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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머스트해브 아이템이 된 로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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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원식 코넥스솔루션 대표 (kws@cnxsol.com) | 작성일 2021년 07월 26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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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이름 중에서 제법 잘 지은 이름 중 하나는 바로 ‘로퍼(loafer)’가 아닐까 싶다. 구두의 형태를 칭하는 이름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서, 옥스포드(oxford, 킹스맨에서 나온 그 유명한 대사 중 그 옥스퍼드 말이다), 더비(derby)와 같은 이름들이 있는데 사실 형태나 쓰임새와는 상관없이 지어진 것들이다. 

반면 로퍼는 동사에서 파생된 이름이라 그럴싸하다. loaf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빈둥거리다, 어슬렁거리다라는 뜻이 있다. 과연 로퍼라는 신발의 쓰임새와 걸맞는 네이밍이 아닌가 싶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남성은 외출 시에는 끈을 묶는 신발을 신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집에 돌아와서 끈이 없는 슬리퍼나 슬립온 슈즈 같은 형태의 실내용 신발로 갈아 신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실내용 신발 중의 하나가 외출용으로도 허용되기 시작하면서, 현재 우리가 부르는 로퍼의 형태로 발전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로퍼, 즉 빈둥거리고 어슬렁거리는, 즉 실내에서 슬리퍼처럼 신고 다니던 신발의 용도에 맞춰 네이밍이 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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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든.>


어디서 시작된 이름일까
로퍼는 사실 1950년대에 미국에서 아이비룩의 인기와 함께 널리 보급되며 크나 큰 인기를 끈 신발이다. ‘페니로퍼(penny loafer)’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은 아이비리그의 대학생들이 로퍼의 발등에 있는 구멍장식 안에 1페니짜리 동전을 끼우고 다닌 데서 유래한다. 

그래서 로퍼라고 하면 아주 미국적인 신발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역사적으로 로퍼를 만들어 온 브랜드들 중 유명한 브랜드는 바스(Bass)나 알든(Alden) 등 전부 다 미국 브랜드이고, ‘로퍼=아이비룩’의 공식이 딱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네이티브 아메리칸, 즉 인디언이라고 부르던 사람들이 신던 신발에 도달하게 된다.

‘모카신(moccasin)’이라는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이 신던 가죽 신발의 형태가 로퍼의 발등 디자인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인데, 그래서 로퍼의 조상은 네이티브 아메리칸이고 이것을 미국인들이 이어받아 현대의 로퍼, 또는 페니로퍼의 형태로 발전시킨 것이 아닐까 하는 매우 합리적인 추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북미에서는 로퍼와 모카신은 거의 동일한 신발을 칭하는 단어로 혼용하기도 한다.

새로운 사실들
그런데 이 로퍼라는 신발의 유래를 좀 찾다가 의외의 사실들을 알게 됐다. 로퍼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분명 미국이고 네이티브 아메리칸의 모카신의 영향도 분명 있는 것이 맞지만, 놀랍게도 이 신발의 직접적인 창시자는 노르웨이의 한 인물이었다. 

이야기는 18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노르웨이의 애울란(Aurland) 지역은 영국과의 사이에 해협이 가로지르는 곳에 위치한 마을로, 연어 낚시를 하기 위해 영국의 귀족들이 휴양을 오는 곳이었다. 

영국인들은 이 곳에서 꽤 오랜 시간을 머물렀을 것이기에, 애울란 지역에 부수적으로 발달한 산업이 있었으니 영국 귀족들이 신고 온 구두를 수선하는 산업이었다. 

그래서 그 지역에서는 구두를 수선하다가 결국 구두를 제조하는 산업이 태동하게 된다. 그러던 중, 애울란 태생의 닐스 테베랑예(Nils Tverange)는 13살의 나이에 구두 제조 기술을 배우러 미국에 유학을 다녀오게 된다. 

그리고 다시 노르웨이에 돌아온 후 그는 노르웨이의 농부나 작업자들이 신던 슬립온 형태의 신발과 미국의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이 신던 모카신의 디자인을 합쳐서 현대의 페니로퍼의 조상 격인 구두를 창조하게 된다. 그리고 이 신발은 1930년대에 걸쳐 전 유럽에 퍼지게 되고, 곧 미국에도 전해지게 된다. 

이것을 증명하는 사실은 너무도 명백하게 남아 있다. 페니로퍼 메이커로 아주 유명한 G.H.바스(G.H. Bass)가 1936년 당시 페니로퍼 디자인의 구두에 등록한 상표가 바로 위준스(Weejuns, Norwegian, 노르웨이젼의 줄임말)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생산되고 있는 바로 그 ‘위준스’의 이름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로퍼라는 이름은 어디서 온 것인가란 의문이 남는다. 여기서 또 재미있는 역사적 사실이 등장하는데, 로퍼라는 이름은 그냥 그 형태의 구두를 칭하는 일반명사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당시 구두를 제조하던 미국의 네틀턴(Nettleton)이라는 회사가 등록한 상표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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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퍼는 5,60년대 대학생들과 재즈 뮤지션에 이어 정장 입는 남성들까지 널리 신는 머스트해브 아이템이 됐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
이 회사의 옛날 잡지 광고를 찾아보면 그들이 이미 1920년대부터 동일한 디자인의 신발을 제조해 왔고, 이것의 상표로 ‘더 로퍼(The Loafer)’라는 이름을 등록해서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구두 브랜드들이 자신들의 디자인과 상표명을 도용하고 있다고 광고에서 어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디자인을 상업적으로 가장 잘 퍼뜨린 브랜드는 바스(G.H.Bass)였고, 위준스(Weejuns)라는 이름은 1950년대와 60년대까지 널리 쓰였다. 

당시 위준스의 광고 지면에 ‘로퍼’라는 단어는 절대 등장하지 않는다. 비슷한 페니로퍼를 제조하던 동시대의 다른 미국 브랜드들의 광고를 보면, 이 신발을 모카신(moccasin)이라고 칭하는 경우가 더 많이 보인다. 

그런데 언제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위준스라는 상표는 그냥 상표로 남았는데, 로퍼라는 상표는 이 디자인의 신발을 칭하는 일반명사가 됐다. 

로퍼라는 이름을 고안해내고 상표등록까지 한 네틀턴 슈즈가 결국 시대의 흐름에 뒤쳐져 사라져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지금은 다시 부활해서 구두를 제조하고 있다). 

결국 회사의 운명은 다했지만 로퍼라는 이름을 남겼다고나 할까. 그리고 1950년대와 60년대에 아이비리그 대학생들과, 재즈 뮤지션들과, 수트를 입고 회사를 다니는 남성들에게까지 이 구두가 널리널리 신기며, 로퍼 또는 페니로퍼라는 명칭이 정착하고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한국인의 머스트해브 아이템이 되다
전기를 발명한 에디슨이나,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 형제의 전기는 지금까지도 남아서 자세한 내용이 전해지지만, 애석하게도 페니로퍼의 최초 형태를 개발한 노르웨이인인 닐스 테베랑예와, 그것을 이어받아 북미대륙에서 아이비룩의 아이콘적인 구두로 발전시킨 G.H.Bass, 그리고 로퍼라는 이름을 상표로 개발한 네틀턴 슈즈의 자세한 이야기는 거의 전해지지 않는다. 

물론 전기와 비행기를 발명한 일이 인류의 발전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는 하겠지만, 매일매일 우리가 신는 구두의 형태를 개발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은 좀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세월은 흘러 2021년. 로퍼의 디자인이 등장한지 곧 백년이 되어 간다. 당시에는 정장용보다는 블레이져 또는 스포츠코트와 바지를 따로 입는 세퍼레이트 차림에 신는 캐주얼한 신발로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는 수트에 신어도 충분히 포멀하게 보이는 신발이 됐다. 

그리고 스니커즈와 끈을 묶는 옥스포드 구두의 사이에서 매우 활용도 높은 신발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신발을 벗고 신을 일이 많아서 끈을 묶는 신발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한국의 문화적 특성 상, 로퍼는 대다수의 남자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머스트해브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나도 로퍼를 매우 좋아한다. 정장에도 신고, 세퍼레이트 차림에도 신고, 캐주얼한 반바지 차림에도 스니커즈 대신 신어서 약간의 트위스트적인 멋을 내기도 한다. 

이렇게 편하면서 활용도가 높은 신발은 로퍼 밖에 없지 않을까. 까만 가죽, 갈색 가죽, 그리고 스너프(snuff)라고 불리는 황토색의 스웨이드, 그리고 짙은 밤색의 스웨이드를 갖추어 놓으면 거의 모든 차림에 다 매치시킬 수가 있다.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발등과 옆면을 다른 컬러로 만든(주로 발등에 흰색을 쓰고 옆면에 검정이나 옅은 갈색을 쓴) 투톤 컬러의 로퍼를 구비해 놓으면 매치시킬 수 있는 옷차림의 폭이 확 늘어난다. 

로퍼를 이렇게 가지고 있으면 마음이 든든하다. 아, 흰색 누벅이나 스웨이드로 만든 로퍼까지 갖추면 완전무결한 컬렉션이 완성된다. 

이 글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마이 스니커 스토리’라는 에세이를 읽다가 떠올린 글임을 밝힌다. 하루키는 스니커즈라는 신발의 이름의 유래를 시작으로 유쾌한 에세이를 썼는데(더 이상의 설명은 스포일러가 되므로 찾아서 일독해 보시기를), 그의 흉내를 내어 로퍼라는 신발 이름의 유래를 찾다가 보니 진지한 에세이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어딘가 지식을 뽐낼 만한 자리에서 로퍼의 이야기가 나온다면 이 글이 아는 체를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

 

 

경력사항

  • 現 (주)코넥스솔루션 대표이사
  • 現 (주)유니페어 이사
  • 現 (주)링크인터내셔널 이사
  • youtube=풋티지브라더스(Footage Br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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