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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자의 패션 실험실/김유겸

A380 관광 비행과 가로막힌 수에즈 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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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유겸 FITI시험연구원 … (youkyum@hotmail.com) | 작성일 2021년 04월 12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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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해외 관광과 항공 여객 운송 부문일 것이다. 실제로 1년 이상 계속된 해외여행 제한으로 비행기 타본 지 오래됐다는 얘기를 주변 사람들과 나누게 된다.

 

 

 관광업계에서 이런 소비자들의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해 마련한 ‘A380 무착륙 관광비행’ 상품이 꽤 큰 인기를 누리며 좌석이 채워지고 있다고 한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인천공항에서 여권을 확인하고 좌석을 배치받고, 면세점을 들러 오랜만에 공항에서의 설렘을 다시 맛보며 평창, 울산, 부산, 대마도와 제주도를 거쳐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무착륙 비행이 마무리된다고 한다. 

 

특히 주요 해외 거점 도시 운항에 투입되던 에어버스 A380 여객기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는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고….

 

폐기되는 에어버스 A380 

무착륙 관광 비행에 투입되는 A380 여객기는 1988년 초대형 여객기 생산 기획을 통해 시작됐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영국 등이 연합해 에어버스사를 설립, 2005년 4월 첫 비행을 거쳐 2007년 10월 싱가포르 항공에 처음으로 인도됐다. 

 

A380은 4개국에서 제작된 각 부품이 프랑스 툴루즈로 보내져 조립되는 과정을 거쳐 지난 13여 년 동안 251대가 제작됐다고 한다. 

 

경쟁 기종인 보잉 747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활주거리가 필요하지만 보통 500명에서 최대 850명에 이르는 승객이 탑승할 수 있어 ‘슈퍼점보’라는 별명을 가진 커다란 덩치의 A380은, 세계 주요 도시의 공항들이 2층으로 구성된 탑승 게이트를 새로 설치하면서 승객들은 대형 여객기에 무리 없이 탑승할 수 있게 됐다. 

 

주요 간선 노선에 초대형 여객기를 투입해 승객을 한꺼번에 모으고 이동시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만큼 초대형 여객기로 많은 승객들을 한 번에 허브 공항에 내려주면 다시 인근 주요 도시로 작은 비행기로 이동하는 개념의 ‘hub-and-spoke’ 방식을 바탕으로 설계됐다. 

 

가급적 많은 승객이 한꺼번에 탑승하는 운영 방식으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초대형 항공기 운항의 이점을 얻고자 했지만 이는 서비스 공급자 중심의 접근이었다. 

 

승객들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점점 빽빽하게 늘어난 좌석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고, 착륙지에 도착 후 입국 수속을 위해 늘어선 어마어마한 대기 행렬에 짜증이 밀려오기도 한다. 

 

승객들의 이런 불만족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항공 여행은 점차 특정 지점과 지점을 직접 이동할 수 있는 ‘point-to-point’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항공기의 수요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다양한 승객들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당 승객 수요에 적합한 크기의 여객기로 다양한 지역을 촘촘히 연결하기 시작했다.

 

저가 항공사들의 출현은 다양한 고객 니즈를 더욱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점차 대형 항공기 A380의 좌석 점유율이 떨어져 갔다. 소비자들의 여행 방식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생산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2016년에는 놀랍게도 단 1대의 신규 생산 주문도 없어, 생산 중단에 대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초대형 여객기의 장점은 최고의 좌석 점유율을 통해 투입되는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나, 연료비 등 고정 비용 상승에 비해 점점 낮아지는 좌석 점유율은 결국 A380 기종의 생산 중단 결정을 불러오게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여행 업계를 셧다운 시키기도 전인 2019년 2월 에어버스 사는 A380 기종의 생산 중단을 선언하고 2021년 3월 마지막 계약 항공기를 인도하는 것으로 A380 프로그램이 폐기된다. 이로써 A380 제작을 통해 유지되던 유럽 내 3천여 명의 일자리가 함께 사라지게 됐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기존에 주요 항공사들이 운항 중이던 A380기를 더 이상 운용하지 않기로 하고 중고 매물로 처분하고자 했으나 한 대도 팔리지 않아, 퇴역한 15대의 A380은 고철로 폐기됐다는 것이다. 

 

출시 당시 호화 여객기로 불리던 A380은 이제 초원을 누비지 못하고 서커스단에 갇힌 코끼리처럼 커다란 덩치를 이끌고 2시간 남짓한 무착륙 관광 비행에 이용되고 있다는 기사를 읽고 A380의 성공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쏟은 노력과 수고를 생각하니 왠지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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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중순, 화물선이 수에즈 운하를 막아 글로벌 물류가 중단됐다.>

 

수에즈 운하를 막아선 화물선

지난 3월 중순, 화물선이 수에즈 운하를 막아 글로벌 물류가 중단됐다는 뉴스가 화제였다. 화물선이 좌초해 운하의 통행을 완전히 막았다는 매스컴의 기사는 해당 화물선이 대각선으로 운하를 가로지르고 있는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상상할 수 없었고, 동시에 빼곡하게 층층이 쌓아 올린 컨테이너가 2만 개가 넘는다는 컨테이너 선적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엔지니어의 한 사람으로서 공학기술의 놀라운 승리라고 밖에는 어떤 표현도 떠오르지 않았다. 동시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크기에 맞먹는 화물선에 실린 상품이 제때 전달되지 못하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로 인해 그동안 우리가 어떤 세상을 만들어 왔는지 다시금 느끼게 됐다. 

 

단지 1척의 화물선이 항로를 막아 선 사고로 소비자들은 화장지를 살 수 있을지, 커피를 마실 수 있을지,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식품이 부패되지는 않을까, 원유는 제때 공급될 수 있을까 하는 사고로 인한 피해 규모가 엄청날 수 있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매우 정교하고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취약점 또한  매우 크다는 것을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현재의 물류 운송 시스템이 정상적인 상태로 계속 운영·유지될 수 있다고 안일하게 대처하다 보면, 예상하지 않은 사고 발생의 위험성은 커지고 그에 따라 초래하는 결과는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 다행히도 화물선은 본래의 항로를 유지하도록 조치됐고 다시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아가면서 ‘큰 일 날 뻔했던 사고’로 기억 속에 남게 됐다. 

 

그렇지만 나중에 또다시 저렇게 큰 화물선이 운하 안에서 다른 화물선과 충돌이라도 해서 좌초되거나 파손되어 주저앉게 된다면 이번처럼 흙을 파내서 며칠 만에 다시 움직이게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화물 운송 효율을 높이려고 컨테이너 2만 개를 실은 너무나 큰 덩치는, 사고 발생 시 예상할 수 없는 수준의 심각한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글로벌 밸류체인의 확장에 따라 늘어나는 해상 물류량을 해소하기 위해서 필요한 ‘적정 수준’의 화물선의 크기는 어는 정도일까? 쓸데없이 궁금해진다.

 

커다란 덩치는 진짜 ‘규모의 경제’를 위한 것인가?

 

A380 여객기와 수에즈 운하를 막았던 화물선은 모두 해당 업계를 대표하는 커다란 덩치로 한꺼번에 많은 승객과 화물을 태우고 실어 나를 수 있도록 최적화됐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 더욱 많은 수요에 대응하고 경제성을 확보한다는 명분에 따라 만들어진 운송 수단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계를 모르고 계속 덩치를 키우다 보니 소비자들의 여행 수요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퇴출되는 신세가 됐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게 되면서 ‘길막’ 사고를 내고 시장에 많은 손해를 끼치는 처지가 됐다.

 

‘규모의 경제’라는 명분은 대량 생산 시대를 거치면서 투입되는 고정 비용을 상쇄시키고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으로서 일정 규모 이상의 몸집에 도달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시작됐고, 실제로 분명한 효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그 불어난 덩치는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면서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가 된 것 또한 사실이다. 

 

한동안 패션업계를 주도했던 패스트 패션의 작동 방식은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통한 시장의 확장과 소비자 욕구 극대화였다. 

 

그러나 지금 패스트 패션 시대가 저무는 이유는 패스트 패션 자체의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덩치 때문이다. 너무나 많은 양의 제품을 만들다 보니 원자재 확보의 문제, 생산 공장의 확장에 따른 불균일한 품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에 대한 적절한 대응의 한계, 소비자와 시장의 피로 등 무절제한 제품 생산이 불러온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대량 생산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이를 통해 시장을 확장하려 했지만, 끊임없이 몸집이 커져야 유지될 수 있는 패스트 패션은 결국 A380처럼 과거의 영광으로 남게 됐다. 

 

이제 적정 생산을 유지하면서 지속가능한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브랜드와 기업들은 수에즈 운하를 막았던 화물선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한정한 덩치 키우기에만 몰두하다간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단계가 되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의 비즈니스를 앞으로도 계속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몸집을 유지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이전처럼 가격과 품질로만 승부하는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어 소비자에게 판매하면 끝이 아니라, 생산 과정의 투명함과 스토리를 담은 제품으로 계속해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무쪼록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앞으로 다시 경험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A380을 타고 날아가 해외의 지인들과 다시 만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경력사항

  • (재) FITI시험연구원 Quality & Audit
  • ISO/TC 38 Textiles, convenor – WG27, WG31 SC24/WG5
  • ISO/PC 308 Chain of Custody, ISO/TC 323 Circular Economy delegate
  • 한중일 섬유산업연합회 협력회의 지속가능성분과 한국간사
  • 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 Fashion Charter Working Group member
  • 경희대학원 섬유공학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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