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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지 않는 점포, 마루이는 어떻게 돈을 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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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희선 일본 유자베이스 애널… (hsjung3000@gmail.com) | 작성일 2021년 05월 10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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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에 따라 일본 정부가 지난달 25일 세 번째 긴급사태를 선언하면서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 대부분의 백화점이 휴업에 들어갔다. 코로나 이전부터 매출 침체로 고전하던 일본의 백화점들은 각사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살길을 모색해 왔다.

 

미츠코시 이세탄은 일찍부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힘을 쏟았고, 다이마루 백화점도 테넌트에게 장소를 임대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바꾸고 있다. 

 

일본의 백화점 중에서도 가장 파격적으로 변신 중인 곳은 마루이 백화점이다. 제품을 파는 점포가 아닌 체험을 제공하는 점포가 중심인 ‘팔지 않는 가게’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며 대담하게 전략을 변경하고 있다. 

 

서비스형 리테일

신주쿠 마루이에는 전자펜 기업 와콤의 직영점이 입점해 있다. 마루이가 와콤으로부터 운영을 위탁받은 이 점포는 철저한 쇼룸으로 상품은 일절 팔지 않는다. 대신 점원은 고객의 의견이나 불만을 듣고 이를 활용해 펜촉 등의 상품 개발에 활용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서비스형 리테일 점포(Retail as a Service)의 전형적인 모델이다. 

 

RaaS 모델로 가장 유명한 미국의 베타(b8ta)도 일본에 진출하면서 마루이와 손을 잡았다. 마루이의 신주쿠점 1층에 입점한 베타에서는 최신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지만 이곳 역시 점포의 주된 목적은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다. 천장에 설치한 AI 카메라가 방문객의 행동을 관찰해 데이터를 획득한다. 

 

상품 앞에 5초 이상 머문 사람의 수, 스태프가 상품 데모를 한 횟수, 데모로부터 판매에 이른 비율 등을 기록하고 이러한 데이터를 제품을 출품한 기업에 제공한다. 

 

마루이는 베타를 유치하는 것을 넘어 베타의 일본 법인에도 출자했는데 이는 AI 카메라의 활용법 등 서비스형 리테일을 운영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다른 테넌트에 도입하기 위함이다. 

 

마루이의 유락초점에는 자사 점포를 가지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맞춤 양복 브랜드인 ‘패브릭 도쿄’가 입주해 있다. 이 점포도 양복의 판매보다는 고객의 신체 치수를 재는 등 체험을 제공하고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예를 들어 점포를 방문한 고객으로부터 “요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데 배낭을 멜 때 어깨의 마모가 신경 쓰인다”라는 의견을 들으면 마모에 강한 천을 활용한 재킷을 개발하거나 어깨 부분을 강화한 출퇴근에 적합한 상품을 출시한다. 

 

“모든 물건을 인터넷에서 살 수 있는 시대이다. 물건을 판매하는 것만으로 오프라인 점포는 존속할 수 없다”며 인터넷 쇼핑몰에 강한 위기감을 느낌 마루이 백화점의 아오이(青井) 사장은 대담한 선택을 했다. 바로 ‘체험형 점포’로의 전환이다. 

 

서비스 비중 60%로 확대, 테넌트를 매출로 평가하지 않아

2019년 3월, 마루이 점포 중 제품 판매에 주력하는 테넌트의 비중은 70%였으나 앞서 소개한 체험형 점포와 음식점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포를 점차 늘려 현재 마루이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점포의 비중은 59%로 떨어졌다. 2024년까지 이 수치를 40%대로 줄일 계획이다. 

 

마루이는 전략 변화에 맞추어 테넌트를 평가하는 기준도 재검토했다. 제품 판매가 주력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매출이 주된 평가 항목이다. 하지만 고객의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방문했는지 즉, 내점객수이다. 

 

매출로 테넌트를 평가하는 구조에서 점원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애쓰게 되고 이에 거부감을 느끼고 매장을 떠나는 고객도 있다. 

 

따라서 마루이는 매출이 아니라 단골 고객이나 신규 고객을 얼마나 획득했는지를 테넌트를 평가하는 지표로 삼았다. 마루이의 아오이 사장은 “미래형 점포에서는 매출은 기준이 되지 않는다”라고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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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 매장>

 

서비스형 리테일과 D2C 점포의 상생 

이러한 서비스형 리테일과 궁합이 잘 맞는 곳은 오프라인 점포를 가지지 않고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D2C 기업이다. 이들은 인터넷이 주 판매 장소이므로 매장에서의 매출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오프라인 점포가 없기에 소비자와의 접점이 필요하지만 상설 점포를 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마루이와 협업하면 쉽게 팝업 스토어를 출점할 수 있으며, 마루이가 쌓아온 오프라인 점포 운영 노하우를 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D2C 기업들은 오프라인에서의 판매 및 접객 노하우가 없는 경우가 많으나 점포 운영 경험이 있는 인재를 채용하기도 어렵다. 이 부분에서도 마루이와의 협업은 도움이 된다. 마루이가 점포의 운영을 수탁해 접객 경험이 풍부한 사원을 배치하는 것이다. 

 

실제로 마루이에는 최근 일본에서 화제가 되는 D2C 브랜드들이 다수 입주해 있다. 앞서 소개한 패브릭 도쿄의 경우 온라인으로만 사업을 전개할 때는 셔츠 등 단가가 낮은 아이템 위주로 팔렸으나 마루이에 점포를 낸 후 객단가가 3배로 증가했다. 

 

점포에서 자신의 정확한 치수를 확인하고 패브릭 도쿄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들은 고객 중 정장을 구매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마루이는 원래 테넌트의 매출에 연동해 렌트를 올렸지만 이제는 그러한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그럼 마루이는 어떻게 수익을 올릴 것인가. 

 

마루이는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  

테넌트로부터 받는 임대 수익이 첫 번째 수익원이던 마루이의 숨겨진 병기는 따로 있다. 바로 핀테크와 신용카드 사업이다. 

 

마루이 그룹이 발행하는 신용카드인 ‘에포스 카드’의 회원 수는 2015년 591만 명에서 2020년 720만 명으로 증가, 이는 일본 최대 백화점인 미츠코시 이세탄 홀딩스가 발행하는 ‘엠아이카드’의 2배 이상이다. 

 

같은 기간 마루이의 카드를 포함한 핀테크 사업의 영업이익은 201억 엔(약 2,055억 원)에서 383억 엔(약 3,917억 원)으로 거의 2배로 증가했다. 

 

마루이는 자사의 점포에서 고객이 물건을 사지 않아도 D2C 브랜드를 체험하고 온라인에서 결제하면 카드 결제 수수료를 받는다. 따라서 오프라인 점포에서의 물건 판매에 집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한 카드 사용 현황을 통해 성별, 연령, 거주지라는 속성도 포함해 상세한 소비자 행동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앞으로는 고객의 점포에서의 움직임과 카드 정보를 연동시키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형 리테일과 신용카드로 파악한 고객 데이터를 조합하게 되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심리스(seamless) 마케팅도 가능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고객이 매장에서 살까 말까 망설인 물건을 AI 카메라로 파악해 인터넷 몰에서 쿠폰을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쯤에서 독자 여러분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을 것이다. 과연 마루이를 유통업이라 칭해도 될까? 필자의 눈에 이제 마루이는 리테일이 아닌 장소를 빌려주는 임대업, 수수료를 받는 신용카드업으로 보인다. 

 

경력사항

  • 현) 일본 유자베이스 (UZABASE) 경영 애널리스트
  • 퍼블리 <일본은 지금 라이프스타일 판매 중> 저자
  • 일본전문매체 재팬올 (JapanOll) 객원기자
  • 전) LEK 컨설팅 도쿄, 경영 컨설턴트
  •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 켈리 비즈니스 스쿨 MBA (마케팅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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