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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스니커즈는 포기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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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원식 코넥스솔루션 대표 (fpost@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4월 27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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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뉴발란스에서 스티브 잡스의 신발로 유명한 992라는 모델이 무려 14년 만에 복각되어 재발매됐다. 물량이 심하게 적은 편은 아닌 듯했고, 회사 측에서도 최근의 스니커즈 발매 방식인 드로우나 래플(온라인 응모, 추첨방식)이 아니라 선착순 판매를 해서 조금 부지런을 떨고 매장 앞에 줄을 서면 구할 수 있었다. 다행히 필자도 큰 유난을 떨지 않고도 구매할 수 있었다.    

  

몇 달 후에는 또 뉴발란스에서 5년마다 한 번씩 재발매되는 것으로 유명한 1300JP 라는 모델이 발매가 됐다. 이번에는 물량이 심하게 적다는 소문이 돌았고, 판매 방식은 오로지 온라인 선착순이었기 때문에 발매하는 시각에 맞추어 필자도 웹에 접속을 했다. 이 모델은 한국에서는 비교적 인기가 적었고, 5년 전인 2015년 당시에는 그리 어렵지 않게 구입이 가능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 반, 하지만 요즘 같은 스니커즈 인기에 설마 하는 우려 반으로 뉴발란스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러나 웬걸, 몇 분의 버퍼링과 새로 고침 후에 접속한 페이지에는 벌써 품절표시가 떠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조금이라도 희망을 가졌던 것이 너무 순진하였었던 것이다. 차라리 드로우를 해서 떨어지면 덜 억울하기라도 했을 텐데. 이제는 온라인 선착순 발매의 경우에는 ‘봇’이라고 불리는 프로그램 없이 사람이 하는 클릭으로는 거의 구매가 불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은근슬쩍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왕년부터 운동화를 찾아서 사 모으던 OG(Original Gang, 어떤 분야의 원로, 원조, 선배 등으로 해석하는 힙합 문화에서 기원한 속어) 스니커헤드(sneak er head, 스니커즈 덕후)라고 자부하는 아저씨의 꼰대 같은 마인드가 있어서 일까. 

 

옛날엔 운동화 한 켤레를 사려고 전날 새벽부터 매장 앞에서 캠핑을 하는 일 따위는 상상도 못했는데. 마이클 조던이 NBA 리그에서 뛰는 것을 보지도 못했던 친구들과 에어조던 운동화를 사기 위해 경쟁을 하고, 신거나 수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리셀(웃돈을 얹어 되파는 행위)을 위해 구매하려는 리셀러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이제는 그 마저도 불가능한 것이, 한정수량 발매하는 스니커즈는 거의 대부분 온라인 드로우에 응모한 후 당첨이 돼야 살 수 있으니, 인기 있는 한정판 스니커즈를 정가에 사는 것은 순전히 운의 영역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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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발란스에서 스티브 잡스의 신발로 유명한 992모델을 14년 만에 복각해 재발매 했다.>

 

 

스니커헤드의 시작

작금의 스니커즈 광풍은 국내에서는 90년대 초반에 태동하였다. 지금도 대부분의 수집 또는 리셀되는 신발 중에서 나이키가 8할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런 열풍의 시작이 결국 나이키였고 그 중에서도 에어조던 시리즈였다. 

 

초창기 스니커헤드들은 NBA와 에어조던과 힙합 뮤직의 팬이었다. 그들은 없는 돈에도 에어조던을 사서 신주단지 모시듯 아껴가며 신었다. 마이클 조던이 속해 있던 시카고불스가 NBA 리그에서 연승을 달성하던 시절이다. 

 

그 당시 조던이 신었던 6, 7, 8(에어조던은 85년에 첫 번째 모델이 출시된 후 매해 번호가 붙은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는데 2020년 현재 34까지 출시되었다)은 그 앞의 3, 4, 5와 함께 콜렉터와 리셀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모델이다. 

 

지금도 ‘레트로(재발매를 일컫는 말)’가 될 때마다 여전한 인기를 자랑한다. 그리고 당시 한국에 소개된 슬램덩크라는 농구만화도 에어조던의 인기에 한 몫을 했을 것이다. 

 

만화의 주인공인 강백호가 극 중 신발가게에서 강탈하다시피 산 첫 농구화가 에어조던6였고, 강백호의 라이벌 서태웅은 에어조던5를 신고 나온다. 다른 캐릭터들도 당시에 발매된 여러 브랜드의 농구화를 신고 나오는 것으로 충실히 묘사되는데, 운동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것도 큰 재미였다.  

 

개인적으로는 1992년에 발매된 나이키 에어조던7이 그 첫 발걸음이었다. 정말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코트 위를 날라 다니다시피 하던 마이클 조던을 처음 접한 것도 그 즈음이다. 그가 신고 뛰는 바로 그 신발을 사서 신을 수 있다니 얼마를 주고라도 신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했다. 당시에도 십만 원이 넘는 가격이라 고등학생이 사기에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신발이었다. 철이 없게도 부모님을 졸라서 사서 동생과 같이 신었다. 

 

리복에서는 펌프로 공기를 넣어 피팅을 좋게 해주는 센세이셔널한 농구화가 나왔다. 그리고 혜성과 같이 등장한 괴물 센터 샤킬 오닐의 이름을 딴 샤크라는 농구화가 역시 리복에서 발매되기도 했다. 뉴욕닉스의 센터 패트릭 유잉은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해 유잉이라는 브랜드로 농구화를 발매했다. 

 

특정 선수의 이름을 딴 농구화를 발매하는 마케팅이 활발하게 행해지던 때였다. 교복을 입던 세대라 농구화가 유일한 패션 아이템이기도 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에어조던을 신으면 ‘자신감 뿜뿜’하던 시절이었다. 불량 학생들이 값비싼 농구화를 폭력으로 빼앗기도 한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관심은 대학생이 되어서도 계속 이어져, 많아진 용돈과 알바비를 모아 나이키의 운동화들을 요즘 말로 ‘플렉스’하기도 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신발은 신을 용도와 컬렉팅을 위한 용도로 똑같은 것을 두 켤레씩 사기도 했다. 보다 더 적극적으로 에어조던을 모았던 것은 남동생이었다. 

 

몇몇 매스컴에서 취재를 나오기도 했다. 이상한 취미를 가진 형제 때문에 어머니의 잔소리와 걱정이 많았다. 결국 이 취미 덕분에 형제가 신발을 업으로 삼게 된 것은 우연의 일치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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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나이키 에어포스1은 리액트 D/MS/X 모델로 출시됐다.>

 

스니커즈, 당당해지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마이클 조던의 은퇴, 농구 붐의 쇠퇴와 더불어 다른 스니커즈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나이키의 에어맥스 시리즈나 에어포스1 등이 인기를 이어갔다. 브랜드들은 여러 가지 새로운 최첨단 테크닉을 사용한 운동화를 계속 출시했다. 뉴욕의 플라이트클럽, 로스엔젤레스의 언디피티드, 도쿄의 아트모스, 서울의 카시나 같은 부티크형 스니커즈 편집숍 또는 리셀 전문숍이 속속 등장하기도 한 시기이다. 

 

90년대에 태동한 스니커즈 문화는 계속 이어졌지만, 여전히 이것은 패션계의 메인 스트림 트렌드는 아니었고 서브컬처였다. 루이비통, 프라다, 발리 등이 각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스니커즈 라인들을 발매했고 꽤 인기를 끌었지만 여전히 스포츠 브랜드들의 스니커즈와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아마도 98년도에 질샌더와 푸마가 콜라보레이션으로 선보인 스니커즈가 두 세상을 잇는 첫 신호탄이 아니었던가 싶다.  

 

2010년에 들어서 비로소 스니커즈가 패션계의 메인 스트림으로 떠올랐다. 이전까지 스트리트 패션과 런웨이의 패션이 수평으로 흐르는 두 물줄기였다면 2010년도에는 그 둘이 합쳐지기 시작했다. 특히 스니커즈를 본격적으로 패션계의 메인 스트림으로 끌고 들어온 것은 뎀나 바잘리아와 버질 아블로가 아닌가 싶다. 

 

90년대에 십대를 보내며 스니커즈 문화를 향유했을 초기 밀레니얼 세대 디자이너가 패션계 현역의 중심에 서면서, 스니커즈는 모든 룩에 당당하게 매치시킬 수 있는 중요 아이템이 된 것이다. 럭셔리한 아웃 핏과 가방에 나이키나 아디다스의 스니커즈를 신는 것이 이상하기는커녕 더 스타일리쉬한 시대, 대디 슈즈와 어글리 슈즈가 최고 핫한 트렌드가 됐다. 

 

스포츠 브랜드와 하이엔드 패션 메종과의 콜라보레이션이 이루어지고, 뮤직 아티스트가 스니커즈 디자인을 하는 시대. 버질 아블로가 따옴표를 붙인 나이키와, 래퍼인 칸예 웨스트가 디자인하고 아디다스가 만든 이지부스트는 스니커즈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스니커테크와 리셀 거래 플랫폼

2020년, 스니커즈는 패션의 메인 스트림 트렌드가 되다 못해 재테크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스니커테크’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한정판 스니커즈를 거래하는 플랫폼 앱도 여러 가지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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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커테크’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면서 스톡X(StockX), 고트(GOAT) 등 한정판 스니커즈를 거래하는 플랫폼 앱도 생겨났다.>

 

글로벌하게는 스톡X(StockX), 고트(GOAT), 킥시파이(Kixify)가 있고 국내에도 엑스엑스블루(XXBLUE)와 크림(KREAM)이라는 리셀 거래 플랫폼이 생겼다. 레어(rare)한 스니커즈를 운 좋게 정가에 구매하면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열배 이상, 드물게는 몇 십 배의 가격에 되팔 수가 있다. 얼마 전 지드래곤과 나이키의 협업으로 발매돼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에어포스1은 현재 리셀 가격이 250만원에서 500만원 사이에 형성되어 있다. 

 

한정판 나이키나 이지부스트 같은 스니커즈를 신고 다니는 것은 이제 명품 백을 들고 고급 시계를 차는 것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왜냐하면 그들 중 대부분은 정가에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을 지불하고 리셀되는 신발을 플렉스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사고 싶은 한정판 스니커즈가 있다면, 이 리셀 전문 사이트들을 뒤지면 웬만한 것들은 구할 수가 있다. 단, 정가에 붙은 프리미엄을 기꺼이 지불한다면 말이다.  

 

진짜로 원하는 것

이제는 나이가 든 X세대 스니커헤드의 한 명으로써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우면서도 아쉽다. 한정판 스니커즈를 발매하는 날 숍 앞에 줄을 서있는 젊은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 오늘 또 뭔가 레어한 신발이 나오는군’ 하고 지나칠 정도로 무신경해지기도 했다. 온라인 드로우를 할 때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번씩 응모해보지만, 당첨된 적은 거의 없다. 

 

이지부스트는 요즘 너무 스트리트 느낌이라 신고 싶지가 않다. 버질 아블로가 자신의 디자인 시그니처를 불어넣은 나이키는 너무 요란해서 별로다. 트래비스 스캇이 기민한 아이디어로 만드는 나이키도 흥미는 가지만 굳이 사서 신고 싶지는 않다. 

 

사카이와 나이키의 콜라보레이션도 스니커즈 역사에 획을 그은 디자인임에 분명하지만, 너무 많이들 신는다. 그저 몇몇 에어조던을 사서 옛날 기분을 내며 신고 싶지만, 리셀 사이트의 가격을 보면 좀 망설여진다. 삐뚤어진 성격의 아저씨 스니커헤드는 아쉬울 따름이다. 이지부스트도, 오프화이트의 나이키도 신지 않는 주제에 스니커헤드라고 스스로를 칭할 자격이 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스니커즈를 보고, 사고, 신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가 없다. 콜라보레이션과 한정판과 리셀이 횡행하는 세상 한편에서 조용히 이 유행의 부산물들을 즐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수많은 스니커즈가 발매되고 있으니, 여러 브랜드 중에서 내 나름의 기준으로 잘 만들었다 싶은, 리셀러들의 주목을 받지 않는 스니커즈들을 찾아 신는다. 

 

숨은 맛집, 언더 독 스포츠 스타, 저평가 블루칩을 찾는 것과 같다. 트렌디하게 디자인된 어글리 슈즈가 아니라 진짜로 대디들이 신을 법한 어글리한 신발을 찾아 신고 다닌다. 

 

나이도 딱 그런 신발이 어울리는 나이가 되었지 아니한가. 그리고 노포 맛집 같은 클래식 스니커즈들을 두 켤레 째, 세 켤레 째, 계속 사 신는 것도 좋다. 제 아무리 리셀가가 높은 초인기 스니커즈라 한들, 척테일러와 스탠스미스 같은 클래식 스니커즈의 한결같은 맛에 비할 수 있을까. 이제는 컬렉팅도 하지 않고, 값비싼 한정판을 플렉스하지도 않고 그저 이렇게 독야청청 즐긴다. 바로 이것이 ‘OG 스니커헤드’의 기개와 내공이라고 자신하면서.  

 

[이 게시물은 임경량 기자님에 의해 2020-04-27 10:49:43 test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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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現 (주)코넥스솔루션 대표이사
  • 現 (주)유니페어 이사
  • 現 (주)링크인터내셔널 이사
  • youtube=풋티지브라더스(Footage Br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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