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업태보다도 콘텐츠 개발에 매진해야하는 백화점, 복합쇼핑몰에 몰입했으면서도 우리 어린이들을 위해 자체 콘텐츠 하나 개발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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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인호 (et8000@nate.com) | 작성일 2019년 01월 24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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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업태보다도 콘텐츠 개발에 매진해야하는 백화점, 복합쇼핑몰에 몰입했으면서도 우리 어린이들을 위해 자체 콘텐츠 하나 개발하지 못했다. 매번 일본의 최신 시설에 감탄만 하다가 쉬운 방법으로 ‘제휴’ 라는 카드를 꺼내 들던 것이 우리의 자화상이다."


소비자들은 양질의 콘텐츠를 찾아 해외로 떠나간다. 효율만을 생각하는 경영 체계, 좋은 콘텐츠를 가진 테넌트의 부재, 근본적으로 상상력과 창조력의 빈곤이 낳은 결과다. 콘텐츠 창조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암묵지가 이어질 때 성공 콘텐츠가 등장할 수 있다.


 


죠이폴리스, 키자니아, 오르비(Orbi), 그리고 최근의 Team lab Digital Museum…. 이러한 시설을 떠올리면서 고해성사를 한다. 소매업에 입문하여 30년이 지난 지금, 현장 경험을 공유하는 강의를 하거나 업계 후배들을 만날 때 고백해야 했던 것이 하나 있다.


어느 업태보다도 더 콘텐츠 개발에 매진해야하는 백화점, 복합쇼핑몰에 몰입했으면서도 우리 어린이들을 위해 자체 콘텐츠를 개발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자책이다.


점포를 효율 위주로 운영하다 보니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플레이스를 만들지 못했다는 반성이다. 백화점을 ‘도시 오아시스’로 칭하고, 복합쇼핑몰을 ‘입장료 없는 유원지’ 라고 정의한 책을 낸 저자 입장에서 더 그렇다. “그건 나만의 잘못이 아니야! 환경이 그랬어!”라며 떨쳐버리기에는 너무 큰 양심의 거리낌이다.


1988년, 처음으로 ‘도쿄 디즈니랜드(TDL)’를 방문했다. 해외여행 자율화의 은총이었다. 1983년 개장 이후 급속히 성장하던 TDL을 보면서 다양한 상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일본이 디즈니랜드와 조우한 역사는 매우 깊다. 1957년 미츠코시 백화점 본점 옥상에서 두 달 동안 미니 디즈니랜드를 개원했던 것이 시초다.



 

규모는 작았지만 정식으로 미국 디즈니랜드의 감수를 받아 설립한 최초의 해외 공원이었다. 이러한 인연으로 디즈니랜드를 일본에 유치하기 위해 1960년에 미츠이부동산과 게이세이전철 합작회사가 만들어지고, 테마파크를 만들기 위한 20여년의 집요한 개발이 진행되었다. 1988년에 본인이 TDL을 찾았을 때는 이미 흑자를 달성하고 2기 확장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보면서 롯데월드의 미래상을 그렸던 기억이 난다.

 

롯데월드는 1년 뒤인 1989년에 부분 오픈을 했고, 1990년 매직아일랜드 완성과 함께 그랜드 오픈했다. 롯데월드가 오픈하면서 우리나라는 기존의 에버랜드와 함께 세계 10위권의 테마파크를 2개나 보유한 국가가 됐다. 특히 롯데월드는 선진국에만 있던 전천후 실내 테마파크였기 때문에 국가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올림픽을 개최하고 여행자유화가 되면서 국내 서비스산업이 비약적 발전을 하던 시기, 백화점도 부도심과 지방에 다점포를 열면서 소비에 불을 지르던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테마파크와 호텔을 복합한 롯데월드 같은 상업시설이 등장하다 보니 소비자의 눈이 급속히 높아지고, 이에 대응하려는 경쟁 업체들은 반복적으로 선진 유통을 벤치마킹할 수밖에 없었다. 



 

선진 유통 중에도 우리와 흡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혹은 서양 문화를 동양식으로 필터링하여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본은 벤치마킹의 최적 코스였다.


당시 일본 유통업계를 돌며 만난 콘텐츠가 앞서 지적한 ‘죠이폴리스’, ‘키자니아’ 같은 것이었다. 좀 더 구체적 연대기로 표현하면 이렇다. 국내에서 분당, 일산, 평촌 등 신도시를 개발할 때 도쿄 인근의 타마 뉴타운을 방문해 1990년 설립된 ‘산리오 퓨로랜드’를 보았다. 당시 ‘헬로키티’ 캐릭터를 중심으로 실내 테마파크를 만들어 발신하는 참신성이 돋보였다.


디즈니 이외에도 캐릭터 테마파크가 가능함을 알게 된 계기였다. 다만 타마 신도시라는 장소적 제한성이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대로 매출이 뒷받침되지 않다가 최근 쇼핑몰로 확장하면서 활기를 찾는 중이다. 이러한 문제는 국내 신도시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입장료를 근간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다음에 만난 놀라운 콘텐츠는 게임업체 세가가 개발한 ‘죠이폴리스’다. 1996년 신주쿠 다카시마야가 오픈했을 때 국내에서도 대단한 반응이 있었다. 명품 라인의 구비는 물론 ‘도큐핸즈’를 비롯해 최고의 식당가, 그리고 절규머신을 장착한 본격 실내형 테마파크 ‘죠이폴리스’를 테넌트로 구성해 기존 백화점을 초월하는 새로운 콘셉트의 백화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9~10층에 위치한 ‘죠이폴리스’는 상층부에 젊은 소비자를 유인하는 집객시설로 적극 활용되던 기억이 있다. 그 후에 오다이바 지역으로 이전하여 복합쇼핑몰과 공생하는 테넌트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10년, 일본 쇼핑몰에 입점한 또 다른 시설이 국내 유통업계를 흔들었다. 국내에도 이미 수입된 ‘키자니아’다. 1999년 멕시코에 처음 생겼을 때 ‘키자니아’를 눈 여겨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단지 어린이 직업교육 놀이시설로만 여겼으나 2006년에 미츠이부동산이 라라포트 도요스점에 키자니아 2호점을 개설하면서 위상이 급속히 높아졌다.


교육열과 직업을 이해하며 놀이로 승화시키는 상호작용으로 그 인기가 하늘을 찔러 국내 도입을 위해 많은 업체들이 도요스를 방문했다. 결과적으로 국내에서는 MBC가 획득해 롯데월드에서 전개하고 있다. 


키자니아 이후의 충격적 콘텐츠는 대자연 뮤지엄 ‘오르비’이다. ‘오르비’는 세가엔터프라이즈와 영국 BBC Earth가 합작해 2013년에 만들어진 시설이다.


1호점은 ‘요코하마 Mark Is’ 쇼핑몰의 테넌트로 입점했고, 2016년에는 라라포트 오사카에 테넌트로 입점했다. ‘오르비’는 BBC에서 가지고 있는 수많은 대자연 영상을 테마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오감체험형 실내시설이다. 상당히 실험적인 시설임에도 2017년 두바이의 쇼핑몰 ‘City Centre Mirdif’에 해외 1호점을 수출해 명성을 높였다. 


최근에 각광 받는 콘텐츠는 ‘Team lab Digital Museum’이다. 모리빌딩과 엡슨(Epson)에 의해 오다이바 팔레트타운에 작년 8월에 오픈한 이 뮤지엄은 엡슨의 컴퓨터 520대, 프로젝터 470대를 사용해 다양한 공간에서 수많은 디지털 작품을 체험하게 한다. 개관 이후 필자도 두 번 관람했는데, 이 공간을 이용하는 관람객 가운데 한국어를 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은 것을 보았다.


국내 소비자의 눈높이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했고, 이러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해 고객을 해외로 유출하는 국내 실정에 자괴감마저 들었다. 롯데월드와 에버랜드 같은 굴지의 테마파크를 보유한 국가에서 죠이폴리스, 키자니아, 오르비, Team lab Digital Museum 이르기까지 매번 일본의 최신 시설에 감탄만 하다가 쉬운 방법으로 ‘제휴’라는 카드를 꺼내 들던 우리의 자화상이 불편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먼저 효율만을 생각하는 경영 체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는 좋은 콘텐츠를 가진 테넌트의 부재를 들 수 있다. 백화점과 쇼핑몰은 대기업 중심인데 반해 테넌트는 중소기업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협력 체제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세 번째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상상력, 창조력 부재이다. 롯데월드를 만들기 위해 긴 시간 동안 좋은 사례를 수없이 연구하고 경험하면서 상상력도 생기고 거기에서 창조력도 생겼다.


시간과 학습량에 비례해서 상상력과 창조력이 생기는 것임을 잊으면 안 된다. TDL이 테마파크 글로벌 No2를 굳건히 유지하고, 이익률이 가장 좋은 비결은 과거 20여 년의 치밀한 준비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콘텐츠 창조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암묵지(暗默知, Tacit knowledge)가 이어질 때 성공 콘텐츠가 등장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이러한 고해성사가 단지 자기성찰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이 지면을 통해서 선배의 경험을 공유하고, 후배의 상상력과 창조력을 더한 교류를 통해 최소한 국내 소비자가 양질의 콘텐츠를 찾아 해외로 나가는 상황만큼은 방지했으면 한다.


그리고 필자 같은 고해성사가 다시는 없도록 새로운 이 지면이 안정적인 소매 기반을 일구는 강력한 플랫폼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경력사항

  • 現) 성균관대학교 소비자가족학과 겸임교수
  • 現) 비즈니스인사이트그룹 부회장
  • 現) 대한상공회의소 유통산업위원회 위원
  • 現) 연세대학교 생활과학대학원 패션연구과정 초빙교수
  • 前) ㈜코엑스 자문위원 (코엑스몰리뉴얼 프로젝트)
  • 前) 산업자원부 유통산업 마스터플랜 수립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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