리고, 우리 브랜드에 호감을 가지는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몰로 넘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위’는 아예 자체 브랜드몰 매출 비중 30% 유지를 룰로 잡았다. 자사몰 고객이 많다는 것은 수익률이 높다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고객의 구매여정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우리 브랜드를 찾아오고, 어떤 과정을 거쳐 구매를 결정하거나 또는 어떤 단계에서 구매를 미루거나 포기하고 떠나가는지를 알 수 있다. 

 

결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얼마에 사는지, 나의 고객이 원하는 점을 가장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데이터가 쌓여야만 향후에 빅 데이터가 되어 인공지능이 딥 러닝 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술도 접목할 수 있다. 플랫폼은 고급 데이터 자산인 고객정보를 입점사에 모두 공개할 수 없고, 정보 공유가 가능하게 개인정보보호법이 바뀌더라도 그렇게 할 리가 없다. 

 

신규브랜드인 ‘아위’가 소비자를 자체 몰로 끌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이후에 길게 소개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일을 하는 현대 여성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 과하지 않은 딱 적당한 포인트만 넣은 옷이 예쁘다. 

 

네이버 가격비교의 늪에 빠지지 않는 가격정책도 들 수 있다. 인기 아이템은 소량 리오더를 하면서 정상가격 판매 기간을 최대한 길게 가져간다. 소비자에게 ‘지금 사지 않으면 물건이 다 없어지고 말거야’라는 긴박감을 주는 아이템도 일부 있다. 조금 처지는 아이템은 채널 마다 상황에 맞춰 할인한매로 소진한다. 같은 모델인데 모노 컬러는 정가, 아더 컬러는 할인 판매 중인 것도 있다. 일괄적인 50% 세일 같은 건 없다. 

 

1a32f829411c5754407760ee00efaff1_1615091458_5256.jpg

 <인디에프 본사 1층 '아위'쇼룸>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개취’ 저격

‘아위’의 상품기획은 ‘재고를 남기지 않는 비즈니스’에 포커싱한다. 소비자들이 예약구매, 예약 발송에 적응했고 일반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스타일은 다양하게, 물량은 반응에 따라 추가 생산해 운영하고 있다. 당연히 국내 소싱 루트가 탄탄해야 가능한 일이고, 마크업도 짜기 때문에 MD와 광고 채널 믹스로 박한 배수율을 커버하는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2월 말 현재 ‘아위’ 브랜드몰 기준 업로드 된 상품 수는 3월 순차 출시 예정인 상품의 선 예약 분, 매진 상품, 컬러 바리에이션까지 포함해 총 172개. 연간으로 보면 1년 SKU를 최대 120개 정도로 잡고 움직인다. S/S와 F/W 시즌으로 나눠보면 4:6 정도의 비중이다. 

 

사이즈 체계도 다품종 소량생산 방향에 맞춰 가져가고 있다. 상의는 우븐 이너 정도를 제외하면 프리 사이즈로, 하의는 S와 M 정도로 나눈다. 스타일 당 취급 물량이 적은 상황에서 사이즈를 쪼개면 그만큼 재고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앞으로 물동량이 커지면 사이즈 분류를 보다 세밀하게 조정할 계획이다.  

 

온라인 브랜드는 아무리 다품종을 기획한다고 해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만큼 소비자에게 한꺼번에 상품을 보여주기가 어렵다. 너무 많은 아이템은 소비자들에게 검색 피로를 안겨주고 제대로 소개되기도 전에 시즌을 넘겨 버릴 수 있다. 그래서 ‘아위’는 스트리트웨어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드랍 방식의 신상품 출시로 신선함을 유지하고 기대감을 높이는 전략을 세웠다. 

 

그렇다고 신상품이 나오는 족족 소비자에게 ‘투척’하진 않는다. 주력 아이템의 성격, 가격대, 판매 시기, 이벤트 진행의 효율, 스테디셀러와의 조화를 고려해 진행한다. 론칭 당시에는 처음 선보이는 추동 아우터에 드랍 이벤트가 맞지 않다고 판단해 올 봄에 1차 드랍을 했고, 이달에 2차 드랍 발매를 하게 됐다.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든다      

업계의 통념은 보통 봄이나 여름이 새로 브랜드를 내기 좋은 시즌이라고 한다. 여름옷이 겨울옷 보다 원부자재 가격부터 봉제비용까지 생산 부담이 적기 때문에 S/S시즌은 테스트 기간으로 보고 F/W 시즌에 힘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아위’는 가을 컬렉션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온라인 쇼핑을 하게 되면 실물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구매 선택에 브랜드 인지도가 영향을 크게 미치기 마련이고, 단가가 올라갈수록 더욱 그렇다. 

 

‘아위’는 신규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트렌치코트와 헤비 코트처럼 ‘고관여 아이템이 훌륭한 브랜드’로 인식되면, 시장에 좀 더 단단하게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아위’의 코트는 크게 인기를 끌어 대부분의 스타일이 완판됐고, 기대한대로 봄 상품 재구매로 이어졌다.  

 

이때 유념해야 할 것이 품질 유지다. 유지되어야 할 품질은 디자인과 원부자재는 물론이고, 모델, 제품 컷, 제품 정보를 소개하는 성의, 배송, A/S를 모두 포함한다. 론칭 첫 시즌 컬렉션은 보통 1~2년 공을 들이기 때문에 어지간해선 완성도가 입길에 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준비 기간이 턱없이 부족한 두 번째 시즌에도 다시 찾은 소비자에게 첫 시즌 이상의 만족도를 안겨주기란 꽤 어렵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라면 소비자에게 직접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고 대체제도 제안할 수 있지만 온라인 브랜드는 그럴 기회마저 없다. ‘한 시즌 삐끗’이 온라인 브랜드에게 더 치명적인 이유다.  

 

2019년 봄에 론칭했던 한 패션대형사의 온라인 전용 여성 브랜드의 경우를 보자. 이 브랜드도 첫 시즌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가을로 넘어가 코트 등 헤비 아우터가 인기를 모았고, 물량도 늘렸다. 

 

작년 S/S 시즌의 코로나 광풍도 무사히 넘긴 이 브랜드는 10월 이후 추락하기 시작했다. 매출을 일으키는 핵심 아이템인 코트가 팔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량이 커지면서 디자인이 무난해졌고, 다 브랜드를 전개하는 회사의 다른 브랜드들과 디자인 차별이 되지 않은 탓이다. 매출 기여도가 아직은 미미한 온라인 브랜드는 그렇게 맥이 빠지고 론칭 디렉터도 떠나갔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온라인쇼핑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패션상품 거래액이 45조 4,978억 원, 전년 동기대비 7.5% 늘었다. 오프라인에서 체감하는 경기가 워낙 좋지 못해서인지 온라인에서 패션상품 거래액이 늘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나보다. 

 

하지만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오프라인 유통은 수년 동안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역으로 보면 코로나가 온라인 패션시장을 더 빨리, 더 활짝 열어준 셈이다. 

 

1991년, 日 가이낙스에서 내놔 선풍적 인기를 모은 프린세스메이커(Princess Maker)라는 PC게임을 기억하시는지. 게이머가 아빠가 되어 어린 딸을 성인으로 기르는 내용의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궁극적인 엔딩 목표가 ‘공주 만들기’라는 건 헛웃음이 나오지만,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포함해 아빠가 제한 시간 안에 결정하는 모든 선택들이 딸의 미래를 한 조각씩 만든다는 설정은 사업에 적용해도 다르지 않다. 지금 하는 모든 선택이 브랜드의 미래가 된다.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FSP 연재

POST
STAND
(주)다음앤큐큐

인터뷰

패션포스트 매거진

71호 71호 구독신청 목차 지난호보기

접속자집계

오늘
287
어제
3,302
최대
14,381
전체
2,402,579

㈜패션포스트 서울시 강서구 마곡중앙로 59-11 엠비즈타워 713호
TEL 02-2135-1881    FAX 02-855-5511    대표 이채연    사업자등록번호 866-87-01036    등록번호 서울 다50547
COPYRIGHT © 2019 FASHION POST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